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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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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최근연재일 :
2016.08.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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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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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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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
글자수 :
158,842

작성
16.08.0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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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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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DUMMY

다음날 오후에 난 파블로의 전화를 받고 성 소피아 사원으로 갔다.

정문 앞에서 전화를 걸자 그가 나와, 나를 2층, 자기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의 사무실은 2층 서고를 지나 오른쪽 끝에 있었다.

사무실엔 몇몇 직원들이 각종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중 몇 명이 파블로와 함께 들어오는 나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파블로는 나에게 자기 책상 앞에 자리를 내주며 앉기를 권했다.


“오전 회의를 끝내고부터 자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있을 만한 곳은 다 찾았습니다. 찾은 자료들을 살피면서 저도 슬슬 흥미가 일기 시작하더군요. “

그러면서 그는 사진들이 복사되어있는 파일을 내게 건넸고, 그가 준 파일을 열어 사진들을 살폈다.

“대략 120장 정도입니다. 저도 관심이 생겨 사진들을 살펴보았지요. 그리고 두 개를 찾았습니다. 생각대로 하나는 바울의 모자이크 옆에 있었고, 하나는 베드로의 조각상 안에 있었지요. 사진에 위치를 표시해 놓았으니 내려가셔서 확인하시지요. 제 생각엔 더 많이 있을 거라 사려됩니다.”

“정말 감사하군요. 처음 이곳에 문양을 찾으러 왔을 땐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을, 이렇게 순식간에 해결해 주시는군요.”

사진에서 문양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제 도움이 더 필요하시면 언제라도 주저 마시고 연락 주십시오. “


난 그의 사무실을 나와 사진에 표시된 위치를 찾아갔다.

사도 바울의 모자이크는 고대 서적 전시실의 오른쪽 위에 있었고, 테마관 옆의 베드로 조각상에서 손목에 걸린 앙크 십자가를 찾을 수 있었다. 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고 수첩에 그것을 기록했다.


박물관을 나오며 내친김에 파블로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바쁘신데 자꾸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왕 부탁드린 김에 한번 더 수고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레미아가 언급한 예수의 사도들 중에 바울과 베드로, 요한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과 관련된 사진들도 복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하...... 그러지요. 제레미아가 언급한 여섯 사탄들의 구체적 이름을 확인하고 싶으시군요. 내일 오후에 준비해서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는 흔쾌히 나의 염치없는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난 그날 밤 지도 위에 세 번째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었다.


그 시간, 람세스 교수는 제레미아 교회에서 파피루스를 찾고 있었다.

그는 집요했다. 다시 제레미아의 석관 뚜껑을 열고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던 중 간신히 앙크를 발견했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바위에 새겨진 십자가를 찾았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그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바위를 밀어내고 땅을 팠다.


그러나 그는 멀리서 그를 쳐다보고 있는 검은 남자의 눈길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은 남자는 그가 교회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를 감시하고 있었고, 며칠 전 새벽, 오르막길에서 마주쳤던 금발의 남자를 기억해 냈다. 금발이 묘지를 파내는 것을 본 검은 남자는 경찰에 신고를 해놓은 상태였고, 경찰이 올 때까지 멀찌감치 숨어 금발을 주시하고 있었다.


람세스 교수는 드디어 석함을 찾아냈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석관에 들어있던 메시지를 발견했다.

“이건 또 뭐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집어 메시지를 읽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람세스 교수님. 이제 그만 하시지요.‘

파피루스는 당신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교회 안에 있어야 합니다.

만일 더 이상 계속하신다면 제레미아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

“으아악! 개새끼!”

그는 짐승 같은 괴성을 질렀다.

순간,

“탕!”

밤하늘을 찢는 총성에 놀란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

“양손 뒤로하고 엎드려!”


그는 수갑을 찬 채 경찰서 유치장에서 날밤을 새워야 했다.

그리고 도굴범으로 구속된 람세스 교수는, 그의 변호사가 12만 리라에 달하는 보석금을 지불하고서야 유치장에서 나올 수 있었다. 람세스 교수는 그 뒤 출국금지가 내려진 상태에서 터키에 머물며 1년여의 재판을 받았다.


다음날 오후에 나는 파블로에게서 전화를 받았고, 감사의 의미로 그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터키 이슬람 미술관 근처의 ‘사팍’ 레스토랑에서 아일린의 외삼촌, 파블로와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실내는 붐비지 않았고, 식당 벽면은 손으로 직접 그린 대형 풍경화와 인물화로 채워져 있었다.


식사를 하며 파블로가 말했다.

“처음 제레미아 유서의 내용을 읽었을 땐, 기괴한 내용에 전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었으니까요. 성경에서 그토록 미화된 여섯 사도들이 예수를 죽인 사탄이라니요...... “

“맞습니다. 저도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서가 담고 있는 전체적 의미엔 깊이 공감합니다. 그가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교회의 권력이지요. 얼마나 많은 교회가,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권력으로 핍박해 왔습니까? 종교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까?”

“그건 맞습니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전쟁의 90프로가 종교의 이름으로 일어났지요. 지금도 그 전쟁은 시리아와 이라크, 그리고 아프리카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슬람이던 기독교던 그 뿌리는 구약입니다. 모세의 율법에서 시작하지요.”

나는 말을 이었다.

“이슬람의 모스크건, 카톨리 성당이건, 또 프로테스탄트의 교회건......

모든 교회들이 성전이란 이름으로 그들의 권력을 위해 더 큰 교회들을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하고,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

“그래요, 제레미아는 그것을 경고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천 년이 지난 지금 당신은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가소로운 말로 들리시겠지만, 난 제레미아가 말한 666개의 교회를 찾아 그것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길 것입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언젠가 메기나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 누군가가 저의 기록에 표시된 교회들을 하나씩 허물겠지요. 그때까지 제레미아의 비밀과 기록들이 지켜져 보관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와의 대화는 꽤 오랫동안 이어졌고 대화를 마친 나는, 그가 건네준 두 번째 파일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당을 나오며 파블로가 말했다.

“예수는 좋은 사람 이예요. 그의 말대로 신은 교회가 아니라 우리들 가슴속에 계실 겁니다.

하아! 아일린을 못 본 지도 오래되었군요. 당신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아이가 생각납니다.”


난 이스탄불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파블로가 건네준 삼백 여장의 사진들을 꼼꼼히 살피고, 또 살폈다.

그리고 제레미아가 말한 여섯 명의 사도들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

"베드로, 바울, 마테, 요한, 그리고 바돌로메와 안드레"


이스탄불을 떠나기 전날 밤 아일린에게 메일을 썼다.


“보고 싶은 아일린에게-

내일 이스탄불을 떠나려 해.

그동안 터키에서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가슴에 파피루스처럼 묻고, 내 땅 한국으로 갈 거야.

가는 길에 세부에 들려 사니를 보고 가겠지.

어쩌면 그곳에서도 앙크를 보게 될지 몰라.

넌 내가 황량한 사막을 목말라 걸을 때,

거기서 발견한 샤프론(Saffron) 같았어.

네 삼촌이 말씀하시더라.

신은 교회가 아니라 우리들 가슴속에 있다고.

우리 가슴속의 신이 항상 함께할 거야.

사랑한다.

-Kenneth-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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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geno
    작성일
    16.08.04 22:43
    No. 1

    졸필이라뇨. 흥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청아람
    작성일
    16.08.04 23:10
    No. 2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찾아 뵙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말로링
    작성일
    16.08.04 23:05
    No. 3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ㅎㅎ
    혹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가실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청아람
    작성일
    16.08.04 23:17
    No. 4

    반갑습니다.
    옴니버스식은 아닐것 같구요. 람세스 교수도 같은 스토리내에 있는 인물이니까요.
    시점이 일인칭 작가적 시점으로 시작하다 보니, 전개 과정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뭐, 신경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생각 나는대로 이어갈 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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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악마의 최후 - 제 34화 16.08.25 272 12 13쪽
33 작전 실행(2)- 제 33화 +1 16.08.24 269 7 15쪽
32 작전 실행(1) - 제32화 +1 16.08.23 353 7 13쪽
31 장기적출 - 제31화 +9 16.08.22 521 8 12쪽
30 장기밀매의 현장 (2) -제 30화 +8 16.08.21 310 9 12쪽
29 장기밀매의 현장 (1) -제 29화 +9 16.08.20 587 6 12쪽
28 피오나의 복수 -제 28화 +2 16.08.19 411 9 12쪽
27 복수의 시작(2) 제 27화 +4 16.08.18 438 8 13쪽
26 복수의 시작(1) -제 26화 +6 16.08.17 560 9 12쪽
25 파라오 -제 25화 +5 16.08.16 500 10 11쪽
24 차도살인(借刀殺人)―제 24화 16.08.14 452 10 9쪽
23 악마의 수괴 -제 23화 +2 16.08.14 353 10 9쪽
22 쿠르드족의 여전사 -제22화 +3 16.08.13 467 11 11쪽
21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4 16.08.12 546 13 10쪽
20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9 16.08.11 523 13 9쪽
19 드러나는 속살-제19화 +8 16.08.11 758 16 7쪽
18 성화궁-제18화 +12 16.08.10 600 19 8쪽
17 다섯번째 동그라미-제17화 +4 16.08.09 652 15 10쪽
16 장기밀매-제16화 +4 16.08.08 667 17 11쪽
15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6 16.08.07 665 14 9쪽
14 바울의 사자들-제14화 +2 16.08.05 683 19 12쪽
»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4 16.08.04 667 21 8쪽
12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12화 +4 16.08.04 722 19 9쪽
11 첫 번째 악마의 표식-제11화 +1 16.08.03 595 24 7쪽
10 안타키야 – 제10화 16.08.01 670 27 6쪽
9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16.07.31 686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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