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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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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최근연재일 :
2016.08.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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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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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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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파라오 -제 25화

DUMMY

호텔로 돌아온 나는 점심을 거른 채 4시간을 앉아 있었다.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제이콥 박사님 부탁합니다. 한국에서 온 Mr. Jung 입니다.”

잠시 후 노인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래, 결정했나?”

“예, 하겠습니다. 성화궁을 완성해야 하니까요.”

“좋아. 공항으로 가기전 사무실에 들르면 비서가 봉투를 하나 줄 거야.

그 안에 자세한 내용이 들어 있으니 읽어 보게나.

노파심에 덧붙이겠네.

난 자네에게 신뢰를 주었네. 자네는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생각해 보게. “


노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난 짐을 정리하고 호텔을 나왔다.

그리고 L.O.P. 재단 본부로 갔다.


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비서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파란색 봉투 한 개를 내게 주었다. 봉투는 앙크십자가의 인장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난 비서가 주는 봉투를 받아 상의 안주머니에 넣고 사무실을 나왔다.


바라하스 공항을 이륙한 터키항공의 보잉 747기는 두바이로 날기 시작했다.

일부러 창가의 좌석을 택한 나는, 옆자리의 승객이 의자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자, 파란색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는 한 개의 ATM 카드와 한 장의 종이가 들어 있었다. 앙크 문양의 로고가 찍힌 L.O.P. 재단 헤드레터 밑으로 고전적인 알파벳의 글자들이 정갈한 모습으로 인쇄되어 있었다.


본명 : 정 준수

암호명 : 파라오

레벨 : 2

핫라인 : Tel- 34-91-2664 5602, E-mail- [email protected]

--------------------------------------------------------------------------

-동봉한 카드 안에 미화 15만 불이 입금되어 있습니다.

잔고가 2만 불 이하가 되면 상기한 핫라인으로 추가 입금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한도는 없습니다.

이 서류를 읽으셨으면 즉시 폐기하십시오.

-바울의 사자들-


난 화장실로 가, 종이를 잘게 찢어 변기 안에 넣고 세척밸브를 눌렀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서류는 창공으로 흩어졌다.


4시간 후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나는, 대한항공으로의 환승을

기다리며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노트북을 열고 아일린에게 메일을 썼다.


“슬퍼하고 있겠지?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마드리드에서 난, 그들의 핵심조직 안에 한발 더 들어설 수 있었어.

그들 속에, 그들의 모습으로, 그곳에 있었던 이틀 동안 난 피오나와 함께 있었다.

한시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어.

이제 준비가 끝났다.

그리고 실행한다.

슬픔을 누른 채 지켜봐줘.


이틀 후, 이스탄불 경찰에 가명으로 피오나의 실종 신고를 내.

그리고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슬픔이 견디기 힘들 땐 아부스 언덕에 올라 지중해를 쳐다봐.

그곳에 내가 서 있을 거야.


보고 싶구나.


-Kenneth-"


난 인천 공항을 빠져 나오며 최일권 장로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그래, 결과는 어떻게 됐나?”

“곧 예산집행이 시작 될 겁니다.”

“성공했다는 말이군! 좋아, 아주 좋아. 해냈군! 지금 어딘가?”

“공항입니다. 바로 대광교회로 가, 차목사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내가 미리 전화해 놓지.”

전화통화에서 그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평일 예배가 없는 날이라 그런지 교회는 썰렁했다.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자 차목사는 반갑게 일어나서 나를 맞았다.

“여어! 정집사, 일이 잘되었다며? 방금 최장로에게서 전화를 받았네.”

“예, 잘 되었습니다. 며칠 후 재단의 최종 인스펙션팀이 한국으로 올 겁니다.

형식적인 프로세스지요. 그리고 바로 예산집행이 시작 될 겁니다.”

“좋군. 일을 잘 처리해 주었어. 자네가 큰일을 한 거야.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 인스펙션 준비를 철저히 해주게나.”


난 당회장실을 나와 선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야. 지금 도착했다. 어디니?”

“와! 오빠 오기만 기다렸어. 간일은 잘 됐어?”

“그래, 지금 어디냐? 잠시 밖에서 보자.”


난 건축팀 사무실에 트렁크를 놓고 교회를 나왔다.

택시를 내려 한남동 레오나 카페에 들어서니, 선화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니?”

“글쎄, 공정 보고는 1프로 오른 걸로 올라오는데 잘 모르겠어.

그나저나 L.O.P. 재단 이사장은 어떻게 생겼어? “

“응, 그냥 평범한 시골 촌로같이 생겼더라.”

“그래? 난 대단하게 생긴 사람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며칠 전 최장로님이 나보고 은행에 가서 통장을 정리해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어. 혹시나 해서 내가 복사해 놨어. 이거야. “


난 그녀가 내놓는 복사지를 유심히 살폈다.

이스탄불의 데니즈 뱅크와 외환은행의 계좌로 작지 않은 금액이

오고 간 내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큰일을 했구나. 중요한 정보들이야.”

선화는 자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선화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와 이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교회 일로 유럽에 다녀왔다며?”

“예, 일을 마치고 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들어가 쉬어라.”

난 일어서려다 말고 다시 앉아 이모님께 말했다.

“그리고 이모님, 전 내일 교회 가까운 곳에 작은 오피스텔을 하나 얻어

옮기려고 해요. 이왕 시작한 일인데 열심히 해야지요.

아무래도 교회 가까운 곳에 있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내 잔소리가 듣기 싫어 나가려는 건 아니겠지?”

“아이, 이모님도.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교회일 열심히 하려는 거예요.”

“알았다. 그렇게 하려무나.

그건 그렇고, 너도 이제 장가갈 나이가 지났는데, 어디 감춰 논 색시라도 있는 거냐? “

“아이, 없어요. 아직 결혼 같은 거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야 쓰나. 내가 교회에서 봐 논 색시가 하나 있다. 맞선이나 한번 봐라.”

“예? 맞선이요?”

“그래, 그 나이에 혼자 있는 것도 남보기 안 좋다.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피곤할 텐데 들어가 쉬어라.”

“휴우......”

한숨을 내쉬며 일어서려는데 선화가 귓속말로 말했다.

“오빠 이제 장가가게 생겼네?”

난 아랫입술을 깨물며 불만을 표했다.


난 서강대로 근방에 작은 오피스텔 하나를 월세로 계약하고 그곳으로 숙소를 옮겼다. 에어컨, 침대 캐비닛등 기본 시설이 갖추어진 오피스텔은 당분간 혼자 기거하며 작전을 구상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용산에 나가 스캐너가 달린 프린터와 도청용 소형 녹음기, 볼펜 모양의 디지털 카메라도 구입했다.


오피스텔에서 이제부터 실행에 들어갈 작전을 구상하고,

그동안 쌓인 모든 자료들을 정리하고······.

노트북 안의 정리된 자료들을 인쇄하여 파일을 만들어 나갔다.

인쇄된 파일이 A4 용지지로 5백장이 넘었다.

그리고 파피루스와 관련된 자료와 L.O.P. 재단의 자료들을 분리했다.


마지막으로 이스탄불에서 저녁을 먹으며 찍었던 아일린과 피오나의 사진을 인쇄하여 벽에 붙이고 흑요석이 박힌 앙크 십자가를 그 위에 걸었다.


저녁 일곱 시가 되어 교회 건축팀 사무실에 팀원 5명이 모두 모였다.

공정 관리를 맡은 김요한에게서 현장상황을 보고 받았고, 기술관리의 심철호에게 구조 체의 익스펜션 조인트를 확인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10시가 다되어 최장로가 사무실문을 열며 들어섰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자네 얼굴 보려고 들렸네.

오늘 이스탄불 강림교회의 신경식 목사가 전화를 했어.

월요일 오후 네 시 반에 그가 마드리드에서 보낸 인스펙션 팀을 데리고

한국에 온다. 이틀간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갈 거야. 준비 확실히 해놓게.

이게 마지막 절차야. “

그의 목소리는, 거대한 자금이 들어오는 마지막 절차에 대한 불안과 기대로 한층 격앙되어 있었다.

“예, 최선을 다해 일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튿날 선화를 데리고 성화궁 현장을 방문했다.

사무실에서 소장으로부터 현장보고를 받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난 소장에게,

“화요일에 중요한 자체 인스펙션이 있습니다. 현장정리 깔끔하게 해놓으시고요, 인부들 복장도 신경 써 주십시오.”


월요일 오후 6시.

난 인스펙션팀이 교회로 도착하기 전 당회장 실로 올라가 차범석 목사를 만났다.


“도착 했나요?”

“응, 지금 교회로 오고 있는 중이네. 준비는 차질 없겠지?”

“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이거, 현장상황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자료입니다.

읽어보시면 그들과의 대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차목사는 돋보기를 꺼내 쓰고, 내가 준 자료를 들여다봤다.

안경 속 그의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

난 소형 녹음기의 녹음버튼을 눌러 소파의 틈새에 끼워 넣었다.

이 작고 훌륭한 성능의 녹음기는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24시간동안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자료를 읽은 차목사가 고개를 들었다.

“고맙네. 사무실로 내려가 대기하고 있게나.

그들이 도착하면 내가 연락을 줄 것이니 자네도 올라와 회의에 참석해야하네.”

“예, 그럼 내려가 기다리겠습니다.”


일곱 시가 넘어 당회장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

“올라오시랍니다.”


난 준비해 논 보고 자료를 들고 6층의 당회장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엔 이미 이스탄불의 신경식 목사와 마드리드에서 온 두 명의 스페인 사람들이 차목사와 최일권 장로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안녕하셨습니까, 신 목사님.”

“어이, 정집사님. 마드리드에서 일을 잘 처리했다고, 차목사님 칭찬이 대단 하십니다.”

“부끄럽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회의가 진행됐다.


그들은 준비해온 질문서에 따라 질문을 했고, 난 하나씩 막힘없이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회의가 끝날 무렵, 차목사가 말했다.

“내일 오전에 이분들을 모시고 성화궁 현장에 다녀와야겠네.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오전에 호텔로 찾아뵙겠습니다.”

차목사가 말을 이었다.

“됐네, 자네는 먼저 여기 마드리드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호텔로 안내해 드리게. 난 신 목사님과 할 얘기가 있네. 최장로님도 나가 보시고요.”

“예, 그럼......”


난 건장한 체구의 두 남자와 당회장실을 나왔다.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 그중 한 남자가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파라오’이십니까?”

“예, 제가 파라오입니다.”

“저는 레벨3 인 ‘데몬’입니다.

지난달 9월 14일, 이스탄불에서 이곳으로 모르는 계좌를 통해 적지 않은 돈이 오고 간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파악되는 대로 본부에 보고하시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감지하고 있습니다. 확증이 잡히는 대로 보고할 겁니다.”

“증거가 잡히면 이스탄불로 다시 가셔야 할 겁니다. “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도 침착했으며, 잘 깎아놓은 석고 같은 얼굴은 표정이 없었다.

굳게 닫힌 얇은 입술은 할 말만 골라서 뱉어낸다.


두 남자를 리치칼튼 호텔에 내려주고 오피스텔로 왔다.

난 파일을 열어 며칠 전 선화가 건네준 은행 거래내역 사본을 열었다.

2003년 9월 14일의 거래내역을 찾아보았다.

역시 있었다. 그날 한국의 외환은행에서 이스탄불의 데니즈 뱅크로 미화 8만 불이 이체 되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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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악마의 최후 - 제 34화 16.08.25 272 12 13쪽
33 작전 실행(2)- 제 33화 +1 16.08.24 270 7 15쪽
32 작전 실행(1) - 제32화 +1 16.08.23 353 7 13쪽
31 장기적출 - 제31화 +9 16.08.22 521 8 12쪽
30 장기밀매의 현장 (2) -제 30화 +8 16.08.21 310 9 12쪽
29 장기밀매의 현장 (1) -제 29화 +9 16.08.20 587 6 12쪽
28 피오나의 복수 -제 28화 +2 16.08.19 411 9 12쪽
27 복수의 시작(2) 제 27화 +4 16.08.18 438 8 13쪽
26 복수의 시작(1) -제 26화 +6 16.08.17 560 9 12쪽
» 파라오 -제 25화 +5 16.08.16 501 10 11쪽
24 차도살인(借刀殺人)―제 24화 16.08.14 452 10 9쪽
23 악마의 수괴 -제 23화 +2 16.08.14 353 10 9쪽
22 쿠르드족의 여전사 -제22화 +3 16.08.13 467 11 11쪽
21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4 16.08.12 546 13 10쪽
20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9 16.08.11 523 13 9쪽
19 드러나는 속살-제19화 +8 16.08.11 758 16 7쪽
18 성화궁-제18화 +12 16.08.10 601 19 8쪽
17 다섯번째 동그라미-제17화 +4 16.08.09 652 15 10쪽
16 장기밀매-제16화 +4 16.08.08 667 17 11쪽
15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6 16.08.07 665 14 9쪽
14 바울의 사자들-제14화 +2 16.08.05 684 19 12쪽
13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4 16.08.04 667 21 8쪽
12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12화 +4 16.08.04 722 19 9쪽
11 첫 번째 악마의 표식-제11화 +1 16.08.03 595 24 7쪽
10 안타키야 – 제10화 16.08.01 670 27 6쪽
9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16.07.31 686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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