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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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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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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42

작성
16.08.1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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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드러나는 속살-제19화

DUMMY

제19화


아침을 먹고 난 두바이 현장의 본사가 있는 충무로 남성 빌딩을 찾았다.


현장 소장으로 있었던 김정훈 이사는 사무실에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어제서야 돌아왔습니다.”

“그래, 앉게나. 귀국이 좀 늦었네?”

“예, 오는 길에 터키에 들렀었습니다.”

“그러잖아도 전화하려던 참이야.”

“무슨 일 있나요?”

“응, 사우디, 제다 현장에 문제가 좀 있어. 내가 가 봐야 할 것 같아.

교각 밑의 미디언 배리어(도로의 중간 분리대)가 문제야. 두 개의 철판 몰드로 샘플을 찍었는데 3번이나 빠꾸 맞았어. P.C.'(조립식 콘크리트)의 철판 몰드가 이형 곡선이라 제품을 붙여 놨을 때 이가 안 맞아.“

“이가 안 맞다니요?”

“A몰드에서 나온 콘크리트 제품과 B몰드에서 나온 제품을 붙여 놓으면 곡선 부분이 다르다는 얘기야. 아직 이형 곡선을 접는 벤딩 기술이 없어. 설계 변경을 요구했지만, 감독 회사가 거부했지. 무조건 맞추라는 거야.”

“몰드가 총 몇 개나 필요합니까?”

“올해 안에 8천 개를 찍어내야 하니까, 최소 150개가 필요해.”

그는 p.c.(조립식 콘크리트) 설계도를 내게 보여주며 사정을 얘기했다.

난 두바이에서 P.C.설계사로 5년을 김 이사와 일했다.

“난 한참 동안 도면을 드려다 보고 말했다.

“저는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일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힌트를 하나 드리지요.”

“자네만 한 P. C. 전문가를 찾기는 어려운데, 문제로군. 그래, 그 힌트란 게 뭔가?”

난 종이에 그림을 그려 가며 설명을 했다.


“예, 몰드를 철판이 아니고 F.R.P.로 만드는 겁니다. 일단 도면대로 목형을 하나 만들고요, 그 목형 위에 F.R.P.를 부어 150개의 F.R.P.몰드를 찍어냅니다. 하나의 목형에서 찍어낸 몰드니 당연히 모양이 똑같을 수밖에 없지요. 재료비는 좀 더 들겠지만 벤딩을 하지 않아도 되니 몰드 원가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군. 역시 자네는 이 분야에 전문가야.“

김이사는 내가 준 아이디어에 만족했다. 난 이때다. 싶어 그에게 말했다.

“이제 제가 문제를 해결해 드렸으니 한 가지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어, 그래. 말해 봐. 내 힘으로 되는 거라면 들어 줘야지.”

“두바이 현장에서 저와 함께 있었던 필리핀 전기 엔지니어 아시지요?”

“응, 사니 말인가?”

“예, 그 친구가 요즈음 일이 없나 봐요. 사우디 가실 때 사니를 데리고 가 주십시오.”

“알았어. 그렇게 하지.”

이렇게 해서 사니의 일자리가 결정되었다.


난 김 이사의 사무실을 나오며 그동안 못 보았던 내 친구, 동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누구야? 준수 아니야? 언제 돌아왔어?”

“그래, 어제 돌아왔다. 퇴근 시간 다 된 것 같아 전화했어. 얼굴 한번 보자.”


박동근. 이 친구는 나와 고등학교 동창이고, 전공은 달랐지만 같은 대학을 다녔다. 신방 과를 졸업한 그는 신문사 수습기자로 사회의 첫발을 디뎠다. 대학 시절부터 진보성향이 강했던 그는, 기자로서 재벌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사를 썼고 데스크의 미움을 사 쫓겨나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진보 성향의 작은 신문사에 기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며 5년 만에 마주 앉았다.

다니는 직장은 견딜 만하냐?“

“뭐, 그냥······. 월급은 적어도 쓰고 싶은 기사를 마음껏 쓸 수 있으니 스트레스는 없다.”

동근은 다시 물었다.

“그래 언제 또 나가니? 이번엔 어디야?”

“당분간은 한국에 있으려고 해. 너처럼 글이나 쓰면서 좀, 쉬어야겠다.”

“글을 써? 무슨 글을 쓰는데?”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고, 그냥 황당한 추리 소설을 하나 써 볼까 해.”

“하, 하······. 그래, 그거 좋지. 쉬면서 소설을 쓴다? 내겐 참 꿈같은 얘기구나. 부럽다.”

그날 저녁 우리는 그렇게 회포를 풀었다.


소주 두 병을 둘이서 비우고 이모님 집으로 돌아왔다.

이모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고, 선화가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오빠, 술 마셨구나. 저녁은?”

“응, 동근이 만나 소주 한잔 했어. 들어가 쉬어라.”


방으로 들어와 노트북을 열었다.

아일린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보고 싶은 분에게,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간 기분이 어떠세요?

고향은 엄마 품 같지요.

늘 그곳에 있고,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 고향인 거 같아요.


이스탄불 강림교회 여직원인 피오나와는 많이 친해졌어요. 마치 오래 사귄 친구 같아요. 피오나는 우리 일에 적극적이고, 신뢰가 가는 여자예요.

제가 당신 얘기를 했더니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준 정보예요.


강림교회의 장기 기증운동은 이라크와 시리아 쪽에서 넘어오는 난민들이 주 대상인거 같아요. 그녀가 빼내온 명단에 의하면, 기증받은 장기는 앙카라의 ‘강림원’이라는 병원에서 제삼자에게 이식되고, 병원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요. 그렇게 모인 돈은 L.O.P.재단의 마드리드 본사로 넘어가고, 다시 거대한 자금이 이스탄불 강림교회의 신경식 목사 계좌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신 목사는 그것을 한국의 ‘성화재단’이란 계좌로 보내는 거예요.


신경식 목사와 강림교회 그리고 강림원의 계좌 내역을 사진 파일로 첨부했어요.

여기까지예요. 또, 메일 드릴게요.

-아일린-“


이제 이 거대한 조직의 움직임과 자금의 흐름이 윤곽을 잡아 나간다.

이렇게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속살이 드러나는 것을, 사람들은 왜, 그들의 말을 신뢰하는 걸까?


증거를 찾아야 해. 그리고 성화궁을 막아야 해.

적어도 이 땅에 괴물이 자리를 잡는 걸 보고 있을 수많은 없어. 무언가 막연한 사명감에, 가슴속 저, 밑바닥부터 의지가 꿈틀대고 있었다.


그리고 난, 사니에게 메일을 썼다.


“안녕하신가 친구!

오늘 성산건설 김이사를 만났어.

그에게 네 이야기를 했어. 다음 달에 사우디 제다 현장에 간대.

그때 너한테 연락을 할 거다. 그리고 넌 사우디 현장으로 가게 될 거야.


그리고 네게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

지난번 성요한 교회에서 빼내온 자료에 의하면,

L.O.P.재단으로 오고 간 은행계좌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메트로뱅크, 301-114-1678이고,

다른 하나는 BDO뱅크, 1164-7010-814야.

예금주는 벤자민 신부다.


두 개의 은행으로 가, 이 계좌의 지난 거래 내역을 입수 해야 해.

어렵겠지만 필리핀이니 가능하리라 본다.

그리고 몸조심하는 거 있지 말고.

-Kenneth-


난 메일의 Send 버튼을 누르고 잠시 눈을 감았다.

자료가 싸여 가고 있었다.

이제 모인 자료들을 어떻게 꿰어 맞춰야 하나······.


목에 걸려 있던 앙크 십자가의 흑요석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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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작전 실행(2)- 제 33화 +1 16.08.24 270 7 15쪽
32 작전 실행(1) - 제32화 +1 16.08.23 353 7 13쪽
31 장기적출 - 제31화 +9 16.08.22 521 8 12쪽
30 장기밀매의 현장 (2) -제 30화 +8 16.08.21 310 9 12쪽
29 장기밀매의 현장 (1) -제 29화 +9 16.08.20 587 6 12쪽
28 피오나의 복수 -제 28화 +2 16.08.19 412 9 12쪽
27 복수의 시작(2) 제 27화 +4 16.08.18 438 8 13쪽
26 복수의 시작(1) -제 26화 +6 16.08.17 561 9 12쪽
25 파라오 -제 25화 +5 16.08.16 501 10 11쪽
24 차도살인(借刀殺人)―제 24화 16.08.14 452 10 9쪽
23 악마의 수괴 -제 23화 +2 16.08.14 353 10 9쪽
22 쿠르드족의 여전사 -제22화 +3 16.08.13 467 11 11쪽
21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4 16.08.12 546 13 10쪽
20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9 16.08.11 523 13 9쪽
» 드러나는 속살-제19화 +8 16.08.11 759 16 7쪽
18 성화궁-제18화 +12 16.08.10 601 19 8쪽
17 다섯번째 동그라미-제17화 +4 16.08.09 652 15 10쪽
16 장기밀매-제16화 +4 16.08.08 667 17 11쪽
15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6 16.08.07 665 14 9쪽
14 바울의 사자들-제14화 +2 16.08.05 684 19 12쪽
13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4 16.08.04 667 21 8쪽
12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12화 +4 16.08.04 722 19 9쪽
11 첫 번째 악마의 표식-제11화 +1 16.08.03 595 24 7쪽
10 안타키야 – 제10화 16.08.01 670 27 6쪽
9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16.07.31 687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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