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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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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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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07.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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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마르하르의 비밀-제3화

DUMMY

-마르하르의 비밀-


아침 10시에 눈을 떴다.

언제나 그렇듯, 발코니창 너머의 바다는 지중해 주변국들의 오랜 역사를 품은 채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여니, 아일린의 문자가, 내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나시면 내려오세요. 주무시는 것 같아 이침 식사는 안 갖다 드렸어요. 빵과 커피가 남아있으니 내려오셔서 드세요.'


곤히 자고 있는 사니를 남겨둔 채 카메라를 들고 아래층 주방으로 내려갔다.

아일린이 커피를 데워 에크멕(터키 식빵)과 함께 내놓는다. 난 식사를 하며 아일린에게 말했다.

"잠도 못 잦겠군."

"잠시 눈을 붙였어요. 피곤하긴 하지만 어젯밤 경험은 정말 근사했어요."


난, 가지고 내려온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열어, 지난밤 교회 지하 묘역에서 찍은 사진들을 아일린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가리키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 묘비에 새겨진 글자, 읽을 수 있겠어?"

그것은 어젯밤 지하실에서 찍은 마르하르의 묘비 사진 이었다.

"아니요, 마르하르의 이름은 읽을 수 있겠는데, 나머지 글자들은 워낙 오래된 고어들이라 무슨 뜻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한참을 들여다보던 아일린이 말을 이었다.

"사진을 줘 보세요. 제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께 보여드려 볼게요. 신부님은 콥트어 성경에 익숙하시니까 아마 알아보실지도 몰라요."

난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을 다운받아 인쇄하여 그녀에게 주었다.


그날 오후에 아일린은 사진을 들고 그녀가 다니는 성당으로 갔다.

어느새 그녀는 나의 모험에 동참하고 있었다.


미사가 없는 날에도 교회는 항상 열려있었다. 그녀는 본당에 들어서며 성수를 손끝에 묻혀 가슴에 성호를 그었다. 뒷줄 좌석에 앉아 잠시 묵상한 그녀는 본당과 연결된 통로를 따라 고해 성소로 갔다.

이미 사람들이 줄지어, 고백성사를 드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아일린은 컨페션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 커튼 뒤의 신부님과 마주 앉았다.


"주를 찬미 하나이다. 사소한 죄의 고통이 항상 제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이교도의 땅에서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주를 의심합니다."

짧은 고백 속에서, 아일린은 지난밤에 있었던 그녀의 경험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목소리 만으로 그녀가 아일린이라는 것을 아는 '안드레아'신부는,

"성령께서 늘 그대와 함께 할 것입니다. 기도 속에서 주님의 말을 들어 보세요.

당신의 고백으로 주께서 당신의 죄를 사하십니다."


아일린은 짧은 고백성사를 끝내고 나오며 신부님께 말했다.

"감사합니다. 컨페션(카톨릭의 고백성사)이 끝나시면 사제실에서 잠시 뵙고 싶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잠시 후 고백성사를 마친 아일린은 사제실에서 안드레아 신부와 마주 앉았다.

"아일린, 오랜만이군. 그래, 어머니는 건강하신가?"

"예, 나이에 비해, 항상 기운이 넘치시지요."


안드레아 신부는 그녀가 어릴 적 카톨릭 교리 선생님이었고, 아일린의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던날, 그곳을 방문해 축복식을 해 주기도 했었다. 아일린은 가져간 사진을 신부님께 보여드렸다.


"이 묘비에 새겨진 글자들의 뜻을 알고 싶어요."

"요즘도 역사학에 매달려 있나? 네가 이태리나 독일에서 태어났다면, 너는 훌륭한 역사학자가 되었을 거야."

덕담을 하며 안드레아 신부는 돋보기를 꺼내 쓰고 사진의 글자들을 들여다봤다.


"'마르하르'의 라피다(묘비)로군."

한눈에 그것이 제레미아 교회의 지하 묘역에서 찍은 사진임을 알아본 안드레아 신부는,

"정부가 막아놓은 곳에 들어갔었군. 하여간 네 호기심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하하... 나도 오래전에 그곳에 몰래 들어갔었지. 그곳은 나 같은 신부들이 죽으면 묻히는 장소야."


그는 별게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제레미야 교회는 이단 교회야.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도 그 교회를 사용하지 않지. 나도 호기심에 그곳에 들어가 봤고 거기서 '마르하르'의 묘비에 새겨진 글자를 읽었지. 워낙 고대어라 나도 읽는데 애먹었어. 덕분에 내 콥트어 실력도 늘었지."


그는 일어나서 캐비닛 속에 보관해 놓았던 마르하르 묘비의 해석본을 꺼내 아일린에게 보여 주었다.

"모든 이단 교회들이 그렇듯이 신비감을 주려는 의도에 불과해."

안드레아 신부가 넘겨준 그 해석본을 읽어 내려가면서, 잠시 아일린의 눈 끝이 긴장했다.

"한 장 복사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론이지"

해석본을 집어 복사기 쪽으로 가면서 안드레아 신부는 말을 이었다.


"그게 언제더라? 네가 꼬마였을 때야. 네가 나에게 바닷가에서 주은 돌멩이 하나를 가져다 보여주었어. 그리고 그게 예수의 얼굴같이 생겼다는 거야. 그래서 그건 중요한 것이니, 내게 성물 축도를 해달라고 했지. 난 너의 상상력을 짓밟고 싶지 않아 신부가 된 후 처음으로 돌멩이에다 대고 성호를 그었어."

"헤, 헤... 저도 기억나요. 전 신부님께 항상 골치 아픈 소녀였지요."

"그렇지 않아. 넌 하찮은 돌멩이 속에서도 예수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아이였단다."


안드레아 신부로부터 묘비의 해석본을 넘겨받은 아일린은 성당을 나오자마자 바로 내게 문자를 보냈다.


'해석했어요. 어젯밤 만났던 카페에서 기다릴게요"

난 지체 없이 그 카페로 갔다. 이일린은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테이블 위에 종이 한 장을 올려놓았다.

"안드레아 신부님이 해석하신 거예요. 신부님은 이 묘비를 알고 계셨어요. 이교도의 묘비라 하시더군요."

아일린은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글자를 하나씩 짚으며 해석본을 읽어 내려갔다.


"-마르하르의 묘-"


"말씀을 어기고 교회를 세우니 주께서 분노하시니라.

여섯 사탄이 내게 들어와 나의 눈을 멀게 하였으니,

죽은 나의 영혼이 주께로 가지 못함이로다.

허물이 없는 자가 여인 속에 감추어진 비밀을 열고,

메기나(아마겟돈의 고어)에서 사탄의 열두 성을 허물 것이니

주께서 하늘문을 열고 내려오시매,

그의 손을 잡아 이끌 것이다."


설명을 마친 그녀의 깊고 푸른 눈동자는 내 눈을 응시하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비밀이란 게 뭘까?"

"비밀은 그곳에 있어요."

"그렇다면 그 비밀을 찾아야지."

나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입술 끝을 올리며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오늘 밤 열두 시에 출발할 거야. 같은 장소에서 만나지."


방으로 돌아왔을 때 사니는 이스탄불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일 새벽 4시 비행기를 예약해 논 상태였다. "잠깐 얘기 좀 하자."

아일린이 준 종이를 보여주며 또 한 번 그를 설득시켜야 했다.

"아일린이 그 묘비에 새겨져 있던 글자들을 해석해냈는데, 그 교회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 같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니는 볼맨 소리로,

"너, 또 그 교회에 가자는 거라면, 아서라. 난 이스탄불로 간다. 정 가고 싶으면 아일린하고 같이 가."

난 오늘 밤 계획에 사니가 필요했다. 그래도 덩치 큰 놈이 함께 있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사니, 내 말 들어봐, 꼭 가봐야 해. 네가 필요해. 넌 내 친구잖아? 마지막이다. 12시에 출발할 건데 일찍 끝나고 돌아오면 비행기 탈 수 있을지도 몰라."

"하필이면 왜 오밤중에만 가자는 거야? 그것도 공동묘지에."

"정부에서 출입 금지시킨 곳이잖아. 누가 보기라도 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어. 딱 한번 만이다. 제발......"

그렇게 한참을 설득시켜서야 사니의 협조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날 밤 열두 시에, 아일린이 운전하는 빨간색 폭스바겐은 달빛을 받으며 안탈리아의 해변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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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9 ulk
    작성일
    17.04.14 10:16
    No. 1

    두근두근.. 종교와 관련된 미스터리물은 현실적이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여서 더욱 재미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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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장기밀매의 현장 (1) -제 29화 +9 16.08.20 58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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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복수의 시작(2) 제 27화 +4 16.08.18 438 8 13쪽
26 복수의 시작(1) -제 26화 +6 16.08.17 562 9 12쪽
25 파라오 -제 25화 +5 16.08.16 501 10 11쪽
24 차도살인(借刀殺人)―제 24화 16.08.14 453 10 9쪽
23 악마의 수괴 -제 23화 +2 16.08.14 354 10 9쪽
22 쿠르드족의 여전사 -제22화 +3 16.08.13 468 11 11쪽
21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4 16.08.12 547 13 10쪽
20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9 16.08.11 523 13 9쪽
19 드러나는 속살-제19화 +8 16.08.11 759 16 7쪽
18 성화궁-제18화 +12 16.08.10 601 19 8쪽
17 다섯번째 동그라미-제17화 +4 16.08.09 652 15 10쪽
16 장기밀매-제16화 +4 16.08.08 668 17 11쪽
15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6 16.08.07 665 14 9쪽
14 바울의 사자들-제14화 +2 16.08.05 684 19 12쪽
13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4 16.08.04 667 21 8쪽
12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12화 +4 16.08.04 723 19 9쪽
11 첫 번째 악마의 표식-제11화 +1 16.08.03 595 24 7쪽
10 안타키야 – 제10화 16.08.01 670 27 6쪽
9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16.07.31 687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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