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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죽지 않은’ 크로캅, 클린치로 끝자락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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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35·크로아티아)이 격투인생 끝자락에 멋진 훈장을 추가했다.

크로캅은 지난 16일(한국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아레나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했다. 전성기에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불혹의 나이에 달성한 셈이다.

사실 크로캅이 우승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K-1 선수층이 얇아졌다 해도 크로캅은 나이를 먹었고, 예전 같은 순발력과 날카로운 타격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결승전까지 하루에 3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체력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 같은 요소들도 우승에 대한 크로캅의 갈망을 막지는 못했다. 제렐 밀러-파벨 주라블에프-이스마엘 론트 등은 패기 넘치는 강자들이었지만, 차례로 크로캅 우승 제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8강서 맞붙은 거구의 밀러는 크로캅과 접전을 치렀다. 펀치와 킥 대결에서는 크로캅의 유효타가 많았지만 밀러의 계속되는 니킥 역시 만만치 않았다. 결국 경기는 크로캅의 판정승. 판정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쪽은 크로캅이기에 승리 자체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4강 주라블에프전에서는 크로캅의 노련미가 빛났다. 카탈린 모로사누를 꺾고 상승세를 탄 주라블에프를 상대로 정확하게 미들킥을 꽂아 넣은 것은 비롯해 틈틈이 점수로 연결될만한 공격을 성공시켰다. 전체적인 양상으로 봤을 때는 주라블에프 역시 크게 밀리지는 않았지만 노련한 크로캅은 점수를 따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듯했다.

결승에서 만난 이스마엘 론트도 만만치 않은 강자였다. 8강에서 우승후보 중 하나인 헤스디 거지스를 KO로 물리친 데 이어 4강에서는 제바드 포투락마저 격침시켰다. 거기에 띠 동갑의 나이차에서 오는 파워-체력 등을 감안했을 때, 크로캅이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크로캅은 노련했다. 패기 넘치던 젊은 시절, 어네스트 후스트 등 노련한 파이터들에게 번번이 발목을 잡혔지만, 이번엔 젊은 선수에게 한 수 가르쳐줬다. 힘으로 응수했을 때는 론트에 뒤졌을지도 모르지만, 타이밍 싸움과 경기운영 능력 등에서 완숙함을 과시하며 낙승했다. KO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장기인 왼발 하이킥으로 다운을 빼앗는 등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전성기 크로캅은 백스탭-사이드스탭 등으로 상대의 공격을 흘리면서도 동체시력-스피드를 활용해 타격을 꽂아 넣는 '스나이퍼(sniper)'스타일이었다. 공격적인 아웃파이팅을 구사하던 크로캅은 나이를 먹으면서 위력이 약해졌고 그로 인해 급격한 하락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K-1 무대에서의 크로캅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로 변모했다. 전성기 스피드가 나오지 않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공수전환 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한 것.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클린치다. 크로캅은 젊은 시절에도 클린치 플레이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본래 맷집과 가드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닌 만큼, 맞지 않는 파이팅 스타일을 펼치다보니 회피능력과 더불어 괜찮은 클린치 실력(?)까지 갖추게 됐다.

2001년 3월, 'K-1 Gladiators 2001'에서 있었던 피터 아츠와의 격돌이 좋은 예다. 당시 크로캅은 반 박자 빠르게 끌어안고 밀어내는 플레이로 아츠의 빰 클린치 니킥을 무력화시킨 바 있다. 종합무대에서 오랜 기간 뛴 덕인지 크로캅의 클린치 플레이는 예전 K-1시절보다도 훨씬 좋아졌다. 체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젊고 힘 센 상대들과의 몸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이날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크로캅은 클린치를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크로캅은 상대 선수들의 공격이 나오려는 찰나 반 템포 먼저 펀치와 킥을 내 흐름을 끊어버리는 노련미를 선보였다. 아무리 이런 플레이에 능숙하다 해도 경기 내내 그럴 수는 없다. 경기가 진행되다보면 흐름을 놓칠 때도 있고 자신이 타이밍을 빼앗겨 역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한 순간 크로캅은 클린치를 활용했다.

상대의 맹공이 시작되려는 찰나 혹은 거리싸움에서 밀릴 때 덥석 끌어안고, 반대로 상대가 클린치를 사용하면 자신은 손을 떼어버렸다. 더불어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순간에 잔 펀치를 적극적으로 내는 등 MMA의 더티 복싱을 연상케 하는 플레이로 상대를 힘들게 했다. 불혹의 나이에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은 크로캅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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