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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KCC 강병현, 추승균 잇는 이지스함 살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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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KCC는 프로농구 최고명문답게 수많은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컴퓨터가드' 이상민, '캥거루슈터' 조성원,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이조추 트리오'를 비롯 허재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뀐 후에도 '하킬' 하승진, '강페니' 강병현, '신론도' 신명호, '앵클브레이커' 전태풍 등 기량과 상품성을 두루 갖춘 스타들이 쏟아져 나왔다.

올 시즌에는 '데릭민구' 김민구, '경상버슨' 박경상, '레지민국' 장민국 등이 차세대 스타의 자질을 선보이며 용트림하고 있다.

이렇듯 엄청난 스타들이 뜨고지는 KCC에서 가장 롱런한 선수는 다름아닌 추승균(40·현 KCC 코치)이다. 한창 리그를 독식하던 '1차 왕조'시절, 이상민-조성원 등에 가려 3인자 이미지도 강했고 이후에도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1인자를 보좌하는 궂은일을 많이 담당했지만 최후까지 살아남아 이지스에서 은퇴식까지 치른 선수는 결국 추승균이었다.

추승균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충분히 '에이스'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너무나도 다재다능(?)했기에 다른 슈퍼스타급 플레이어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코 추승균이 그들보다 능력이 떨어져서는 아니었다. 다만 이러한 궂은 일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추승균의 그늘아래서 이상민-조성원은 더욱 펄펄 날 수 있었다.

조성원은 외곽 슈터로서의 능력은 뛰어났지만 작은 신장으로 인해 수비에서 문제가 있는 선수였다. 따라서 동 포지션 상대팀 선수들의 집중표적이 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추승균은 상대팀의 주득점원을 꽁꽁 틀어막는 것은 물론 수시로 도움수비까지 펼치며 조성원의 수비부담을 덜어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구태여 조성원과 함께 3점슛을 뿜어내기보다는 미들라인에서 슛을 쏘면서 팀의 화력에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시켜줬다.

추승균은 누구보다도 팀플레이를 잘 소화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때문에 그와 이상민의 호흡은 무척 잘 맞았고 그가 코트에 있음으로 해서 소속팀의 조직력은 더욱 극대화되었다. 이상민의 빠른 긴 패스를 받아 득달같이 속공으로 마무리 짓는 능력도 정상급이었다.

이상민-조성원이 나간 이후 추승균은 명실상부한 에이스의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그는 결코 '살림꾼' 역할을 버리지 않았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우선 신경을 쓰는 것은 물론 뛰어난 가드가 없는 팀 내 사정상 볼 배급 및 게임리딩에도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감독이나 팀 내 동료들로서는 이러한 추승균의 헌신에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추승균 입장에서는 누적기록 등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화려한 각종 타이틀은 항상 그를 빗나갔다. 과거 동료였던 이상민 현 서울삼성 코치 역시 바로 이러한 점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KCC에서 과거 추승균 역할을 하는 선수는 강병현(29·193㎝)이다. 폭발적인 돌파에서 이어지는 드라이브인과 스탑 점프슛 그리고 준수한 외곽슛 능력 등 전천후 공격력을 감안했을 때 화려한 플레이에 집중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는 수비나 보조리딩 등 궂은일부터 앞장서는 마당쇠 마인드를 갖춘 팀내 리더다.

그는 추승균이 그랬듯 자신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지 팀에 도움을 줄 능력을 갖고 있다. 상대팀의 주포를 꽁꽁 틀어막는 것은 물론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동료의 플레이를 살려주는데 능하다. 장신 2번으로서 1번을 도와 리딩을 돕는 것은 물론 3-4번 수비에 구멍이 생기면 직접 해당 포지션에 뛰어들어 빈자리를 채워주기도 한다.

어찌보면 이같은 플레이는 선수 자신에게 굉장한 과부화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원체 활동량이 많은데다 자신 이외의 포지션까지 소화하다보면 체력은 물론 본 역할에 대한 감까지 떨어지기 일쑤다. 기록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사정을 모르는 타팀 팬들같은 경우 강병현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외려 강병현은 외국인코치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안양 KGC 외국인 코치를 지냈던 스티브 영은 유럽에서 선수와 지도자로서 높은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특히 그리스 리그에서 2번이나 MVP를 수상했고 대표팀 주장까지 경험하는 등 레전드로 군림했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NO.1 슈팅가드로 꼽은 이가 강병현이다.

팀 사정상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가드의 탈을 쓴 포워드형 슈터들에 비해 기록이 떨어져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저평가당하기도 했지만 세계적 지도자 스티브 영의 눈에 비친 강병현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천후 가드였다.

너무도 많은 짐을 떠안고 가기에 강병현은 지금 당장은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추승균이 그렇듯 현재의 마인드와 성실함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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