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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너덜너덜 KIA 불펜’ 어센시오 성공 열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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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새로운 마무리감으로 하이로 어센시오를 영입했다.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는 불펜에 한이 맺힌 팀이다.

전신 해태 시절만 해도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광주 수호신’ 임창용, ‘가을까치’ 김정수 등 화려한 불펜 자원을 자랑했지만 KIA로 팀명이 바뀐 후에는 마무리투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시즌이 많았다.

오봉옥-이강철-박충식-최향남 등 노장들을 내세워 돌려막는가하면, 진필중을 영입하기도 했다. 또 다니엘 리오스-김진우-앤서니 르루 등 선발 자원들이 마무리로 보직을 전환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노련하고 제구가 좋은 노장들은 구위가 떨어졌고, 구위가 좋은 젊은 파워 피처들은 제구와 경기 운영능력 면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중요한 순간 믿고 내보낼 마무리가 없었다.

그나마 든든한 불펜 지킴이로 활약한 투수는 윤석민을 비롯해 신용운-한기주-유동훈(09년) 정도다. 다만, 윤석민은 불펜으로도 뛰어났지만 길게 던지는데도 능한 만큼 선발진의 한축을 맡는 것이 적합했다. 신용운-한기주 등은 혹사 논란 속에서 부상이 겹치며 활약 자체가 들쭉날쭉했다.

마구잡이식 등판을 피하고 어느 정도 관리만 됐다면 신용운과 한기주는 지금까지도 KIA마운드의 한축을 담당했을 것이다. 이들의 부상 공백은 어쩌면 얇은 불펜 환경 탓에 벌어진 비극인지도 모른다.

KIA는 국내 최고의 불펜 조련사로 명성을 떨친 선동열 감독을 영입해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선동열 감독은 전력은 항상 우승 후보급으로 강했지만 큰 경기에 이상할 정도로 약하고 언제나 뒷문불안에 시달렸던 삼성 라이온스를 진정한 강팀으로 끌어 올린 경험이 있다. 선동열 감독이 있었기에 삼성은 수십 년간 2인자에 머물렀던 설움을 떨쳐내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룰 수 있었다.

특히 권혁, 권오준, 안지만, 오승환 등 리그 정상급 불펜을 키워낸 것은 선동열 감독의 최대 공적이다. 비록 선동열 감독은 떠났지만 당시 만들어놓은 탄탄한 투수진의 뿌리는 지금까지도 삼성을 강팀으로 남게 했다.

하지만 KIA 사령탑을 맡은 뒤 선동열 감독은 자존심은 너덜너덜해졌다. 삼성 시절엔 풍부한 원석들이 많아 뛰어난 지도력으로 좋은 불펜투수들을 속속 만들어냈지만 KIA는 자원자체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있던 선수들마저 부상으로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천하의 명장 선동열 감독도 없는 자원을 가지고 기적을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이다.

지난 시즌부터 선동열 감독은 토종 마무리를 일시적으로 포기하고 외국인 마무리투수를 사용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이전 시즌 선발투수였던 르루의 마무리 전환이었다. 시속 150㎞대 묵직한 강속구를 구석구석 꽂아 넣어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데다, 견제능력과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르루 카드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일단 마무리 경험이 거의 없어 소방수로서의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했다. 직구를 빛나게 해 줄 쓸 만한 변화구가 없어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얻어맞기 일쑤였다.

때문에 르루는 힘이 떨어지기 전에 직구로 상대타자를 찍어 누를 수 있도록 관리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KIA불펜은 수시로 불을 질러 르루의 부담을 가중시켰고, 르루는 마무리가 아닌 ‘중무리(중간계투+마무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르루는 20세이브를 성공시켰지만 평균자책점이 무려 4.50에 달했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하이로 어센시오(31·우투우타)를 영입했다. 우완 정통파 투수 어센시오는 건장한 체격(189cm·82kg)에서 뿜어내는 시속 140km 후반대 강속구를 비롯해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갖추고 있다.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를 바탕으로 한 제구력도 뛰어나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어센시오는 선발에 익숙한 르루에 비해 전문 마무리투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좀 더 나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르루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센시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중무리’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조력자가 필요하다. 오승환을 보좌해줬던 권혁, 권오준, 안지만과 같은 특급 셋업맨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난 시즌처럼 뻥뻥 뚫려서는 곤란하다.

KIA가 2009년 우승할 수 있었던 건 잠수함 마무리투수 유동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동훈은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는데, 이는 곽정철과 손영민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의 KIA는 불펜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은 차고 넘치지만 안정적인 활약이 보장될 만한 보증수표는 없다. 선동열 감독이 어센시오와 함께 불펜을 지켜줄 필승조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KIA의 내년성적이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문피아 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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