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웹소설의 유토피아, 글세상 문피아

최희섭(왼쪽)과 양현종.ⓒ KIA 타이거즈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다시 이를 악물고 있다.

시즌 초 선두를 달리던 KIA는 최근 넥센 히어로즈에 1위를 빼앗겼다. 그러나 현재 반 경기 차로 바짝 뒤쫓고 있어 어린이날 열리는 넥센과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면 선두 탈환이 가능하다.

올 시즌 KIA는 시즌 초부터 부상병들이 속출하고 기존 주축 멤버들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예상치 못한 전력들이 빈자리를 메우며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왼손투수 임준섭 등장과 신종길 재발견은 올 시즌 최대 수확으로 꼽힌다. 그러나 팀 내 투타 왼손 라인의 핵심 최희섭-양현종의 부활을 빼놓고 KIA의 성적을 논할 수는 없다. 최근 2시즌 간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부진으로 팬들 사이에서도 애증의 스타로 불렸던 이들은 올 시즌 들어 실추됐던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지금의 기세만 이어간다면 가장 좋았던 2009년 못지않은 성적도 예상된다.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한 최희섭은 역시 무서웠다. 매년 비시즌만 되면 여러 가지 의도치 않았던 악재가 생기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를 악물었다. 그 때문인지 최근의 최희섭은 독기가 넘친다. 찬스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드는 것은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를 했을 경우 스스로를 질책하며 투지를 불태운다. 징크스를 염려해 긴 장발을 고수할 만큼 절실하다.

이러한 최희섭의 의지는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벌써 8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SK 최정과 함께 홈런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장타율(1위), 타점(2위), 출루율(5위), 볼넷(6위), 타율(7위)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장타만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점을 찾아볼 수 없는 전천후 거포의 모습이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은 올 시즌 최희섭은 유달리 승부처에 강하다는 사실. 선두 경쟁의 분수령이 됐던 4일 넥센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최희섭은 홈런 2방을 몰아쳤는데 각각 동점과 역전 홈런이었다. 때문에 최희섭에 대한 상대 투수들의 견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럴 경우 또 다른 거포들이 앞뒤에서 우산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범호-김상현 등은 아직까지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고, 나지완은 지나치게 기복이 심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최희섭은 흔들리지 않는다. 장타욕심을 내기보다는 필요하면 단타나 볼넷으로 걸어 나가는 등 상황에 맞는 플레이로 타격 페이스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양현종은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알을 깨고 한 단계 높은 레벨로 올라섰다’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단순히 호투가 이어져서가 아니라 위기상황에서의 대처능력까지 성장하며 예전의 불안했던 널뛰기피칭을 구경하기 어려워졌다. 38.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자책점은 5점에 불과하며 평균자책점(1.17)과 다승(4승)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선발왕국으로 불리는 KIA에서도 실질적인 1선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의 양현종은 ‘구위는 좋지만 제구는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양현종의 직구는 공만 빠른 게 아니라 공 끝이 묵직해 대놓고 가운데로 던져도 쳐내기 쉽지 않다. 상위권 선발로 인정받게 된 2009년 양현종이 딱 그랬다. 당시 그는 정교한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던지는 것만으로도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은 그러한 공의 위력이 나오지 않아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이 같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고 쉼 없는 볼넷 양산과 함께 주저앉고 말았다. 올 시즌의 양현종은 2009년의 업그레이드판이다. 당시의 구위를 되찾은 가운데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까지 장착한 것. 당연히 기복은 줄었으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때 양현종은 류현진-김광현과 함께 젊은 좌완 3인방으로 불렸지만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기량과 커리어에서 많이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활약을 올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다면 그들과의 비교도 부끄럽지 않다.

최희섭과 양현종이 2009년을 넘어서는 대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인지, KIA 우승은 이들에게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윈드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