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격투기 쓴것


[격투기 쓴것] UFC 라울러 피의 전쟁 '챔피언은 이래야 한다'

썸네일

UFC에서 펀치만으로 웰터급 왕좌를 사수한 라울러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SPOTV 방송화면 캡처

현 UFC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33·미국)의 주가가 연일 치솟는다.

라울러는 지난 12일(한국시각) 열린 'UFC 189'에서 위험한 도전자로 꼽히던 로리 맥도날드(25·캐나다)를 맞이해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초반부터 우위를 점한 라울러는 한때 맥도날드의 매서운 반격에 몰려 위기에 빠졌지만, 후반 들어 다시 흐름을 빼앗고 5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웰터급은 UFC에서도 전통적으로 ‘지옥의 체급’으로 불린다. 워낙 강한 선수들이 물고 물려 상위권 도약은커녕 생존조차 쉽지 않다. 랭킹10위 안팎의 선수들이라면 모두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할 만한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한 체급에서 라울러가 챔피언으로 기세를 떨치고 있는 것은 다소 의외다. 펀치력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것도 없고 연승 행진 중에도 종종 의외의 상황에서 패했다. 더욱이 UFC 입성했을 때는 30대에 접어들어 생존만하더라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의 라울러는 웰터급 최정상에 올라서있다. 강력한 그래플러들은 물론 최고의 복슬러(복싱+레슬러), 뒷심 강한 무짓떼로(무에타이+주짓떼로) 등 다양한 조합으로 뭉친 파이터들 소게서 두 주먹만으로 제패했다. 상대들은 라울러의 파이팅 스타일을 잘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패턴의 라울러가 얼마나 웰터급에서 롱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강해도 금세 미끄러질 수 있는 체급이 웰터급이다. 하지만 라울러가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팬들로서는 나쁘지 않다. 스타일이 화끈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인트 위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닌 반드시 상대를 때려눕히겠다는 결기가 경기 내내 묻어난다.

‘수면제 대마왕’ 조르주 생 피에르(34·캐나다)가 타이틀을 독식하고 있을 때 웰터급은 그야말로 ‘재앙의 시대’였다. 생 피에르는 충분히 재미있는 경기를 펼칠 능력이 있음에도 특유의 ‘안전제일주의’ 마인드 탓에 지루한 경기를 일삼았다.

그로인해 화끈한 선수들이 넘쳐났지만 선수층에 비해 재미없다는 이미지까지 짙어졌다. 아무리 다른 파이터들이 명경기를 연출해도 챔피언이 지루해 색이 바랬다. 보다 못한 여성부 파이터 '암바 여제' 론다 로우지(28·미국)가 “재앙급 스타일이다”고 독설을 날렸을 정도다.

영악한 생피에르는 더 이상 자신의 스타일이 예전처럼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슬그머니 은퇴를 선언하며 정상에서 내려온 상태다. 마지막 경기였던 헨드릭스전은 지금까지도 편파판정 논란으로 시끄러울 정도로 사실상 패한 경기라는 게 중론이다.

라울러는 생 피에르의 지루한 스타일로 인해 상처받은 팬들에게 ‘챔피언은 이래야 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라울러는 비록 펀치 위주의 단순한 패턴이지만 경기 내내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를 넉 아웃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압박에도 능하지만 자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도 집중력을 잃지 않아 역전 카운터 등 드라마틱한 장면도 종종 만들어낸다.

맥도날드는 어려운 상대였다. 큰 키에 긴 리치를 살린 아웃파이팅을 통해 포인트를 쌓는데 능할뿐 아니라 레슬링에도 일가견이 있다. 자신만의 거리를 잡고 무표정한 얼굴로 기계처럼 상대를 부수는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다. 장대 같은 잽과 프런트 킥 그리고 로우 킥, 하이 킥을 섞어주는 패턴은 깨트리기가 매우 어렵다.

팬들 사이에서 그가 ‘제2의 생 피에르’로 불렸던 배경에는 같은 캐나다 출신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지루함을 의식하지 않는 반복적인 승리 패턴의 영향도 컸다. 그러한 맥도날드를 맞아 라울러는 동물적인 타격본능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먼저 압박해 들어감에도 맥도날드의 잽을 대부분 흘려냈고 근거리에서 나오는 앞차기 공격 역시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둘의 대결은 그야말로 혈전이었다. 펀치공방전을 주고받는 상황에서는 라울러가 압도적 우세를 잡으며 맥도날드의 얼굴을 피로 물들였다. 그러나 영리한 맥도날드가 하이킥 공격을 섞어주면서 흐름은 바뀌기 시작했고 라울러 역시 많은 충격을 받고 얼굴이 망가졌다. 피로 물든 옥타곤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둘에게 관중들은 열광했다.

4라운드 후 라울러는 격투기 역사에 남을 명장면을 연출했다. 혈전을 벌인 뒤 곧바로 자기 코너로 돌아가지 않고 맥도날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눈싸움을 벌였다. 잠시 움찔하던 맥도날드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맥도날드를 노려봤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승부는 5라운드 초반 결정됐다. 라울러의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안면에 적중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맥도널드가 주저앉았다. 4라운드까지 누적된 펀치 데미지가 맥도날드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맥도날드는 2011년부터 10번을 싸워오면서 딱 한 선수에게만 졌다. 바로 라울러다.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라울러만 없었으면 이미 정상에 등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피로 웰터급 왕좌를 사수한 라울러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282 격투기 쓴것 | '라우디' 론다 로우지도 촉촉, 파이퍼에게 바친 승리 15-08-03
281 격투기 쓴것 | 최홍만 쓴잔 때문에 생각나는 ‘한때의 괴물’ 밥샙 15-08-03
280 격투기 쓴것 | UFC 싸움꾼 추성훈…유도가 탈 쓴 타격가! 15-08-02
279 격투기 쓴것 | UFC 론다 로우지 ‘철옹성’ 전설의 무용담도 씹었다 *2 15-08-02
278 격투기 쓴것 | UFC 탈여성 론다 로우지, 신계에서 독야청청 *2 15-08-02
277 격투기 쓴것 | 악역 되어 떠난 헐크 호건, 일그러진 한때의 영웅 15-08-01
276 격투기 쓴것 | 허약해진 최홍만 '1라운드 KO패'… 크로캅 용단 필요하다 15-07-27
275 격투기 쓴것 | 최홍만 KO패 ‘끝난 것은 아니다’ 부활의 키는? 15-07-26
274 격투기 쓴것 | 최홍만 로드FC 필승 해법의 기초 '오지마 킥' 15-07-26
273 격투기 쓴것 | UFC 챔피언 벨트 잃은 벨라스케즈, 리벤지 해법은? 15-07-25
272 격투기 쓴것 | 장외서 요란한 최홍만, 링에서도 요란할까 15-07-25
271 격투기 쓴것 | '메이웨더 디스' 론다 로우지, 화끈한 암바여제의 호불호 15-07-21
270 격투기 쓴것 | ‘UFC 베우둠 또래’ 표도르 복귀…어떻게 싸울까 15-07-19
269 격투기 쓴것 | UFC ‘제2의 GSP' 맥도날드, 패턴을 바꿔라 15-07-19
» 격투기 쓴것 | UFC 라울러 피의 전쟁 '챔피언은 이래야 한다' 15-07-17
267 격투기 쓴것 | UFC ‘술법사’ 에드가, 맥그리거 마지막 장애물? 15-07-16
266 격투기 쓴것 | 최홍만 출정식 '이불킥'에서 묻어나는 승리욕 15-07-16
265 격투기 쓴것 | ‘최강 2인자’ 산토스, UFC 대반란 가능할까 15-07-12
264 격투기 쓴것 | UFC 벨라스케즈도 뻗은 베우둠 ‘2중 진법’ 파훼법은? 15-07-12
263 격투기 쓴것 | UFC ‘알도 불발’ 맥그리거, 멘데스 잡으면 대규모 파티 15-07-12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