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733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3.06.23 16:28
조회
54
추천
0
글자
13쪽

청룡검(靑龍劍)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일단 가장 단순한 방법은 쌓인 내공을 모두 없앤 뒤 다시 쌓는 것입니다. 허나 이 경우에는 내단을 담는 단전 자체가 깨질 가능성이 있어 매우 위험한 방법이지요. 절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나 주화입마로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갓난 아이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 없으니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인의 몸으로 갓난 아이 수준을 내공만 가지고 있다면 신체 역시 무너지기 쉽상이니 외단(外丹)도 필히 함께 복용해야 합니다."


"자네 말대로라면 지금 상황에서 내공을 날릴 수야 없는 노릇이지."


"도교의 무술이라 선기가 필요한 것일 뿐 대협께서는 내공 자체가 워낙 크니 적절히 잘 어울리는 무공을 찾으시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무림인이라면 죄다 부러워할 수준이니 말입니다. 또한 초식 자체는 십수년 넘게 연마하셔서 그런지 적절한 무공만 익히신다면 진전 역시 빠를 것이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러고보니 태조권이라 했나? 지금 볼 수 있겠는가?"


"네. 제대로 연마한 적은 없지만 초식 자체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말을 마치자 장전일은 4절 32식으로 이루어진 태조장권을 시연했다.


"자네 말대로 실전을 위한 무술이라 그런지 빠르고 간결하구만."


"맞습니다. 송태조께서 소림의 무술을 바탕으로 군인들을 훈련시킬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라를 세운 영웅들은 원래 대부분이 무예가 뛰어난 영웅호걸 출신이라 새로운 무술을 고안해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조권은 그 간결함과 실용성이 대단히 커보이네."


"그래서 화북의 권법들은 하나 같이 태조권의 영향을 받았지요. 소림사도 예외는 아니고 말입니다."


"아무튼 잘 봤네. 뭐가 수련을 하면서도 내내 답답했는데 자네 말을 듣고 보니 많은 깨달음이 있었네. 다만 극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니 아쉽구만."


"더러 있는 일입니다. 제 아무리 대단한 비급을 손에 넣어도 아무나 익힐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억지로 익혔다가 주화입마에 빠진 이들도 많고 말입니다. 다만 강호에는 간혹 기연이라는 것이 있으니..."


"기연이라?"


"조금 전 말씀드린 내공을 없애는 것은 내공의 운용이 절정에 이른 최고수만이 가능합니다. 다만 강호에는 이따금 내단을 없애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의 내공에서 탁기만을 갈무리해내는 기인도 있다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중양자(왕중양)께서 전진칠자 가운데 단양자(마옥), 청정산인(손불이), 장진자(담처단)를 제자로 거둘 당시 탁기를 날려주셨다 전해집니다. 세 분 모두 당시의 나이가 이미 마흔이 넘었으니 내단에 탁기가 적지 않았을 테니까요."


"흐음... 뭐 나야 사부도 없고 사문도 없으니 틀렸구만. 어쨌건 고맙네."


"그간 대협께 은혜를 입은 바가 많은데 큰 도움이 못 되어 죄송합니다."


"아니네. 자네가 지금 해준 이야기만으로도 굉장한 도움이 되었네. 앞으로 또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도 되겠나? 어쨌든 극의에 이를 수는 없다고는 하나 가문의 절기가 음양오행을 담고 있는 것이라면 자네에게 도에 대해 배우는 것만으로도 진전이 있을 것 같아 그러네."


"물론이지요. 저 또한 초식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무공이라 생각합니다. 되려 가문의 절기임에도 재차 보여주시길 부탁드리는 것이 결례라 생각하여 말씀 드리지 못했을 뿐 언제든 편히 하문하여 주십시오."


"나라가 없어질 판인데 가문의 절기를 감추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반푼만 익혀 제대로 극의에 다다를 수도 없는 것을 말일세. 자네가 배우고 싶다면 얼마든지 배워도 좋네. 어쨌든 아버지가 엄히 가르친 탓에 구결 자체는 아직도 획 하나 안 틀리고 외우고 있으니 말일세. 뭣보다 자네도 태조권을 내게 알려주지 않았나?"


"아무리 그래도..."


"나는 자네에게 도에 대해 배우고 자네는 새로운 무공의 숨은 오의를 연구할 수 있으니 상부상조하면 될 노릇 아닌가? 뭣보다 우리 부친께서 가문의 비전이니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는 말씀도 없었다네. 있었다 한들 나야 집안에서 파문당한 처지고 말일세."


"대협께서 그리해주시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전일이 읍을 하자 진웅도 예를 갖춰 읍을 하며 답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소. 장도사."


다음날부터 진웅과 장전일은 부쩍 가까워졌고, 주진은 또 정많은 진웅이 오지랖을 부려 젊은 도사를 동생처럼 챙긴다고 생각했다가 아침 저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자 연유가 궁금해져 저녁을 먹으면서 물었다.


"두 사람이 요새 부쩍 붙어다니는구만. 좋은 게 있음 나도 좀 알려주게."


"아, 장도사를 당분간 사부로 모시는 중이네. 워낙 박학다식하여 배울 게 많다네. 무림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말일세."


"무얼 배우길래?"


"장도사가 우리 집안의 무공의 원리가 도교에 기초한다고 하여 도교에 대해서 배우는 중이라네. 초식의 의미도 모른채 아버지가 가르치시는 대로 그저 무작정 배우기만 했는데 의미를 알고 나니 진전이 보이더군."


"호오~ 이제야 제대로 해볼 생각이 든 건가? 어릴 적에는 그렇게 배우기 싫어하더니만."


"나야 자네처럼 검법에 환장하지 않았으니까."


그러자 주진이 옆에 놓인 검을 툭툭치며 말했다.


"그래도 전장에서 이 녀석만큼 든든한 존재는 없지."


옆에서 듣고 있던 장전일이 물었다.


"한눈에 봐도 보통 검은 아닌 듯 보입니다."


그러자 주진이 검집에서 검을 꺼내더니 황홀한 표정으로 검신을 훑으며 말했다.


"고려의 보검이라네. 한때 고려제일검(척준경)의 검이었고 이 친구 집안에 있다가 지금은 내 손에 있지."


그러자 장전일이 진웅을 보며 놀란 듯 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고조부께서는 북송 출신으로 고려로 넘어가 역모를 진압하는 공을 세우셨네. 당시 역신의 일당 중 하나가 바로 척준경이라는 장수였는데 그 무예가 대단하여 고려제일검으로 불렸지.


고려조정에서는 사진참사검(四辰斬邪劍)이라 하여 사진(四辰, 진년, 진월, 진일, 진시)에 맞춰 검을 만든다네. 12년에 하루 밖에 만들 수 없는 귀한 검이지. 저 검은 그 중에서도 갑진년(甲辰年, 1125년)에 만들어진 검이네. 스스로는 지군국사(知軍國事)라 칭하던 역신 이자겸이 도공을 시켜 억지로 사진검을 만들 때 함께 만들도록 했다고 들었네."


"그래서 검에서 순양의 기운이 넘치는군요. 검신에 청룡(갑진은 청룡의 해)이 새겨진 거나 검집과 손잡이가 파란색 교어피(鮫魚皮, 상어가죽)로 된 것도 그 때문일테고요."


"맞네. 그리고 자신의 사돈이자 함께 권좌에 앉아있던 척준경의 비위를 맞추고자 이 검을 주었다네. 당시 고조부께서 역신 이자겸을 처단하시어 임금께서 총후(寵厚, 임금이 특별히 총애하다.)라는 이름까지 내리며 아끼셨네. 그리고 훗날 역신과 붙어먹은 척준경 역시 유배를 가게 되는데 이 때 저 검이 조정으로 보내졌고, 임금께서 총애하던 고조부에게 하사하셨다네. 애초부터 날을 갈아 만든 사진검은 저 검 하나라 들었네."


"그럼 그야말로 가보 중의 가보 아닙니까?"


"그렇긴 하네. 다만 어릴 적 집 근처 개천에서 멱을 감다가 급류에 휩쓸려 죽을 뻔한 적이 있는데 저 친구 덕에 살았지. 부친께서 이를 기특하게 여기시고 무슨 소원이든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저 검을 달라고 했지 뭔가?"


"그래서 정말 주셨다는 말입니까?"


그러자 주진이 대신 대답했다.


"나도 별 기대는 안 하고 오히려 혼만 날 줄 알았는데 덜컥 주시지 뭔가? 청룡검을 가져갔으니 고려제일의 검사가 되라며 말일세."


장전일이 뚫어져라 청룡검을 바라보자 주진이 검을 통째로 건넸고, 장전일은 황홀한 듯 검을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대단합니다. 그야말로 명장이 만든 혼신의 역작이군요."


"그 도공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었을테니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겠지. 때문에 그해 만든 다른 사진검들은 효험이 영 별로라 들었네. 어차피 날 없는 사진검이야 벽에 걸어두는 부적이나 다름없는 장식용 검이지만 말이야."


"두 분 사이가 가까운 줄은 알았지만 이런 검을 선물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대대로 저 검을 노리는 무인들이 많았다 들었네.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은근히 선물로 달라며 말일세. 원래는 매호공(梅湖公, 진화)께서 가지고 계시다가 귀찮다며 부친에게 넘기셨고 그걸 받은 부친도 여기저기서 달라는 요구가 꽤나 귀찮으셨던 모양이야.


그러다 저 친구가 달라고 하자 선뜻 줘버린거네. 주변에는 자식 목숨값으로 줬는데 뭐가 아깝냐며 말일세. 나 또한 부친과 같은 생각일세. 목숨값 치고 싼 건지. 뭣보다 저 친구가 실제로 해동제일검이 되었으니 부친과 한 약속도 지킨 셈이네."


주진이 고려제일검이라는 말에 장전일이 일어나 검을 다시 주진에게 건네며 말했다.


"과연... 그때 펼치신 검술을 보며 사실 대단하다고 느꼈으나 해동제일검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저 친구 말을 믿나? 고려제일검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야. 그냥 놀려대는 거라네."


그러자 진웅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농담 아닐세. 그럼 자네보다 검술이 뛰어난 자가 있다면 이야기해보게."


"음... 김천록 장군?"


"그분은 용맹하긴 하나 검술 자체는 자네만 못하지. 뭣보다 검이 아니라 단모(短矛)를 쓰지 않나? 검술만 놓고 보면 자네는 물론이고 박지량(朴之亮)이 오히려 더 뛰어날 걸세."


"그렇다면 박지량?"


"그 자는 이미 자네에게 두번이나 졌지 않나?"


주진은 삼별초가 강도를 떠나기전 김방경의 부관이던 박지량과 수련검으로 두 차례 대결한 적이 있었고 모두 승리했다. 평소 자신의 검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던 박지량이 삼별초 최고의 검사가 주진이라는 소문을 듣고 비무를 요청한 것인데 두 번 모두 패해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고려제일검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 그런데 몇년 뒤면 수(綏) 그 자식한테 추월당할 거야.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군."


주진이 말한 수(綏)는 김흔(金忻)의 어릴 적이름으로 삼별초 진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방경의 차남으로 신라 경순왕의 11대손이었다. 그의 안동 김씨 집안은 진웅이나 주진의 집안 모두가 가까웠고 두 사람은 김방경의 장남 김선을 형처럼 따랐고, 동생뻘인 김흔을 동생처럼 무척 아꼈다. 하지만 결국 진웅과 주진이 집안이 반대에도 삼별초 편에 서고, 김선과 김흔 형제는 부친을 따라 삼별초 진압의 최전선에 서며 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진도에 있을 당시 진웅과 주진은 집안에서는 물론이고 김선과 김흔으로부터 대역죄를 범하지 말고 투항하라는 서찰을 여러 차례 받았다. 실제로 삼별초는 진도에 있을 당시 몽골군의 공세에 투항 직전까지 갔으나 배중손이 훈둔에게 항복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면서 상황이 극으로 치달은 것이었다.


여몽연합군의 진도 토벌 당시 두 사람은 전장에서 김선과 김흔을 마주하지는 못했으나 전장에서 그들을 만난다면 서로의 목숨을 뺏어야할 처지이기에 주진이 김흔을 언급하자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주진이 말을 돌렸다.


"내가 삼별초에 가담했다는 것을 집안에서 알고 뭐라 서찰이 온 줄 아나? 자결하되 검은 돌려보내라더군. 이 청룡검은 원래 진씨 집안 가보인데 말이야."


"아, 대협의 조부께서도 남송 출신이라 하셨지요."


그러자 진웅이 주진을 보며 말했다.


"이제 알려줄 때도 되지 않았나? 장도사도 우리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사인데 말일세."


그러자 장전일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얘기해도 되겠나?"


"자네 좋을대로 하게."


주진의 승락을 얻은 진웅이 장전일에게 말했다.


"이 친구의 조부가 바로 청계공(淸溪公) 주잠 되시네."


"청계공이라... 들어본 적 있는 것도 같고... 잘은 모르겠습니다."


"청계공의 증조부가 바로 주문공(朱文公) 되시지."


그 말에 장전일이 마시던 차를 뿜으며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네? 그게 사실입니까?"


(계 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옥추보경(玉樞寶經) (1) 23.06.30 68 1 9쪽
28 유백문(劉百文) (2) 23.06.26 58 0 10쪽
27 유백문(劉百文) (1) 23.06.25 56 0 12쪽
» 청룡검(靑龍劍) 23.06.23 55 0 13쪽
25 병상첨병(病上添病) (3) 23.06.22 51 0 10쪽
24 병상첨병(病上添病) (2) 23.06.20 64 0 9쪽
23 병상첨병(病上添病) (1) 23.06.19 62 0 10쪽
22 화산파(華山派) (2) 23.06.19 112 0 11쪽
21 화산파(華山派) (1) 23.06.18 57 0 14쪽
20 하오문(下五門) 23.06.12 68 0 13쪽
19 삼교맹(三敎盟) (4) 23.06.11 65 0 11쪽
18 삼교맹(三敎盟) (3) 23.06.11 69 0 14쪽
17 삼교맹(三敎盟) (2) 23.06.10 78 0 12쪽
16 삼교맹(三敎盟) (1) 23.06.08 99 0 13쪽
15 수도 임안(臨安) (4) 23.06.06 99 1 9쪽
14 수도 임안(臨安) (3) 23.06.06 84 0 12쪽
13 수도 임안(臨安) (2) 23.06.03 97 1 13쪽
12 수도 임안(臨安) (1) 23.05.24 112 0 12쪽
11 문천상(文天祥) (2) 23.05.23 99 0 10쪽
10 문천상(文天祥) (1) 23.05.23 109 0 10쪽
9 백련교(白蓮敎) (2) 23.05.22 108 0 10쪽
8 백련교(白蓮敎) (1) 23.05.22 126 0 10쪽
7 전진교(全眞敎) (3) 23.05.21 122 3 14쪽
6 전진교(全眞敎) (2) 23.05.21 135 3 11쪽
5 전진교(全眞敎) (1) 23.05.20 178 3 15쪽
4 남송(南宋) 명주(明州) (3) 23.05.20 176 5 10쪽
3 남송(南宋) 명주(明州) (2) 23.05.19 199 5 12쪽
2 남송(南宋) 명주(明州) (1) +1 23.05.19 283 6 18쪽
1 위기의 삼별초 23.05.19 473 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