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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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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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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수 :
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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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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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수도 임안(臨安) (1)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전날 의형제를 맺은 세 사람은 바로 다음날 아침 작별을 하게 되었다. 문천상은 전날 장전일을 돌볼 사람도 필요하고, 전진교 도사들이 또 다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세 사람에게 청월루에서 머물 것을 부탁했다.



세 사람은 한사코 거절했으나 문천상은 장전일을 혼자 둘 수도, 그렇다고 데려갈 수도 없어 간청하는 것이니 부담갖지 말라며 재차 부탁했고 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문천상은 후원과 연결된 별채를 통째로 빌려 네 사람이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고, 침술과 의학에 조예가 있는 원희가 장전일의 간호를 자처해 함께 방을 쓰기로 했다.



"함께 가지 못해 아쉽구만. 좌승선께서 도착하시거든 즉시 연통을 넣게. 청월루주에게 서신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야. 혹 임안으로 오게 되면 바로 나를 찾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형님."



문천상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진웅에게 건넸다.



"통행증일세. 어제 지현사에게 연통을 보내 부탁했더니 오전에 가져다주더군. 아무래도 이게 있어야 명주에서 움직이기 편할 것 같아 준비했네. 명주 내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임안으로 가는 통행증은 따로 받아야 할 걸세."



"꼭 필요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장전일 그 아이도 잘 부탁하네. 혹여 전진 도사들이 다시 찾아오거든 상대하지 말고 명주 수비대를 부르게나. 내가 수비대장에게는 따로 이야기해 두겠네."



"그리 하겠습니다."



주진이 말했다.



"그나저나 그 여인은 안 만나고 가셔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만나기 싫어서 일찍 가는 거네. 어차피 내가 어디 있건 찾아올 테고. 어디서 만나자는 말이 없던 건 어디에 있던 찾아내겠다는 소리지. 정말 무서운 여인이야. 자네들도 조심하게."



그때 장전일이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짐을 싸서 나오고 있었다. 문천상을 따라갈 모양인 듯 했다. 진웅이 그런 장전일을 말리며 말했다.



"그 몸으로 함께 가는 것은 무리요. 좀 더 안식을 취해야 하오."



"진아우 말이 맞다. 여기 머물며 좀 더 요양토록 하여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러자 취암이 검상을 입은 어깨를 지팡이로 툭 쳤고, 장전일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주저 앉았다.



"이런 몸으로 가봤자 괜히 짐만 된다는 것을 너도 알 터인데.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어서 나을 생각이나 하거라."



원희가 옆에서 거들었다.



"선사의 말씀이 맞소. 당분간 우리와 지내며 요양토록 합시다. 이 몸으로는 오히려 문대인께 부담만 될 뿐이오."



장전일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자 문천상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몸부터 일단 회복하거라. 다 낫거든 임안으로 오면 될 일이니 너무 걱정말고. 자네들이 잘 좀 챙겨주게."



"걱정 마십시오."



문천상과 취암이 그렇게 명주를 떠나고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좌승선을 기다리는 세 사람의 지루한 날들이 시작되었다. 진웅과 주진은 하루에 두번씩 명주항에 나가 고려나 중산국에서 온 배가 없는지 매일 확인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고, 명주항에는 장강에서 물러난 남송의 함선들만 점차 늘어갔다.



함선이 느는 만큼 거리에는 이전보다 병사들의 모습도 더욱 많이 보였다. 이미 불구가 된 병사들부터 혼이 나간 패잔병들이 있는가 하면 결의를 다지며 전선으로 나가길 기다리는 새로운 병사들과 제대로 된 무장도 갖추지 않고 일단 전쟁터로 나가겠다는 의용군들도 있었다.



진웅은 이른 오전에는 별채와 연결된 후원에서 수련을 하고, 아침을 먹고 명주항에 나가 고려나 중산국에서 온 함선이 없나 확인한 뒤 명주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청월루로 돌아왔다. 주진은 주자의 후손이라 그런지 검을 연마하기 보다는 하루 종일 책을 구해 읽었고, 오후에는 진웅과 마찬가지로 명주 시내를 둘러본 뒤 돌아왔다.



문천상이 명주를 떠난지 사흘째 되는 날이자, 진웅 일행이 명주에 도착한 지 팔일째 되는 날, 진웅은 마찬가지로 새벽 일찍 일어나 자신의 방에서 운기조식을 마친 뒤, 후원으로 나와 수련을 하고 있었다. 진웅은 부친으로부터 전수받은 내가권을 처음부터 펼치기 시작했다.



15세의 나이에 발경의 초입에 들었을 당시만 해도 부친은 내가권을 온전히 이어받을 건 막내뿐이라며 흡족해 했으나, 그 이후로 뭔가 벽에 막혀 큰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나중에는 진웅의 부친은 그 놈의 발경에만 연연하지 말고 몸 전체를 이용해 전사경(纏絲勁)을 자연스럽게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권의 핵심은 발경이 아닌 전사경(缠丝劲) 에 있다고 몇번이나 이야기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수행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점점 초식 자체에 연연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발경에만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다 신의군 장수로 들어가 내가권을 수련하는 대신 본국검을 비롯해 각종 검법을 익히는데 매진하게 되고, 전장에서는 검과 방패를 들고 싸우다보니 제대로 내가권을 수련할 시간마저 부족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감되는 위력은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그렇게 진웅이 고민하고 있노라니 후원의 연무장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입구를 바라보니 장전일이 서 있었고, 진웅과 눈이 마주치자 장전일을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대협. 몰래 훔쳐보려던 것은 아니고 답답하여 후원을 거닐 던 중에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괜찮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니. 그나저나 몸 상태는 좀 어떻소."



"스님께서 챙겨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오. 그래서 너무 무리하진 마시게."



"문대인과 의형제를 맺으셨다 들었습니다. 말씀 편히 하십시오."



"그러지."



"혹여 조금 전 무공이 고려의 권법입니까?"



"그렇지는 않네. 따로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무공일세."



병상에 누워있느라 진웅, 주진이 문천상과 나눈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장전일이 웃으며 말했다.



"고려 장씨가문 비전 무예라는 말씀이군요."



"아, 자네는 참 모르겠구만? 고려의 대장군이셨던 우리 가문의 시조께서는 원래 북송 출신이시라네. 형님께는 말씀 드렸으나 자네에게 미처 이야기한다는 걸 깜빡했군. 실은 장씨가 아니라 진씨 성을 쓰는 웅이라 하지."



"아, 그러셨군요. 진대협. 헌데 방금 펼치신 무공 말입니다."



"말해보게."



"혹 태조장권(太祖長拳)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태조장권이 무엇인가? 처음 듣네만."



"태조 효황제(太祖 孝皇帝)께서는 권각의 달인이셨다고 합니다.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손과 어깨, 무릎을 이용해 서른 두가지 초식을 만드셨지요. 때문에 송태조 삼십이세장권(三十二勢長拳)이라 합니다. 소림권을 비롯해 모든 권법이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지요."



"우리 가문의 내가권 역시 태조장권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인가?"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초식에 비슷한 부분이 있어 여쭤본 것입니다. 다만 태조장권은 병사들이 적을 빠르게 제압할 수 있도록 고안된 극단적인 외공인 반면 진대협께서 펼치신 무공은 훨씬 부드럽고 운용도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초식 하나의 위력도 훨씬 강력한 듯 하고요. 뭣보다 초식 끝에 몸을 회전하듯 비틀어 발하는 경의 수준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전사경이라 하네. 아직 제대로 성취를 이루지 못했지."



"태조장권의 경우에는 효황제께서 창안하실때만 연공법을 운용할 줄 아는 병사들이 거의 없다보니 극단적인 외공이 되었다 들었습니다."



"고려에도 비슷한 외공이 있네. 수박(手搏)이라 하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병사들이 배운다네."



"고려의 외공이라... 몹시 궁금하군요."



"나중에 자네 몸이 다 나으면 가르쳐주지."



"그래도 되는 것입니까?"



"고려의 말단 병사들까지 다 배우는 무술을 전해주지 못할 이유야 없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태조장권이라 했나? 자네도 혹시 그 장권을 익혔는가?"



"네. 아마 명주 수비대 대부분도 익히고 있을 테고요. 다만 몸이 이러니 낫는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하겠네."



"수련하시는데 본의 아니게 시간을 너무 뺏어 죄송합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닐세.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되었다."



장전일과의 대화는 진웅에게 방해가 아니라 오히려 공부가 되었다. 태조장권이라는 외공의 존재를 알게 됨과 동시에 수많은 장권이 뻗어나왔다는 이야기는 진웅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가문의 내가권 역시 태조장권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 이어져오다가 태조장권에게 영향을 준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으나 산서에 있는 진가구를 언젠가 찾아갈 수 있다면 모든 실마리가 풀리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중산국에서 좌승선의 배가 오기를 기다리며 수련하고 명주시를 돌며 전황을 파악하다 보니 어느덧 명주에 도착한 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때까지 좌승선의 배는 도착하지 않았고, 진웅, 주진, 원희 세 사람은 모여 앞으로 어찌하면 좋을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주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명주에 도착한 지도 벌써 보름이네. 어쩔 셈인가?"



"돌아갈 배편을 구해야겠지."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잔 말인가?



"형님께서 배편과 식량을 약속했으니 빈손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도 첩장도 전달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 것은 아닌 듯 하네."



"우리끼리 송나라 조정에 전달하자고?"



"형님이 임안으로 가셨으니 대신 부탁드리면 되지 않을까 하네."



"임안으로 가잔 말인가?"



"말을 타면 하루면 닿는 거리라고 하니 일단 첩장을 전달하고 배편을 구하면 되지 않겠나?"



"스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그러자 원희가 입을 열었다.



"문대인이 한 입으로 두 말 하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탐라로 돌아갈 때 적어도 원조에 대한 문서 정도는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구두로 지원 받기로 약속했다한들 믿기 싫은 사람은 끝까지 믿지 않는 법이니 말입니다."



그러자 주진도 거들었다.



"스님 말씀이 맞네. 임안에 가는 김에 첩장도 전달하고 약조문도 한장 써달라 하세."



"그럼 일단 임안으로 가는 통행증이 필요한데..."



"수비대장과 안면이 있고 또 형님께서 우리에 대해 언질을 해두셨으니 크게 어렵진 않을 걸세. 다만 지현사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니 진상품 일부를 바치는게 좋을 듯 싶네. 수비대장도 좀 챙겨주고 말일세."



"우리가 진상품에 손을 대도 되는지 모르겠네."



"이장군께서 혹여 좌승선이 도착하지 않거든 진상품을 팔아 뱃삯을 마련하라 하셨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있나?"



"그럼 명주 관아에 들려 통행증을 발급받는 대로 임안으로 가세. 일단 첩장과 진상품부터 찾고 마차도 구해야겠군."



세 사람은 일단 임안의 문천상에게 서신부터 보낸 뒤 그날 오후 아육왕사에 들려 첩장과 진상품을 찾았다. 계심, 혜산, 운암 세 승려 역시 일행에 다시 합류했다. 다음날 오전 진상품 일부를 팔아 여비를 마련한 뒤, 중삼에게 마차를 구해달라 부탁했다.



중삼이 가져온 마차는 몹시 화려하고 값비싸 보이는 사륜마차였는데 중삼의 말로는 청월루주께서 그냥 내어드리는 것이니 임안을 오가는 동안 편히 쓰시면 되며, 본인이 길잡이로 동행할 것이라 하였다.



다음날 진상품 일부를 들고 명주 관아를 찾은 일행은 수비대장부터 찾았다. 전진교 도사들과 일전을 벌였을 당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던 수비대장은 문천상의 동료라는 이유때문인지 일행에게 꽤 친절했고 주진이 부하들과 저녁이라도 하라며 은자를 몇냥 슬쩍 건네자 일행의 편의를 적극 봐주었다.



또한 진웅 일행이 처음 명주에 도착했을 면담을 거부했던 지현사 역시 말린 고려산삼을 비롯해 진상품 중 일부를 바치자 그 즉시 임안으로 가는 통행증을 발급해 주며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틈틈이 명주항을 찾아 탐라나 중산국에서 온 함선은 없는지 확인했으나 여전히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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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옥추보경(玉樞寶經) (1) 23.06.30 68 1 9쪽
28 유백문(劉百文) (2) 23.06.26 58 0 10쪽
27 유백문(劉百文) (1) 23.06.25 56 0 12쪽
26 청룡검(靑龍劍) 23.06.23 55 0 13쪽
25 병상첨병(病上添病) (3) 23.06.22 51 0 10쪽
24 병상첨병(病上添病) (2) 23.06.20 64 0 9쪽
23 병상첨병(病上添病) (1) 23.06.19 62 0 10쪽
22 화산파(華山派) (2) 23.06.19 113 0 11쪽
21 화산파(華山派) (1) 23.06.18 57 0 14쪽
20 하오문(下五門) 23.06.12 68 0 13쪽
19 삼교맹(三敎盟) (4) 23.06.11 66 0 11쪽
18 삼교맹(三敎盟) (3) 23.06.11 70 0 14쪽
17 삼교맹(三敎盟) (2) 23.06.10 79 0 12쪽
16 삼교맹(三敎盟) (1) 23.06.08 99 0 13쪽
15 수도 임안(臨安) (4) 23.06.06 99 1 9쪽
14 수도 임안(臨安) (3) 23.06.06 85 0 12쪽
13 수도 임안(臨安) (2) 23.06.03 97 1 13쪽
» 수도 임안(臨安) (1) 23.05.24 113 0 12쪽
11 문천상(文天祥) (2) 23.05.23 99 0 10쪽
10 문천상(文天祥) (1) 23.05.23 109 0 10쪽
9 백련교(白蓮敎) (2) 23.05.22 108 0 10쪽
8 백련교(白蓮敎) (1) 23.05.22 127 0 10쪽
7 전진교(全眞敎) (3) 23.05.21 123 3 14쪽
6 전진교(全眞敎) (2) 23.05.21 135 3 11쪽
5 전진교(全眞敎) (1) 23.05.20 179 3 15쪽
4 남송(南宋) 명주(明州) (3) 23.05.20 176 5 10쪽
3 남송(南宋) 명주(明州) (2) 23.05.19 199 5 12쪽
2 남송(南宋) 명주(明州) (1) +1 23.05.19 284 6 18쪽
1 위기의 삼별초 23.05.19 474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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