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736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작성
23.06.10 15:50
조회
78
추천
0
글자
12쪽

삼교맹(三敎盟) (2)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두 사람이 들어오자 복유와 지온이 합장을 하며 공손이 인사를 건넸고, 그때까지만 해도 침착함을 유지하던 기지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일어나 역시 인사를 건넸다. 복장이 예사롭지 않음을 본 장종연과 황건객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춤하고 있었는데 복유가 때마침 소개를 했다.



"진왕(秦王) 전하이십니다."



복유의 소개에 원황실 복장을 입은 거구의 사내가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다들 반갑소. 동명자도 오랜만에 뵙소."



그러자 기지성 역시 깎듯이 절하며 답했다.



"전하께서 오시리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진왕이라는 말에 장종연과 황건객 역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거구의 사내는 바로 보르지긴 망갈라(忙哥剌)였다.



원황제 쿠빌라이의 셋째 아들로 섬서와 산서, 감숙과 장안 일대까지 하사받으며 안서왕(安西王)에 오른 뒤, 그의 형인 연왕(燕王) 친킴이 황태자에 오르자 망갈라 역시 하서와 사천 일대를 영지로 받고 얼마 전 진왕으로 책봉되었다.



그는 휘하에 약 15만명에 달하는 군사를 거느리고 있었으며, 동시에 쿠빌라이로부터 자신의 영지를 독자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얻은 서부의 패왕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객당에 나타났으니 복유와 지온을 제외한 나머지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특히 기지성은 망갈라와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바로 기지성이 자신의 스승인 송덕방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원황실을 찾았을 당시, 황제에게 그를 소개해준 인물이 바로 망갈라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망갈라는 안서왕으로 있던 작년 기지성을 만난 자리에서 전진교에 대한 면세를 약속했고, 실제로 자신의 영지에서 전진교 도관들의 세금을 면해주었다. 이로 인해 기지성은 전진교 내에서 굳건한 위상을 얻게 되었으니 망갈라에게 남다른 빚이 있는 셈이었다.



장종연과 황건객 역시 망갈라를 직접 만난 적은 없으나 망갈라는 전진교의 세금을 면제해주며 정일교의 세금도 함께 면해주었고, 공동파에게는 안서왕 즉위 당시 부하를 시켜 작년에 천금을 하사한 적이 있었다.



망갈라가 비어있던 상석에 자연스레 앉으며 말했다.



"다들 앉으시오. 대선사께서 이리 경사스러운 자리를 만들어주셔 감사하오. 대선사께서 삼교(三敎, 유교, 불교, 도교)가 무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맹을 만들고자 한다 들었소. 혹 도움이 될까하여 이리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다오."



그러자 기지성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 맹을 전하께서 지도하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소. 어찌 제 능력으로 대선사를 비롯해 명망 높은 도사님들을 휘하에 둔단 말이오. 맹의 일에 저나 황실이 관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오. 다만 맹이 필요하다고 하면 전폭적인 지원은 약속하겠소. 여봐라."



망갈라가 소리치자 문을 열고 수하들이 들어와 각자 앞에 작은 상자를 놓았고, 망갈라의 요청에 따라 상자를 열어보니 금패와 비취가 박힌 단도가 들어 있었다.



"원나라땅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통행패요. 황제께서 직접 하사하신 것이니 화북 어디든 마음껏 다녀도 좋소."



장종연의 머리 속은 복잡했다. 복유가 자신이 맹주가 되기 위해 뒷배로 진왕을 끌어들인 것인가 하는 생각부터 진왕까지 나서 황실의 금패까지 하사한 마당에 거절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어찌 꺼내야 하나 싶을 찰나에 공동파의 황건객이 복유를 쏘아보며 망갈라에게 말했다.



"진왕께서 배려해주심에 황송하기 그지 없으나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는 그대로요. 황실에서 내린 하사품은 맹에 가입하는지 여부와는 전혀 상관 없소. 말했다시피 맹이 생기건 말건, 참여하건 말건 각 문파의 입장을 존중할 것이며 여러분들에 대한 대우 역시 앞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오. 나 망갈라,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소."



그러자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황건객이 이번에는 복유에게 물었다.



"맹은 그럼 대선사께서 이끄시겠다는 겁니까?"



그러자 예상한 질문이었다는 듯 복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승이 그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습니다. 뭣보다 이 늙은 몸으로 소림사 하나 챙기기도 벅찬데 어찌 삼교의 맹주가 되겠습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복유에 이어 지온도 입을 열었다.



"소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복호사 하나만으로도 벅차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 맹주를 맡는 것은 무리지요."



그러자 이번에는 기지성이 물었다.



"그럼 따로 추대할 귀인이 있습니까?"



그러자 복유가 웃으며 답했다.



"여기 계신 분들 말고 맹주가 될 만한 분들이 달리 또 있겠습니까?"



"대선사께서는 맹주를 그럼 거수로 뽑자는 말씀이십니까?"



"그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다들 동의하신다면 말입니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황건객이 물었다.



"도불유라 하셨는데 유교는 어느 서원이 참가하는 겁니까? 설마 연성공(북종의 공치)입니까?"



"아닙니다. 연성공에게도 제의를 하긴 했으나 가문이 갈라진 마당에 곡부를 지켜야 한다며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그럼 대체 누구입니까? 이제 그만 말씀해주시지요."



그때 복유와 도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망갈라가 대신 답했다.



"여기 귀인 한 분을 소개하겠소. 바로 원의 태사(太師)이자 주문공(주희)의 증손 되시는 주제 선생이오."



"반갑습니다. 주제라 합니다."



남송에서 적공랑(迪功郞)벼슬을 하다 주잠이 고려로 귀순하자 주잠에 이어 주자의 성리학을 가르치는 함강서원(涵江書院)의 산장(山長)으로 있던 주제는 이후 원황실에 볼모로 끌려간다.



그러다 쿠빌라이가 주자의 성리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주제를 예로써 극진히 대하자 아예 원으로 귀순하여 황제에게 성리학을 가르치는 태사 자리에 오른 것이다. 주제가 자신을 소개하자 장종연이 망갈라를 보며 물었다.



"전하께서 원 황실이 맹에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하였는데 태사께서 맹으로 들어오시면 말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러자 주제가 말했다.



"오늘 저는 이야기를 전하러 온 것일 뿐 맹의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으니 장천사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유림을 대표하여 나온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유림에서는 제가 몸 담았던 백록서원과, 축연 종례(祝淵 宗禮, 주희의 제자였던 축목의 후손)의 함강서원이 맹이 만들어진다면 앞장서서 돕기로 했습니다. 숭산의 순양서원(嵩阳书院)도 함께 할 것이고 말입니다. 아쉽게도 종례가 지금 황제 폐하의 명으로 사천에 가 있어 오늘 이 자리에는 참석을 하지 못해 제가 대신 왔습니다."



그러자 망갈라가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이리 삼교(三敎)가 한데 모이니 제천대성이 차지국(車遲國) 왕에게 삼교를 골고루 신봉하고 도사도 공경하고 스님도 존경하라 했던 말이 기억나오. 나 역시 삼교가 함께 하여 맹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겠소."



그러자 기지성이 답했다.



"전진은 대선사의 제안을 따르겠습니다."



그러자 장종연과 황건객 역시 더이상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임을 알고 나란히 따르겠다고 하였다. 사실 숭산의 소림사를 비롯해 전진교가 있는 종남산이나, 정일교의 청성산, 공동파의 공동산 모두 정강의 변으로 인해 백오십년전부터 대대로 금나라 땅이었고 그 주인이 남송이 아닌 원으로 바뀐 것이기 때문에 사실 남송 황실에 대한 애착이나 충성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특히 불교의 경우에는 남송 사대부의 공격 대상이 되기 일쑤였으며 이로 인해 교세가 위축되고 승려의 숫자 역시 북송 시절에 비해 크게 줄어든 형국이었다. 도교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화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전진교에 비해 강남을 위주로 활동하던 정일교가 더욱 심대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유학의 경우에는 5경 중심의 훈고학과 4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 중심의 신유학이 대립하고 있었는데 주희가 평생 사서를 연구해 사서집주(史書集註)를 내며 성리학을 집대성 했으나 정작 영종(寧宗)의 총애를 등에 업고 횡포를 일삼던 간신 한탁주에 의해 거짓 학문이라고 금고에 쳐해졌으니 이것이 바로 경원의 당금(慶元黨禁)이다.



이후 주자는 말년에 고생만 하다 생을 마감했으며, 이후 후손과 제자들 역시 뿔뿔히 흩어지고 증손대에 이르러서는 주잠은 남송을 버리고 고려로 떠났고, 주제가 원에 귀의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노릇이었다.



망갈라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배석한 이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맹주는 누가 되는 것이오? 대선사와 지온선사께서는 나설 생각이 없다 들었는데 세 분 도사 중에 한분이 되셔야 하지 않겠소?"



그러자 황건객은 현 시점에서 맹주를 맞는 것이 그닥 이득 될 일 없이 원 황실의 수족 노릇만 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렇게 대답한다.



"공동은 팔문의 장문인 각각이 모두 동등한 위치입니다. 현공문이 주종이라고 하나 맹주 자리를 팔문 전체의 상의 없이 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저 또한 맹주 자리에는 관심이 없고 말입니다."



그러자 복유가 답했다.



"그럼 동명자와 장천사 두 분 중에 한분이 맡아주셔야 겠군요."



황건객과는 달리 기지성과 장종연은 모두 맹주 자리에 흥미가 있었다. 기지성의 경우, 장교에 등극한 직후 도불유 삼교가 함께 하는 맹의 맹주가 되어 소림사를 휘하로 둔다면 지난날 도불 결전에서 당했던 치욕을 단번에 씻을 수 있는 셈이었다.



반대로 장종연 입장에서는 도교 본종을 내세우면서도 그간 화북에서 전진교의 위세에 밀리다 점점 세력을 회복하던 정일교가 전진교를 비롯해 삼교를 휘하에 둔다면 무림 전면에 다시 화려하게 등장하는 셈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기지성은 일단 침묵을 지켰고 장종연이 복유에게 물었다.



"맹주를 그래서 어찌 추대할 생각이십니까? 정말 말씀처럼 거수로 정하실 것은 아니지요?"



장종연의 말에 복유를 대신해 망갈라가 대답했다.



"내가 보기에 거수로 한다고 한들 자신보다 한수 아래로 생각하는 상대가 더 많은 표를 얻으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소? 차라리 일전을 벌여 이긴 쪽이 맹주를 차지하는 것이 어떻소?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약조만 한다면 그 편이 그리 깔끔할 테지."



기지성은 여기 모인 이들 가운데 복유를 빼면 자신을 이길 자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흔쾌히 답했다.



"전하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장종연 역시 거수보다는 무공을 겨루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기지성이 무공이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나 일대일 결투라면 누구에게라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일교에는 오두미도 시절부터 수많은 비급이 전해 내려왔고, 그 정수를 이어받은 것이 바로 장종연이었다.



"저 역시 그리하겠습니다."



"좋소. 그럼 말 나온 김에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는 것이 어떻소? 후원으로 갑시다."



"오늘 말입니까?"



당황하는 장종연에게 망갈라가 웃으면서 답했다.



"질질 끌 필요가 없고, 날이 지나면 생각이 또 바뀔지도 모르니 이런 중대사는 단숨에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겠소? 장천사께서는 혹여 자신이 없는 것이오?"


"그렇지 않습니다. 잠깐 놀랐을 따름입니다."



그러자 복유가 망갈라에게 제안했다.



"후원에는 보는 눈이 많으니 차라리 뒷편의 죽림으로 가시는 것이 어떠실지요? 가운데 꽤 넒은 공터가 있으니 두 분이 겨루기에도 무리가 없고 빽빽한 대나무로 혹시나 모를 다른 이들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대선사 말이 옳소. 죽림으로 갑시다."



그렇게 망갈라와 주제, 그리고 두 명의 승려와 세 명의 도사는 부하들과 제자들을 모두 물리고 대자은사 뒷편에 있는 대나무 숲으로 향했다.



(계 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옥추보경(玉樞寶經) (1) 23.06.30 68 1 9쪽
28 유백문(劉百文) (2) 23.06.26 58 0 10쪽
27 유백문(劉百文) (1) 23.06.25 56 0 12쪽
26 청룡검(靑龍劍) 23.06.23 55 0 13쪽
25 병상첨병(病上添病) (3) 23.06.22 51 0 10쪽
24 병상첨병(病上添病) (2) 23.06.20 64 0 9쪽
23 병상첨병(病上添病) (1) 23.06.19 62 0 10쪽
22 화산파(華山派) (2) 23.06.19 112 0 11쪽
21 화산파(華山派) (1) 23.06.18 57 0 14쪽
20 하오문(下五門) 23.06.12 68 0 13쪽
19 삼교맹(三敎盟) (4) 23.06.11 65 0 11쪽
18 삼교맹(三敎盟) (3) 23.06.11 69 0 14쪽
» 삼교맹(三敎盟) (2) 23.06.10 79 0 12쪽
16 삼교맹(三敎盟) (1) 23.06.08 99 0 13쪽
15 수도 임안(臨安) (4) 23.06.06 99 1 9쪽
14 수도 임안(臨安) (3) 23.06.06 84 0 12쪽
13 수도 임안(臨安) (2) 23.06.03 97 1 13쪽
12 수도 임안(臨安) (1) 23.05.24 112 0 12쪽
11 문천상(文天祥) (2) 23.05.23 99 0 10쪽
10 문천상(文天祥) (1) 23.05.23 109 0 10쪽
9 백련교(白蓮敎) (2) 23.05.22 108 0 10쪽
8 백련교(白蓮敎) (1) 23.05.22 126 0 10쪽
7 전진교(全眞敎) (3) 23.05.21 122 3 14쪽
6 전진교(全眞敎) (2) 23.05.21 135 3 11쪽
5 전진교(全眞敎) (1) 23.05.20 178 3 15쪽
4 남송(南宋) 명주(明州) (3) 23.05.20 176 5 10쪽
3 남송(南宋) 명주(明州) (2) 23.05.19 199 5 12쪽
2 남송(南宋) 명주(明州) (1) +1 23.05.19 283 6 18쪽
1 위기의 삼별초 23.05.19 473 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