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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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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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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2
추천수 :
51
글자수 :
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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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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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수도 임안(臨安) (4)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다음날 오전, 아침을 먹자마자 진웅 일행은 서둘러 움직였다. 탐라의 상황을 알 수 없는 지금 한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오가 지나자 소흥으로 가는 길은 점점 더 병단과 상인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마차는 제 속력을 내지 못했다. 주진은 지루한 듯 중삼에게 물었다.



"임안에 가본 적이 있는가?"



"네. 이번이 세번째인데 실제로 성내로 들어간 건 한번 뿐입니다."



"임안은 어떠한가? 소문에 듣던데로 정말 거대한가?"



그러자 중삼이 웃으며 답했다.



"대협이 떠올릴 수 있는 제일 큰 도시를 떠올려 보십시오. 아마 그보다 열배 이상 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삼의 말에 진웅 일행은 자연스레 송경(松京)을 떠올렸다. 허나 진웅과 주진에게 송경은 화려하고 웅장한 수도가 아닌 몽골의 침략으로 곳곳이 부서지고 황폐화 된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한들 송경의 열배라 함은 중삼의 과장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허풍이 심하구만."



"어차피 내일이면 도착할 테니 허풍인지 아닌지 가서 보시면 압니다. 저도 임안에 처음 갔을 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마차 앞을 막아섰고, 중삼이 마차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서자 마차를 가로 막은 자가 맞은 편을 가리켰다. 그러자 중삼은 맞은편으로 맞은 편으로 뛰어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진웅과 주진이 그 쪽을 바라보니 마차 안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문천상이었다.



진웅 일행은 문천상을 보자 모두 마차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갔다. 문천상 역시 마차에서 내려 진웅 일행에게 다가오더니 반갑게 진웅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길이 엇갈릴 줄 알았는데 자네들을 여기서 만나는구만."



"임안에 계신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황명을 받고 호남(湖南, 후난성)으로 가는 일이네."



"호남이라면....남쪽이 아닙니까? 어찌된 일입니까?'



"형부상서(당시 진의중)께서 형부시랑(刑部侍郞)을 맡아달라 부탁했고, 입궐할때만 해도 황제폐하께서도 윤허하셨다고 들었네. 헌데 승상(가사도)이 손을 쓴 모양이야. 조정에서 내 모습을 보는 것조차 질색한다 들었네.


그래서 동송신의 말대로 천도하여 후일을 도모해야 했거늘 오히려 내가 그를 처형해야 된다고 상소했으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형부시랑을 맡길 수 없다 주장했고 황제폐하께서도 승상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니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이신 거지."



"이런 상황에서도 정신을 못 차렸군요. 그래서 호남으로 가시는 겁니까?"



"아, 그건 아닐세. 가사도가 자기 입으로 저렇게 주장한 건 아니네. 자기를 따르는 간신들의 입을 대신 빌려 저렇게 주창한 것이지. 때마침 스승님(강만리-江万里)께서 입조하여 호남의 안무사(安抚使, 주지사격)로 임명되셨는데 호남제형 자리를 내게 맡기고 싶다 주청하셨네.


제아무리 승상이라고 해도 두분의 선황(이종, 도종)을 가르쳤던 스승님의 주청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야. 어쨌거나 승상은 눈 앞에서 나를 치우는 것이 목적이니 호남제형으로 내려가는 것을 받아들였네. 그래서 이리 내려가던 중에 자네들을 만난 것이고."



주진이 흥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있습니까?"



그러자 문천상이 씁쓸히 웃으며 대답했다.



"차라리 잘 된 것인지도 모르네. 양양성이 함락 되었다고 하나 임안을 그리 쉽게 함락할 수는 없을 걸세. 곧장 임안으로 쳐들어오지도 않을 테고. 오히려 후환을 없애기 위해 병력을 모아 강주(江州, 現장시성 주장시)부터 칠 테지.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호남으로 내려가 스승님과 함께 군대를 모아 방어선을 강화하는 것이 답이네."



"스승님이라는 분은 어떤 분입니까?"



"자네들은 모르겠군. 스승님께서는 두 분 선황의 스승이셨으며 수십년 전 환관과 간신들이 들끓던 조정을 떠나 평생을 후학 양성에 몸 바친 분이시네. 백로주에 서원을 만들자 아버님이 나를 그 분 문하로 보내셨지.


그러다 이 나라가 위기에 처하고 사천을 넘어 몽골군이 호남으로까지 넘어오는데 그 지역을 맡길 만한 인물이 없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은퇴한 스승님께서 나서셨지. 나라의 존망의 걸린 상황에서 어찌 가만 있을 수 있겠냐며 일흔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나서신 거지."



진웅과 주진은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문천상이 임안에 없다면 첩장과 진상품을 전달하는 것도 수월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 진웅이 물었다.



"형님께서 임안에 계시지 않으니 진상품을 잘 바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걱정말게. 안 그래도 자네들 이야기를 형부상서께 해놓았으니 임안에 가서 그 분을 찾아뵈면 될 테야. 자네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일지도 모르네. 아마 내가 도움을 주었다는 걸 알면 승상이 어떻게든 조공을 거부했을 테니 말이야."



"이렇게 내려가시면 언제 또 뵐 수 있을지요?"



"글쎄... 일단 임안에서의 일을 마치고 기별을 주게나. 어쨌든 일이 잘 풀려 탐라로 함선을 보내야 하면 포수경 그 자를 함께 만나야 되니 자네들도 호남으로 내려오는 편이 좋을 것 같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소흥에 함께 머물며 회포를 풀고 싶으나 호남의 사정이 급박하여 여기서 이만 헤어져야 할 것 같네. 부디 몸 들 조심하시게. 스님들도 고생하십시오."



생각지도 못한 문천상과의 짧은 만남은 진웅 일행에게 이 곳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앞으로의 행보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주진은 이런 상황에서 첩장과 진상품을 전달한다 한들 상황이 크게 반전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 고민을 안고 소흥을 거쳐 임안에 다다른 진웅 일행은 멀리 눈 앞에 펼쳐진 임안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임안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있는 수백 개의 전각들, 그리고 백만 대군이 몰려와도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높이의 성벽, 성내로 들어가기 위해 늘어선 상단의 행렬까지 도저히 존망의 위기에 놓인 도시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감탄만 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문천상의 추천서와 지현사의 통행증 덕에 임안 성내로 무사히 입성한 진웅 일행은 하루를 객잔에 묵은 진웅 일행은 다음날 오전 곧장 형부상서 진의중을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갔고, 문천상의 부탁을 받은 진의중은 진웅 일행을 직접 맞이했다.



진의중은 기품이 넘치고 온화하고 인자한 표정을 지닌 호인이었으나 현재 남송의 상황과 이로 인한 걱정 때문인지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문산(文山, 문천상의 호)에게 이야기는 들었소. 이 곳까지 오느라 고생들 하셨소."



"환대에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웅이 품에서 첩장을 꺼내 진의중에게 바쳤고 진의중이 첩장을 꺼내 내용을 읽어보더니 진웅에게 말했다.



"때를 봐서 황상 폐하께 진상품과 함께 올리도록 하겠소. 조칙이 내려온다면 기별을 넣을 터이니 이만들 돌아가시오."



그러자 진웅이 난처한 듯 물었다.



"저희가 황제 폐하를 직접 알현하고 진상품을 전달할 수는 없겠습니까?"



진의중은 황궁의 사정을 모르는 고려인들의 요청이 답답했다. 자신들의 황제가 사실은 반푼이로 주색에 빠져있으며 가사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차마 자신의 입으로 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대송과 고려가 사신이 오가지 않은지 이미 백년이 더 넘었소. 정식으로 온 사신단도 아니고 말이오. 게다가 황제 폐하의 목숨을 노리고 황궁에 수차례 자객들이 침입한 이후 극히 경계하고 있는 중이라 타국에서 온 자들이라면 승상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오."



"예상은 했으나 아쉽습니다. 모쪼록 그럼 첩장과 진상품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명주에 머무르고 있다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명주 청월루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럼 그 쪽으로 연통을 넣도록 하지. 고생들 했소."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첩장과 진상품이 황제에게 전달되는 일은 없었다. 진의중은 문천상처럼 승상인 가사도와 완전히 척을 진 사이가 아니었고 오히려 이전까지는 가사도를 통해 중용되는 쪽에 가까웠다. 그를 형부상서에 앉힌 것도 바로 가사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진의중은 가사도의 허락 없이 문천상을 형부시랑에 앉히려다 실패하여 본인의 입지가 이전보다 줄어든 상황이었고 승상을 제치고 황제에게 직접 첩장을 전달했다가는 자신을 공격할 괜한 빌미만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곧바로 첩장과 진상품을 가사도에게 전달했다.



진의중으로부터 첩장과 진상품은 건네 받은 가사도는 남송의 원조를 바란다는 삼별초의 첩장은 곧장 불 태우고 진상품은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황제 폐하에게 바칠 만한 것이 없다며 자신의 애첩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러한 상황을 모른 채 명주로 돌아온 진웅 일행은 여전히 좌승선의 함대와 함께 임안으로부터 올 기별을 동시에 기다렸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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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옥추보경(玉樞寶經) (1) 23.06.30 68 1 9쪽
28 유백문(劉百文) (2) 23.06.26 58 0 10쪽
27 유백문(劉百文) (1) 23.06.25 56 0 12쪽
26 청룡검(靑龍劍) 23.06.23 55 0 13쪽
25 병상첨병(病上添病) (3) 23.06.22 51 0 10쪽
24 병상첨병(病上添病) (2) 23.06.20 64 0 9쪽
23 병상첨병(病上添病) (1) 23.06.19 62 0 10쪽
22 화산파(華山派) (2) 23.06.19 113 0 11쪽
21 화산파(華山派) (1) 23.06.18 57 0 14쪽
20 하오문(下五門) 23.06.12 68 0 13쪽
19 삼교맹(三敎盟) (4) 23.06.11 66 0 11쪽
18 삼교맹(三敎盟) (3) 23.06.11 70 0 14쪽
17 삼교맹(三敎盟) (2) 23.06.10 79 0 12쪽
16 삼교맹(三敎盟) (1) 23.06.08 99 0 13쪽
» 수도 임안(臨安) (4) 23.06.06 100 1 9쪽
14 수도 임안(臨安) (3) 23.06.06 85 0 12쪽
13 수도 임안(臨安) (2) 23.06.03 97 1 13쪽
12 수도 임안(臨安) (1) 23.05.24 113 0 12쪽
11 문천상(文天祥) (2) 23.05.23 100 0 10쪽
10 문천상(文天祥) (1) 23.05.23 109 0 10쪽
9 백련교(白蓮敎) (2) 23.05.22 108 0 10쪽
8 백련교(白蓮敎) (1) 23.05.22 127 0 10쪽
7 전진교(全眞敎) (3) 23.05.21 123 3 14쪽
6 전진교(全眞敎) (2) 23.05.21 135 3 11쪽
5 전진교(全眞敎) (1) 23.05.20 179 3 15쪽
4 남송(南宋) 명주(明州) (3) 23.05.20 176 5 10쪽
3 남송(南宋) 명주(明州) (2) 23.05.19 199 5 12쪽
2 남송(南宋) 명주(明州) (1) +1 23.05.19 284 6 18쪽
1 위기의 삼별초 23.05.19 474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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