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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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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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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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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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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백련교(白蓮敎) (1)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장지선이 문운손을 향해 다시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겠소. 정녕 피를 봐야겠소?”


그러자 문운손이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전진교 도사들은 이렇게 말이 많소?”


“쳐라!”


장지선의 일갈과 함께 여섯을 향해 무수한 검들이 그야말로 쏟아져내렸다. 비록 전진교의 위세가 예전같지 않다고는 하나 장교 왕지탄의 직전제자인 장지선과 묘청일을 비롯해 각자 나름의 성취를 이룬 일대 제자들이 대부분인 태을금화대검진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네 방위에서 각자 일곱개의 검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막았다 싶으면 방진을 바꾸어 다시 일곱개의 검이 쏟아져내렸다.



여섯명이서 스물 여덟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스물 여덟개의 검을 상대해야 하는 것과 다름 없었고, 이 것이 바로 소림의 백팔나한진에 비한다는 전진교 태을금화대검진의 위력이었다.



모두 반갑자 이상의 고수들로만 이루어진 것 아니었고 급조된 탓에 이대 제자 일부가 검진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약한 고리를 있었으나 취암선사가 검진의 취약한 곳을 공격할 때면 검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도사가 즉시 검진을 채웠다.



원희는 원래 쓰던 대부가 아닌 손에 익지 않은 석장을 든 탓에 자신의 무공을 절반도 펼치지 못했고, 진웅이나 주진 역시 도사들의 목숨을 빼았을 경우 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살초를 펼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운손은 품에서 소도를 꺼내 겨우 막아내고는 있으나 펼치는 무공이 소도에 걸맞지 않아보였다. 가장 위태로운 것은 역시나 장전일이었다. 전진교 도사들은 집요하게 장전일 하나만을 노렸고, 특히나 전진의 고수인 장전일과 묘청일을 비롯한 일대 제자들은 도사라기 힘든 수준의 살초를 장전일을 향해 펼쳤다.



위기마다 취암이 손을 보태 장전일을 돕고는 있으니 그 때문에 취암 역시 온전히 자신의 실력을 펼치기 어려운 듯 보였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지선의 검이 장전일의 급소를 향해 날아들어왔다. 취암의 구갑죽이 장지선의 검을 쳐내려 했으나 한발 늦어 검은 결국 장전일의 어깨에 꽂혔고 이어 다른 도사들의 검이 장전일의 다른 부위를 향해 쏟아져 들어왔다.



다섯은 가까스로 도사들의 모두 검을 쳐내긴 했으나 끊임없이 쏟아지는 검들을 막으며 장전일의 상태를 살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진웅이 문운손을 보며 자신의 검을 건넸다.



“공자! 이걸 쓰십시오.”



그러고는 진웅은 잠시 자세를 가다듬더니 주먹으로 맨땅을 수차례 가격했고 그와 함께 흙바람이 일어 잠시 합검진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진웅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장전일의 혈도를 눌려 출혈을 멈추더니 일행을 안쪽으로 끌고 와 감쌌다. 전진의 도사들 역시 계속 되는 공세에 힘이 부쳤는지 검진을 유지하며 호흡을 골랐다. 장전일의 상태를 본 문운손이 취암에게 말했다.



“기혈이 뒤틀리고 있어 늦으면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당장 진기를 불어넣어 혈맥이 뒤틀리는 것을 바로 잡아줘야 합니다.”



그러자 취암이 답했다.



“내가 하지. 반각만 버텨 주시게.”



그러자 주진이 진웅을 보며 말했다.



“살초를 쓰지 않고는 더는 버티기 힘들겠네.“



“누구 하나 죽어서는 안 돼. 도사들이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뒷감당이 쉽지 않을 걸세.”



“스님,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차라리 넷이 나은 것 같습니다.”



“넷이 낫다니요?”


“이 검진 자체가 일곱명씩 조를 이뤄 네 방위를 번갈아 돌고 있습니다. 이를 다섯이서 대응하려다 보니 오히려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지요. 검진 자체는 대단하나 도사들의 실력이 제각각이라 완벽하진 않습니다. 이각 정도면 해가 질 터, 그때까지 버티다 천동사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인 듯 싶습니다.”



일행을 습격한 장지선 또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전에 소흥에 있던 도사들이 도착했고, 대검진을 전개하기에 충분한 인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만 해도 고수가 몇명이든 상대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해가 지기 전까지 승부를 봐야했으나 성취가 낮은 이대 제자 가운데 몇몇은 취암에게 이미 나가 떨어졌고 나머지도 거듭된 초식 전개에 숨이 가빠오고 있었다. 취암이야 그렇다치고 나머지까지 자신과 동급, 아니 그 이상일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이 정도 인원을 투입하고도 장전일을 놓친다면 도불 결전 이후 치욕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것이며, 교단 내에서 자신의 입지 역시 불안해짐을 의미했다. 장지선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듯 소리쳤다.



“해질 때까지 버틸 셈인가? 과연 그게 가능할지 두고 보지. 모두 남은 공략을 다 쏟아 부어라. 손속에 정을 들 필요없다. 대도에서의 치욕을 잊지 말라.”



그 말에 전진 도사들의 아까보다 더욱 매섭게 네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희의 말대로 대검진은 네 방위에서 일정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성취가 낮은 이대제자들이 섞인 이유 때문인지 검진의 변화가 단조로워 네 사람은 처음보다는 침착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문운손도 장검을 손에 들자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원희 역시 석장을 아까보다 짧게 잡고 도끼처럼 사용하니 도사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진웅이었다. 장전일과 취암에게 날아드는 검들을 검집으로만 막아내는 동시에 권과 각을 이용해 흙먼지를 계속 일으켜 도사들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처음보다 막아내기 수월했다는 것이지 대검진을 격파할 정도는 아니었고, 원희의 말대로 해가 질 때까지 일단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때 서쪽 방향에서 수십명이 법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그 소리가 가까워졌다. 진웅과 주진은 이를 천동사에서 승려들인가 싶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찰나에, 문운손은 되려 더욱 긴장한 얼굴이었고 전진교 도사들은 그야말로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잠시 후 백의(白衣)를 입은 수십의 무리가 진웅 일행은 물론 전진교 도사들까지 둘러싼 채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주문을 외웠다.



“진공가향(眞空家鄕) 무생노모(無生老母)”

“진공가향(眞空家鄕) 무생노모(無生老母)”

“진공가향(眞空家鄕) 무생노모(無生老母)”



진웅 일행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두리번거리자 잠시 후 주문을 외우던 무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허공에서 백영(白影) 하나가 날아들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은 마찬가지로 새하얀 백의를 입는 한 여인이었다. 다만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백의 위로 은사(銀絲)로 연꽃이 수놓아져 있었다.



주진이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남송까지 온 보람이 있네그려. 아니면 벌써 죽고 백의관음(白衣觀音)이 우리를 데리러 온 게 아닌가?”



주진의 말처럼 그 여인은 백의관음의 화신이라고 할 정도로 신비로운 분위기에 뭣보다 그 절세의 미녀라는 말이 그녀를 위해 만들어졌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두 사람이 넋을 잃고 그 여인을 바라보고 있고라니, 장지선이 그녀에게 소리쳤다.



“백련교(白蓮敎)가 어찌하여 전진의 일을 방해하오!”



그러자 그녀가 문운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사께 볼 일이 일어서가 아니라 저기 공자께서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서 이리 직접 찾아온 것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미모만큼 맑고 청아했다. 뭇 사내라면 이런 그녀에게 반하지 않을 자는 없을 듯 했고, 금욕적인 수행을 하는 전진의 도사들도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봤다. 오직 문운손과 원희 정도만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문운손이 대답했다.



“이리 보니 소저의 얼굴마저 반갑구려.”



“품 안에 두신 패는 끝내 꺼내지 않을 작정인가 봅니다.”



“그것이··· 안 그래도 품 속을 뒤져보았는데 청월루에 두고 온 모양이요.”



“호호호. 공자답습니다. 그래서 결정은 하셨습니까?”



“결정이고 뭐고 당장 목이 날아갈 판이오만.”



두 사람을 지켜보던 장지선이 소리쳤다.



“전진의 용무가 먼저요. 백련은 비켜나시오.”



그러자 여인은 차갑게 장지선을 쏘아보며 말했다.



“본녀와의 약조가 먼저지요. 도사께서 저보다 먼저 공자와 약조를 했다는 말씀인가요?”



장지선의 머리 속은 복잡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겨우 네 사람을 제압하지 못한 상황에서 백련교까지 등장한데다 저 공자라는 자와 우호적인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모든 검진들이 그렇듯 태을금화대검진의 약점 또한 일단 전개되면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공수를 겸하기 위해서는 바깥을 향해서도 별도의 검진을 전개해야 되지만 남은 인원은 그 정도의 수준도 인원도 아니었다. 그러자 여인이 덧붙여 말했다.



“전진의 명예를 지킬 기회를 드리지요.”



옆에 있던 묘청일이 거들었다.



“대사형, 후일을 도모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일단 전일이 저 놈이 꽤나 심각한 부상을 당했으니 당분간 명주 밖을 벗어나진 못할 겁니다.”



“끄응···”



다 잡은 대어를 눈 앞에 두고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백련교까지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장지선이 그녀에게 소리쳤다.



“전진의 장지선이라 하오. 소저의 성함을 들을 수 있겠소?”



“본녀, 도사님의 위명에 비한다면 보잘 것 없으나 서옥영(徐王艳)이라 하옵니다.”



“백만송이 백련 속에 단 한 송이 홍련이 피었다더니 바로 그대로군. 허나 본교의 대계를 망친 책임이 가볍진 않을 것이오.”



“언제고라도 본녀에게 그 책임을 물으러 오시지요. 기대하겠습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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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옥추보경(玉樞寶經) (1) 23.06.30 68 1 9쪽
28 유백문(劉百文) (2) 23.06.26 58 0 10쪽
27 유백문(劉百文) (1) 23.06.25 56 0 12쪽
26 청룡검(靑龍劍) 23.06.23 55 0 13쪽
25 병상첨병(病上添病) (3) 23.06.22 51 0 10쪽
24 병상첨병(病上添病) (2) 23.06.20 64 0 9쪽
23 병상첨병(病上添病) (1) 23.06.19 62 0 10쪽
22 화산파(華山派) (2) 23.06.19 113 0 11쪽
21 화산파(華山派) (1) 23.06.18 57 0 14쪽
20 하오문(下五門) 23.06.12 68 0 13쪽
19 삼교맹(三敎盟) (4) 23.06.11 66 0 11쪽
18 삼교맹(三敎盟) (3) 23.06.11 70 0 14쪽
17 삼교맹(三敎盟) (2) 23.06.10 79 0 12쪽
16 삼교맹(三敎盟) (1) 23.06.08 99 0 13쪽
15 수도 임안(臨安) (4) 23.06.06 99 1 9쪽
14 수도 임안(臨安) (3) 23.06.06 85 0 12쪽
13 수도 임안(臨安) (2) 23.06.03 97 1 13쪽
12 수도 임안(臨安) (1) 23.05.24 112 0 12쪽
11 문천상(文天祥) (2) 23.05.23 99 0 10쪽
10 문천상(文天祥) (1) 23.05.23 109 0 10쪽
9 백련교(白蓮敎) (2) 23.05.22 108 0 10쪽
» 백련교(白蓮敎) (1) 23.05.22 127 0 10쪽
7 전진교(全眞敎) (3) 23.05.21 123 3 14쪽
6 전진교(全眞敎) (2) 23.05.21 135 3 11쪽
5 전진교(全眞敎) (1) 23.05.20 179 3 15쪽
4 남송(南宋) 명주(明州) (3) 23.05.20 176 5 10쪽
3 남송(南宋) 명주(明州) (2) 23.05.19 199 5 12쪽
2 남송(南宋) 명주(明州) (1) +1 23.05.19 283 6 18쪽
1 위기의 삼별초 23.05.19 474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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