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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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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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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수 :
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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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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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삼교맹(三敎盟) (4)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객당에 다시 앉은 복유를 비롯해 다섯 명은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앞으로 맹을 어찌 이끌어갈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우선 복유가 먼저 말을 꺼냈다.


"무엇보다 맹의 이름을 먼저 짓는 것이 우선인 것 같은데 맹주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기지성이 대답했다.


"대선사께서 생각해두신 이름이 있으신지요?"


"미처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고견이 있으면 기탄없이 들려주시지요."


그러자 황건객이 나섰다.


"제가 감히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도불유 세 곳이 하나의 맹을 만들었으니 삼교맹(三敎盟)이라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러자 기지성이 답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저 역시 삼교맹으로 짓고 도불유의 정파만 받아들이는 것이 받다고 생각합니다. 대선사는 어떻습니까?"


"맹주께서 좋으시다면 그리 하시지요. 장천사께서는 어떠십니까?"


"제가 반대한들 달라진 건 없어보입니다만 뭐 무슨 이름이든 상관없소."


장종연이 이리 퉁명스러운 건 조금 전 동명자에게 패배한 것 때문에 아마 빈정이 상해있기 때문이라 생각한 기지성이 장명자를 향해 말했다.


"오늘 장천사께서 손속에 정을 두신 덕에 제가 이리 맹주의 자리에 올랐으니 감사할 다름입니다. 대신 이리하면 어떻겠습니다. 장문인은 한 문파에서 연이어 배출할 수 없고 나머지 문파에서만 나오도록 말입니다."


그러자 복유가 웃으며 기지성의 제안에 힘을 보탰다.


"맹주께서 아주 좋은 제안을 하셨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차라리 아예 장문인의 문파를 제외한 나머지 문파가 후기지수를 보내 맹에서 수련토록 하고 그 중에서 가장 자질이 뛰어난 자를 맹주로 앉히면 어떻겠습니까? 너무 경험이 일천하거나 어릴 경우를 대비해 부맹주를 앉혀 혹여의 사태에 대비하고 말입니다."


"대선사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부맹주 자리는 장천사께서 맡아주셨으면 하는데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십니까? 부맹주는 맹주와 상하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로 맹의 공사를 나눠 맡았으면 싶고 말입니다."


이미 노령의 복유나 지온은 우선 맹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였고, 부맹주 자리도 힘이 부친 상태였기에 황건객만 반대하지 않고 장종연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금번 비무로 자존심이 상한 장종연을 달래주는 동시에 맹의 화합을 가져올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황건객은 애초에 진왕 망갈라가 아니었다면 이리 맹을 만드는 것을 팔문의 상의 없이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부맹주의 자리에도 관심이 없었고, 뭣보다 기지성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한 상태라 기지성의 제안에 적극 동의했다.


"저는 이의 없습니다. 장천사께서 부맹주를 맡아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말이 나와 그런데 언제 시간될때 장천사께서 공동산을 찾아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황건객이 기지성을 먼저 초빙했다는 것을 모르는 장종연은 왕중양 이후 백년 넘게 외부인을 받지 않고 있는데다, 천년 동안 한차례도 장천사가 공동파에 방문한 적이 없었기에 황건객의 제안에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장종연은 기지성이 맹주의 자리에 앉으며 전진교가 앞으로 삼교맹을 이끈다면 정일교의 입지가 무림에서 줄어들 것을 우려했던 것인데 장문인이 한 문파에서 연이어 나오지 못하도록 하자는 복유의 제안을 듣자 그러한 우려 역시 상당히 불식되었다. 또한 맹주의 아래가 아닌 대등한 관계라고 하니 혹한 것이 사실이었다. 더는 거절하기 어려운데다 본인의 체면도 세웠다고 생각한 장종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성에게 읍을 하며 말했다.


"맹주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소."


이렇게 소림사와 아미파, 전진교와 정일교, 그리고 공동파까지 무림의 다섯 거목이 참여한 삼교맹(三敎盟) 탄생했고, 훗날 무림맹(武林盟)이라 불리며 정파를 이끄는 거대한 세력이 된다.


다음날 기지성을 비롯한 삼교맹의 창시자들은 망갈라가 보내온 황금 마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대자은사에서 이각 정도를 가니 도착한 곳에는 높은 누각과 전각, 어마어마한 객당과 후원 등 흡사 한 나라의 궁궐을 연상케하는 규모의 건물 앞에 다다렀고, 기지성을 비롯해 장종연과 황건객은 문 앞에 적힌 현판을 보더니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삼교맹(三敎盟)]


맹의 이름을 지은 것이 어제 저녁인데 삼교맹의 현판이 붙은 대궐을 보고 일행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현판의 서체 역시 필법이 법상치 않아보였다. 게다가 기지성을 비롯해 장종연과 황건객 모두 서예에 능했기 때문에 바로 현판을 누가 썼는지 알아봤다. 기지성이 복유에게 물었다.


"군용(君用) 선생께서 쓰신 것 아닙니까? 그 분이 장안에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진왕께서 부탁하여 며칠 전부터 장안에 머물고 있지요. 오늘 아침에 쓰신 겁니다."


군용 장천석(张天锡). 금나라를 대표하는 서예가로 금계노인(锦溪老人)이라고도 불리었으며 명필들의 초서를 한권에 담은 초서운회를 집필하는 불멸의 업적을 남긴 기인이었다. 남송 황실의 종친이자 남송 멸망 후 원나라 때 벼슬길에 나간 뒤 고극공(高克恭), 이간(李衎)과 함께 원나라 초기 3대 문인으로 불렸던 조맹부(趙孟頫)의 스승이 바로 그였다.


훗날 조맹부의 서법은 스승을 뛰어넘어 그의 서법을 조체(趙體)라 부를 정도로 신필의 대우를 받았는데 이는 한참 이후의 일로 이때까지만 해도 신필은 바로 장천석을 이야기 함이었다.


세 도사가 놀란 표정으로 장천석이 쓴 현판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진왕 망갈라가 주제와 함께 안쪽에서 걸어나왔고, 뒷편에는 처음 본 노인이 서 있었는데 기지성은 한 눈에 그가 장천석임을 알아봤다. 진왕에게 인사를 건넨 뒤 기지성이 장천석에게 다가가 말했다.


"신필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장천석이 수염을 쓸며 답했다.


"삼교가 함께하는 거사에 이런 늙은이의 재주가 쓰일 데가 있으니 제가 되려 은혜를 입은 것이지요.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들다 뿐이겠습니까? 앞으로 삼교맹이 존재하는 한 신필의 이름도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망갈라는 본인이 직접 건물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었다. 백팔 계단을 오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전(大展)이 보였고, 양쪽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누각이 서 있었다. 소림과 전진을 비롯해 중원 전체를 찾아봐도 어느 문파도 비할 수 없는 규모였고, 흡사 왕궁으로 쓰일 법한 그런 곳이었다.


"대전 양쪽은 맹주와 부맹주께서 쓰시면 될 듯 싶소."


기지성은 궁금한 듯 복유에게 물었다.


"대선사께서는 이미 맹을 만드실 생각으로 이것들을 다 준비하신 겁니까?"


"그럴 리가 있습니까? 소림사가 어찌 이런 대공사를 감당하겠습니까? 진왕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이지요."


"그럼 원황실에서 맹을 설립할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다는 말입니까?"


망갈라가 그러자 웃으며 대신 답했다.


"하하하! 동명자께서 오해가 있으시군. 이 곳은 삼교맹을 계획하고 만든 것이 아니라 안서왕부의 별궁으로 지은 것이라오. 그러다 대선사께서 맹을 만들고자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덕 좀 쌓을까 하여 내어드린 것이오. 그러니 큰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되오. 덕분에 저 역시 공덕을 잔뜩 쌓았으니 말이오."


그제서야 기지성이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럼에도 맹과 원황실은 서로에 관여치 않기로 했는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는다면 그게 가능할지 싶어 우려가 되었다. 그럼에도 기지성이 망갈라의 선물을 받아 든 이유는 이미 어젯밤부터 삼교맹의 본부를 어찌하면 좋을지가 우선 든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본부를 전진교에 둔다고 하면 다름 문파들이 모두 반대할 것이고 그렇다고 문파마다 각출을 하자고 제안하기에는 전진교의 위세가 살지 않고 결국 전진교 주요 분파 건물 중 하나를 비워 그 곳을 삼교맹 본부로 써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런 고민이 일거에 해결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왕이 기지성의 우려를 알아챈 듯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거듭 말하지만 황실과 본 왕은 삼교맹이 황실을 향해 칼을 들지 않는 한, 절대 관여할 생각이 없소. 동명자께서는 심려치 마시오. 나 망갈라, 왕이기 전에 사내로서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테니 말이오. 내 왕부로 돌아가면 이를 약조하는 서신을 보내드리지."


"아닙니다, 전하. 워낙 어마어마한 규모로 잠시 놀란 것입니다. 이리 배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건물을 함께 둘러본 망갈라가 주제와 함께 진왕부로 돌아가자 맹주 기지성, 부맹주 장종연, 그리고 복유와 지온, 황건객, 무림맹을 이끌어갈 다섯 수뇌는 머리를 맞대고 삼교맹이 이끌어갈 맹주령부터 원과 남송 황실에 삼교맹의 창설을 알리는 서신까지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각 문파에 맹의 설립이 전달됨과 동시에 일대제자들을 모두 장안의 삼교맹부로 불러들인다.


그 사이 주제가 말했던 함강서원(涵江書院)의 축연 종례가 합류했고 여섯 사람이 며칠간 머리를 맞대며 고민한 끝에 삼교맹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전 무림에 선언했고 원과 남송의 황실에도 이 같은 내용이 전달 되었다.


일. 유불도(儒佛道)의 오문(五門)은 삼교가 함께 하는 맹을 설립하며 이를 삼교맹이라 칭한다.


이. 삼교맹은 삼교합일(三敎合一) 또는 무림일통(武林一統)을 추구하지 않으며, 오로지 무림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 힘쓴다.


삼. 삼교맹부는 안서(安西, 장안)에 둔다.


사. 삼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문파의 참여를 환영한다. 단, 사파를 비롯해 창법, 궁법을 쓰는 문파는 불허한다.


오. 백련교(白蓮敎)는 백련마교(白蓮魔敎)라 칭한다.


육. 삼교맹은 작금의 원송 전쟁에 중립을 표하며, 삼교맹과 각 문파에 속한 무인들 역시 어떤 식으로드 전쟁에 관여할 것을 금한다. 이를 어길시 삼교맹부에서 제외됨과 동시에 각 문파에서 파문한다.


전진교 장교, 삼교맹주 동명자 기지성

정일교 장천사, 삼교맹 부맹주 장종연

소림사 방장 광종정법대선사 설정복유

아미산 복호사 방장 전일 지온

공동파 현공태극문주 비운자 황건객

함강서원 산장 축연 종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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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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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옥추보경(玉樞寶經) (1) 23.06.30 68 1 9쪽
28 유백문(劉百文) (2) 23.06.26 58 0 10쪽
27 유백문(劉百文) (1) 23.06.25 56 0 12쪽
26 청룡검(靑龍劍) 23.06.23 55 0 13쪽
25 병상첨병(病上添病) (3) 23.06.22 51 0 10쪽
24 병상첨병(病上添病) (2) 23.06.20 64 0 9쪽
23 병상첨병(病上添病) (1) 23.06.19 62 0 10쪽
22 화산파(華山派) (2) 23.06.19 113 0 11쪽
21 화산파(華山派) (1) 23.06.18 57 0 14쪽
20 하오문(下五門) 23.06.12 68 0 13쪽
» 삼교맹(三敎盟) (4) 23.06.11 66 0 11쪽
18 삼교맹(三敎盟) (3) 23.06.11 70 0 14쪽
17 삼교맹(三敎盟) (2) 23.06.10 79 0 12쪽
16 삼교맹(三敎盟) (1) 23.06.08 99 0 13쪽
15 수도 임안(臨安) (4) 23.06.06 99 1 9쪽
14 수도 임안(臨安) (3) 23.06.06 85 0 12쪽
13 수도 임안(臨安) (2) 23.06.03 97 1 13쪽
12 수도 임안(臨安) (1) 23.05.24 112 0 12쪽
11 문천상(文天祥) (2) 23.05.23 99 0 10쪽
10 문천상(文天祥) (1) 23.05.23 109 0 10쪽
9 백련교(白蓮敎) (2) 23.05.22 108 0 10쪽
8 백련교(白蓮敎) (1) 23.05.22 126 0 10쪽
7 전진교(全眞敎) (3) 23.05.21 122 3 14쪽
6 전진교(全眞敎) (2) 23.05.21 135 3 11쪽
5 전진교(全眞敎) (1) 23.05.20 179 3 15쪽
4 남송(南宋) 명주(明州) (3) 23.05.20 176 5 10쪽
3 남송(南宋) 명주(明州) (2) 23.05.19 199 5 12쪽
2 남송(南宋) 명주(明州) (1) +1 23.05.19 283 6 18쪽
1 위기의 삼별초 23.05.19 474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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