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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의 작업실

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3.05.19 16:52
최근연재일 :
2024.02.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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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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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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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문천상(文天祥) (2)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으로, 특정 종교/단체/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진웅은 삼별초가 좌우별초와 신의군으로 이루어졌으며, 자신들이 왜 남송 명주땅까지 오게 되었으며,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문천상에게 소상히 다 털어놓았다. 문천상 역시 속사정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기보다는 진웅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귀 기울여 듣고 있었으며 진웅이 말을 마치자 물었다.



"삼별초라... 조정도 등을 돌렸거늘 끝까지 몽골과 싸우겠다는 기개가 대단합니다. 지금 남은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4천 남짓입니다. 딸린 식구들을 포함하면 6천 정도 될 겁니다."



"첩장과 진상품은 어찌 했습니까? 객잔에 둔 것이오?"



"따로 안전한 곳에 보관 중입니다."



그 말에 문천상은 바로 눈치를 채고 답했다.



"아육왕사에 맡긴 모양이군. 잘 하셨소. 그럼 좌승선께서 정확히 언제 도착할지는 모른다는 것이구려."



"네.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남송 수군은 상황이 어떻습니까?"



"장강을 따라 수비선을 구축하며 몽골군의 남하를 막고 있으나 역부족이오. 몽골 함선이 무려 5천여 척에 달하니 말이오. 양양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수군마저 각개 격파 당할 수는 없어 최대한 몽골군의 남하를 늦추면서 남쪽으로 모이고 있소. 아마 수군을 다 합치면 이천여척 정도 될 것이오."



"이런 상황이라면 그 중 일부가 탐라로 가긴 힘들겠군요."



그러자 주진이 물었다.



"본디 몽골은 기마족으로 수군은 보잘 것 없다 들었습니다. 비록 함선의 수가 많다하나 어찌 대송의 수군에 비하겠습니까?"



"한 때는 그랬지요. 허나 유정(劉整)이 몽골에 항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몽골이 양양을 함락하기 위해 첫번째로 한 것이 바로 양양성과 번성에 거대한 환성을 쌓아놓고 장강을 따라 몽골 수군을 훈련시킨 것입니다.



남송 역시 처음에는 몽골 수군을 우습게 보고 양양성을 구원하기 위해 십만 수군을 장강을 따라 북상시켜 방어선을 뚫고자 했으나 적들의 방어는 견고했고 결국엔 처참히 실패하고 말았소. 장귀와 오천 결사대 역시 양양성으로 진입하지 못했고, 안타까운 결사대 이천의 목숨만 날렸다오.



결국 번성과 양양성은 고립된 채 차례대로 함락되었습니다. 그간 몽골의 남하를 막아온 곳은 맹공 이래 남송의 수군이 강력했기 때문인데 역신들의 배반으로 대송의 종묘사직이 위태로워지고 말았소."



진웅과 주진은 어째서 고려와 원나라 군사들이 탐라를 바로 공격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기마전의 달인이던 몽골이 결국 남송 정벌을 위해서 강력한 수군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유정을 통해 깨닫고, 장강 이남에서 강력한 수군을 양성중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말이 없자 문천상이 말을 이었다.



"유정을 시작으로 여문환을 비롯해 남송의 군대를 이끌던 이들이 차례대로 원에 항복했소. 일전에도 말씀 드렸으나 여전히 남송에게는 수십만 병사가 남아있으나 이들을 제대로 이끌 장수가 없는 실정이라오. 다만 오랜 시간 몽골과 싸워 온 삼별초군이 합세한다면 큰 힘이 되겠지요. 두 분께서 고려로 돌아간다면 남송군에 합류하라 설득하여 주지 않겠소?"



"저도 그리 제안은 했으나 탐라에서 끝까지 결사항전하겠다는 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또한 양양성이 함락되었고, 몽골 수군이 이전과 다르게 강력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차라리 성벽을 높이 쌓고 대비하거나 아예 중산국으로 가자는 이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제 성벽은 제아무리 높이 쌓는다 한들 소용 없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몽골군이 회회인(回回人, 아랍인)들을 통해 회회포(回回砲)라는 것을 들여왔소. 직접 본 적은 없으나 투석기의 일종인데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번성의 성벽도 결국 그 회회포에 무너졌다 하더이다."



"회회포라...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리 성벽이 무너진답니까?"



"천지가 진동할 위력이라 하더이다. 번성이 회회포 앞에서 처참히 무너지고 함락되자 몽골군은 번성에 회회포를 설치하고 양양성을 향해 포를 날렸다지요. 결국 양양성 역시 그 회회포 앞에서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항복했고 말이오."



"결국 농성(籠城)은 불가하다는 말씀이군요."



"회회포에 뚫리지 않을 정도로 성벽을 두텁게 하는 수 밖에 없지만 이미 쌓인 성벽을 두텁게 만드는 건 보통 어려운 일도 아니고 시간도 굉장히 많이 걸리는 일이니 현재로서는 불가하다고 봐야지요."



"그렇다고 몽골의 기병을 평원에서 맞상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전국이 들고 일어나 전선을 넓혀야 그나마 희망이 있지 않겠소. 만약 몽골군을 상대한 경험이 많은 고려의 정예군이 합세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병사들의 사기도 한껏 고조될 것이고, 적들도 상당히 당황할 것이오."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좌승선께서 도착하셔야 될 듯 합니다."



"미리 조정에 첩장을 전달한 뒤에 좌승선을 기다리는 것도 불가합니까?"



"애초에 첩장을 전달하라는 명을 받은 것은 저희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그저 첩장과 진상품을 지키고 있을 뿐이지요."



"한시가 급하거늘..."



"혹여 남송에 합류하기로 한다고 해도 그만한 병력이 먼 바다를 건널 만큼 큰 선박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당장 군량도 부족한 상황이니 말입니다."



"그건 걱정 마시오. 남송에 합류하기로 한다면 배와 식량은 내가 마련해 드리겠다 약조하지요."



"하지만 남송 수군이 탐라로 가는 것은 무리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상선을 보낼 것이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천주(泉州)라는 곳에 포수경(蒲壽庚)이라는 자가 있소. 회회인으로 남해 해적들을 토벌하고 무역을 독점하여 엄청난 부를 쌓았지. 그가 가진 상선만 수백 척이니 말입니다. 돈으로만 움직이는 자인만큼 오히려 상대하기는 쉽지요. 제대로 값만 치른다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진웅과 주진은 뭔가 희망이 생기는 듯 했다. 탐라의 다른 장수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으나, 남송에서 배편과 식량을 제공하겠다는 답을 얻은 것만 해도 충분한 성과였기 때문이다.



"좌승선께 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임안으로 가면 좋으련만..."



"임안으로 가십니까?"



"조정으로 복귀하라는 황명이 떨어졌소. 양양성이 함락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지. 원래라면 가사도 그자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해했을 터이나 지금 가장 궁지에 몰린 것이 본인이니 신경 씀 틈이 없었겠지."



"아쉽습니다."



그러자 문천상이 술잔을 가득 채운 뒤 일어나 말했다.



"우리가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이고 생사를 함께 한 동지이니 괜찮다면 이 잔을 나눠 마시고 형제의 연을 맺는 것이 어떻소?"



그러자 진웅과 주진이 잠시 눈을 맞추더니 주진이 술잔을 건네받고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아우 주진 비록 형님과 부모는 다르나 형제의 맹세를 죽을 때까지 지키겠습니다."



그런 다음 술잔을 진웅에게 건네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도 어서 마시게. 그 잔을 마시면 석달이나 먼저 태어난 내가 형님이 되는 건 알지?"



진웅은 주진에 말해 대꾸하지 않더니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문천상에게 읍을 하며 말했다.



"아우 진웅 또한 다른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나 오늘 이 순간부터 대인을 형님으로 모시겠다 맹세합니다."



진웅의 술잔을 받아든 문천상이 그때까지 말 없이 듣고만 있던 원희에게 말했다.



"스님께서 증인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그리하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오늘 생사를 나눈 세 사람이 형제의 연을 맺기로 하였으니 천신께서는 부디 우리 형제들을 굽어 살피소서."



의형제의 연을 나눈 세 사람의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 문천상이 잠시 용변을 보겠다며 주진과 함께 자리를 뜨자 진웅은 취암선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선사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보거라."



"진씨 가문의 내가권을 일전에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러니 한 눈에 알아봤지. 역시나 진씨가 맞았구나."



"혹여 아시는 바가 있다면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나 정도 강호를 유랑하면 강호에 출두하지 않은 은둔고수나 별별 기인들을 다 만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산서 택주(澤州)에 모여살던 진가구(陳家溝)지. 젊은 시절 우연찮게 산서까지 갔다가 당시 진가장과 몇차례 비무를 하며 가까워졌다. 이후로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오늘 보게 될 줄은 몰랐구나."



"산서 택지라 하셨습니까?"



"그래."



"이 곳 명주에서 얼마나 걸립니까?"



"빠른 말을 타고 달려도 보름은 걸릴 것이다. 산서는 중원의 끝에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니 말이다. 허나 지금은 몽골이 점령하여 오랑캐들이 바글바글 할 터인데 혹여 그 곳으로 갈 생각이라면 목숨이 몇개라도 모자랄 것이야."



"어찌 당장 갈 생각이겠습니까? 다만 남송에 본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반가운 것이지요. 조부나 부친께서도 이런 사실은 말씀해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분들께서도 복주에서 고려로 왔다는 것만 아실 뿐 가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았으니 말입니다."



"뭐 무공을 펼치면 되니 따로 신분을 증명하진 않아도 되겠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일 나한테 잠깐 들리거라. 오랜 벗이 내 이름을 들으면 널 문전박대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선사의 하해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당장 진웅은 남송에서 보낼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고, 이대로 탐라로 돌아가게 된다면 다시는 남송 땅을 밟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그대로 취암선사 덕분에 아직까지 본가에서 비전 무공이 대대로 계승되고 있단 사실에 가슴이 설렜다.



'산서 택주라...'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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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별초, 남송(南宋)에 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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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옥추보경(玉樞寶經) (1) 23.06.30 68 1 9쪽
28 유백문(劉百文) (2) 23.06.26 58 0 10쪽
27 유백문(劉百文) (1) 23.06.25 56 0 12쪽
26 청룡검(靑龍劍) 23.06.23 55 0 13쪽
25 병상첨병(病上添病) (3) 23.06.22 51 0 10쪽
24 병상첨병(病上添病) (2) 23.06.20 64 0 9쪽
23 병상첨병(病上添病) (1) 23.06.19 62 0 10쪽
22 화산파(華山派) (2) 23.06.19 113 0 11쪽
21 화산파(華山派) (1) 23.06.18 57 0 14쪽
20 하오문(下五門) 23.06.12 68 0 13쪽
19 삼교맹(三敎盟) (4) 23.06.11 66 0 11쪽
18 삼교맹(三敎盟) (3) 23.06.11 70 0 14쪽
17 삼교맹(三敎盟) (2) 23.06.10 79 0 12쪽
16 삼교맹(三敎盟) (1) 23.06.08 99 0 13쪽
15 수도 임안(臨安) (4) 23.06.06 99 1 9쪽
14 수도 임안(臨安) (3) 23.06.06 85 0 12쪽
13 수도 임안(臨安) (2) 23.06.03 97 1 13쪽
12 수도 임안(臨安) (1) 23.05.24 113 0 12쪽
» 문천상(文天祥) (2) 23.05.23 100 0 10쪽
10 문천상(文天祥) (1) 23.05.23 109 0 10쪽
9 백련교(白蓮敎) (2) 23.05.22 108 0 10쪽
8 백련교(白蓮敎) (1) 23.05.22 127 0 10쪽
7 전진교(全眞敎) (3) 23.05.21 123 3 14쪽
6 전진교(全眞敎) (2) 23.05.21 135 3 11쪽
5 전진교(全眞敎) (1) 23.05.20 179 3 15쪽
4 남송(南宋) 명주(明州) (3) 23.05.20 176 5 10쪽
3 남송(南宋) 명주(明州) (2) 23.05.19 199 5 12쪽
2 남송(南宋) 명주(明州) (1) +1 23.05.19 284 6 18쪽
1 위기의 삼별초 23.05.19 474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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