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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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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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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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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평화를 끝낼 준비

DUMMY

나는 지휘봉으로 고구려가 꿀꺽하고 있는 만주 지역을 가리켰다.


“알고 있었던 사람도, 예상했던 사람도, 놀란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의 다음 목표라네.”


그 말에 회의실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이제까지의 상대와는 다르게 현 동맹국이자 북방의 강자인 고구려를 상대한다고 하니 당연히 그렇겠지.


“물론, 명분은 다 서 있네. 그것에 대해서는 굳이 논의할 것 없어. 오늘 해야 할 일은 큰 틀이 되어줄 전략을 짜는 것일세.”


“... 우선 고구려를 침공한다고 치면 고구려 산성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의 축성술과 수성 전술은 고도로 발달되어 있으니까요. 신병기가 나온다곤 하나... 그게 얼마만큼의 효용을 보여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신병기는 뛰어난 위력을 보여줄 걸세.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장관. 그런데... 흠...”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


이걸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이윽고 그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기민아, 뭘 했길래 얼굴이 그렇게 삭았니”


“...”


분명 오십밖에 안 된 젊은이가 어째 이제 일흔은 되어가는 할아버지 얼굴이 되어있는 건지...


... 내 피부가 빨리 늙나? 뭐, 이제는 알 순 없겠지만.


왜 내 피부를 언급하냐고?


그야, 기민이는 내 증손자니까?


그래도 내 자식 중에는 저렇게 빨리 삭은 아이들은 없었는데.


나는 안타까움을 애써 감추며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문제가 있다면 진격로입니다.”


“진격로...”


“예, 진격로는 크게 네 방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서해안 도로를 타고 진격하는 것이고 둘째는 상륙을 통해 비사성을 점령한 후 진격하는 것이며, 셋째는 반도 중앙의 도로를 타고 국내성을 향해 진격하는 것, 마지막은 연해도에서 진격하는 것입니다.”


“... 일단 국내성 방향은 피하는 게 맞겠군.”


왜 진격로 하나를 그냥 내다 버리냐고?


1. 국내성 진격로 방향에는 강을 건너자마자 마주해야 하는 산성 하나를 포함해 몇 개의 성이 옹기종기 있었기 때문이다.

2. 한반도 중앙의 진격로는 도로가 잘 안 깔려있기도 하고 수상운송이 불리하다.


배 타고 압록강을 따라 물자를 수송하는 방법도 있긴 한데... 그렇게 하면 수송대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다. 굳이 해군을 출정시키지 않더라도 강을 따라 투석기나 노포로 불을 던져대면 그 자체로도 이미 상당한 견제가 된다.


“그렇게 된다면 전쟁은 무조건 장기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전하.”


“그거야... 어쩔 수 없지. 아무리 봐도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아. 다행인 것은 대륙은 혼란스럽고, 더 혼란스러워질 테니 외부의 개입은 없을 것이네.”


그래,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일부러 이 시기를 고른 이유이기도 하고.


우리에게도 적극적으로 원조할 세력은 없지만, 적에게도 원조할 세력은 없다. 그렇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체급 자체가 우리가 우위에 있기에 차분하게 밀어붙이면 우세를 점할 수 있으리라.


“연해도 진격은...”


“힘듭니다. 기병 위주의 전력이 아니고서는 연해도에서 만주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겁니다. 들어간다고 하면 우선 적 기병 전력을 격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에 주력군은 서해안 도로를 타고 가든지 아니면 상륙을 통해서 비사성을 점령한 후 북상해야겠군”


씁... 이렇게 보니 수나라와 당나라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아니, 어떻게 요새가 저렇게 빼곡하게 있는 거지? 좁아터진 땅덩이에 잘도 욱여넣었다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산을 건너면 성이 있고 성을 건너면 산이 있었다.


육군부 장차관도, 해군부 장차관도 전도를 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우선... 아군 부대는 재빠르게 애하첨성, 구련성, 박작성을 깨뜨린 후 봉황산성과 고려문산성을 점령해야 합니다. 만일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진격하실 생각이시라면요.”


요새 다섯 개라... 다섯 개를 원군이 오기 전까지 깨뜨리는 게 가능할까? 모든 화약 병기를 견훤의 여단에 몰아준다고 가정한다면... 흠...


“이 다섯 개 성을 점령한다면 전진 거점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두 대로의 중앙을 점거하는 것이니 앞으로의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반대로 말하면 마지막 두 개의 성을 점령하지 못하면 천리장성과 수도에서 보급이 끊임없이 올 것이란 소리군”


“천리장성까지는 아니어도 주위의 성들에서 증원이 오겠죠. 썩 달가운 사실은 아닙니다.”


“흐음... 해군에서 양동을 실시해 보겠습니다. 요동 반도를 싹 훑으면 약간은 병력을 묶어두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는지.”


“해군만으로 공성을 하겠다... 이런 소리요? 썩 좋아 보이진 않소만”


물론, 지금의 해전이라는 것이 선상 백병전과 충각전이 9할 이상을 차지할 테니 해군 역시 백병전에 들어선다면 능히 자신의 몫을 해내긴 할 것이다.


하지만 대형을 짜 맞추는 것이나 공성에 대한 경험은 해군에겐 없다. 상륙만 해서 멀뚱히 서 있을 생각이 아니라면 무언가 액션이 있어야 병력을 묶던지 말던지 할 것 아닌가.


“흠... 어차피 제해권을 잡기 위해서 요동 반도는 청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 함대에는 정찰기 모함이 편제되어 있으니 적보다 우월한 시야를 가지고 있지만 그게 공해상을 전부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하긴, 정찰기 모함을 띄워도 반경 40km 이상은 둘러보기가 힘들다. 좀 높이 띄우면 50km 정도? 충분히 감시망을 벗어나 우회 상륙이 가능은 하다. 그러니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타격하는 게 맞긴 하지...


하지만 해군엔 함포를 지급할 수 없다. 함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함선이 함포의 반동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함포와 그에 따르는 물자들을 적재하기 위해 이런저런 공간과 설계의 변경도 약간은 필요하고.


그래서 저번에 신형함 건조 계획을 반려한 것이다. 다음 신형함은 함포를 탑재하고 작전할 수 있는 함선을 설계하는 게 옳은 방향일 테니.


백병전 위주의 함선들로 ‘청소’가 가능하려나. 청소... 청소라... 흠.


“해군부 장관은 끝나고 나 좀 보지.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네. 아무튼, 제해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는군. 양동이 된다면 좋겠지만... 아니지, 된다면 좋겠지만이 아니라 되게 해야지. 그렇지 않나?”


“으음... 그야... 그렇습니다만”


“달콤하고 큼지막한 미끼를 던져야 저 친구들이 몰려오지 않겠나? 예를 들자면 한국왕이라던지 말이야.”


“... 예?”


쨍그랑!


“어차피 친정하려 했었네. 마침 잘 되었군. 잔은 이따 치우세나. 이럴 줄 알았으면 금속제 잔을 둘 걸 그랬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전하, 차라리 평양으로 가십시오! 어떻게 군주 된 몸으로 위험한 최전선에 나서시려 하십니까!”


“어허, 내가 뭐 칼 들고 싸우겠다 했는가. 그저 깃발이나 들고 움직일 뿐이야. 위험하면 바로 배 타고 오면 되지 않나.”


“그 배를 타신다는 것부터가 위험한 생각이십니다! 언제 어디서 풍랑을 만나 흉참한 일을 당하실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 장관님, 그건 해군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 아닌지. 창군 당시도 아니고 해군도 이제 다들 숙달된 인원들입니다. 함선들도 기존의 것에 비해 훨씬 좋아졌고요. 고작해야 요동 반도 연안에서 침몰 될 만큼 어리숙한 집단이 아닙니다.”


“무시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사과드리겠소, 장관. 하지만 함선에 있는 것보다는 평양성에 있는 게 더 안전한 것은 사실 아니오?”


나는 박수를 두어 번 치며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에잉, 괜히 해군 자존심 건드리는 말을 하고 말이야. 하긴, 우리 해군이랑 육군이랑은 약간... 라이벌 비슷한 관계긴 하지.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나? 나와 근위 여단이 동시에 움직이면 상대도 착각하지 않겠냐, 이 말이야. 오래는 묶지 못해도 아군이 다섯 개 요새를 점령하고 재정비할 때까지는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야.”


“흠... 아니면 대만에 있는 2군단을 바로 요동 반도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총 병력만 이 만여 명에 달하니 무시하지 못하겠죠. 그렇다면 전하께서 굳이 요동으로 가실 필요가 없어집니다.”


“피로하지 않겠나?”


“대만섬의 동부는 휴식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본국에서 휴식하는 것보단 못하겠습니다만.”


“하지만 2군단은 신병기를 보급받고 훈련할 시간이 없네. 신병기는 이제야 양산형 개발에 들어갔고 대구경 화기는 아직 시제품조차 나오지 않았어. 그나마 몇 개의 병기는 양산을 앞두고 있지만...”


인력이라면 무제한에 가깝게 늘려줄 수 있다. 당장 다음 공채의 합격 인원을 늘리고 기존 냉병기 생산라인에 있던 인원들을 빼서 옮기면 된다.


하지만 연구가 다 되지도 않은 병기의 생산라인을 만들어 봐야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안타깝게도 신병기는 해군 일부와 육군의 신설 여단에 돌아갈 수밖에 없네. 물론 생산을 최대한 서두르긴 하겠다만 자네들도 알지 않는가? 병기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신설되는 여단도 제대로 편제를 짜고 무기를 보급받으려면 적어도 이 년에서 삼 년은 걸릴 테다. 그것도 대구경 화포를 제외하고 말이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납과 화약은 넘칠 정도로 비축되어 있다. 적어도 총알이나 포탄이 모자라 쏘지 못할 일은 없겠지. 총이나 포가 모자라면 몰라도, 이런 젠장.


“아까도 말했듯 그쪽은 내가 최대한 다그쳐 보겠네. 아무튼 이후의 행동 계획은...”


이후에도 우리는 몇 가지 계획을 검토하고 세우길 반복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구려 땅에서의 전쟁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견훤의 여단이다. 부디 잘 해주길 빌어야지.


...


“과거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 흠. 일리가 있는 말이오. 지금의 과거제는 밑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전혀 등용하지 못하지. 이러한 문제를 혁파하면 분명 나를 지지하는 세력이 늘어날 거요.”


“실로 그 말씀대로입니다, 폐하. 홀로 그들과 대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니 마땅히 힘을 합쳐야지요. 밑에서 잡고 위에서 누르면 후지와라 가문이라 해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할 겁니다.”


다이고 덴노는 만족스러운 듯이 찻잔을 홀짝였다.


이 나라는 당연히 천황의, 자신의 것이여야 했다.


작가의말

삼국시대 산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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