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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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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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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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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14

DUMMY

“이, 이 미친놈들!”


이건 산불을 본 고구려군의 감상이다.


고구려군도 불을 꺼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물(이제 고체인), 진흙(단단한), 모래(단단한) 등의 우수하기 그지없는 소화제를 가지고 저런 대화재를 막을 수 없었다.


“차라리 맞불, 맞불을 질러라!”


고구려군은 사람이 모자랐기 때문에 백성들까지 동원해 맞불을 지르며 어떻게든 불을 끄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효과가 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일부 지역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단 뜻이다. 바람이 사방팔방으로 부는데 맞불이 무슨 소용이야.


하여간 고구려군이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며 불을 끄기에 바쁠 때 발해군은 아무도 없는 길을 유유히 전진하며 가져온 목재들로 중간 거점을 하나둘씩 만들고 있었다.


“뭐야, 이런 길목에 아무도 없다고?”


“이거 혹시 매복이 있다거나 한 게 아닐지···.”


“이렇게 훤히 뚫린 산에서?”


“아니면 다 불 끄러 간 것일 수도.”


“에이, 전군을 동원해서 불 끄는 나라가 어딨어.”


놀랍게도 여기에 있었다.


연합함대가 수송대를 끌고 이리저리 쑤시는 바람에(놀고먹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일은 하고 있었다.) 고구려는 일정 병력을 요동에 주둔시켜야 했으며 난민으로 인해 또 일정 병력을 빼서 관리하고 있었고, 양만현의 거의 이만에 달하는 군대는 말 그대로 녹아 없어졌다.


거기다가 용병을 구하는 것도 시원치가 않았던지라 고구려군은 제한적인 병력만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고구려도 병력을 동원해 훈련하고 있지만, 훈련이 하루 이틀로 되는 것도 아니었고 인구는 적고 땅덩이는 커서 이래저래 효율이 떨어져 그나마 첫 번째로 훈련한 이들과 지금 난민을 관리하는 병사들을 교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예 못 끌 불은 아니었던지라 가까스로 불을 끄고 보니...


“이것들 언제 이렇게 전진한 거야!”


발해군은 슬그머니 안쪽으로 들어와 있었다.


“다시 기병을 내보내!”


“그··· 나무가 없어서 훤히 보일 겁니다.”


“거지 같은 발해 놈들···.”


기습의 묘리는 언제, 어디서 공격할지 모른다는 것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젠 언제, 어디서를 특정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습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역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이걸 어쩌지···?”


“그래서 대체 왜 원군은 오질 않나?”


고려문산성의 성주는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다.


여기 나름 요충지 아니었나? 봉황산성의 근처에서 봉황산성을 지키거나 혹은 탈환하는데 아주 요긴한 거점일 텐데.


“못 오고 있는 게 아닐지.”


“설마.”


그는 스물스물 올라오는 불안감을 탈탈 털어내곤 식량 창고 방향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군, 버틸 수 있는 날이 얼마 없습니다. 식량은 모두 본성에...”


“...”


“야음을 틈타 탈출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지금은 병력 하나가 귀한 상황입니다.”


이렇듯 온 전선에 빨간불이 가득 하자 고구려 조정도 비상에 빠졌다.


“어찌하면 좋겠소? 대응책, 대응책을 내놓으시오.”


압도적인 화력을 무기로 눈앞의 모든 것을 찬찬히 힘으로 부수고 오는 발해군은 굉장히 까다로운 적이었다.


화약을 제외하고도 기본적으로 발해군은 약점이랄게 특별히 없었다. 보병은 탄탄했고 기병은 유목기병과 그에 교육받은 기병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궁병이야 한민족 활 잘 쏘는게 하루 이틀도 아니지 않은가.


거기에 화약이 더해지니 그 파괴력이란 가공할만한 것이었다.


“폐하. 신에게 대응책이 있사온데-”


“음, 말하라.”


돌아온 연개민이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았다.


“현 상황에서 적의 화포?를 막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적 화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합니다.”


“기병? 하지만 발해 기병도 만만치는 않네만”


“아닙니다. 제가 살펴본 바로는 멀리 나가는 투석기와 낮은 성벽이 필요합니다.”


투석기야 그렇다 치고 낮은 성벽? 고구려 조정으로서는 쉬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아니, 낮은 성벽이 큰 의미가 있나? 성이란 건 높이 쌓아야 적이 벽을 오르기 어려울 것 아닌가.


낮은 성벽이면 적이 타고 올라오기도 쉽고 이렇게 되면 성벽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가.


“적의 화포는 우리의 성벽을 깨뜨릴 수 있지요. 차라리 성벽을 낮게 쌓아 피격 면적을 최소화하고 두터이 쌓아 한 번에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흐음···. 경들은 어찌 생각하나?”


“일전의 장계들을 종합하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석성은 무리여도 토성 정도는 빠르게 건설해 길목을 차단할 수 있을 터이니 한번 시도해 보시는 것이···.”


“신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여 발해군은 길목에서 뜬금없이 고구려의 신성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저게 뭐야?”


“성벽··· 인 것 같습니다만.”


“저 낮은 게?”


3여단장 남유민은 의아한 기색으로 성벽을 바라보았다.


아니, 애초에 저걸 성벽이라 할 수 있나? 성벽이라기보다는 좀 깔아내리면 흙으로 만든 둔덕 아닌가?


“흠···. 어차피 견 소장한테 포병대도 빌려왔으니 공성 준비를 하고 바로 밀지.”


이걸 공성이라고 봐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성 비스무리하게 생겼으니 아무튼 공성이라 칭했다.


“포병대한테 적 성벽을 집중적으로 노리라 하게.”


성벽이 있다고? 그럼 성벽 자체를 무너뜨리면 된다고!


라는 것이 선봉대에 속한 3, 4, 8, 1 실험 여단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 단단해 보이는 성벽도 깼는데 저런 허접한 둔덕 하나를 못 깰 리가 있을까.


“장군! 포병대의 포격이 성벽에 맞질 않습니다!”


있었다.


애초에 비뢰포는 앙각이 30도에서 80도 정도로 제한되어 있었으며 봉황산성 때 성벽을 깰 수 있었던 이유는 약간의 공사를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성벽이 높아서 마치 직사화기처럼 성벽을 직접적으로 두들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비스듬하고 낮은 토벽에 전방에 낮은 둔덕까지 깔렸으니 맞추기가 도저히 쉽지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선 명중탄이 없었다.


“뭐냐? 도대체 왜 맞지를 않지?”


“적의 성벽이 너무 낮답니다.”


비뢰포가 만능포이긴 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 포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으며 위치가 괜찮다는 가정하에 각을 최대로 낮춰 직접 사격 또한 가능하긴 했다.


근데 그게 저 낮은 성벽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는 말이지.


애초에 비뢰포로 직사를 하는 건 금기시되고 있었다.


왜냐? 반동 제어가 안되니까!


억지로 비뢰포로 직사사격을 하면 비뢰포가 후방 어디론가 슝 하고 날아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왜? 비뢰포는 반동 제어 따윈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급조 대포가 화력 좋고 만들기 쉽고 싸면 된 거 아닌가? 반동? 바아안동? 반동은 땅이 알아서 처리해줄 터였다.


후끈후끈 달구어진 비뢰포가 후방 포대로 향한다? 그건 그 자체로 지옥이었다.


견딜 수 있는 마지노선은 고작해야 40~50도였으며 30도는 그저 지형에 맞춰 쓰라고 있는 정성스러운 장식품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실제로 견훤도 봉황산성을 공략할 때 비뢰포를 위해 약간의 공사를 했다.)


“포병대에서 말하길 직사 사격을 위해선 공사가 좀 필요하답니다. 그래도 저 성벽을 명중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랍니다.”


“어쩔 수 없지. 곡사 사격으로 전환하라 하게.”


“예, 장군!”


퍼엉! 펑!


“장군!”


“왜, 그러나?”


“참호, 참호입니다! 적들이 참호에 숨었습니다. 포격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썩을. 이 추운 겨울에 참호를 팠다고?”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흙만 파낸 참호였지만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미 포격의 살상력은 훅 떨어졌다.


“장군, 아무래도 더는 효과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음, 그럼 우리 병사들이 성벽으로 붙을 때까지만 때려달라고 하게. 낮은 성벽이니 오히려 이런 공략엔 취약하겠지.”


발해군은 당당히 성벽을 향해 진군했다.


“적들이 온다, 막아라!”


“돌격! 오늘 안에 저 성을 넘는다!”


양군이 치열하게 성벽 근처에서 맞붙었지만, 전황은 발해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아무리 낮더라도 성벽은 성벽이었으며 구조물을 끼고 싸우니 공격자가 유리하길 바라는 건 아무래도 지나친 욕심이었다.


“장군, 차라리 공병대를 동원해 앞의 둔덕과 토성을 연결하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


“음, 나도 그 생각을 했소. 모래와 흙 주머니를 이용해 메꾸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군.”


그리 된다면 경사면을 공격하듯 할 수 있으니 지금보다는 수월한 전투가 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정찰기에서 보고! 적 투석기 발견!”


“... 투석기?”


“아군 포병대를 노린 것일까요?”


“흥, 투석기로 포병을 노린다? 말이 되는 소린가?”


자신감 있게 말하던 남유민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예상보다 더 높이, 멀리 날아가는 무언가. 그리고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건 분명히...


“불이다.”


“예?”


“불이야! 모든 포병대를 뒤로 물려라, 당장!”


고구려군은 몇 차례의 전투로 인해 비뢰포, 즉 대포의 사거리는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물론, 이전의 투사 병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사거리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구룡만큼 길지는 않았으며 이 정도 거리라면 고도의 차를 이용해 극복할 수 있었다.


‘굳이 무거운 돌을 날릴 필요는 없다,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도 적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서 나온 것이 발해군이 전투공병대에 배속한 캐터펄트식 투석기와 동일한 물건이었다.


차이라면 발해군은 더 무거운 돌덩이를 날리는 데 사용했다면 고구려군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불만 붙을 수 있는 가연성 물질 덩어리를 날리는 데 사용했다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정확성을 위해서는 포병대라도 최대 사거리에서 날리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접근할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져 겨울철의 따땃한 불씨는 발해군에게 배달되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피ㅎ-”


한 포반장의 애처로운 목소리는 쌓아놨던 장약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소리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수십 문의 비뢰포에 사용할 장약들이 연이어 터지자 투석기를 사용했던 고구려군도, 열심히 성을 공격하던 발해군도, 양 군의 사령부도 모두 멍한 눈길로 그 참사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제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저 하늘의 뇌우보다도, 산을 허무는 소리보다도 더 거대한 소리를 내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는데 눈이 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양군의 차이점이라면 발해군은 인생 다 산 듯 허무한 표정을, 고구려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점차 세상 살맛 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형제들! 적을 무찌르자, 돌격!”


여기에 장군이 직접 창과 칼을 들고 그 뒤를 고구려군이 세찬 파도처럼 들이닥치니 제아무리 정예한 발해군이라도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수밖엔 없었다.


작가의말

고구려군: 불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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