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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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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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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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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끝낼 준비6

DUMMY

“불쾌한 말이구려. 결국 아조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하하, 그만큼 귀국의 군사력이 아국보다 훌륭하다는 뜻이지요. 너무 괘념치 않길 바랍니다.”


오소도는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고구려의 군사력이 발해보다 우월해? 허, 그런 씨알도 안 먹히는 거짓말을?


그가 알고 있는 한 천하에서 가장 정예화된 군대를 뽑으라면 발해군은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강군이었다. 백중세, 혹은 미-세한 우세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우월? 그야말로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였다.


“허허, 이를 말씀을. 정 그리 불안하시다면 내 태왕께 말씀드려 발해를 지킬 강한 군대를 지원해 드리리다. 물론, 지휘는 당연히 귀국 국왕께서 하실 것이오만, 어떻소?”


“하하하, 그리하시면 식량은 아국 쪽에서 대야겠지요. 안타깝게도 요즘 수확량이 줄어 식량 지출이 늘어난다면 여러 물품의 수출에 지장이 생깁니다만 혈맹의 군인들을 먹이기 위한 것이니 태왕께서도 너그러이 받아들이리라 감히 생각합니다.”


말이 끝나자 누구랄 것 없이 허허 웃으며 차를 마셨다.


‘젠장, 남쪽 샌님이라 그런지 말 하나는 청산유수로구나.’


‘국상인데다 경험까지 많으니 흔들기가 쉽지 않군...’


호탕한 웃음소리와는 다르게 두 사람 모두 눈앞의 상대를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되지 않기에 암묵적인 합의 하에 차를 마시며 불타는 속을 진정시키기로 한 것이다.


찻잔의 내용물이 전부 비워지고 다시금 채워지자 오소도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차 맛이 아주 좋소이다. 먹어본 것 중에서 가히 으뜸이라 할 수 있겠소이다.”


‘그러니까 우리 진정 좀 하고 다시 이야기할까?’


“하하, 칭찬 감사드립니다. 발해에서 으뜸으로 치는 녹차인데 가져온 보람이 있군요. 다만 나랏일이 끊이질 않으니 이 향과 맛을 깊이 음미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ㅈ까’


협상 내의 협상을 단칼에 거절한 왕율은 담담히 요구 조건을 읊었다.


“아국의 요구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 발해의 영토에 영유권을 영구히 포기하시고 발해의 영토에 관한 업적을 남긴 인물, 혹은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숭배를 멈추시길 바랍니다.”


오소도는 그 말에 속에서 천불이 치솟는 듯했으나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화를 억눌렀다. 이런 상황에서 화를 누른 것 자체가 그가 뛰어난 자질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이러한 노력은 왕율에겐 알 바 아니었지만.


“... 잘못 말씀하신 것 같소만.”


“정확히 들으신 것 같습니다만?”


“아국의 선조를 기리는 일에 어찌 귀국이 끼어든단 말이오. 이건 혈맹이라 할지라도 지나친 무례올시다.”


“어찌 아국의 국왕이지 현인신으로 추앙받는 분께서 거하신 수도와 그 영토를 고토라고 주장한단 말씀이신지요. 혈맹이라고는 하나 지나친 무례가 아닐지.”


오소도는 이를 아득바득 갈다가 이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내... 첫 번째 요구 조건은 수락하리다. 허나 그 뒤의 조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락하지 못할 듯싶소.”


“그러면 반쪽짜리가 아닙니까. 분명 그분들과 그러한 사실을 언급하고 숭배할 때마다 아국의 영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인데 도대체 무슨 해결책이 되겠는지요?”


“이건 자국의 일이오! 부외자가 끼어들 일이 아니외다!”


“발해는... 지난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혈맹의 국내 정치를 고려하여 아국의 영토와 수도에 고토 회복을 부르짖으며 신민들을 단결시키는 것을 묵인하였습니다. 허나, 국상. 궁금해서 묻건데 지금의 고구려가 과거의 사실을 계속하여 언급하며 내부를 단속할 정도로 흩어져 있습니까?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헌데 동맹국에 계속해서 지나친 정치적인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뜻인지요.”


“후우... 그런 뜻이 아니지 않소. 우선은 진정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그럼 국상께 묻겠습니다. 만일 첫 번째 조건만을 수락하신다고 가정하였을 때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완벽하게 단속하실 수 있습니까?”


“...”


확답할 수 없었다.


그건 모든 고구려인의 자긍심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애초에 광개토대왕 전후로 고구려의 동질의식이 강화되었으니 포기할 수 없었다.


“후우... 양 측의 의견 차이가 크니 우선 본국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어떻겠소? 장관이나 나나 전권을 위임받았다고는 하나 이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하니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를 본국에 전하고 새 지침을 하달받는 것이 좋을 것 같소만.”


여기에서 ‘싫어! 파기해!’라고 하며 성격을 박박 긁을 순 없었기에 왕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


“이런 시발”


왕건은 주위에 허름한 옷들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비서실장은 왕의 노비라고들 하더니 왜 그러나 싶었는데 말 한마디에 중원 한복판에 사람들과 떨어져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래서 비서실장 한 사람들이 업무 실적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구나.’


이리저리 구르니 경험이 많이 쌓이고 그 경험은 고스란히 업무 능력으로 치환될 테니 업무 실적이 나쁜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실장님”


“예, 왜 그러세요?”


“변경된 계획안은 확인하셨는지요.”


왕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계획은 위조 금과 은으로 비단, 천, 식량, 군마 등의 물자를 사들이는 것이었으나 계획은 오롯이 쌀과 식량만 사들이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지영이 직접 계획의 변경을 알려 주었으니.


“전하. 계획을 이리 변경하신다면 통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원계획이 더 낫지 않을는지요.”


“우리에게 가장 무가치한 자원으로 가장 유의미한 자원을 구매하며 적국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깎을 수 있는데 왜 원계획이 더 낫다 여기는가?”


“하지만 추후에 발각된다면...”


“발각이 안 되게 해야지.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했네.”


“헌데, 전하. 외람되나 한 가지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뭔가?”


“계획을 살피면 아국의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주가 아니라... 마치 중원의 식량을 없애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만”


지영은 그 말에 부드러이 미소지으며 답했다.


“설마 그렇겠는가?”


‘잘못 짚었나?’


“설마 그렇네.”


지영은 미소지은채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의 승리를 위해 저 당인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네.”


“전하의 명, 확실히 받잡겠나이다.”


지영은 만족스럽게 웃고서는 왕건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겼다.


“아, 내 이래서 비서실장을 좋아해. 머리가 빠릿하면서도 행동에 망설임이 없거든. 명심하게, 왕 실장. 식량을 가져오지 못해 불태우고 묻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중원의 식량을 사들이게. 뭐... 왕 실장이라면 알아서 잘 하리라고 믿네.”


“실장님, 어디부터 움직이실 생각이신지.”


왕건은 이제 막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 농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천천히 농촌의 쌀을 사들여 보지요.”


...


“뭐라! 감히 어찌 그런 망발을 지껄일 수가 있는가!”


협상의 결과를 전해받은 고연후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발해 대사를 불렀으나...


“아국은 아국 신민의 안전과 양국의 평화를 위해 힘쓸 뿐입니다.”


“그럼 선대왕을 기리는 것이 귀국 신민의 안전과 양국의 평화에 악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아국 영토에 영유권을 주장하시는 것과 귀국의 선대왕을 기리는 것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협상 결과를 보고서도 그런 말을 하는가!”


“이번 협상은 마치 양극단에 선 자가 서로를 향해 대화하는 꼴이니 서로가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협상단이 재차 훈령을 받고 협상에 임하면 더욱 좋은 결과가 나겠지요.”


발해의 대사는 매끄러운 혓바닥을 자랑하며 이리저리 빠져나갔다. 고연후는 진지하게 주위에 있는 물건을 아무거나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눈앞의 대사가 발해의 국왕을 대리한다는 것을 알기에 화를 꾹 눌러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고구려 조정에서는 ‘발해가 협상을 일부러 결렬시키고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여론이 더욱 강해지게 되었다.


...


“철제 대포를 만들어주실 수 없다고요...”


“적어도 주어진 시간 내에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몇 가지 대체품을 준비했긴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철제 대포는 계획에서 지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견훤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량생산된 철제 대포가 없다면 공성 능력은 급감하게 된다. 무수히 많은 산성을 맞닥뜨려야 하는 견훤의 입장에선 대규모 포병대의 부재는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그 대체품이라는 것은 충분한 수량을 준비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무렴요. 하남 조병창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 마시지요.”


하남 조병창은 발해 최고의 군수 생산 시설이자 화기를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이기도 했다.


그 중요성은 여타 군수시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으니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고 그런 곳의 총책임자인 감독관이 장담했으니 믿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었다.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건 알지만 최대한 많은 수량을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십시오. 시간을 갈아내더라도 요구 수량은 확실히 채울 터이니.”


충분한 수량도 약속받았다.


넉넉한 식량과 보조해줄 여단 역시 지원받았다.


‘이제... 내 여단만 제 역할을 하면 되겠지.’


견훤은 오늘따라 어깨의 견장이 더욱 무거움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


“전하, 함선들의 개장이 전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뭐... 개장이랄 것도 없었잖나.”


“하지만 그 수가 많고 처음 다루는 무기이다 보니... 아무튼 해군은 준비 만전이라고 해군부에서 전해왔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해군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견훤의 여단만큼이나 신경 쓴 것이 바로 해군이다. 아마 화약 무기를 두 번째 내지 제일 많이 배분받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래선지 해군의 어깨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해군은 1.5선 내지는 2선 전력으로 취급되었으니까. 물론 이번 전쟁을 기점으로 해군에 대한 투자가 확 늘어날 것이지만... 이들에겐 아직 말하지 않았다.


“그래, 고생했고 현재의 전투력을 유지하라고 전하게.”


“예, 전하.”


이제 단 세 개, 단 세 개의 조건만 충족되면 된다.


동아시아의 판도를 바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명절을 잘 보내셨는지 묻기에 애매한 날짜가 되어버렸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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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를 끝낼 준비6 +2 23.10.06 12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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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평화를 끝낼 준비4 +2 23.09.26 1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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