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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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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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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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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 15

DUMMY

총기까지 개발이 완료되자 신식 육군 창설은 추진력이 붙었다.


물론 그 전의 상황이 양산품도 안 나오고 신규 여단을 창설할 만큼의 인원도 아직까지는 확보하지 못해 겨우 한 개 대대를 꾸린 정도였지만 어쨌건 진도는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견훤도 처음부터 한 개 여단을 제대로 꾸리는 것보다는 한 개 대대를 제대로 만들고 나서 여단으로 확대편성 하는 게 마음 편했다.


원 역사는 어찌 되었건 지금의 견훤은 이제야 막 소장이 된 젊은 장수. 특히나 전쟁이랄 게 없는 시대에 이례적으로 빠르게 승진한 탓에 의심의 눈초리를 향하는 시선이 많았는데 이번에 지영이 콕 집어 지명하면서 주위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욱신거렸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부분은 새로운 여단(사실은 대대 하나)에 소속된 장교들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대대장 유금필을 필두로 부대대장 배현경, 1중대장 홍유, 2중대장 박술희, 3중대장 유금필, 4중대장 능산... 아니 신숭겸으로 이어지는 짱짱한 지휘관 라인업은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였다.


‘... 나 어떻게 장군 된 거지?’


라는 생각을 무심코 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들을 보여주었고 작전 과장에 견권, 군수과장에 사진염 두 참모 역시 자기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는 우수한 참모들이었다.


견훤이야 몰랐겠지만, 견훤의 대대... 아니, 여단의 지휘관들은 역사에 크게 기록된 인물들이고 한 명은 컨테이너 개념을 처음 도입한 사휴의 직계였다. (참고로 사휴의 아버지는 사혁이다. 가문만 보면 발해 명문가 중 양대산맥을 이루는 가문이다.)


“이게 그 물건입니까? 오호... 신기하게 생겼군요.”


홍유가 총을 이모저모 살펴보다 이윽고 총구를 유심히 들여다 보자 견훤은 기겁하며 재빨리 총기를 빼앗았다.


“총구는 절대 눈으로 보는 게 아닐세. 함부로 사람에게 향하면 안 되기도 하고.”


지영에게서 질리도록 안전수칙을 들었던지라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나가버렸다.


그러니까... 자, 잘 생각해 보라.


기껏 해봐야 대위 몇 명에 소령 한둘, 어거지로 진급한 중령 하나 있는 데서 소장(현대 한국으로 따지면 준장)이 총기를 탁 낚아채는 모습을.


견훤은 후에 자서전에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분위기가 싸해졌던 적은 없었다.’라고 기술했다.


아무튼, 이들은 자질만 따지자면 발해에서 최고, 혹은 그에 준하는 재능을 가진 이들. 시험사격을 해 보자 견훤이 왜 기겁하면서 총기를 빼앗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들 열의에 불타기 시작했다.


이런 병기들로 무장한 병사들을 지휘한다니, 지휘관으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 견훤이 한 말은 이들의 의욕을 더욱 부채질했다.


‘우수한 성과를 보인 중대장은 어떻게든 대대장으로 임명할 것!’


모르긴 몰라도 최소 1계급 특진은 보장된 셈이었다.


‘이름 받은 값은 해야지!’


신숭겸은 이 총을 어떻게 굴리면 좋을지를 맹렬하게 생각했다.


“쩝쩝”


적어도 그게 옆에서 두꺼비 앞다린지 뒷다린지 모를 다리 하나를 씹고 있는 박술희에 관심을 주는 것보단 나아 보였으니까.


...


“...”


이럴 때면 깊은 한숨만 나왔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건만 그 자부심을 산산조각내는 것도 모자라 끝 모를 진흙탕 속에 쳐박아지는 느낌이랄까.


나쁜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중년의 여성과 애써 담담한 척 어깨를 두드리고 있는 중년 남성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수술 대기실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차마 그것만은 용서할 수 없기에 그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그들의 앞에 섰다.


“... 죄송합니다.”


한마디에 여성은 그 자리에서 낡은 집이 무너져 내리듯 폭삭 내려앉았고 떨리는 두 팔로 아내를 어떻게든 지탱한 남편은 삐걱대며 그를 바라보았다.


“장기의 손상이 너무 심합니다. 현재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 정말 ... 없소?”


가뭄이 백년 동안 지속된대도 지금의 목소리보다 가물고 메마르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 역시 소중한 자식과 손주까지 본 부모이자 할아버지로서 왜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그렇지만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 없는 게요?”


“실은...”


아니, 아니다.


그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건 시체를 하나 더 늘리는 방법에 불과했다.


남성의 눈빛에 희망이 돌아오려 하기에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나으리라.


안 될 희망은 처음부터 주는 것이 아니었다.


의사 생활을 삼십 년이 넘게 해오며 체득한 지식이었다.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 수술 대기실에서 후배 의사들이 땀을 흘리며 수술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자니 금지된 그 수술법에 대한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지금으로부터 약 칠십에서 팔십여년 전 공개된 아는 사람들만 아는 수술, 장기이식.


지영의 명령으로 동물 실험 외에는 금지된 수술법.


당연히 위험하니 금지했겠지만... 그 역시 의사이기 전에 부모인지라 이럴 때는 가끔 이런 유혹에 휩싸이곤 했다.


어쩌면, 어쩌면 혹시?


이번 한 번은 되지 않을까... 하는.



당연한 일이지만 지영은 이 수술법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바로 금지된 수술법으로 낙인찍었다.


이 미친놈은 이 내용을 수혈과 한 묶음으로 묶었는데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그래, 수혈. 수혈은 나름대로 확률이 존재한다. 부모나 자식의 피를 사용하면 유의미한 확률싸움을 할 수 있었으며 그 와중에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어쨌건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가족의 동의로 최후의 수단으로 써봄 직한 방법이긴 했다. 왜, 어차피 죽는 것보다는 시도라도 하는 게 낫지 않던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수혈은 실패한다고 해도 헌혈자의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다.


기껏해야 잠깐 어지럽고, 힘이 없는 수준이다. 그것도 밥 잘 먹고 쉬면 늦어도 하루 이틀이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소중한 사람의 목숨값으로 그 정도 확률에 그 정도 대가면 싼 편이었다.


하지만 장기이식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현대에서야 이상할 게 없는 이야기지만 우선 여기서는 장기이식에 쓸 장기를 구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장기를 기증받는다고? 오, 세상에. 그러면 그 장기는 어디다 보관할 건데?


만약에 보관 중인 장기가 멀쩡하다는 말도 안 되는 가정을 해도 부작용이 얼마나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나마 확률을 높일 방법은 역시 부모나 자식의 장기를 떼어다 다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그러면 옆 수술실, 혹은 수술실에 침대 하나 더 놓고 장기를 적출해서 그냥 달아야 한다.


환자 목숨은 둘째치고 기증자까지 함께 세트로 보낼 확률이 높은 방법이었다.


아무리 ‘현대 기술 좋아!’를 외치는 지영이라지만 이런 짓을 할 정도로 정신이 나가진 않았다.


아니 확률이라도 높던가, 아니면 기증자라도 안전하던가?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결국엔 나중에 쓰인다는 건 알기에 동물 실험까진 허용해 주었다. 만약 실패하면? 그 날 고기 먹으면 끝나는 문제다. 그게 돼지고기나 소고기면 좋지만 그렇기엔 사이즈가 너무 크기에 주로 쓰이는 것은 개였다.


...


“전하 요새 기쁜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아, 그래 보이나?”


왕건의 말을 딱히 부정할 게 없었다.


그렇게 티가 나리라고는 생각지는 못했다만 요즘 밥맛이 아주 꿀맛이었다.


우선 대만 정벌.


이 대만 정벌은 정벌이라는 이름도 아깝게 순탄하게 진행중이었다. 오죽하면 보고서에


‘비전투 손실을 제외하면 유의미할 정도의 손실이 없음.’


이라고 보낸단 말인가. 사실 내가 생각해봐도 대만 섬에 우리와 대적한 만한 세력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병력을 많이 보낸 건 그냥 빨리 정리하고 거기에 논을 잔뜩 만들고 항구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거기다 안남 영사가 보내온 문서도 흡족했다. 우리 착한 안남 친구들이 투쟁심이 넘쳐난다지? 거지 같은 지형을 끼고 당나라를 물어줄 개가 한 마리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그 개가 커서 유의미한 동맹 상대가 될지 아니면 적당히 쓰다가 삶아 먹을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아무튼 우리 편이 하나 더 있다는 건 역시 좋은 일이었다.


새롭게 창설되는 여단도 규모는 작지만, 그 내실은 아주 탄탄하기 그지없었다. 후삼국 시대의 영웅들을 한 자리에 모아놨으니 적어도 능력적인 부분에서 걱정할 건 전혀 없겠다 싶었다.


마지막으로 새로 맞이한 아내와의 관계도 많이 진전되었으니 요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실장도 결혼했다고 그랬지.”


“예, 열아홉에 했지요.”


“일찍 했군.”


내가 결혼을... 서른 넘어서 하지 않았던가.


조혼을 열심히 금지하고 다녀서 그나마 평균적으로 열여덟에서 열아홉에 하는 것이지 아니었으면... 에휴.


“평생 함께할 인연을 일찍 만난 것뿐입니다.”


원 역사에서 부인 수가 손가락 발가락 합친 개수보다 많았던 양반이 저런 말을 내뱉으니 영 거시기 했지만,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겼다. 어차피 현재는 법률에 의해 세 명 이상의 아내를 두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으니까.


애초에 저 법률도... 민망하지만 날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었다. 실제로는 저 세 명은커녕 두 명의 아내를 두는 것도 영 빡빡했으니까.


... 왜 나를 위한 거냐고? 그야... 왕이니까?


원치 않을 때 결혼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내 첫 결혼이나 두 번째 결혼도 내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니지 않았나. 다행스럽게도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야 있었지만 그 시작을 원해서 한 게 아니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좋군. 가정에 충실하다는 건 좋은 일이지.”


나 역시도 가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지만... 글쎄, 영 쉽지가 않았다.


그거 아는가? 한 이년 전에 내 손자 한 명이 세상을 떴다는 것을?


모든 게 변하는데 나만 변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적응하기가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부인과 자식, 일부 손자 이외에는 신경을 껐다.


그만큼 소홀해지긴 할 테지만 감정 소모야 덜할 것 아닌가.


... 이런 생각은 그만두자. 좋을 것도 없으니.


중요한 건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만주, 숙원의 땅이 마치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작가의말

만따먹은 한반도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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