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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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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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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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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16

DUMMY

사실 냉정히 판단하면 참호 속에서 거북이처럼 단단히 웅크리고 있는 것이 나았다. 어쨌건 저들의 독에 당하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했고 지금 나가면 포격에 당하리라는 것은 확실한 것이었기에.


근데 그렇게 할 경우엔 사기가 떨어질 것이란 말이지.


옆에서 동료들이 죽어 나가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 심지어는 눈에 보이는 선택지가 있는데?


솔직히 싸우고 싶은 환경은 아니잖은가. 그리고 불과 며칠 전에 기세를 타고 발해군은 한 번 휩쓴 전적이 있는 그들이었기에 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정찰기, 적은 아직도 참호에 있나?”


지상에서 깃발을 휘두르며 신호를 전하니 이윽고 정찰기에서도 답신을 보내왔다.


“정찰기에서 보고, 상황 변동 없음.”


“어차피 성벽에 의지하니 그냥 눌러앉겠다 이건가? 그럼 끌어내야지. 보병 전진.”


생각해보니 화가 났다.


자기들이 먼저 쳐들어 와놓고는(아니다)


비겁한 수로 대결을 피하고(이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추운 데서 개고생하는데 성벽 안에서 따뜻하게 있어? (저 성벽 안도 똑같이 춥다. 애초에 저게 성벽이 맞긴 한가?)


사람이라면 당연히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는 견훤뿐만 아니라 발해군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이었다.


설마 우리의 국왕께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셨겠는가?


그럴 리가 없다.


암, 그럴 리가 없어!


“왜 그러십니까, 전하?”


“아, 누가 내 욕을 하는가 본데. 귀가 참 간지럽구만.”


“하하하, 고구려 놈들이 그러나 봅니다.”


음, 확실히 고구려 놈들이라면 욕할 자격이 충분했다.


비록 방어 전쟁이라고는 하나 적지 않은 병력을 잃었으니.


왠지 속이 콕콕 찔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우리의 신문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나. 우리의 언론이란 항상 맑은 물과 같이 투명한 것이었으니.


“음, 괘씸한 놈들 같으니. 아, 이건 그닥 중요한 게 아니지. 사령관, 우리 장군들과 참모들에게 화포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시행해야겠어.”


사실 비뢰포 50문이 훅 날아간 것은 내 탓도 컸다.


견훤과 그 밑의 인원들, 나와 왕건까지는 신식 화기에 대한 교육이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였지만 그 외의 인원들은 사실상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견훤이 지휘하는 포병대가 비대하니 이리저리 쪼개서 운용하게 될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는데 다른 여단장이야 포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그렇다고 포대장들이 여단장보다 계급이 높을 리도 없고. 당장에 견훤이 소장인데. 계급으로 밀어붙이면 솔직히 포대장들이 어쩌겠는가? 그걸 다시 견훤한테 묻고 할 시간도 없을 텐데.


“확실히 약식으로라도 진행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기초적인 운용방법과 안전수칙 정도만 숙지해도 운용이 매끄러워지겠지요.”


“그래, 부탁 좀 하겠네.”


“맡겨 주십시오.”


아자개가 경례를 하고 나가자 지영은 한숨을 푹 쉬며 간이침대에 시레기 말리는 것마냥 추욱 늘어졌다.


그래도 명색이 왕인지라 한 손으로 서류를 치켜들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길 몇 시간이 되자 또 밥 시간이 되어 닭 다리를 뜯으니 이건 이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장병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일도 안 하고 빈둥대며 밥이나 축내니 너무 좋네요.


물론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었다. 이래저래 싸돌아다니며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지식을 습득하고 군 내부도 좀 관리해주고 뭐 잡다한 일을 하긴 했지. 어디까지나 잡다하거나 혹은 최종 결재만을 맡긴 했지만.


왕건이라도 있었으면 이번 전쟁을 교훈삼아 같이 편제 개편이라도 논해볼 텐데 왕건마저 일하러 가서 편제 개편도 논할 수도 없었다.


아니, 논할 사람이 있어야 이게 어떤지 알 것 아닌가. 그렇다고 바쁜 여단장, 군단장 이런 사람하고 지금 이 시국에 이런 걸 논의할 수도 없고.


...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두어번 휘젓고 주먹을 쥐자 뒤따라 가던 부대가 일제히 멈췄다.


“장군 적이랍니다.”


“... 적?”


“기병, 보병 합쳐서 수천은 가볍게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양길은 고민에 빠졌다.


이걸 쳐? 말아?


적이 수천에 불과하다면 한 번 해볼 만 하다고는 하지만 수천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앞선 병사가 슬쩍 보았을 때 ‘대강’, 그것도 ‘정말 대강’ 스쳐 지나가듯 본 것이 전부라 수천이 아니라 수만일 수도 있었다.


“여단, 현 위치에 대기. 우선 통신병을 보내 적의 상황을 알린다.”


“장군, 못해도 반나절은 걸릴 것입니다만”


“아예 안 알려주는 것보단 나아. 견 장군이 우리 상황을 아예 모르고 움직이는 것보단 늦게나마 연락을 받는 게 맞지.”


양길은 그리 말하며 슬금슬금 앞으로 향했다.


몰래 눈만 내밀어 슬쩍 적들의 행적을 보니 확실히 그 수가 많아 보이고 정예한 것이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싶었다.


“고구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나?”


“지금까지 안 움직인 것이 신기할 따름이죠. 하긴, 그간 상황을 고려한다면 당연하지만-”


“꿀 빨던 시간은 끝났다 이거지. 아, 좋았는데”


양길은 투덜거리면서도 품속의 육포 하나를 꺼내 질겅질겅 씹었다. 질기고 짰지만 그래도 고기라고 생각하니 나름대로 먹을 만했다.


고구려군은 그 뒤로도 두 시간은 더 넘게 행진했다.


“못해도 일이만은 되는 것 같은데-”


“후퇴하고 합류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길목이 그리 넓지도 않으니 견 소장의 부대가 막는다면 어렵잖게 막을 것 같은데-”


그 총하고 비뢰포만 쏘면서 저항해도 충분히 막지 않을까 싶었다. 병력이야 대여섯 배가 차이 나도 지키기가 어려운 곳은 아니니.


실제로 이 작은 담을 두고 지지부진한 것도 새로운 형태의 벽도 벽이지만 길이 좁기에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컸다.


좁은 길이라면 그냥 서 있기만 해도 공격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된다. 하물며 수비군이 화력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점한 발해군이라면 그 정도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우선 우리 부대는 대기. 그리고 사령부에도 이 소식을 전하라.”


...


“충성!”


“어, 그래. 그동안 수고 많았네.”


“이제 군단장님이 직접 지휘하시는 겁니까?”


김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하놈이 실수를 했으니 상관이 만회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김철은 진심으로 상급대장 계급장을 달고 전역하고 싶었다.


“이미 상황에 대해선 대강 파악했네만 그래도 달라진 것이 있을지 모르니 한번 보고하게.”


“예, 군단장님. 현재 1 실험여단과 8 여단은 수암성 공략을 위해 이미 나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3 여단은 현재 여단장 재량으로 예비대로 재편된 상태이며 제가 이끄는 4여단은 이곳, 봉황산성을 수비하고 언제든지 구원군을 일차로 보낼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모자랐겠지.”


원래 계획은 3 여단이 공격하고 1 실험여단이 뒤를 받치며 8 여단이 언제든 나갈 수 있게 준비하고, 4 여단이 길이 끊기지 않게 지키는 역할이었지만 3 여단이 통째로 증발하다시피 하면서 괜히 남아있던 4 여단의 일만 빡세졌다.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열 개 대대 남짓한 병력으로 길목 막고, 성벽 지키고, 원군까지 보내라고? 그야말로 토 나오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남 소장은?”


“3 여단을 관리하며 근신 중입니다.”


“... 그래. 마음 좀 다독이면서 잠시 쉬라고 하게. 일단 3 여단이 재편이 되야 움직이든, 말든 할 테니.”


“혹시 재편이 언제 되는지 알 수는 없겠습니까?”


“이 사람, 동기라고 챙기긴.”


여단장은 속내를 들켜 볼이 살짝 붉어졌지만 이내 고개를 뻣뻣이, 당당하게 치켜들었다. 아니, 동기 아끼는 게 뭐 어때서! 장군 정도 되면 같이 장군 된 동기의 존재는 귀한 법이다.


“빠르면 다음 달, 늦으면 다다음 달이겠군.”


이미 예비군은 열심히 훈련 중이었다. 물론, 평시에 받은 훈련을 제외하면 지금은 고작해야 두 달 남짓한 훈련만을 받았기에 투입하지 않는 것일 뿐. 아니, 최소한 훈련소 냄새는 지우고 전장에 내보내야 할 것 아닌가.


물론 재편되고 보름에서 한 달 정도는 재훈련을 거칠 테지만 그래도 군대로서 기초적인 훈련 정도는 끝내고 보낸다는 것이 현 방침이었다. 굳이 미숙련 병력을 끌어다가 전쟁에 밀어 넣을 정도로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것도 아니고.


“어, 잠시만. 그럼 선봉대는 어찌 됩니까?”


1 실험여단이야 그렇다 치자. 원래 소속된 군단이 없으니. 근데 8 여단은?


8 여단은 엄밀히 2군단 소속의 여단인데 이걸 이렇게 빼도 되나?


그걸 김선예 그 양반이 허락해 줬다고? 그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양반이?


“지휘권만 잠시 인계받았네. 소속 자체는 2군단이야. 나도 미친개 건드릴 생각 없다네.”


지금이야 얌전히 제 할 일 하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예전의 전적은 워낙에 화려해 세상 사람들한테 이렇게 불렸다.


‘미친개 궁예’


그걸 지영이 이름과 성, 그리고 정성의 손길과 여러 교정을 통해 성격을 교정하고, 또 교정해서 지금 저 정도인 거지 아니었으면 지금쯤 피 묻은 철퇴를 들고 달려오고 있을지도 모르지.


...


“정찰기에서 보고! 의문의 군대 접근 중! 북쪽 방향과 깃발을 고려할 때 적의 원군인 것 같다고···.”


“설마 8 여단이 뚫렸-”


“아니, 그건 아닐 거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8여단과 전투를 치르고 이 시점에 오기란 힘들겠지.”


“여단장님! 8 여단에서 통신병이 왔습니다.”


“빨리 오라 하게.”


고구려군의 눈길을 피하고자 이리저리 돌아오며 녹초가 된 통신병은 이리저리 묻은 나뭇가지를 탈탈 털며 말했다.


“작전대로 매복 위치로 향했으나 적 원군을 발견, 여단장께서는 현 위치를 고수하시겠다 하셨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차라리 후퇴하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작전과장의 우려스러운 조언에 견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거기서 현 위치 고수해서 뭐하게? 원군이 왔다면 더 이상 단기간에 뚫어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보급로를 약탈하실 생각이신가···? 하지만 위험하긴 매한가지일 텐데.”


물론 가지고 간 물자가 있으니 싸울 수야 있겠지만 그게 얼마나 가겠는가? 창칼이야 그렇다고 해도 갑옷 보수에 화살은 어쩌려고?


아니, 산악 유격전도 거점이랄게 있어야 하지? 적지에 가서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힘들게 달려왔는데 다시 가게. 가서 전하도록. 무슨 생각이신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위험하다고. 차라리 우리가 막을 테니 다시 돌아오시라 하게.”


“예, 충성!”


작가의말

누구인가?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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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남북전쟁13 +2 23.11.22 10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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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남북전쟁9 +2 23.11.13 112 2 11쪽
256 남북전쟁8 +2 23.11.10 1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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