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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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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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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2,298

작성
23.1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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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15

DUMMY

“... 실례지만, 비서실장님. 제가 포병의 포성에 귀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요?”


“차라리 그편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장군님.”


견훤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게···. 이게 말이 되나.”


“장군, 진정하시고-”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게! 어떻게 열 개의 포대랑 일곱 개의 대대를 날려 먹나, 어떻게!!!”


“장군”


“차라리 보급이고 나발이고 내가 직접 갔었어야 했어! 이런 빌어먹을! 전하껜 대체 무어라 고한단 말인가!”


어쨌건 견훤은 자신이 있었다.


초전에서 살짝 삐끗하긴 했어도 그 후로는 승승장구했으며 수암성 앞까지 전진하며 요동반도를 고립시키기 위한 준비도 착착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전진해 안시성만 함락시키면 요동으로 가는 길을 끊어버릴 수 있었는데!


“... 내가 지금 가서 실패를 만회하겠소.”


“장군, 위험합니다. 보고에 의하면 적의 투석기가-”


“적의 투석기가 아군의 구룡보다 사거리가 길답니까? 참호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만들겠소!”


좋든 싫든 선봉대의 지휘권은 견훤에게 있던지라 왕건은 한숨을 푹푹 쉬곤 재빨리 서신을 써서 통신병에게 전했다.


“지금 당장 이 서신을 전하께 전하게.”


“하지만 출격 명령이...”


“비서실장으로서 명령일세. 닥치고 하게.”


“... 옛!”


그리하야 이 소식은 지영이 있는 사령부에도 전해지게 되었으니...


“나한테?”


“예, 전하.”


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자신이 상징적인 최고 지휘관이니 보고서를 제일 먼저 받아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 보고서들은 엄밀히 말하면 사령관인 아자개에게 전해지는 것들이었고 글 앞에 전하 어쩌구 쓰기는 했어도 어쨌건 받는 이는 아자개였다.


근데, 자신에게 직접? 그것도 왕건이?


무언가 쎄한 느낌이 들어 서신을 펼쳐보니 지영은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무슨 일이신지요.”


“... 사령관, 당장 장군들을 소집하시오.”


“예? 하지만 회의라면 방금-”


“한 개 여단이 증발했소. 내가 더 말해야 하나?”


“...! 바로 소집하겠습니다.”


지영의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니 장군들은 살얼음판 위에서 회의를 하는 것만 같았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그대로 좋은 곳으로 떠날 것 같달까.


“적이 우리 신병기에 대응하기 시작했소. ...아니, 이게 대응이 맞나? 애초에 정찰기만 잘 썼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침착하게 정찰기 꺼내서 주변을 확인했다면 투석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방심해서 발해군 최고의 화력을 25%만큼 깎아 먹었다는 소리였다.


보고도 대응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뭐, 애초에 남유진이 화기에 대해 얼마나 알았겠냐마는.


아자개는 착잡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회의를 이어갔다. 그래도 지영이 욱해서 일을, 그것도 이리 중요한 일을 망칠 인물은 아니었으니 일단 회의는 해야지.


“1 군단장.”


“대장, 김철!”


“3 여단은 해산하고 예비대로 활용하게.”


“명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자네가 직접 전선을 지휘하게.”


“알겠습니다.”


“사령관”


“예, 전하.”


“견 소장이 자신의 여단을 끌고 직접 나갔다는데 어찌 생각하나?”


“견 소장은 화기에 능하니 이전과 같은 실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적의 성벽이 문제입니다. 이제 적은 우리의 화기에 저항할 방도를 찾은 모양입니다.”


성벽, 확실히 성벽이 문제긴 했다. 어설프긴 해도 성형 요새의 기본적인 개념이 들어가 있으니 이제 훨씬 까다로워지겠지.


“적이 산성을 이러한 형태로 개조한다면···.”


“시간이 걸리지 않겠습니까? 규모도 다르고요. 지금 적은 이리저리 족쇄를 매달고 싸우는 꼴 아닙니까?”


하긴, 자신이 봐도 지금 인력을 추가로 동원해 성을 짓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싸우지 않고도 적의 전력을 뭉텅뭉텅 깎아냈으니 손자께서 보시면 아주 기뻐하시리라.


“하여간, 안시성. 안시성이오. 안시성은 무조건 손에 넣어야 합니다.”


안시성까지 먹고 전선을 형성하면 요동반도의 적을 가둬버릴 수가 있다. 고립된 적을 상대로 굳이 겁먹을 필요도 없고 요동반도 자체도 이래저래 쓸만한 땅인지라 발해군 일차의 목표는 구련성- 봉황산성- 안시성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점거하고 요동반도를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동반도에 사는 고구려 백성들이 한둘인가? 만주 지방도 한반도와 비슷한 지형이 많았고 특히 간도 지방은 더더욱 그러했다.


솔직히 누가 산에 살고 싶어 하나? 오르막길 오를 때마다 힘들어 죽겠고 편하지도 않은데.


그나마 요동반도는 평야가 꽤 있는 편이라 사람이 많았고 지영의 입장에선 이게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긴 회의 결과 1군단 전체가 북방으로 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어차피 1군단의 남은 전력이라 해봐야 이제 여기에 있는 두 개의 여단을 제외한다면 전부 선봉대에 속해 있었으니 아예 1군단 자체를 선봉으로 삼으려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견훤의 계급에 이 이상의 군을 지휘하는 것도 문제긴 했고.


그리고 안시성 공략을 위한 상륙작전 역시 진지하게 검토되었다. 지금 요동반도의 병력이 묶인 것이 상륙의 공포 때문일 테니 이를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한편 견훤의 여단과 양길의 여단은 그 즉시 북방, 수암성으로 향했다.


“저건···.”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만일, 우리가 화기를 상대하게 된다면 어찌 방어할 것인가?


그때 지영이 구상하고 세부적인 보완점을 논의한 성형 요새.


자세한 계산이 들어가지는 않았겠지만 저건 분명 성형 요새의 일부였다.


“성벽이 낮다곤 하나··· 여단 하나가 증발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 어찌 공략할 생각이시우?”


“문제는 적의 신형 투석기입니다. 우선 그것부터 제압해야겠지요.”


사실 위력 자체는 별 볼 일 없을 것이라는 건 확실했다. 다만, 그 작은 불씨로 인한 유폭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지.


“또한, 혹시 모르니 유폭에 대한 문제도 미리 대비해야겠군요.”


대비라고 해봐야 본격적인 대비가 아닌 포대의 간격을 넓게 하고 수레에 장약을 실은 뒤, 젖은 가죽과 모래주머니로 보강한 정도였지만 이 정도면 투석기에서 날아온 불씨에 한 번에 유폭당하는 불상사는 막을 터였다.


견훤은 그렇게 대비하며 수첩에 한 줄을 끄적였다.


‘적의 대포병 공격에 대비한 탄약 수레 보급을 건의할 것’


뭐···. 그건 그거고 우선은 이 망할 성벽부터 넘어야 했다.


비록 가지고 있던 구룡 다연장포 중 상당수를 해군에 다시 넘겨야 했으나 그럼에도 아직 구룡 다연장포는 네 포대 정도가 남아 있었다.


“참호와 성벽이라! 하! 언제까지 웅크릴 수 있는지 보자! 양 여단장님! 숲을 우회해 적 성벽 뒤로 향할 수 있습니까?”


“갈 수야 있소만 시간이 필요하겠수. 들키지 않게 이동하려면”


“갈 수만 있으면 괜찮습니다. 저희 여단에 있는 통조림까지 건네드릴 테니 좀 부탁드립니다.”


“음, 이런 건 내 전문이지!”


“감사합니다, 우리는 적을 정면에서 제압한다. 포탄의 재고에 유의하며 적을 제압하라. 목표는 크게 세 개, 첫 번째 목표는 투석기, 둘째 목표는 사람, 셋째 목표는 시설이다.”


“예, 장군!”


구룡 다연장포가 불을 뿜으며 2차 수암성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장군, 적의 화력이 이전보다 거셉니다!”


“그래, 그 견훤이라는 자가 직접 왔겠지. 하지만 그래도 이 성벽과 참호는 적의 공격에 충분히 효과가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잘 웅크려 있으라 전하라!”


“예!”


가끔 눈먼 포탄이나 로켓이 고구려군 몇을 황천길로 친절히 인도했으나 그건 소수에 불과했다. 물론 포문이 많으니 그 소수도 좀 많아지긴 했으나 그래도 지금으로선 이것보다 확실하고 효과 좋은 포격 대책이 없었다.


“여단장님, 확실히 포격에 대한 피해가 미미하다고 합니다. 이대로 계속 쏴서 묻어버릴 수야 있겠지만-”


“그랬다간 전쟁이 끝나고 내 무덤이 재무부 장관실에 만들어지겠지. 적당히 쏴라, 적당히.”


견훤은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재무부 어딘가에서 조리돌림을 당하는 딱한 처지로 전락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조병창의 인원들은 또 어떻게 볼 건데.


견훤이 포격으로 두들기다 잠시 포신도 식힐 겸 소총수들을 들이밀어 낮은 성벽은 이런 무기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친히 알려준 뒤 다시 포병을 닦달하길 일 주쯤 되었을까?


양길은 돌고 돌아 고구려군의 후방을 점할 수 있었다.


“우리가 공격한지 얼마나 되었지?”


“열흘 되었습니다.”


“열흘이라···. 그렇다면 양 여단장님이 우회해서 매복하기 충분한 시간이로구나.”


“별다른 일이 없다면 필시 그리하겠지요.”


“좋아, 내일 아침에 총공세를 펼친다. 기상 시간은 새벽 네 시, 다연장포는 두 문을 제외하면 전부 독탄으로 바꾸어 적의 참호를 공격한다. 그 외는 보병들이 언제든지 신호가 떨어지면 돌격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예, 여단장님!”


새벽부터 포격이 계속되자 고구려군은 추위에 벌벌 떨며 쓸데없이 부지런한 발해군을 씹어댔다.


오늘도 평소와 같았다. 이 화포라는 것을 쏘아대다 안 되면 성벽에 달려들고, 그걸 반복하는 하루.


... 라고 생각하던 고구려군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은 얼마 뒤였다.


“끄억, 컥!”


“케엑, 쿨럭! 쿨럭!”


옆의 동료들이 갑자기 발작하는데 이상하지 않을 리가.


“장군, 독무입니다! 적들이 독을 썼습니다!”


독탄


다연장포가 광역 제압을 하는 것에 비해 살상력이 떨어지니 독초를 조합해 사용하면 어떨까 싶어서 나온 무기였다.


당연히 입안자는 지영이었고 구룡의 설계 당사자가 직접 입안한 것이니 일단 만들어는 보았지만 이게 영 신통치 않았다. 이론상 성능은 좋은데 이론적인 상황이 펼쳐지질 않는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간 기왕 만든 거 버리긴 아까우니 쓰자는 생각에 이 독탄들은 육군에 배속되었다.


“여단장님, 대성공입니다! 고구려군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실 견훤도 이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으나 굳이 티낼 필요는 없다 싶어 애써 근엄하게 말했다.


“음, 계속 적을 괴롭히도록.”


애초에 견훤이 계획한 건 하나,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초등학교 때 배운, 무거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이었다. 뭐 찬 공기가 무거워 아래로 내려간다 어쩐다 했는데 아무튼 무거우면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 누구도 의도한 바는 없었으나 참호에 독가스 공격이란 굉장히 효과적이었고 고구려군이 참호에 들어갈 적에 입이나 코를 가릴 손수건을 들고 갔을 만큼 준비성이 철저하지도 않았으니 적기는 해도 고구려군은 독에 의해 전투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장군, 이대로면 병사들이 동요할 것입니다! 참호 밖으로 나가야-!”


콰앙! 펑!


지근거리에서 터진 폭음에 부관의 말이 뚝 끊겼다. 뭐, 말해도 무슨 말인지 몰랐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이 나갔었다면 저기서 터진 것이 폭탄이 아니라 자신들이었겠지.


“아, 진짜 전쟁 좆같이 하네”


극찬이었다.


작가의말

3여단(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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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남북전쟁11 +2 23.11.17 12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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