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9,278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3.11.03 23:55
조회
125
추천
2
글자
11쪽

남북전쟁5

DUMMY

“뭐라! 그 많은 배가 전부...!”


고연후는 아버지가 했던 ‘뒷목을 잡고 쓰러진다.’라는 행동이 갑자기 확 이해가 갔다. 마치 활화산처럼 치솟아오르는 분노가 손을 자연스럽게 뒷목으로 향하게 했다.


‘억’하고 쓰러지지 않은 것은 순전히 고연후가 젊고 건강한 국왕이었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도 애써 화를 참아가며 차분해 보이는 모습으로 연개민에게 시선을 돌린 것만 봐도 훌륭한 국왕... 아니, 적어도 훌륭한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아, 물론 차분해 보이는 것이지 차분하다는 건 아니었다.


“그래, 상세히 고해 보시오.”


연개민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3리도 넘는 거리에서 포격해 불바다를 만든 악랄한 발해군의 비열한 술수에 대해 읊자 고구려 조정은 충격을 받았다.


“3리? 3리나 날아가는 무기가 있단 말인가?”


“깊은 밤인 데다 원채 정신이 없어 잘못 본 거 아니오?”


안타깝게도 고구려 조정의 추측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지영은 초등학교 시절 6년 연속 물로켓 경진대회 1등을 한 발해 최고의 로켓 공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그가 적극적으로 제작에 개입하여 만들어낸 무기가 바로 구룡 다연장포였다.


비교적 현대화된 공기역학적 구조로 되어 있는 100MM로켓 25발을 상자에 넣고 1.5km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화약을 물처럼 쓰는 이 무기는 가연성 재질로 이루어진 시설에 특히 강한 위력을 발휘했으며 이론상의 대인 공격 능력도 뛰어났다.


현시점에서 가장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였고 가장 단기간에 최대의 화력을 쏟아낼 수 있는 무기였다.


여러 증언을 교차해 보니 연개민의 말이 사실인지라 조정의 분위기는 상당히 누그러들었다. 사실 저 상황이면 누가 자리에 있었어도 한 대는 얻어맞을 상황이었고 여기에 있는 관료들과 그의 차이는 그냥 어디에 있었는지의 차이였다.


“저들이 개발한다던 불의 무기가 이거였구려.”


“그... 태왕, 하나 더 있습니다.”


“... 뭐요?”


이미 이 시대를 앞서간 물로켓 공학자의 발명품만으로도 충분히 머리 아픈데 또 다른 골칫덩어리가 있다고 하니 고연후의 표정이 와라락 구겨졌다.


“저들은 하늘에 빛을 맴돌게 하는 비책이 있나이다.”


“흠흠... 장군, 혹시 약했소?”


고연후로서는 홧김에 물은 것이지만 의외로 관료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의 상식으로 미루어볼 때 차라리 이게 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연개민의 말은 맞았다. 애초에 처음 보는 무기에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면서도 나름대로 무기에 대해 상세히 언급한 것만 봐도 연개민도 무능력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게 증명된 셈이고 실제로 그가 언급한 특징들은 대강 발해의 무기들과 일치했다.


“크흠, 태왕 폐하? 비록 그 죄가 크다고 하나 상황이 이러하니 연 장군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떠할지요?”


“소신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연 장군에게 공을 세워 죄를 씻을 기회를 주시지요.”


사실 연개민을 함부로 쳐낼 수도 없었다. 우선 그 연개소문의 후손인 것도 있거니와 평소에 그가 쌓아온 인맥과 그간 보여준 능력, 그리고 고구려 지휘관들중 유일하게 화약 무기에 당해 본 사람이었다.


“흠... 신료들의 의견이 그리하니 내 연 장군에게 묻겠소. 저들의 화기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겠소?”


“저들의 화기는 말 그대로 원거리에서 화공을 퍼붓는 무기입니다. 마치 거대한 불화살과도 같으니 중요한 시설들을 석재로 보강하신다면 저들이 아무리 불을 퍼붓는다고는 해도 어찌 감히 돌을 녹여내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문제는 지금 고구려가 그럴 정신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지.


애초에 선박 건조 시설과 항만시설이 전소해 그것부터 손봐야 하는데 발해군이 눈을 부릅뜨고 방해할 것이 뻔했으며 서방에서는 난민들이 떼거지로 몰려오고 있었다.


즉, 많은 인원이 필요한 석재 공사는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리고 식량 저장고 등 중요 시설이 한군데만 있는 것도 아닌지라 시간도 소요되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외에는 소화 훈련을 빡세게 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답이 없다는 것? 이번같이 대규모 화력을 동원한다면 로켓의 명중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지역을 불사를 수 있었다. 원형공산오차가 크다고는 하지만 그 원형공산오차 내에 그냥 많은 화력을 투사한다면 원형공산오차가 곧 포격 받는 지역으로 변모해버리는 탓이다.


고구려가 발해군의 로켓 병기에 대응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을 때 발해 선전부는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배신자 고구려에게 불의 철퇴를 내리다!]


[비사성 항구를 파괴한 아홉 마리의 용!]


[전진, 또 전진하는 발해의 용맹한 아들들!]


[밤을 낮으로 바꾸는 비술, 국왕 전하의 지혜는 어디까지인가?]


[천하제일의 연합함대, 그 앞에 적수는 없으리!]


온 나라에 이런 기사를 담은 글이 게시판에 이리저리 붙으니 발해 10도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혹시라도 불안해하던 발해의 신민들은 안심하고 환호했으며 당연히 일본과 안남, 당나라 역시 이 소식을 접했다.


“역시 사돈이십니다, 믿고 있었다구요! 근데 이번 신병기 좋아 보이시던데···. 전쟁 끝나고 서로에게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눕시다.”


일본, 특히 천황은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원거리 병기가 변변찮은 것이 없었다.


일본 활이 장거리가 영 잼병이라는 사실은 워낙에 유명한 이야기거니와 활이 그 모양인데 거기서 파생된 쇠뇌나 노포 같은 병기들도 특별히 뛰어날 일은 없었으며 무엇보다 투석기조차 잘 쓰이지 않았다.


그러니 풍문으로 들리는 2리, 3리 밖에서 불바다를 만드는 구룡이라는 병기는 군침이 질질 흐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본은 목조 건축물이 많지 않은가. 팔아만 준다면 효과적으로 써먹을 자신이 있었다.


“우린 언제나 발해몽을 지지해 왔습니다.”


안남의 반응도 일본과 대동소이했다. 단, 이들은 일본만큼 적극적으로 들이대지는 못했는데 구룡까지 받아가기엔 안남이 줄 것이 특별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식량을 대가로 여러 자원과 물품을 저렴하게 거래하거나 혹은 무상으로 공급받고 있긴 했지만 여기서 지금까지 없었던 첨단 무기를 공급받기 위해서 무언가를 지불할 만큼 안남이 여유롭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 무기가 이미 발해 곳곳에 보급되어 발해가 ‘님 이거 써볼?’이라고 할 만한 형편도 안 되는 것 같았고.


그에 반해 일본은 이미 발해와 여러 협정도 체결했고 현재 사돈 관계인데다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식량안보협정을 통해 몇 차례의 기근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끈끈한 사이였다. 또한, 일본에는 발해에서 채굴하기 까다로운, 혹은 경제적이지 못한 지하자원을 넉넉히 공급할 수 있는 능력과 기본적인 국가의 체급이 있었기에 슬며시 운을 떼본 것이었다.


그리고 당나라. 당나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는 것이 맞겠다. 당장 먹고 살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인데 무슨 놈의 사절단을 파견한단 말인가. 그 식량으로 먹을 수 있는 입이 몇 갠데.


“반응이 뜨겁긴 한데... 이거 괜찮은 건가?”


“전하의 명령일세.”


“흠...”


“아무래도 화약 무기를 이리저리 팔아치우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군.”


최언위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아니, 지금 화약 무기라는 것을 쓰는 나라는 발해가 유일하지 않나? 이걸 굳이 팔아치워서 그 우위를 스스로 버릴 필요가 있나?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네만”


“음?”


“아무래도 이번 병기는 실험작인 모양이야.”


“실험작이라...”


“간단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단기간에 만들어진지라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시간 내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희생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으니. 그래도 화약 병기 초창기에 나온 핸드캐논같은 구닥다리 무기들이 나오지 않은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였지만···. 이들이 그런 걸 알 리가 있나.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화약은 이미 있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초석-황-목탄이 조합된 혼합물이 존재한 지 백 년에서 삼백 년은 되었으며 그게 화약이 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초석의 배합비가 맞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아니, 배합비랄 것도 없다. 그냥 초석을 들이붓고 목탄 조금, 황 조금 넣으면 가성비나 품질이야 몰라도 터질 확률이 높았으니까.


이쯤 되면 아주 원시적인 화창 같은 화약 무기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였다. 즉, 화약을 사용한다는 것을 성적표 숨기듯 조마조마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지영은 무기들을 열화시켜 구형 화승총이나 말도 안되는 화약 병기들을 팔아치워 그걸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 했다. 어차피 발해는 호랑이가 어디서 끝도 없이 나오는 나라인지라 사냥꾼들의 안전한 사냥을 위해 화약 무기들이 필요했으며 그걸 기반으로 성능을 조절해서 외국에 팔아먹으면 짭조름한 이익이 될 게 뻔했다.


“문제가 있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아니, 이런 건 조병창이나 군인들, 전하께서 더 잘 알 터, 무언가 생각이 있으시니 방향으로 그쪽으로 잡으셨겠지.”


“뭐··· 전쟁이야 하기 전에도, 하는 중에도, 한 후에도 돈이 엄청나게 깨지니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물론 제일 좋은 건 전쟁을 안 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전쟁의 경우엔 달랐다.


왜냐? 이건 방어 전쟁이니까!


...


한편 그 시간 압록강 인근


“구련성···, 평지성이라 들었는데”


“예, 여단장님. 하지만 우습게 볼 성은 아닙니다. 고구려의 축성술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지요.”


“하지만 반드시 얻고 넘어가야 할 성이지.”


압록강에서 멀리 쳐줘도 20km나 떨어져 있을까 한 평저성. 여기를 압록강 너머의 첫 번째 전진기지로 삼아야 했다.


너무 뻔한 사실인지라 고구려도, 발해도 이를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양 여단장님, 적이 어찌 움직일 것 같습니까?”


“힘이요.”


“흠, 힘이라.”


“어차피 이짝부터, 저짝까지는 모두 평지 아니우? 이짝이나 저짝이나 강 건너라서 정보 수집이 쉽지도 않았거니와 서로의 수색대 전력이 비등하니 지금은 정확한 정보를 얻기도 힘들지. 다만, 수성전이라 해서 처음부터 성에 틀어박히는 경우는 거의 없수다. 특히나 지금은 초전이기도 하구··· 그러니 회전을 생각한다는 것이 우리 8 여단의 공통된 의견이유.”


“흠, 우리 여단과 생각이 같군요.”


그리고 의견이 같은 것은 고구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나온 결과라는 게-


“회전에서 압도하고 기세를 타 공세를 이어나간다!”


“회전에서 압도하고 적의 기세를 꺾고 공세를 돈좌시킨다!”


그리고 양군은 압록강 인근의 평야에서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말

와! 최고의 로켓 기술자!(경력 6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쓰는 세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2 남북전쟁24 +2 23.12.28 99 2 11쪽
271 남북전쟁23 +2 23.12.24 104 2 11쪽
270 남북전쟁22 +2 23.12.20 100 2 11쪽
269 남북전쟁21 +2 23.12.17 100 2 11쪽
268 남북전쟁20 +2 23.12.11 102 3 12쪽
267 남북전쟁19 +4 23.12.06 110 2 11쪽
266 남북전쟁18 +2 23.12.04 100 2 11쪽
265 남북전쟁17 +2 23.12.01 107 2 11쪽
264 남북전쟁16 +2 23.11.29 109 3 11쪽
263 남북전쟁15 +2 23.11.27 105 2 11쪽
262 남북전쟁14 +2 23.11.24 113 2 11쪽
261 남북전쟁13 +2 23.11.22 105 2 11쪽
260 남북전쟁12 +2 23.11.20 110 2 11쪽
259 남북전쟁11 +2 23.11.17 126 2 11쪽
258 남북전쟁10 +2 23.11.15 114 3 11쪽
257 남북전쟁9 +2 23.11.13 112 2 11쪽
256 남북전쟁8 +2 23.11.10 115 2 11쪽
255 남북전쟁7 +2 23.11.09 106 2 11쪽
254 남북전쟁6 +2 23.11.07 122 3 11쪽
» 남북전쟁5 +2 23.11.03 126 2 11쪽
252 남북전쟁4 +2 23.11.01 127 2 11쪽
251 남북전쟁3 +2 23.10.30 130 2 12쪽
250 남북전쟁2 +3 23.10.20 145 1 12쪽
249 남북전쟁 +2 23.10.17 182 2 11쪽
248 평화를 끝낼 준비8 +3 23.10.14 146 2 11쪽
247 평화를 끝낼 준비7 +2 23.10.10 127 1 11쪽
246 평화를 끝낼 준비6 +2 23.10.06 126 2 11쪽
245 평화를 끝낼 준비5 +2 23.09.29 145 2 12쪽
244 평화를 끝낼 준비4 +2 23.09.26 143 2 11쪽
243 평화를 끝낼 준비3 +2 23.09.22 147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