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놓다가 문득
철철 피 흘리며 그해 겨울이 지나갔고
상처 다독이며 작년 겨울도 흘러갔고
올해 또 터벅터벅 겨울이 가고 있다.
누가 할퀸 건지 누가 잡아 뜯었는지
우리의 연은 공중에 매달려
높아만 가는 킬로미터를 재는데
나는 차마 널 부르지 못한다.
새 봄이 창턱을 기웃거리는데도......
네가 떠난 너의 집 문지방에
발기발기 찢겨 너덜거리며 나를 우롱하던
나의 선심, 초라한 몰골로 울음 깨물던
내 그림의 파편들......
우리의 연은 이미 네가 불태웠었지 그랬지
우린 정말 낯선, 하늘 땅만큼이나 멀리 사는
살을 스쳐도 못 알아볼 우리는 애당초
타인이었어.
그런데도 헌데도 아무리 그렇더라도
미움의 잿더미 틈새 발긋발긋 타는 불씨가
내 젖무덤을 지진다 별일이다
모진 마음 독하게 먹었을 네 목소리가
어여쁘게 치장하고 조용조용 내 귓전을 울린다.
그래 맞아
품위 있는 옷을 두르듯 자신의 영육을
부지런히 다듬어야지 이제야 깨달음 얻은
내 입술이 밑바닥에 남은 씁쓸한 커피를
마저 삼킨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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