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2
함박눈과 된서리는 이웃이었다.
뜬금없이 나려 나려
모든 이기심 포근히 머금는
온 풀밭에 칼자국 내서
보석보다 시린 빛살을 토하는 이웃이었다.
혹가다 영하의 흐린 날에 하늘 수놓으며
미치게 춤추는, 차가운 가시로
보드라운 웃음을 여는
함박눈
늦은 봄에야 감추었던 날을
초가을엔 성급히 갈아세워 우쭐대다가
고장난 냉동고처럼 온몸 꽁꽁 얼리면서도
언제나 아닌 척하는
서리
그래도 함박눈은 된서리 내린 풀밭이 좋았다.
그러니까 된서리는 함박눈 내린 마당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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