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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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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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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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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9,203

작성
24.0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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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명 헌터 유도진(4)

DUMMY

“오케이···. 신청은 완료했고.”


방에 누워 네 개의 게이트에 용병 신청을 마친 뒤, 방을 둘러보았다.


필요 없다고 했지만, 비암이 기어코 선물로 보내준 100인치 티브이가 벽 한쪽을 메우고 있었다.


“저건··· 창문으로 써도 되겠다.”


한숨을 한 번 내뱉고는 TV를 틀었다.


[<속보> 강원도 원주, A급 게이트 출현. 몬스터는 거대 오우거로 추정.]


뉴스에서는 마침, A급 게이트가 출현한 것을 속보로 보여주고 있었다.


오우거는 크기가 10m는 되어 보이는 거구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다 하면 그 일대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는 몬스터였다.


“오우··· 거대해서 오우거인가.”


크흠.


왠지, 집안의 모든 공기가 나를 바라보는 기분에 헛기침을 내뱉곤 뉴스 화면에 집중했다.


그러자, 다음 화면으로는 운명 길드의 길드장인 윤혜성 뒤로 여러 명의 헌터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윤혜성의 뒤로는 하나같이 대한민국을 자랑하는 S급 헌터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저 사람은 S급 전사고··· S급 힐러에··· S급 마법사라고?”


운명 길드는 길드원들 전체가 A~S급인 덕에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길드였다.


그런 사람에게 불명 등급의 내가 말대꾸했으니 얼마나 한심했을까.


아니, 심지어 사냥도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했으니···.


나는 괜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TV의 다른 채널을 돌렸지만, 모두가 A급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용병 공고를 보고 온 연락인 것 같았다.


“여보세요?”

- 오크 게이트에 용병 신청한 유도진 헌터 맞죠?

“네, 맞는데 누구세요?”

- 내일 같이 게이트 들어갈 D급 헌터 이명상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길드요.


하지만 도무지 자신의 소속을 알려주지 않는 이명상 씨 탓에 헌터 커뮤니티를 다시 열었다.


‘내가 신청한 길드들 중에서 내일 게이트만 찾으면 되겠네···.’


내가 신청한 게이트들을 차례로 내리다가, ‘일광 길드, D급 오크 게이트’라고 적힌 모집 공고에 멈춰 섰다.


- 내일 9시까지 오세요. 개인이 필요한 건 알아서 준비 해오시고.

“아, 저기요. 저기, 혹시··· 일광 길드에요?”

- 척하면 척 아닌가요? 혹시, 일광 길드 말고 다른 길드도 신청하신 건가요?

“아, 그런데요···.”

- 큼. 내일 9시까지 오세요.


허, 왤케 싸가지가 없지?


내가 함께 했던 길드들이 유독 친절했던 걸까.


나는 그의 말에 알겠다고 답한 뒤, 너튜브에 일광 길드를 검색했다.


[일광 길드, 강한주. 헌터 협회에서 난동. 그 이유는?]

[일광 길드의 고블린 헌터, 그가 고블린만을 잡는 이유를 알아냈다.]

[헌터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고블고블’ 스킬의 헌터가 일광 길드의 강한주라고?]


딱 봐도 자극적인 제목의 동영상들.


나는 차례로 그 동영상들을 클릭했다.


그중 첫 번째 동영상은 나도 아는 영상이었다.


그도 그럴게, 제보 영상 우측 상단에 조그맣게 내 머리가 튀어나와 보였으니.


[x발. 나보고 얼마나 기다리라는 거야! 저딴 등급 측정도 안 한 녀석이 지금 중요해?]

[헌터님··· 이거 놓으시고···.]


“아, 헌터 협회에 등급 측정하러 갔을 때 그 헌터가 여기 길드 소속이었어?”


그때 어땠더라.


그래, 비암이 나타나서 강한주라는 헌터를 말렸었지.


“혹시 그 헌터도 나오려나. ······에이, 설마.”


그 외의 영상들도 대부분 일광 길드의 강한주에 관한 영상들이었다.


댓글에는 그간 일광 길드에서 용병 일을 했던 다른 헌터들의 경험담이 적혀 있었다.


- 솔직히 일광 길드는 헌터 커뮤니티에 공고 못 올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함.

ㄴ 나도 이 생각함. 지원하러 온 헌터를 도구 취급하질 않나, 던전 클리어할 때 필수 아이템을 직접 사 오라고 하질 않나. 비매너 길드가 따로 없음.

- 일광 길드, 그래도 괜찮은 길드였는데··· 지금 강xx 헌터 때문에 좋은 헌터들 다 나간 거임. 지금 매니저도 그만둬서 일손 달릴걸?


보통 용병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은 길드 내에 있는 매니저가 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 한 명이 얼마 전까지 같이 살았던 준혁이었으니까.


물론, 창화 길드처럼 극소수로 이뤄진 길드는 종종 길드 매니저나 길드원이 연락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래서 소희가 대단한 거지. 일반인인데 매니저 역할도 하면서, 헌터 일까지. 그리고 본업도 뛰니까.’


괜히 멀리서 고생하고 있을 창화 길드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좋은 사람들 다 나간 길드라···. 그럼 나도 내 페이스 그대로 가면 되는 건가?”


오크 게이트야 이제 볼품없는 던전이긴 했다.


그러나 혹시라도 오크에게 더 얻을 지속 스킬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용병을 신청했던 만큼, 한 번쯤은 더 바비큐 파티를 할 생각에 신청했던 것이다.


“내일은 그럼··· 마이페이스로 가야겠네.”


하지만 언제나 세상은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간다.


늘 그래왔듯이.



* * *



“뭔, C급을 데려왔어. 미친 거 아니야?”


어? 저 사람은··· 그때 그 강한주 헌터다.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것, 첫 번째. A급 헌터인 강한주가 D급 오크 게이트에 나타난 것.


그리고 두 번째. 나를 아직까지 C급으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제가 그 유명한··· 고블···.”

“닥x. 나한테 그 별명을 나불거린다면 용병이고 뭐고 죽을 줄 알아.”


어? 아뇨. 당신한테 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고블린 헌터···.


그리고 세 번째. 이 사람들은 ‘고블린 헌터’라는 사람이 강한주 이외에 한 명 더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나인지는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동안 외부의 용병 일을 한 것은 딱 한 번.


그 당시에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기에, ‘고블린 헌터’ 혹은 ‘몬스터 코스프레 헌터’의 실물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날 떠받들어 주는 미르 길드원들이 보고 싶어졌다.


“C급이면 C급답게 던전에서 얌전히 따라오도록. 오늘 몬스터는 고블린이니까.”


네? 고블린이요?


제가 잘못 알고 왔나요? 분명 공고에도 오크 게이트라고 나와 있었는데요.


“저분 앞에서는 오크 게이트라고 말 꺼내지 말아 주세요. 적어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요.”


그나마 앳돼 보이는 길드원이 나를 한쪽 구석으로 데려와 현 상황을 설명해 주었기 망정이지.


알고 보니, 항상 다른 게이트를 거절하던 강한주를 굴리기 위해 일광 길드장이 강한주에게 ‘고블린 게이트’라고 속였다는 것이었다.


“혹시 이름이···.”

“정찬영입니다.”


정찬영. 나이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헌터였으며, 등급은 D급으로 마력을 이용해 단검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스킬을 가졌다고 했다.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유도진 헌터님한테 감사하죠. 저희 길드가 평이 안 좋다 보니 용병 구하는 데에도 애를 먹거든요.”


잠시, 찬영과 잡담을 떨려던 사이, 멀리서 강한주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블린 게이트 들어가는데 뭔 준비가 이렇게 오래 걸려? 빨리빨리 안 해? A급이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그의 발악에 가까운 소리를 듣던 찬영은 잠시 한숨을 내뱉고는 한주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불쌍한 애네.”


나도 혀를 쯧쯧 차며 슬금슬금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에 합류했다.


강한주는 모르지만, 오크 게이트를 토벌하는 데에는 나를 포함해 총 6명의 헌터가 참가했다.


A급에 준하는 실력을 갖춘 강한주와 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D급과 E급으로 이루어진 헌터들이었다.


“너는 각성 스킬이 뭐야.”

“저 마법인데요.”


강한주의 말에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저런 사람과 많은 말을 섞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


“무슨 고블린 새x 하나 잡는데, C급, D급이 이렇게 많이 나왔어!”


강한주는 ‘길드장이 운영을 못 한다’라며 혀를 차곤, 연보랏빛이 일렁이는 게이트 앞에 섰다.


“어이, C급.”

“예?”

“잘 보라고. A급이 어떻게 싸우는지.”


그는 말 한마디를 남긴 채 먼저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강한주가 사라지자,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려던 헌터들이 하나같이 그의 행동을 비판하며 한참을 떠들다가 게이트 안으로 발을 옮겼다.


‘다 똑같은 사람들이면서···.’


물론, 나 역시도 그들을 비판하면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 * *



“뭐야. 이게 고블린들이 사는 곳이라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당황한 모습의 강한주였다.


그는 질겁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게이트 안으로 들어선 다른 헌터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어떤 새끼가 장난쳤냐?”


길드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인 채, 그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분명··· 길드장이 고블린 게이트라고···.”


사실, 헌터들은 자신의 길드가 어떤 게이트를 보유하고 있는지, 몇 시에 토벌 예정인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한주가 그 사실을 몰랐다는 건, 최소한의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며, 고블린 게이트만 참가하겠단 자신의 말을 모두가 당연히 따를 거라 생각해서였다.


그래. 그의 입버릇을 조금 빌리자면, ‘A급 헌터가 하라는데, 누가 안 하겠어! 엉?’ 같은 느낌으로.


“길드장님이 그러셨습니다. 강한주 헌터님께는 절대 이번 게이트 비밀로 하라고요.”

“맞습니다. 이번 게이트 무사히 클리어하고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어차피 D급밖에 안 됩니다. 이 게이트.”


그가 분노하자, 지친 헌터들은 하나둘씩 이 사태를 자백했다.


그때, D급 게이트라는 말을 들은 강한주의 모습이 이상해졌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단검 두 자루도 쥐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전방만 주시할 뿐이었다.


“그··· 그래서, 어떤 게이튼데?”

“오크 게이트입니다.”


오크.


다른 헌터들에게 있어 오크란, 베는 맛이 끝내주는 몬스터였다.


물론 나에겐 아주 기름진 훈제 삼겹이었지만 말이다.


오크를 사냥하는 헌터들은 대부분 D급 이상의 헌터들이었다.


E급 헌터들에게 오크는 잡기 까다로운 존재였던 탓이다.


얼굴을 노리자니 2~3m 높이에 있고, 점프를 한다 쳐도 도무지 거기까지 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각이라는 걸 하는 헌터들은 이전 창화 길드 때처럼 아킬레스건을 공략했지만,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낮은 등급의 헌터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출발 안 하십니까?”


누가 말을 꺼냈을까.


길드원 중 한 명이 말을 꺼내자, 강한주는 그 길드원을 째려보더니, 마지못해 한 걸음씩 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땐 어두워서 나랑 현서가 빛을 밝혔는데··· 여긴 해가 떠 있네.’


이전에 겪었던 오크 게이트가 이세계 같았다면, 지금의 게이트는 우리 세계 같은 느낌이었다.


하늘엔 태양이 떠 있고, 그 덕에 멀리 있는 오크들의 주둔지가 한눈에 들어왔으니까.


‘S급으로 재심사를 받으려던 A급 헌터 실력 좀 본 뒤에 싸워도 되겠지?’


오크들의 주둔지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즈음, 나는 계획했던 ‘마이페이스’를 버리고 이들을 좀 더 지켜보고자 했다.


“꾸이이이이익! 꾸익! 꾸익! (여기 침입자가 나타났다! 모두 이쪽 문으로 집결하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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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뉴비 헌터를 키워라(4) 24.04.04 54 1 13쪽
74 뉴비 헌터를 키워라(3) 24.04.03 54 1 13쪽
73 뉴비 헌터를 키워라(2) +1 24.04.02 58 1 12쪽
72 뉴비 헌터를 키워라(1) 24.04.01 65 1 10쪽
71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6) 24.03.31 62 1 12쪽
70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5) 24.03.30 69 2 11쪽
69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4) 24.03.29 61 2 11쪽
68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59 2 12쪽
67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24.03.28 72 2 12쪽
66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1) +1 24.03.27 72 2 11쪽
65 강한주를 죽인 자(4) 24.03.26 68 2 12쪽
64 강한주를 죽인 자(3) +1 24.03.25 68 3 11쪽
63 강한주를 죽인 자(2) 24.03.24 68 3 11쪽
62 강한주를 죽인 자(1) 24.03.23 75 3 12쪽
61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4) 24.03.22 76 2 13쪽
60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3) 24.03.21 84 4 13쪽
59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2) 24.03.20 80 3 11쪽
58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1) 24.03.19 84 3 14쪽
57 성동구를 사수하라(4) 24.03.18 79 3 14쪽
56 성동구를 사수하라(3) 24.03.17 83 3 14쪽
55 성동구를 사수하라(2) +1 24.03.16 91 3 13쪽
54 성동구를 사수하라(1) 24.03.15 8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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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출격! 도마뱀즈!(?)(4) 24.03.13 88 3 13쪽
51 출격! 도마뱀즈!(?)(3) 24.03.12 102 3 14쪽
50 출격! 도마뱀즈!(?)(2) 24.03.11 93 2 15쪽
49 출격! 도마뱀즈!(?)(1) 24.03.10 9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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