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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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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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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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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뉴비 헌터를 키워라(5)

DUMMY

“오빠, 몬스터!”

“너가 할 수 있는 스킬을 써봐.”


해변이 펼쳐진 게이트 안.


정은진은 나와 배하정이 보는 앞에서 긴장한 듯, 스태프를 꽉 쥐고 있었다.


“그래요. 은진 씨. 최대한 마력을 느끼면서, 스태프 끝에 모은다고 생각해요.”

“그···그래! 하정 씨가 하라는 대로 하면 돼!”

“고블린 헌터님! 그게 맞아요? 은진 씨는 제 제자가 아니라 헌터님 제자잖아요!”

“에이, 배움에 있어서는 모두가 스승인걸요.”


그냥 한 소리가 아니었다.


사실 나도 그녀의 말에 따라, 내 창끝에 마력을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머릿속에 이 스킬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떤 모양으로 나가게 할지, 속도는 어떻게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세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좋다고?’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순간에도 크랩스터들의 마력을 느끼며 그들의 접근을 신경 쓰면서 말이다.


그 사이, 머릿속에 한 장면을 그려냈다.


그것은 앞으로 길게 뿜어지는 화염 방사기였다.


‘스킬은 샐새앨러지만, 기존 스킬보다 범위는 좁게, 위력을 높이는 쪽으로.’


이미지가 명확해지자, 감았던 눈을 뜨곤, 바로 앞에 있는 크랩스터를 바라보았다.


게라고 생각했던 외형과는 다르게, 그것은 랍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게의 긴 다리와 랍스터의 긴 꼬리가 합쳐진 모양이었다.


“샐새앨러!”


창끝에서 발사된 화염은 기존의 범위보다 좁아졌지만, 내가 머릿속에서 상상한 대로 길게 쏘아지며, 크랩스터의 오른쪽을 짙게 태워버렸다.


“역시, 고블린 헌터님은 대단하시네요!”


크랩스터는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러자, 하정이 내게 다가와 엄지를 ‘척’하고 세워 보였다.


“저도 아직 부족한 헌터인데···. 저한테는 오히려 하정 헌터님이 더 대단해 보여요.”

“엥? 왜요?”

“마력을 다루는 거 말이에요. 저도 처음이거든요. 그 누구도 저한테 말을 안 해줘서.”

“아··· 그런가요? 저는 그냥 되던데···.”


잊고 있었다.


그녀가 난이도 극악인 RPG 게임의 마법사 유저였다는 사실을.


“하하, 다른 사람들은 그냥 안 돼요···. 저기 봐요.”

“그러게요···.”


은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하정도 은진의 모습이 신선했는지, 그녀를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었다.


은진은 마력 컨트롤에 실패해, 몬스터한테 가는 공격보다 몬스터 주변에도 못 가는 공격이 더욱 많았다.


“야! 그렇게 태워버리면 먹을 거 없다고!”

“적어도 외형은 남겨주세요! 외형 없으면 돈 못 벌잖아요!”


몬스터에게 공격이 닿는다고 한들, 몬스터는 형태가 남아있지 않는··· 걸레짝이었다.


“D급이야. 너가 무리만 안 하면 가볍게 잡을 수 있는 애들이니까 힘 좀 빼봐.”

“맞아요. 가뜩이나 마력 소모가 큰 스킬 같은데, 조금만 힘을 빼 봐요!”

나와 하정은 그런 은진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자 은진은 스킬을 사용했고,


“내려라! 불꽃이여!”


하늘에 큰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그 마법진 밑으로 작은 운석들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누구는 첫 스킬이 그냥 불꽃으로 길 만드는 스킬이었는데··· 저긴 메테오네요. 그것도 잔뜩.”

“그러게요. 저는 고블고블이었는데.”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들은 저마다 불꽃의 꼬리를 매달고 밑으로 추락했고, 몬스터에게 닿을 때마다 거대한 불길이 일고 있었다.


< 호오···. 흥미로운 마법이구나. >

‘그러게···.’


그때, 하정이 내 쪽으로 다가와 한 가지 팁을 더 전수했다.


물론, 이 팁을 내가 알아먹기에는 조금 힘들긴 했지만.


“마력을 잘 이용하면··· 저런 스킬들도 흉내 낼 수 있거든요? 저게 어떤 식으로 마력이 운영됐는지를 생각하면 편해요.”


그러더니, 하정이 스태프를 높게 들고는 이내 만능 스킬인 ‘보글보글’을 사용했다.


“아무리 색다른 공격 방법을 생각해도··· 스킬이 안 생기길래요.”


스태프 끝에서 모인 마력은 곧바로 불꽃의 형태가 되어 하늘로 쏘아졌다.


그러더니 은진의 것과 비슷한 형태로 크랩스터 주변으로 떨어졌고, 그들의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차이점만 알아낸다면, 저 운석까지도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저는 마법진을 운영하는 스킬이 아니라서···.”

< 저자는 벌써 저런 차이점까지 알아냈구나. >


물론, 그녀의 연구 성과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에게 ‘기생충이 헌터님의 마력 운영에 감탄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봤어?”

“응. 봤어. 아주 잘.”


은진은 우리 쪽을 바라보더니 이내 활짝 웃어 보였다.


“이거 말고도 더 있는데··· 한 번 써볼게!”

“어? 스킬이 하나가 아니야?”

“엥? 오빠 스킬 하나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은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각성하자마자 세 개의 스킬을 얻었다고 했다.


덧붙여 모든 헌터가 두세 개의 스킬 정도는 얻는 줄 알았다고···.


그도 그럴 게 대중매체에 소개되는 헌터들은 스킬이 많아 화려한 퍼포먼스가 가능했다.


“그럼··· 다음 스킬 써볼게!”


은진은 다시 앞으로 나서더니 이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부디 몬스터 외형은 남길 수 있는 스킬이길 바랐다.


“꽂혀라! 천둥이여!”


그러자, 이전 붉은색의 마법진이 아닌, 노란빛의 마법진이 공중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 콰앙! 쾅! 콰아아앙!


번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진짜, 준혁 오빠의 친척 동생이라는 분 말이에요.”

“네···.”

“마력만 많았다면 분명 S급이었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직은 은진의 마력 양이 적은 탓에 모든 공격이 금방 끝났다.


“다시 해보자. 이번엔 다른 거.”

“알겠어, 오빠.”


그녀는 계속된 스킬 사용에 버거운지, 헉헉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일단··· 은진 씨는 마력 통이 적은 것 같은데요?”

“mp가 300인데 스킬 하나 쓸 때마다 200씩 닳는단 얘기군요.”

“그런 셈이죠···.”


우리의 이야기가 들리는지 아닌지, 그녀는 계속해서 마력에 집중하다가 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몰아쳐라! 눈보라여!”


이번에는 푸른빛의 마법진이 공중에 나타나더니, 이내 얼음송곳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도 5초가량 지속될 뿐이었지만.


‘엘리멘탈 마법사를 꿈꾼 건 난데, 왜··· 쟤가 더 잘 맞는 거 같지?’

< 탐나느냐? >

‘아니, 좀 부럽긴 해서···.’

<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을 터이니···. 한데, 너는 제자를 키우랬더니, 네가 하정의 제자가 된 것이냐! >

‘너 말대로 제법 배울 거 많은 사람 같더라고.’


이젠 내 말에 곰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앞에 보일 지경이었다.


“어? 도진 오빠 또 시스템창이랑 대화해?”


그때, 자신의 모든 기술을 선보이고 내 쪽으로 다가오던 은진이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 어이쿠. 또 저러는구나. >


곰은 그녀의 말에 식겁했는지, 대화를 정지했고, 나는 은진이 오는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에, 시스템창이랑 대화하는 거 아니라니까.”

“오빠가 되게 강하게 부정하니까 계속 이걸로 놀리고 싶잖아.”


그녀는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냅다 바닥에 드러누웠다.


“야, 이런 데서 함부로 눕지 마.”

“뭐 어때. 해수욕장에서 눕는 거랑 다를 거 없는데.”


그녀의 행동에, 옆에 있던 하정도 고개를 저었다.


“원래 전투라는 거, 이렇게 힘든 거였어?”

“아니··· 그··· 너가 아직 약해서 그런 거야.”

“그래? 그럼··· 나 좀 쉴게.”


그러더니, 모래로 베개를 만들고는 빳빳하게 들고 있던 고개마저 그대로 바닥에 붙였다.


“일단, 저만큼은 너가 잡은 거니까, 너 이름으로 올려줄게.”

“오, 나 드디어 돈 버는 거임?”

“응. 헌터 협회에서 등급 측정하고 받은 계좌 있지? 거기로 돈 들어갈 거야.”

“아싸. 그럼 핸드폰부터 바꿔야지.”


은진은 잠시 기뻐하더니 이내 그대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우와······. 정말 저대로 잠든 거예요?”

“네. 원래 아무 데서나 잘 자는 애라서요.”

“조금 특이하네요. 친척이라곤 하지만, 준혁 오빠랑 전혀 닮은 곳이 없는 느낌?”

“아냐. 둘 다 T인 건 닮았어.”

“······다른 이야기잖아요.”


그러더니, 그녀도 냅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헌터님, 저기 잘 익은 다리 하나만 갖다줘요.”

“아, 네!”


나는 잘 익은 집게다리 두 개를 들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와, 저는 각성하고 처음 잡은 몬스터가 임프였는데··· 은진 씨는··· D급 몬스터를 잡네요.”

“그러게요.”

“고블린 헌터님은요? 고블린이었어요?”

“네. 고블린이었죠. 그때, 고블고블이라는 스킬도 얻었죠.”


잘 익은 집게다리는 약간의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부서졌다.


나는 그것을 먹으며 하정과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태 봤던 헌터님은 뭔가 강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았거든요.”

“네? 저 강하거든요?!”

“아니, 그런 거 말고요. 강해지고 싶어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근데, 오늘은 왜인지 강해지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녀도 크랩스터의 다리를 입에 가져가 우물우물 씹더니,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그때 무슨 일 있었어요? 조건웅이랑 만났다던 날에요.”


하정은 입안에서 씹고 있던 크랩스터의 다리를 삼킨 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네. 저도 나름 이제 S급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조건웅의 공격 스타일을 보니까··· 저는 아직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찰박. 찰박.


파도가 해안가로 몰려드는 소리만이 들렸다.


- 커어어어억. 음냐 음냐.


아니, 중간중간 정은진의 코 고는 소리도 함께였지만.


“그래서 좀 더 강해지고 싶었어요. 어디 나가서 저도 S급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그럴 수 있죠. 장애물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녀는 끄덕이더니, 뒤쪽에서 잠을 자고 있는 은진을 바라보았다.


“저도 오늘 새로운 장애물이 생긴 것 같거든요. 오기가 생기게 하는 사람이···.”

“쟤요?”

“하하. 천재한테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졌어요.”

“저도요. 뒤늦게 시작한 애한테 질 수는 없죠.”


우리는 손에 들고 있던 크랩스터 다리를 한입에 털어 넣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통한 것이었다.


나는 창을 들었고, 그녀는 스태프를 들었다.


“고블린 헌터님. 저희 시합할래요?”

“지금 D급 헌터가 S급 헌터한테 시합을 요청하는 겁니까?”

“저 이번에 B급으로 올라갔는데. 아직 소식 못 들으셨구나?”

“그래도 아직 밑인데요? 좋아요. 그 시합. 지면 뭐 하실래요?”

“무료 용병권이요.”

“좋습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각자의 앞에 보이는 크랩스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까 전, 그녀가 했던 조언에 따라 머리로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손으로는 이미지를 형상화해 스킬을 사용했다.


“임프프!”


그리고 그 결과, 평소 촉수가 하나밖에 나오지 않던 임프프 스킬 촉수가 두 개로 갈라지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샐새앨러!”


물론, 중간중간 나중에 바로 꺼내먹을 크랩스터 구이도 잊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때였다.


“잠깐. 두 사람 다 움직이지 마세요!”


자고 있던 정은진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내 쪽으로 스태프를 겨눈 것은.


작가의말

노력형 헌터 : 배하정

재능충 헌터 : 정은진


그리고 그냥 헌터, 유도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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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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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광신도(2) 24.05.10 9 0 12쪽
110 광신도(1) 24.05.09 12 0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12 1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15 1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18 1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19 1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23 1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23 1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21 1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29 1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23 1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26 1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30 1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28 1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28 1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34 1 13쪽
95 곰에 대한 의문(4) 24.04.24 30 1 12쪽
94 곰에 대한 의문(3) 24.04.23 27 1 13쪽
93 곰에 대한 의문(2) 24.04.22 29 1 12쪽
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31 1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32 1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30 1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33 1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31 1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34 1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37 1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41 1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4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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