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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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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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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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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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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DUMMY

“예? 그게 무슨 소리죠?”

“아직까진 추측일 뿐이지만, 그동안 유도진 헌터님의 언행들을 살펴보니까 하게 된 생각입니다.”

“무슨···.”


내 질문에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실언했군요. 몬스터와 대화가 통하는 자라니, 세상에 수많은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어림짐작이군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네.


[System]

[지속 스킬 ‘표정 감추기’가 활성화됩니다.]


내 당황한 표정을 감추려는 듯, 표정 감추기가 활성화되었다.


‘진짜 여러 번 놀라게 하네.’


하지만 그녀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궁금했다.


“대화가 통한다면 어떻게 하시려고 했죠? 저를 잡아가려고 하신 건가요?”

“아뇨. 저는 그저, 다른 헌터들과 똑같이 몬스터들이 왜 우리 세계를 침략하는지가 궁금했을 뿐입니다.”

“제가 몬스터와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하신 이유는요?”

“여태까지 몬스터들의 사회를 신경 쓰는 헌터는 없었습니다. 그들이 침략하는 원인만을 생각했지.”


정말 오래전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


그녀는 아마 그때부터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직도 제가 무작정 몬스터들에게 인정을 베푼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지난번, 초대형 몬스터를 상대할 땐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쓰러뜨리려 하셨잖습니까.”

“그건 아시는군요.”

“하지만···.”


하지만?


나는 그녀의 다음 말에 귀를 쫑긋거렸다.


“유도진 헌터는 종종, 초대형 몬스터를 이뮨···이라고 칭하지 않습니까?”


아?


대지의 이뮨, 그것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기껏해야 곰까지 포함해 둘.


“아직 정확한 명칭도 짓기 전에 유도진 헌터는 마치 그것의 이름을 알고 있듯이 ‘이뮨’이라고 칭하셨잖아요.”

< ···! 저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구나! >


기생충의 말 그대로였다.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었는데 나는 몇몇 사람들에게도 이미 이뮨이라는 이름이, 초대형 몬스터의 진명인 양 말하고 다녔다.


“그··· 그건···.”


[System]

[지속 스킬 ‘침착함’이 활성화됩니다.]

[지속 스킬 ‘표정 감추기’가 활성화됩니다.]


이번에도 요란하게 눈앞을 가리는 시스템창.


이번엔 심지어 또 처음 보는 지속 스킬인 ‘침착함’까지 등장해 버렸다.


< 모··· 몬스터를 처음 발견하고 사냥한 자에게 명명 자격이 붙지 않느냐! 그걸 이야기하자꾸나! >

‘그래야겠다.’


곰의 도움으로 나는 태연하게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처음 보는 몬스터들은 그것을 사냥한 자에게 이름을 짓게 할 자격이 생긴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멋대로 이뮨이라고 부르고 다녔던 건데요.”


나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침착함’과 ‘표정 감추기’ 효과 덕분이었을까, 그녀는 진중한 표정의 내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다른 헌터들이 유도진 헌터님에게 명명할 자격을 주자고 하더군요.”

“게임에서 보던 거대한 지렁이의 이름이었죠. 날지 않는 그 몬스터와 제법 처지가 비슷하기에 저 스스로 그렇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거였군요···.”

“네.”


그녀는 또 다른 말을 하려는지, 입을 우물우물했지만, 이내 다른 것들에 대해선 포기하고 그저 커피만을 마실 뿐이었다.


그렇게 당황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얼마 뒤, 그녀는 이틀 뒤를 잘 부탁한다며 내게 인사를 건네고 집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녀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그리고 그녀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가, 그녀가 완전히 내게서 사라졌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와씨, 무슨 사람이 저래?”

< 짐의 생각도 동일하다. 어찌, 그 작은 것들로 그대의 능력을 알아챈단 말이더냐. >

“나 표정 감추기나 침착함 지속 스킬이 발동되는 거 처음 봤잖아.”

< 짐도 저런 식으로 드러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


비암과 있을 때, 그리고 조건웅과 대화를 나눌 때도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던 스킬들이었다.


두 가지 스킬은 그저 가상의 스탯인 침착함이 증가하고, 포커페이스가 작동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진짜··· 피하고 싶은 헌터야···.”

< 차라리 약점을 잡자꾸나! 오늘도 보아하니, 자기가 꿀릴 게 있으면 저자세로 가는 듯싶구나! >

“근데, 저 사람 약점은 있긴 해? 가끔 너무 화날 정도로 막무가내인 거 빼고는.”

< 그건··· 이틀 뒤에 캐보면 되는 것 아니더냐! >


이틀 뒤, 그녀의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헌터 ‘배여명.’


곰은 그에게서 그녀의 약점을 캐내자고 했다.


“그런 건 좀··· 비도덕적이야.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 알게 되는 거고.”

< 그자가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고 싶구나! >

“그래도 그런 건··· 조건웅이나 하는 짓이잖아.”

< 그건 또 그렇지만···. >


언젠가 그녀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 채로, 이틀이 지났다.



* * *



“처음뵙···는 건 아니구나. 안녕하세요!”


목포의 한 작은 동네.


윤혜성 헌터가 보내준 지도 근처에 도착하자, 어딘가 순박해 보이는 남성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어···? 분명··· 저번에 뵀을 땐, 좀 더 강한 이미지였던 거 같은데···.”

“하핫, 좀 그런가요?”


말투 사이에 약간의 사투리가 묻어나오는 남자.


덥수룩한 머리에, 왜인지 굉장히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모습에 순간 그를 못 알아볼 뻔했다.


< 기차 내내 이야기하던 ‘차도남 스타일의 배여명’은 어디 갔느냐. >

‘몰라···.’


분명, 서울에서 봤던 그의 모습은 몸의 움직임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타이트한 옷에 갑옷을 두른 모습이었다.


심지어 표정마저도 눈빛만으로 얼음을 얼려버릴 것 같은 냉혈한 모습의 소유자였는데··· 지금 그의 모습은 그냥 순박한 시골 사람 그 자체였다.


“간만에 본가에 오니까, 편한 차림으로 배웅 나왔어요.”

“아하하···. 그렇구나.”

“여기는 서울만큼 그렇게 절 찍는 사람도 없으니까, 표정에 힘을 안 줘도 되고 말이에요!”


그는 자기 집으로 향하는 내내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오늘 바로 게이트 공략하는 거 맞죠?”

“네! 그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어요!”


배여명, 그는 바로 게이트로 향하기엔 정말 무방비 상태였다.


허리춤에 찬다고 알려진 단검 집도 없을뿐더러, 갑옷도 없었으니까.


그는 마치, 주인이 자신을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강아지처럼 연신 내 쪽을 뒤돌아보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아직 길드원들도 제 본가는 안 와봤는데··· 하하, 어머니가 식사 잡숫고 가시래요!”

“예?”

“그··· 동네를 위해서 고생하러 먼 데서 왔는디, 어째 그냥 보내냐고 밥 한 끼 대접한다고 하셔서!”


순박한 시골 인심이 이런 말인가.


사실상, 전라남도에 발생한 게이트들은 대부분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이 이따금 토벌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지금 나타난 게이트는 윤혜성이 말했던 대로 미확인 게이트.


그들조차 꺼리는 게이트였기에, 이 마을의 사람들이 여명의 부모님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지금 이런 일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애석하게도 저뿐이라서요. 길드원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렇게 왔습니다.”

“뭐가 미안해요! 저였어도 똑같은 결심을 했을 겁니다.”

“하핫, 도진 헌터님 부모님은 어디 사세요? 두 분 다 서울에 계시나요?”

“돌아가셨어요. 차원 전쟁 당시에.”

“아아···. 아···. 죄송합니다···.”


순수했던 그의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 것이었는데, 그는 집으로 향하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 *



“아이고, 헌터님,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유도진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안으로 들어와요!”


대문 앞에서부터 풍겨오던 음식 냄새들. 그것은 모두 한곳에서 흘러나왔다.


“엄마! 뭔 반찬을 이렇게 했대. 동네잔치 해?”

“그럼~ 잔치지. 좀 있다가 옆집 순이네도 올 거여.”


집으로 들어서자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중년 여성은 배여명 헌터의 어머니셨다.


그 옆으론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쭈뼛쭈뼛 서서 내게 인사했다.


“아이고, 먼 길 오셨네요.”

“요즘 기차 타면 금방인걸요!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나는 여명이 이끄는 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방에 들어가 있으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자리를 옮겼다.


“으메, 정신없어라. 괘··· 괜찮으···세요?”

“아하하하하. 되게 정이 많으신 분들이네요.”

“괜찮다는디, 자꾸 서울서 사람들만 온다 하면 동네잔치를 벌이거든요.”

“왜요. 좋은데!”


여명의 집은 준혁의 집이 생각나는 푸근한 곳이었다.


“사실··· 오는 내내 죄송한 마음뿐이었거든요. 괜히 저희 부모님을 만나게 해드리면··· 기분이 안 좋으실까 봐요.”

“에? 저는 아무 상관 없어요! 다 잊었다···는 거짓말이지만, 제게도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은 계시거든요!”

“아! 그래요?”

“미르 길드의 매니저 아세요? 정준혁? 제가 어릴 때부터 그 친구랑 친했는데···.”


그렇게 나와 여명은 방에서, 저녁이 될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의 호칭이 ‘형’과 ‘동생’으로 굳어졌을 즈음···.


“저희 길드장님,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하시거든요?”

“아··· 네!”

“근데, 조금 지나면, 또 자기가 잘못했다고 먼저 사과하시고···.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까 혼자 고민하다가 밤새우고 그런 분이더라고요.”

“에? 그 사람이요?”

“네! 이번에 있을 때에도 유도진 형한테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시다가 결국, 저희한테 물어봤거든요.”

“그래서요?”

“그래서는요. 그냥, 저희도 그냥 입 닫고 사과만 하라고 했죠. 가뜩이나 자존심 센 사람이 사과한다니까 조금 기대가 됐었는데.”


엊그제 그녀가 집에 찾아왔을 땐 평소보다 조용했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 그래서··· 아무 말도 없이, 부탁만 하고 가셨구나.”

“그쵸. 원래 혜성 님 같았으면, 이미 들어가면서부터 ‘해!’였을 텐데, 그나마 형한테 미안해서 조용했을걸요?”


혼자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앓이했을 윤혜성을 생각하니 괜스레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근데 여명이는 어쩌다가 운명 길드에 들어···.”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심장 한편이 저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게이트···.’


나는 신나서 떠드는 여명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낸 뒤, 마력이 불어오는 쪽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 곧··· 터질 것 같구나. >


심장을 간질이는 느낌에 의심, 곰의 말에 확신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명아. 무기 챙겨.”

“옛?”

“얼른. 그리고··· 가족들 우선 대피시켜.”


내 말에 여명은 잠시 분위기를 읽더니 곧장, 방을 뛰어나갔다.


작가의말

참고로 배여명의 차도남 이미지는 윤혜성이 만든 이미지입니다.


전투 시에는 타이트한 복장에 갑옷을 입으며,

비전투 시에는 항상 블랙 계열의 정장을 입히죠.

그리고 웃지도 말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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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광신도(2) 24.05.10 9 0 12쪽
110 광신도(1) 24.05.09 12 0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12 1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15 1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19 1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22 1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25 1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25 1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24 1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31 1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25 1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28 1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32 1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31 1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30 1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36 1 13쪽
95 곰에 대한 의문(4) 24.04.24 33 1 12쪽
94 곰에 대한 의문(3) 24.04.23 29 1 13쪽
93 곰에 대한 의문(2) 24.04.22 30 1 12쪽
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33 1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34 1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31 1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34 1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32 1 14쪽
»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36 1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39 1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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