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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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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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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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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DUMMY

“우와! 도진 헌터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걸··· 저한테 주신다니. 진짜,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아니에요. 그래도 S급 헌터님이 써주시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서요! 저는 이런 무기를 안 쓰니까요.”

“이게 그··· 초대형 몬스터의 뼈로 만들었다고 했나요?”

“네! 국내 최고의 대장장이, 이지형 각성자님이 만들어주셨습니다.”


S급 헌터는 내가 건넨 무기를 신기한 듯 이리저리 쳐다보았다.


마음에 들었는지 이름까지 붙이는 모습이었다.


“헌터님이 우리 길드랑 교류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러게요···.”


나도 정말 몰랐다.


초대형 몬스터인 이뮨을 사냥할 때, 도움이라곤 하나도 준 적 없고 오히려 내 속을 박박 긁었던 운명 길드와 내가 교류할 줄은 말이다.


시간은··· 내가 지형에게 뼈를 건넸던 날로 돌아간다.



* * *



“그러니까 형, 이게 그··· 뚝섬에 있었던 그 몬스터라고요?”

“으응···.”

“그··· 이 친구 살점은 어디 갔어요?”


나는 지형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마당에 수십 조각의 뼈들을 꺼내놓았다.


“그··· 아, 상하길래! 내가 다 버리고 왔지. 어휴, 음식물 쓰레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어? 그거 음식물 쓰레기로 버렸어요? 그럼 안 될 텐데?”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헌협에서 폐기물 봉투 받아서 버렸다.”

“하핫. 어? 플레임, 어디 가.”

- 사아악! (엄마, 아빠 볼래!)


오랜만에 만난 플레임은 여전히 작은 체구 그대로 지형의 어깨에 올라타 있었다.


플레임은 고개를 꾸벅이더니,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사아악! 사악! (알았어! 열어줄게!)”


나는 게이트를 열어 플레임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플레임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나와 지형은 다시금 내가 갖고 온 이뮨의 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걸로 무기 좀 만들어줘.”

“무기요?”

“응. 이것도 아마··· 뭐였지, 내 무기에 사용된 광석이랑 비슷할 거야!”

“둔켈 토드 말씀이시군요!”


지형은 뼈에 손을 대곤 고개를 끄덕였다.


“경도가 둔켈 토드와 비슷하네요. 이런 경도의 물질이 또 있다니, 놀랍··· 에? 잠깐. 그럼 혹시, 예전에 형이 건네줬던 단검도···.”

“맞아. 비슷한 몬스터를 잡아서 얻은 거니까 이번에도 아마 비슷할 거야.”


지형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무기는요? 이미 형한테는 창이 있지 않아요?”

“아, 응. 그건··· 아직 생각을 안 해봤어. 무기 제작하는 데 필요한 건 다 사서 써. 정산은 신경 쓰지 말고.”

“형이 그렇게 말해 주셨으니, 최대한의 효율을 위해 플렉스 좀 하겠습니다?”

“그··· 그래!”


지형은 조각난 뼈들을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노트를 가지고 무언가를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아, 지형아. 이 무기···. 이름 지었어!”

“예? 이름 뭐로 지었어요?”

“이터의 의지를 이어받아서! 피어 이터!”

“공포를 잡아먹는 창인건가요?”

“하핫. 잘 어울리지 않아?”


지형은 내 피어 이터를 한 번 쓰다듬더니, 눈을 감았다.


“이름 짓기. 이름, 피어 이터.”


나지막이 속삭이더니, 순간 이터에 빛이 반짝였다.


“됐어요! 이름 지었어요. 이제 다른 사람들이 봐도 ‘피어 이터’로 확인할 거예요.”


기존에 이름이 없던 창에 정식으로 이름이 생겼다.


“되게 멋진 이름이네요. 이름 그대로 적들의 공포를 먹는 무기가 되면 좋겠네요!”

“하핫. 역시, 내 네이밍 센스는 어디 안 가지?”

“아··· 네에···.”


지형은 내 말에 건성으로 대답한 뒤, 싱긋 웃어 보였다.


“그래서, 요즘은 뭐 하고 계세요?”

“나···? 초대형 몬스터랑 싸운 다음에··· 그냥··· 혼자 수련했지?”

“좋은 모습이네요. 저도 그런 몬스터가 더 나타나면 모두가 같이 싸울 수 있게 무기를 만들고 지냈거든요.”

“그게 더 대단한 거 아니야?”

“에이, 저는 전투 능력이 없으니까요.”


지형의 말에 마당을 둘러보니, 한쪽에는 양손 검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모두에게 ‘가장 단단하다’고 알려진 페스트 리븐으로 만든 것들이었다.


물론 둔켈 토드보다는 약하지만, 군단장들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이건 기한은요?”

“기한은 없어. 아직 딱히 주인도 없는 무기라서···.”

“흠··· 아무 형태나 괜찮다는 거죠? 알겠습니다!”


지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마당 한쪽에 앉아서, 한가하게 흘러가는 구름들을 바라보며 요 근래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곰···.’

< 왜 부르는 것이냐? >

‘너는 어떤 존재야?’

< 갑자기 말이냐? >

‘응···. 너는··· 기생충이 맞아?’

< 알지 않느냐. 짐이 그대의 몸에 들어갔을 때도, 그 이후에 시스템창에서도··· 짐은 그저 이계의 기생충일 뿐이다···. >

‘그게 다야?’

<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네. 하지만··· 언젠가 짐이 모든 말을 꺼내놓을 수 있을 때, 그대에게 제일 먼저 말하겠노라. >

‘어차피 나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 말 못 하잖아.’

< ······. >


곰이 아무리 이계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기생충이라고 해도, 이상하리만큼 몬스터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군주니, 뭐니 하는 것들도 아무렇지 않게 말해 줬지.’

< 시스템이··· 그것까지 허용하지 않아서··· 미안하네. >

‘아니야. 너가 미안해할 것 없어.’


심지어는 나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스템’에 대한 존재를 각인시켜 주기까지 했다.


어쩌면, 꿈속에서 만났던 그 존재가 곰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 둘이 닮은 게 말투뿐이었더라도···.


또한··· 스킬을 조합할 수 있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 * *



“아니···. 여긴 어쩐 일이시죠?”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무슨 부탁이요?”


지형에게 다녀온 뒤, 나는 집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운명 길드의 윤혜성이었다.


“저희가 본래 공략하려던 게이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길드원 중 한 명이··· 꼭 가야 하는 게이트가 생겼다면서··· 빠졌거든요.”


그녀는 이전과는 다른, 확실한 저자세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요?”

“혹시, 도진 헌터님만 괜찮으시면··· 그 길드원과 함께 그 게이트 공략을 다녀오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떤 게이트인데요?”

“미확인 게이트입니다. 아직··· 등급이 측정되질 않아서··· 어떤 몬스터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게이트요.”


나는 우선 그녀를 집 안으로 들인 뒤, 그녀의 앞에 커피 한 잔을 내려주었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커피만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번엔 제가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런 일로, 헌터님을 잡아 세웠잖아요.”

“아, 괜찮아요. 이미 지난 일 아닙니까. 저는 다 잊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어떻게 잊겠는가.


이뮨을 상대할 때, 그녀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던 것도, 나를 범죄자로 몰아세운 것도··· 전혀 잊히지 않았다.


솔직히 부탁을 하면서 지금까지처럼 계속해서 ‘당당한’ 태도로 나왔다면 쌍욕이라도 박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태도를 보니 조금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 부탁하는 사람은 본디, 저런 태도가 맞는 태도렷다! >


곰의 말 그대로였다.


나의 시선에, 그녀는 굳게 닫혀있던 입을 서서히 열었다.


“저희 길드에 배여명이라는 헌터가 있습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그··· 단검 10자루를 동시에 사용하는 헌터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여명 헌터의 고향에, 그것도 동네에 게이트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근데, 그게··· 미확인 게이트라는 말씀이시죠?”

“네···. 저희는 기존에 A급 게이트 토벌들이 잡혀있어서···.”


배여명은 혼자라도 게이트 토벌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게이트 자체가 미확인 게이트인 만큼, 다수의 위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함께할 다른 헌터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럼 운명 길드에서 다른 헌터들은 안 가는 건가요?”

“예···. 저희 길드도 인원을 쪼개서 동시 토벌을 하려는 중이라··· 마음 같아선 제가 가고 싶지만···.”


이미 잡힌 일정이기에 어쩔 수 없어 다른 사람을 찾고 있다고.


“알겠습니다. 대신, 보수는 제대로 챙겨주셔야 합니다.”

“당연한 말이죠···. 정말, 이런 부탁을 해서 죄송합니다.”


현재 S급 헌터들 중, S급 헌터인 비암과 최강산은 제일 길드에, 남은 S급인 조건웅은 천하 길드에 있었다.


고로 내가, 제일 편하고 만만한 헌터라는 말이다.


그 사실에 조금 화가 나다가도, 누군가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분은 좋았다.


‘내가 갑이 된다는 거잖아?’


갑.


이제 그녀는 내가 어떤 부탁을 하더라도 내 부탁을 들어줄 것이었다.


[System]

[지속 스킬 ‘표정 감추기’가 활성화됩니다.]


오, 처음 뜨는 거 같은데?


나는 처음 뜨는 시스템창에 마음 놓은 채로 기쁨을 표현했다.


[지속 스킬 ‘표정 감추기’가 활성화됩니다.]


< 그대가 지금 적잖이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하하. 짐도 지금 기분이 좋아 미치겠구나. >


내가 여태까지 이 정도로 표정을 감출 일이 없었다는 뜻이겠지.


“날짜는 언제죠?”

“이틀 뒤에 전남 목포입니다.”

“전라도라···.”

“출장비는 저희가 일절 지원해 드릴 예정이고, 게이트에서 나온 부산물에 대해서는 50%를 드리겠습니다.”


몬스터 시체를 50% 준다는 건가?


용병으로 뛸 경우, 50%는커녕, 10%도 못 받는데?


단둘이 들어가는 게이트에서 50%를 준다는 것은 같은 길드 공략원으로서 대우해 주겠단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2일 뒤, 목포.”

“네. 그 외에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내게 건네었다.


운명 길드의 길드 마크가 그려져 있는 정식 명함이었다.


‘근데, 내가 이 사람 명함을 안 받았던가?’


나는 명함을 건네받은 뒤, 잠깐 살핀 후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아마, 다른 필요한 것은 없을 겁니다. 혹시, 여명 헌터가 싸우는 방식에 대해서는 너튜브에 올라가 있나요?”

“예. 거기에 아마 대다수가 올라가 있을 겁니다.”


S급 헌터, 비암을 제외하면 싸움을 직접적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 그자가 있지 않느냐. 뚱뚱한 남자. >

‘아, 맞네···. 조건웅···.’


막강한 힘을 다루는 헌터를 또 본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고, 새로운 자극이 될 터였다.


‘좋아, 가자! 가서 더 강해지는 거야.’


내 결심 이후, 그녀는 얼마간 조용히 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유도진 헌터님은···. 몬스터와 대화가 통하십니까?”


작가의말

드디어 재간둥이 배여명이 나오는 이야기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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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15 1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18 1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20 1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24 1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24 1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22 1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30 1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24 1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28 1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32 1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30 1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30 1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36 1 13쪽
95 곰에 대한 의문(4) 24.04.24 33 1 12쪽
94 곰에 대한 의문(3) 24.04.23 29 1 13쪽
93 곰에 대한 의문(2) 24.04.22 30 1 12쪽
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33 1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34 1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31 1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34 1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32 1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35 1 12쪽
»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39 1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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