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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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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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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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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곰에 대한 의문(1)

DUMMY

“왜 가지 말라는 거야?”

< 분명··· 그자가 알아차릴 것이다. >

“누구?”

< 지금은 말조차 꺼낼 수가 없는··· 군주···. >


여느 때와는 다른 곰의 모습.


곰은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고작해야 D급 게이트인데, 군주라니. 심지어 아직 군주 정도의 급은 나타난 적 없잖아.”

< 아니···. 그자는··· 알아차릴 게다···. 분명···. >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일까.


그자가 누구이기에, 곰이 이토록 겁을 먹는다는 말인가.


‘아니면··· 고블린 몸에 들어있을 때, 위협이라도 받은 건가?’


하지만 무조건 곰의 말을 믿고 따르기엔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흠···. 그래도 가보자.”

< 짐이 말하지 않았느냐!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

“아니. 말했듯이 고작 D급 게이트잖아. 이번처럼 미확인 등급이 아니라고. 가서··· 박살 내면 되는 거 아니야?”

< 끄응···. >


물론, 곰의 말을 듣는다고 해서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곤충형 몬스터와 더불어··· 곰이 이렇게 겁을 먹은 이유가 궁금했다.


‘곤충형 몬스터들과 마주하고, 대화하다 보면 곰이 이렇게 겁을 먹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기생‘충’도 따지고 보면 벌레 충(蟲) 아닌가. 왜 벌레가 벌레를 무서워하는 걸까?


나는 그저 사소한 의문들을 펼치며 잡생각을 정리했다.


* * *



“자, 얘들아! 드디어 오셨다. 당당히 들어오세요. 헌터님.”

“아하하···.”


여기는 부산.


심한진은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는 아침부터 방송을 켜두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집에 도착한 나는 곧장 그의 안내에 따라 스튜디오로 꾸민 방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유도진입니다.”

“자, 지금 들어온 이 사람이 진짜 유도진 헌터라고. 봤어? 내 구구절절한 사연이 통한 거라고.”

“사연···? 아아, 맞죠. 이번에 오면 48시간 방송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예? 제가 언제 그런···.”


간만에 만난 나와 심한진.


나는 그와 짧은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오늘 오실 헌터님을 위해서 제가··· 선물을 하나 준비했거든요.”

“몬스터 고기라면 거절하겠습니다.”

“앗···! 아니, 그럼 오늘 후원금 절반 드릴게요!”

“에이, S급 헌터한테 겨우 그 정도요?”

“그···. 80% 드릴게요···!”


그의 말에 나는 싱긋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농담입니다. 하하. 근데 80%는··· 감사합니다?”


사실 여기까지 모두 한진이 내게 보내주었던 짧은 시나리오였다.


“오늘 저희가 갈 게이트는 말씀드렸듯이, 일렉트릭 비클이라는 몬스터입니다. 혹시 헌터님은 이 몬스터를 사냥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뇨. 처음입니다.”

“처음이시구나. 그럼··· 마당으로 같이 이동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마당이면···.”

“그렇죠. 요리 시간입니다.”


그를 따라 마당으로 이동하자, 눈앞에는 어린아이 크기만 한 몬스터 두 마리, 그리고 2m 크기의 몬스터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세 마리 모두 몇몇 특징들만 제외하면 똑같은 모습이었다.


“얘네가 일렉트릭 비클입니다. 그중에서도 저기 조금 덩치가 큰 애는 자이언트 비클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요.”


일렉트릭 비클은 풍뎅이를 닮은 외형의 몬스터였다.


하지만 외형만 풍뎅이를 닮았을 뿐이었다.


그것들의 크기는 사람만 했으니까.


“딱 보기에도 다리들이 많지만, 저희는 이 부분만 다리라고 부르고 있어요.”

“아··· 네.”


그의 손을 따라 내 시선도 움직였다.


일렉트릭 비클은 이족보행을 하는 개체들이었다.


그렇기에 몸 밑에 붙어있는 마지막 다리가 사람의 다리처럼 길게 뻗어있었다.


“심지어는 큰 몸을 지탱하기 위해 많은 근육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이 부위가 살이 가장 많아요.”

“우와··· 그것까지는 알고 싶지 않···아요···.”


[조용 : 우리 갓도진, 표정 살벌하다. 괜찮아요. 먹는다고 죽진 않아요.]

[망치사요 : 반면, 우리 도엄배는 벌써 침 고이고 있누.]

[호코리스 : 본인 피셜, 유사 갑각류 맛 난다니까 이미 뇌가 길든 거 아닐까?]

[멸치 : 형, 형 스켈레톤으로 사골 끓여 먹어줘. 2,817트]


나는 채팅과 한진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사실상, 지금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나 혼자서만 일렉트릭 비클을 뜯어 먹으라고 한다면, 나는 뜯어 먹었을 거다.


일렉트릭 비클의 몸에서는 마치, 방앗간에서 갓 뽑아낸 듯한 가래떡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것도···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 잔뜩 뿌려져서 고소한 맛을 낼 것 같은 냄새였다.


“일렉트릭 비클은 나머지 이 두 개를 팔로 구분하는데, 간혹가다가 네 개의 팔로 무기를 휘두르는 애들도 있거든요?”


한진은 설명을 마친 부위들을 똑- 똑- 하고 부러뜨렸다.


그렇게 남아버린 것은 일렉트릭 비클의 몸통뿐이었다.


“이 안에는 각종 내장이 있어요. 혹시 비위··· 좋아요?”

“아, 물론요!”


그는 내 반응을 살피더니, 곧바로 칼을 들어 일렉트릭 비클의 배를 갈랐다.


이상한 노란색 액체들 사이에 드러난 일렉트릭 비클의 장기들.


한진은 그 사이에서도 적갈색의 부위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게 바로, 일렉트릭 비클의 발전 기관입니다.”


일렉트릭 비클.


두 다리로 서며, 4개의 팔을 가진 풍뎅이형 몬스터.


그중 특징으로는 체내에 전기를 일으킬 수 있는 발전 기관이 있다는 것이다.


“얘네가 서식하는 게이트는 주로 동굴입니다. 그것도, 광산 종류. 혹시, 발전석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아··· 그, 배터리 대체제라고···.”

“네, 맞아요. 일렉트릭 비클은 그 발전석이 많은 동굴에서 주로 나타나요.”


한 마디로 몬스터만 사냥하는 것이 아닌, 게이트 안에서 아이템 파밍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 * *



몬스터 해부, 그다음 시간은 먹으면서 몬스터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가볍게 먹고 게이트로 출발하자며, 바비큐 장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아까 몬스터를 해부하며 뜯어냈던 다리들을 구웠다.


“크으··· 드실 줄 아시네!”

“예?”

“아니, 그··· 갑자기, 올려놓은 다리들이 가래떡으로 보여서··· 저도 모르게 실언했네요.”

“푸핫. 헌터님, 아까 일렉트릭 비클 해부할 때랑 표정이 달라지신 거 같은데요?”

“예? 그럴 리가요!”


한진은 아까 뜯어낸 다리들을 숯불 위에서 이리저리 돌려 구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릇하게 익은 일렉트릭 비클의 다리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꾸준히 한진에게 비클의 다리에서 갑각류 맛이 난다고 이야길 들어서 그런지, 한진이 내민 그 다리조차 대게의 다리로 보일 정도였다.


다리는 불에 그슬려 까맣게 타 있었다.


그 모양은, 모르고 받으면 엄청 큰 크랩스터의 다리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갑각류의 다리와 비슷했다.


관절이 나뉘어 있고, 똑 하고 관절 부위를 꺾으면 같이 빠져나오는 속살까지도 말이다.


“한 번 드셔보세요. 가래떡은 아니지만요! 꿀이라도 가져다드릴까요? 하하핫.”

“아뇨···.”


나는 당장이라도 구운 다리를 입에 넣어 씹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지금 연기를 해야 했다.


먹기 싫은 척.


이런 걸 왜 먹냐는 듯한 표정과 이걸 진짜 먹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것까지.


내 표정에 한진은 한 번 피식 웃고는 카메라에 잘 익은 다리 하나를 보여주곤 곧바로 입에 넣었다.


“크으···. 이 맛이지. 맥주 당기는 맛이야.”


맛있다며 환장하는 그의 모습과는 다르게, 채팅창의 반응은 싸늘했다.


[조용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갓도진도 먹나?]

[망치사요 : 아니, 진짜 돈도 많이 버는 사람이 왜 그런 걸 먹고 그래?]

[sksksk : 제가 킹크랩 사드릴 테니까··· 그런 건 그만 먹··· 먹··· 아니 더 먹어! 다 먹어!]


한진이 그것을 삼키고 나서야, 나 또한 비클의 다리를 먹을 수 있었다.


맛없는 척, 씹기 힘든 척, 삼키고 싶지 않은 척까지.


[System]

[지속 스킬 ‘표정 감추기’가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내 표정과는 다르게 입에서는 황홀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순백의 가래떡이 내 입에 들어와 입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가래떡이 닿는 혓바닥에는 감칠맛이 폭발해서 그대로 침 폭포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그렇게 매끄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간 가래떡.


‘맛있다···. 예전에 명절 전날에 방앗간에 갔다가 먹은 떡보다 더 맛있어···.’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자이언트 비클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비클 종족의 괴식 수치 3%]


그렇게 눈치를 보며 한 입 더 뜯어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순간, 계속 조용하던 곰이 입을 열었다.


< 무엇이냐! 이 맛있는 것은! 마치··· 천사가 입안에 축복을 내려준 것만 같았다. >


게이트에 가겠다고 말한 뒤부터 내내 입을 꾹 닫고 있었던 곰.


그는 어느샌가 입을 열어 가래떡에 대한 찬양을 내뱉고 있었다.


‘쫀득하면서, 쭈욱 늘어나는 식감. 완전 치즈 같았어.’

< 짐은··· 천사를 보았노라···. >


하지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물론, 심한진은 맛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느끼는 맛과 그가 느끼는 맛은 다를 터였다.


‘갑각류 맛이 난다고 했었지?’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 무슨 대답이라도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입을 열었다.


“최근에 크랩스터를 먹은 적 있었거든요? 그··· 그것보다는 조금 덜하긴 하지만, 확실히 갑각류 맛이 나긴 하네요.”

“그쵸? 봐봐. S급이 인정한 갑각류야!”

“아···. 그 정도는 아니고···.”


그와의 대화에서 나는 괜히 헛구역질까지 동원해 이미지를 챙겼다.


“맛있는데···.”


한진은 내 후기에 아쉬운 듯, 손에 잡고 있던 비클의 다리를 마저 뜯어 먹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엉겁결에 또 한 번, 비클의 다리를 물어뜯었다.


[고유 특성 ‘괴식’ 발동]

[자이언트 비클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비클 종족의 괴식 수치 6%]


“와··· 맛있··· 아니··· 아니. 그··· 맛··· 있게 먹고 싶다아···?”


무의식중에 내뱉은 감탄사까지.


나는 급하게 말을 돌리려 했지만, 말이 돌려질 리가 없었다.


이미 채팅창은 내 말 한마디에 난리가 난 상황이었으니까.


[갓도진 : 갓도진이 비클 다리가 맛있다고 하셨다! 본인, 오늘부터 비클 다리만 먹고 다닌다.]

[호코리스 : 맞다. 저건 맛있는 거였다. 나는 믿고 있었어. 절대, 유도진 헌터 때문이 아니야.]

[헌터351 : 오늘부터 비클 게이트만 다닌다. 딱 대라.]

[헌협공뭔 : 저기··· 그러지 마라. 진짜, 이 방송이 뭐라고 지금 계속 헌터 협회로 전화 온다;; 먹으면 안 돼···. 죽어!]

[찐으로의사 : 아니, 리얼로··· 저거 위험한 행위야. 저 사람들은 그나마 헌터라서··· 아니, 어차피 저 사람들도 나중에 병원 가면 혼나. 먹지 마. 제발ㅠ]


물론, 그렇다고 먹을 사람은 없겠지만, 이미 모두가 내 발언을 들은 상태였다.


“하하, 봤어? 나만 맛있어하는 거 아니야. 이거, 은근히 자꾸 손이 가는 맛이야. 그래도··· 이런 건 우리만 먹을게. 너네는 소고기 먹어.”


[sksksk : 당연한 걸 말하네. 오늘 저녁 소고기 먹을 거임.]


한진은 시청자들을 진정시킨 뒤, 들고 있던 비클의 다리를 입에 털어 넣었다.


“자, 이제···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갈까요?”

“아! 드디어?”

“네! 드디어입니다!”


드디어, 오랜 시간 끝에 우리는 게이트가 있는 부산 서면의 한 지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진짜··· 들어갈 것이냐···. >

‘걱정 마. 아무 일 없어.’


계속해서 나를, 아니 이번에는 정말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는 곰의 말을 뒤로 한 채 우리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작가의말

어... 안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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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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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광신도(3) 24.05.11 6 0 12쪽
111 광신도(2) 24.05.10 7 0 12쪽
110 광신도(1) 24.05.09 10 0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11 1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14 1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17 1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18 1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23 1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23 1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21 1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29 1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23 1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26 1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30 1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28 1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28 1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34 1 13쪽
95 곰에 대한 의문(4) 24.04.24 30 1 12쪽
94 곰에 대한 의문(3) 24.04.23 27 1 13쪽
93 곰에 대한 의문(2) 24.04.22 29 1 12쪽
»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31 1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31 1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30 1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33 1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31 1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34 1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37 1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41 1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4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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