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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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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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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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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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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6)

DUMMY

“이 안에 민간인이 둘이나 있었는데, 공격을 한 것은 헌터법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건 알죠?”


내 말에 몇몇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 영상들을 보면··· 아무 말도 못 할걸?”


준혁이 꺼내 든 것은 핸드폰이었다. 마력을 미리 감지하고 대비할 때, 사방을 촬영한 동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보면··· 누가 먼저 선제공격을 했는지 확실히 드러날 것 같은데? 이래도 배후가 누군지 말 안 할 거야?”


그중, 제일 리더로 보이는 사람은 입술을 깨물고 있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배후는 없다. 우리들 자의로 한 행위일 뿐.”


그의 말에 비암과 준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치. 말하기 힘들겠지. 말하면 천하 그룹에서 숨통을 막을 테니까.”


그러자, 한쪽 벽에 기대어 서 있던 지형이 한 마디 내뱉었다.


“이쪽 사람들이 천랑 길드고, 이쪽이 주전자 길드죠?”


그는 몸을 움직여 사람들을 딱 반으로 갈랐다.


“그··· 그걸 어떻게···.”


자신들의 소속도 아직 밝히지 않았는데, 자신의 길드를 술술 말하는 지형의 모습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그냥요. 뭐, 스킬이에요.”


그러더니, 지형은 비암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흔적 스킬로 살펴봤는데, 이 사람들 유령 길드에요. 조건웅이 빚쟁이 헌터들을 모아서 만든 길드.”

“그래···?”

“천랑 길드는··· 살인까지 저지른 길드네요. 주전자 길드는 살인까진 안 했고, 협박만 했고요. 모두, 조건웅이 부탁한 일들이에요.”


그러더니 지형은 천랑 길드장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더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이번에 도진이 형을 죽여도 된다고 명령을 받았네요. 그쵸?”


‘오···. 그런데 무슨 스킬을 썼다는 거지?’


지형의 추리 실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곰이 내게 설명을 덧붙였다.


< 지난번에 네가 당했던 스킬일 게다. >

‘지난번?’

< 저 녀석과 처음 마주했던 날 말이다. 그때, 저 아이의 마력이 네 몸에 흘러들어오지 않았더냐. >

‘아···!’


곰의 말에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서가을의 기억 탐색 스킬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었다.


‘그때, 내 기억을 읽었다고?’

< 전부는 아닐 게다. 서가을, 그자처럼 짐을 건들인 게 아니었으니, 아마, 무기를 들고 있는 순간만 읽을 수 있었겠지. >

‘스킬 한번 대단하네. 무기를 들고 있을 당시의 기억을 읽는다니···.’


그들의 계획이 들통난 건, 단순히 반지를 무기로 사용하는 한 헌터의 잘못이었다.


지형은 그들이 쓰러져있는 찰나, 그들의 무기를 살펴봤고, 반지를 매개로 마법을 사용하는 자를 찾아냈다.


마흔 명 중에서 딱 한 사람인 그자를.


“자,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일단, 헌터 협회에 이야기를 해서 처분을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겠지.”


준혁과 비암의 말에, 소희가 싱긋 웃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마침, 제가 헌터 협회 수사과에 아는 분이 있어요. 연락할게요!”


그러더니 소희는 헌터 협회에 연락해 지금 일어난 상황을 모두 밝히기 시작했다.



* * *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겠지?”

“맞지. 이건 어디까지나 조건웅이 우리한테 선전포고를 한 거나 다름없잖아?”

“그럼 조건웅은 어떻게 할까?”


나와 준혁이 조건웅을 생각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비암이 싱긋 웃었다.


“뭘 그렇게 힘들게 돌아가려고 해요. 증거? 우리가 증거니까 이번 건은··· 혜성이 누나한테 전화해 보죠.”

“그··· 그래도 돼?”

“뭐, 어때요. 그 누나가 돕는 일이니까, 누나가 처분도 돕지 않을까요?”


그러더니 비암은 윤혜성에게 연락한 뒤, 그녀를 우리 집으로 불렀다.


준혁이 그의 단순한 해결 능력에 감탄하고 있던 사이, 나는 준혁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내가 경험이 부족하긴 하구나.”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이번에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잖아.”


이번 사건에 대해 준혁과 비암의 모습은 정말 ‘리더’ 같았다.


각 헌터들의 능력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으니.


나는 준혁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게 인마, 5년간 생으로 현장에서 근무한 사람의 능력이야. 너 같은 애는 모르는 현장에서의 짬바.”

“좀 멋져 보였다.”


나였다면 과연 준혁처럼 아무 피해 없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었다.


“새x. 이건 매니저 분야니까 탐내지 마라. 길드 매니저라 헌터법도 외운 거니까.”

“그래도··· 뭔가, 너가 엄청 대단해 보인 건 사실이니까.”

“너는 헌터잖아. 그것도 최상위 헌터. 그게 더 대단한 거라고. 나는 고작 말로만 하는 거지만, 너는 실제로 싸우고.”


각자가 서 있는 방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러나 준혁은 그게 가장 멋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 * *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는데 습격해 왔다고요?”

“그···렇죠? 봐요.”


아직 미처 설거지도 못 한 부엌을 보고 있으니, 윤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웅은 왜 자꾸 유도진 헌터님을 노리는 걸까요? 혹시 아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아무래도, 유도진 씨가 돈이 될 것 같아서 데려가려고 혈안이 된 것 같아요.”

“그런 것 치곤 죽이라고 했다던데요···.”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는 거죠. 특히나 그 인간은요. 자기 명예에 흠집을 냈잖아요.”


그녀는 타고 온 40인승 버스에 길드원들을 한 명씩 태우면서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더니 이내 한숨을 내뱉으며 살며시 미소를 띠었다.


“이번 일로 조건웅 헌터라는 이름에 더 큰 흠집이 나겠네요.”

“그러게요.”


그녀의 옆에 서 있자, 그녀는 나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한마디를 더 꺼냈다.


“그래서, 요즘도 그 생각입니까?”

“네?”

“요즘도 몬스터들의 몬···권?을 신경 쓰시냐고요.”


아, 맞아. 나 이 여자랑 그거 때문에 서로 기분 상해 있었지.


문뜩 지난 과거가 떠오르자, 나는 그녀에게서 한 발짝 떨어진 채로 내 의견을 말했다.


“몬스터들을 신경 안 쓰는 건 아닙니다. 그냥 저희처럼, 그들도 싸우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싸우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건 어디까지나 헌터님의 상상이지 않습니까?”

“남들이 보면 그렇긴 하겠죠.”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헌터님의 사상에 반대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인간들에게 있어서 몬스터들은 필멸의 존재입니다. 왜인지는 헌터님도 잘 아시겠죠? 그런 의미에선··· 기준을 잘 잡으셔야 할 겁니다.”


그녀의 말에 난 누구보다 기준을 잘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난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하니까.


“어디까지 챙길 것인지. 그들이 엇나간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것들 말입니다.”

“그···.”

“생각보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은 외롭고, 많이 힘들거든요. 그러니까 강해지셔야 해요. 외적이 아닌, 내적으로.”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저건 본인의 이야기가 분명하구나. >


곰의 말처럼, 나도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로 돌려 말한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내가 여태까지 알았던 윤혜성의 모습과 다른 느낌에, 어쩌면 나도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알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었지만 말이다.



* * *



[한밤중, 유도진 헌터를 습격한 헌터 무리. 그 배후에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조건웅?]

[천하 길드, 조건웅. 오늘 낮, 경찰 조사에 착수]

[조건웅, “누군가의 모함일 것. 조사에 착실히 임하겠다.”]


“누군가의 모함? 에라이, x까라 그래.”

“맞아요. x까라 그래요!”


한가로운 오후, 나는 소희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거 알아요? 우리 회사, 천하 그룹 계열사의 투자를 받고 있더라고요?”

“그럼 어떻게 해. 이번 일에서 빠져야 하는 거 아니야?”

“이미 어긋날 대로 어긋났어요. 그 사람이랑은. 그래서 조만간 회사 때려치우려고요.”

“어? 그래도 돼?”


소희의 파격적인 말에 잠시, 나는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공허한 표정을 짓고는 입만 살짝 미소 지었다.


“안 되죠. 망고랑 자몽이 치료비가 얼마나 비싼데.”

“그니까···.”

“아뇨. 애초에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너무 싫었으니까, 이번 기회에 그만두려고요. 그동안 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이었으니까요.”

“엥? 아니야. 얼마나 프로페셔널해 보였는데!”


내 말에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헌터도, 일반인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는 이제 조금 지쳤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게이트를 많이···.”

“직접 들어가려고? 못 가잖아.”

“보내야죠.”


이내 결심을 했다는 듯이, 그녀는 활짝 웃어 보였다.


“사실, 오빠 도움받을 때마다 오빠 몸값이 점점 올라가서 힘들긴 했는데··· 그래서 내심 A급에서 성장이 멈추길 바랐거든요?”

“뭐?”

“S급까지 올라가면 몸값이 얼마나 뛰는데!”

“아니, 돈이 걱정이었으면 다음에 말해. 어쩌다 한 번씩은 무료로 뛰어줄게~”

“어? 오빠, 오빠가 말했어요! 그거 지켜요!”


소희와 정말 시답잖은 대화를 하고 있을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비암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 누나, 준비됐어요. 바로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응. 금방 갈게.”


통화가 끝나고, 그녀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짐을 챙겼다.


“오빠, 그럼··· 저 다녀올게요···. 저 지금 무지 떨리거든요···?”

“괜찮아. 내 옆에 너네가 있었듯이, 너 옆에도 우리가 있으니까.”


지금 소희가 가는 곳은 기자회견장이었다.


중소 길드인 창화 길드가 기자회견을 가진다는 것은 이례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광진구 내에서 창화 길드의 입지를 생각한다면, 그녀의 기자회견은 광진구 주민에게만은 꽤 영향력이 있는 일일 터였다.


그녀가 카페를 나가자마자 나는 핸드폰을 들어 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희 지금 갔어.”

- 그래? 그럼 여기도 슬슬 준비해야겠구만.

“너네 길드는 괜찮아? 잃을 거 없어?”

- 없긴. 존x 많지. 그래도 너 말대로 조건웅 그 새x가 분명 여론을 조작할 게 뻔한데, 우리도 이용을 해보는 거지. 그 여론이란 거.


어젯밤, 나를 습격한 길드원들을 운명 길드에게 인계한 뒤에 나눴던 대화가 있었다.


오늘 있던 일에 대해서 조건웅이 분명 여론을 조작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그 여론이란 거, 우리가 먼저 조작하면 안 되나? 아니, 이거 조금 무리인가.”


지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유명했기에 내가 떠올린 방법.


그것은 바로, 조건웅의 행태를 고발하고 길드들이 파업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싸워왔다. 그러던 도중, 조건웅의 사주를 받은 헌터들이 우리를 습격했다. 우리는 굉장히 불쾌하다. 이번 일에 대해 조건웅의 사과를 바란다.]


중소 길드인 미르 길드와 창화 길드가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할 내용이었다.


그뿐 아니라, 이선주와 이지형도 이번 일에 대해 똑같이 헌터 협회에 신고를 하기로 했다.


추가로 광진구 길드인 창화 길드, 천재 의료인으로 소문난 이선주는 과거 샐러맨더 사건 때 있었던 조건웅의 행태에 대해서도 덧붙일 예정이었다.


“어디, 이번에도 잘 빠져나가나 보자고.”


성공할 줄로만 알고 있던 여론몰이는···


구속수사를 받고 있던 조건웅과 그의 수행비서 김용택이 소유하고 있던 미토벌 게이트들에서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 일어나며 묻히고 말았다.


작가의말

도대체 조건웅은 뭘 위해 이러는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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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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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광신도(2) 24.05.10 8 0 12쪽
110 광신도(1) 24.05.09 11 0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12 1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15 1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18 1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19 1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23 1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23 1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21 1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29 1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23 1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26 1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30 1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28 1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28 1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34 1 13쪽
95 곰에 대한 의문(4) 24.04.24 30 1 12쪽
94 곰에 대한 의문(3) 24.04.23 27 1 13쪽
93 곰에 대한 의문(2) 24.04.22 29 1 12쪽
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31 1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32 1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30 1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33 1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31 1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34 1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37 1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41 1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4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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