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이별
언제 어디서나
지난 주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해서
활짝 필 날이 멀지 않겠다 싶었는데
주말에 하늘을 가릴 정도의 꽃무리들로
나뭇가지가 꽉 찼습니다.
아파트 주차장 화단에 심긴 나무들 중
가장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들의 화려한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 듯
들뜬 마음으로 산책을 했습니다.
"정말 예쁘다. 너무 좋아."라는
감탄사를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무들은 신이 났을 겁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 보는 모든 사람마다
자신을 칭찬하며 행복해했을 테니까요.
서로 엉기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모습을 뽐내는 그들을 보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임을
봄마다 배웁니다.
엊그제는 비가 내렸고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오늘은 꽃이 많이 떨어졌겠다는 추측을 해보았습니다만
아직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양이 더 많았습니다.
별처럼 바닥에 붙어있는 분홍잎들이
노래를 부르는 듯 경쾌해 보입니다.
'봄이 온 지 얼마 안됐으니 즐기세요.
우리 중 얼마는 이렇게 가도
봄은 남아 있습니다.'
황홀하게 하늘을 날아 떨어지는
꽃잎들에게 말을 건네 봅니다.
"잘 가! 내년에 또 올거지? 고마워!"
나를 우선하는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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