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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e1972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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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972
작품등록일 :
2022.01.14 09:53
최근연재일 :
2023.09.23 14: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47
추천수 :
3
글자수 :
15,351

작성
22.03.25 06:00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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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쪽

단편소설-너를 위해-2

언제 어디서나




DUMMY

수술을 마친 엄마에게 원고를 들이밀었다.

"빨리 썼네."

첫 문장을 읽는 엄마의 눈빛은 흔들렸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은 눈치라 나는 병실을 나왔다. 첫 번째 수술 때 나와 아빠는 병원을 드나들지 않았다. 엄마의 요청이기도 했고 내가 너무 어리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그 때가 후회된다. '첫 아픔에 최소한의 동참을 해야 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때문이다. 이번 수술 후는 스스로 엄마를 찾아 올 수 있어 다행이다.

엄마는 원고를 가방 위에 올려 놓았다.

"읽기 힘들지 않았어요?"

"괜찮아. 좋았어. 많이 울었어. 니가 모르는 줄 알았는데 많이 알고 있더라."

그렇다. 나는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엄마와 거리를 두며 살았다. 그것을 한 아이에 가한 엄마의 폭력에 대해 사죄하는 길로 여겼다. '내가 미워하고 있으니 너는 용서하고 편하게 살아라.'

팥죽을 드시고 엄마는 속이 안 좋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약 대신 주사를 맞고 누워 있는 엄마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수술 후 회진을 하시는 교수님께 엄마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수술 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별거 아니었어요."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엄마의 그 인사에 굉장히 기뻐하시고 만족하셨다는 것을 옆에서 느꼈다.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이의 눈에 과해 보일 수 있는 엄마의 태도는 진심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를 두고 집에 돌아 온 나는 이상하게 흥분했고 침착했다. 아빠는 말했다. "네 엄마는 큰 수술을 혼자서 결정했다." 남자로서의 아빠는 엄마가 가슴을 떼내는 것에 대해 '어땠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은 없다. 다만 여자로서의 엄마는 가슴이 아팠으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빠의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겠다고 추측해 본다.

가슴성형을 권고받은 엄마는 수술을 거절했다.

"나는 내 가슴을 보면서 내 죄에 대해 매일 되새기고 감사하면서 살거야."

아마 이것을 엄마는 그 아이에 대한 회개로 정했을 것이다.

이제 대중목욕탕을 가지 않는 엄마가 안타까울 때가 있다. 대중목욕탕 가기를 즐기는 딸로서...

목욕탕을 다녀오니 부재 중 전화가 남겨져 있다. 모르는 번호라 확인을 미뤄 두려는데 문자가 왔다. 출품작이 당선됐으니 전화를 받거나 문자를 달라는 내용이다.

나는 기뻤다. 그리고 슬펐다. 누군가의 슬픔을 소재를 삼았음에 적잖이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

엄마에게 문자를 넣었다.

-과거를 쓸 수 있게 허락해줘서 고마워요! 당선됐어요!

언제나 다름 없는 답을 받았다.

-널 위해서라면 okay!




나를 우선하는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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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호 23.04.08 8 0 1쪽
22 변신 22.10.10 9 0 1쪽
21 외로움 22.10.04 10 0 1쪽
20 장 마 22.06.27 13 0 1쪽
19 기 준 22.06.20 12 0 2쪽
18 결 론 22.06.13 11 0 1쪽
17 고독한 캡틴 22.06.06 12 0 3쪽
16 고치기 22.05.30 45 0 1쪽
15 앱솔루트 22.05.23 12 0 2쪽
14 역 량 22.05.16 14 0 2쪽
13 할 수 있는 것 22.05.09 14 0 2쪽
12 혼자 22.05.02 13 0 2쪽
11 황홀한 이별 22.04.15 16 0 2쪽
10 22.04.08 13 0 1쪽
9 구름에게 22.04.01 12 0 1쪽
» 단편소설-너를 위해-2 22.03.25 13 0 3쪽
7 단편소설-너를 위해-1 22.03.18 16 0 4쪽
6 오만한 자신감 22.03.11 15 1 1쪽
5 감정 22.03.04 16 1 1쪽
4 기 쁨 22.02.25 24 1 1쪽
3 배려가 배려받지 못할 때 22.02.18 18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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