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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땅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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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땅
작품등록일 :
2022.07.13 20:58
최근연재일 :
2022.08.15 14: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5,687
추천수 :
63
글자수 :
83,785

작성
22.08.12 18:47
조회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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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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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냥(4)

DUMMY

챙강

맑은 쇠소리가 은은히 울려퍼진다. 아둠의 도끼질에 빗맞은 리엘의 녹슨검이 한순간에 반토막이 났다.

오른쪽 눈꺼풀에 알싸한 고통이 느껴져 손을 가져가니 여지없이 새빨간 피가 묻어나온다. 검이 부서질때 쇳조각이 튀어 베인 모양이다.


"크흐흐, 촐싹대며 도망가는건 토끼처럼 아주 빨라. 근데 어쩌지? 이제 무기도 그 모양이고. 얼른 단념...해!!"


아둠이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폭발적인 속도로 튀어나와 어깨에 걸친 도끼를 단숨에 내려찍는다. 리엘이 몸을 피하며 뒤로 점프하는 순간, 갑작스레 단검이 쇄도했다. 공중에서 몸을 틀어 가까스로 단검을 쳐내자 아둠이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는다.


"걸렸어."


후웅 묵직한 풍압이 공간을 갈랐다. 도끼를 들지않은 아둠의 왼손이 순식간에 공중에 떠있는 소년의 신체를 터뜨렸다.

소년의 몸이 마치 쏘아진 화살처럼 날아가 땅에 처박히고도 몇번을 구른다. 아둠의 살인적인 움직임을 피해 멀리 피해 있던 용병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역시 괜히 골드급 용병이 아니다. 자신같은 조무래기들은 한방 잘못 스치기만 해도 골로 갈 것 같은 공격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게다가 중간에 연계한 카락톰의 단검 투척이 기가 막히게 상대의 허점을 노렸다.

기세에 눌려있던 용병들이 모두 자신의 검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쓰러졌다! 어서 죽이자!"


"가서 칼이라도 꽂고 밥값이라도 하자고!"


기세등등 몰려든 수십명의 용병들이 곧장 소년이 튕겨나간 곳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가장 기뻐해야 할 아둠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분명이 최상의 타이밍에 온 힘을 실은 일격을 맞췄을 터인데 마치 솜이불을 걷어찬것처럼 미적지근하다. 응당 느껴졌어야할 묵직한 타격감이 없으니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등가로 스치는 기묘한 위화감이 불길한 예감을 부채질한다. 상대가 튕겨나간 장소를 확인하니 가장 먼저 도착한 용병 한명이 이미 땅에 고꾸라지고 있었다.


무슨일이 일어난 걸까.


사방을 애워싼 어둠 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손바닥에 맺힌 식은땀을 가죽갑옷에 대충 닦으며 눈가를 가늘게 뜨니 조금 선명해졌다. 넘어진 용병의 목젖을 걷어찬 작은 인영이 떨어진 검을 주워 곧바로 심장에 꽂아 넣는다. 그 즉시 도착한 다른 용병들이 동시에 사방에서 무기를 들이밀지만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뭐야 저게?"


자세히 보니 사라진 게 아니라 밑으로 훅 꺼진거다. 땅으로 주저앉아 쇄도하는 검격을 모조리 피한 소년이 용병의 다리를 걷어차 쓰러트렸다. 한명의 용병이 쓰러지자 그 주위에 있던 용병들의 자세가 흔들렸고 소년은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어느새 심장에서 뽑아낸 검으로 다른 용병을 얼굴을 비스듬이 잘라내고 다시 왼손으로 다른 검을 잡아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에 아둠의 커다란 입이 턱끝까지 내려앉았다.


이러저리 쇄도하는 수많은 검을 발등으로 차올리고 손등으로 처내 여지없이 급소에 검을 틀어박는다. 마치 몸에 수많은 눈이 달린 것처럼 사각지대에서 날아온 검도 종이 한장 차이로 피해내고 있었다.

뒤에서 쇄도하는 눈먼 칼을 몸만 슬쩍 틀어 피해낸 리엘이 검 주인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어어, 헛바람을 들이킨 용병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튕겨나가자 들고있던 검이 다른 용병의 복부를 뚫고 들어간다.


"왜, 왜, 끄르르..."


억울한 눈으로 피거품을 쏟아낸 용병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손을 잡힌 용병이 당황한 얼굴로 급히 빼내려 힘을 주자 소년이 미련없이 그 손을 놓아준다. 뒤로 쏠려있던 무게중심 탓에 요란하게 넘어지자 그와 가까이 있던 다른 용병들도 발이 꼬여 같이 넘어지고 말았다.


그사이에 세 검격을 모두 피해낸 리엘이 역수로 잡은 검의 칼등으로 상대의 턱을 후려치고 다시 옆에서 달려드는 용병의 배를 꿰뚫었다. 이미 눈동자가 돌아가 흰자만 보이는 용병들이 동시에 우수수 쓰러진다.


남아있는 용병들이 다급하게 빈틈을 애워싸며 각자 다른 방향에서 검격을 날렸다. 이번에는 아래에 쓰러져 뒹굴고 있던 용병들까지 무기를 들어 위로 쳐올렸다.


이번에야 말로 피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끝내는 거야.

눈빛을 교환한 용병들이 눈을 점점 커진다.


제일 먼저 날아든 검격을 오른손에 들린 검으로 막아낸 소년이 몸을 날려 아래에서 들어오는 검을 피한다.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검에 꿰뚫리기 일보직전, 떠있던 발이 협곡 벽면을 걷어차 순식간에 이동했다.


수많은 검은 여지없이 허공을 꿰뚫고 벽을 걷어찬 리엘이 공중에 뜬채 왼손에들린 검으로 한놈의 목을 쳐내고 그 반동으로 다른 한놈의 머리를 걷어찬다. 우득 뼈가 부서지는 괴음과 함께 머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즉사했다.


낙법으로 바닥을 구른 소년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눈에 보기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지만 아무도 달려드는 이가 없었다.


우수수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소리 사이로 사내들의 끔찍한 신음소리가 사방으로 메아리치고 있었다. 아무도 움직일수 없었다. 움직이는 순간 자신이 표적이 될거라 생각하니 옴짝달싹 할 수 없다.


살아있는 용병 하나가 덜덜 떨며 눈알을 굴려본다. 순식간에 반 이상이 도륙당했다. 이미 정상적으로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서 일곱이 전부였다.

겁에 질려 뒷걸음 치던 용병들 사이로 아둠이 급작스레 튀어나왔다.


"으랴아아!!"


철퍽 바닥을 지탱하던 진흙이 거쌔게 요동쳤다. 한발자국 무겁게 내딛은 아둠이 들고 있는 도끼를 온힘을 다해 수직으로 내리 꽂았다.

후웅 공기를 무겁게 가르며 대적하는 모든걸 부숴버릴 것 같았던 양날 도끼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반동에 아둠이 경련하듯 몸을 떨어댔다. 악다문 입술 사이로 핏줄이 돋았다. 겨우겨우 무기는 놓치지 않았지만 반동이 머리로 올라온 탓인지 뇌가 윙하고 울려 정신이 하나도 없다. 흐릿한 시야로 한쪽 눈을 찡그리니 어둠 속에서 피투성이로 얼룩진 시퍼런 눈깔과 마주쳤다.


엑스자로 교차한 앙상한 검 두 자루가 자신의 도끼를 정면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마력으로 강화한 두 팔의 근력에 밀리지 않는다니.

상대도 역시 벅찼는지 두발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쭈욱 미끄러져 무릎을 땅에 대고 있었지만 파란 눈동자만은 아둠을 똑바로 응시한다. 알 수 없는 오한이 들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오한이 든다.

분명 이번 공격에서 이득을 본 건 자신인데 이길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눈은 마치 포식자의 그것처럼 사냥하는 자의 눈이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턱 끝까지 차올랐다. 카락톰은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어떻게든 단검을 꽉 쥐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수십의 용병들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세찬 빗소리 사이로 용병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사방에서 환청처럼 들려왔다. 듣는것만으로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귀를 긁어대는 소름끼치는 소리다. 평소라면 이런 비명소리조차 가볍게 웃어 넘겼을 테지만 당하는 입장에 처하니 냉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고작 브론즈급 용병 몇 명 죽은 거라고. 골드랑은 격이 다르다고 애써 자위하지만 발밑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묘한 불안함이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다.


카락톰이 아둠과 격돌한 리엘을 보았다. 생소한 광경이 연이어 나타난다. 비록 주저앉긴 했어도 아둠이 두 손으로 전력을 다한 일격을 정면으로 막아내다니, 카락톰의 목젖이 위아래로 격렬하게 움직였다.


상대는 아둠의 도끼를 막아내기 위해 두 팔이 봉인 당한 상태. 게다가 심지어 자세도 불안정하다. 이대로 오른손에 들린 이 투척검을 제대로 던지기만 한다면 금방 소년의 숨통을 끊어낼 수 있을 터다.


지면에 닿은 두 다리에 힘을 준다 하체가 안정되기 시작하자 사시나무처럼 떨리던 몸도 안정을 되찾았다. 의식은 오로지 목표와 오른손에 잡힌 단검에 집중한다. 수십년간 수련해온 투척술의 정수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던지는 순간 소년의 왼쪽 눈을 꿰뚫는다.


머릿속으로 그려진 장면은 예언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확신에 가까웠다. 피로 점칠된 소년의 눈은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단검이 날아오는 것도 보지 못하고 머리를 꿰뚫릴 게 분명했다.


오른팔을 머리 뒤로 들어 올렸다. 왼 다리를 앞으로 내딛는 것과 동시에 정확히 팔이 S자를 그리며 채찍처럼 휘갈겼다.

탄력을 받은 단검이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정확히 소년의 눈을 향해 쏘아진다. 카락톰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성공적이다.


단검을 던진 손가락의 폭발적인 마력이, 지지대 역할을 한 다리가, 이제까지의 경험이. 그것이 성공적인 투척이라는 걸 말해준다.

그의 본능대로 단검은 끝은 정확히 소년의 왼쪽 눈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카락톰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소년이 돌연 지탱하고 있던 검 두 자루 중 한 자루를 빼내더니 중심축이 흔들리는 아둠의 도끼를 오른발로 걷어찬다. 온 힘을 쏟고 있던 아둠의 무게 중심이 순식간에 무너져 왼쪽 앞으로 쏠리는 사이, 자신에게 날아오던 단검을 눈으로 보고 정확히 낚아챘다.


"...무슨!"


대낮이라도 궤적이 보이지 않았을 단검을 겨우 눈앞의 손만 겨우 보이는 어둠 속에서 정확히 양쪽 날을 피해 손잡이를 잡아내다니 이렇게 황당한 일도 없었다.

소년이 즉시 잡아챈 단검을 머리 뒤로 들어 올렸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카락톰의 동공이 더없이 확장하기 시작한다. 입이 턱 끝까지 벌어진다.


자신이 방금 던진 모습이 그대로 재현 되고 있었다. 두 다리를 지반에 지탱해 머리 뒤로 들어올린 팔이 순식간에 S자를 그리며 채찍처럼 뻗어간다. 마치 그건 방금 자신의 투척술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 것 같지 않은가?

피해야 하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이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퍽!


"끄아아악!!"


오른다리에 불이 붙어 녹아버리는 고통이 엄습한다. 카락톰이 다리를 부여잡고 미친듯이 허우적거리다 진흙탕으로 쓰러졌다.


어헉 어헉! 끄아악! 자신이 무슨말을 내뱉는 지도 모른체 입속에 느껴지는 진득한 흙내음 속에서 고통을 부르짖는다.


눈가에 흘러들어온 더러운 진흙물이 주는 따가움도 다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고통 앞에서는 별 게 아니었다. 콜록 콜록 삼킨 흙을 내뱉으며 겨우겨우 따가운 눈을 들어 확인하니 카락톰의 투척 단검이 자신의 오른 무릎에 깊숙이 관통하고 있었다.


손잡이가 보이지 않을 만큼 깊게 박혀있어 도저히 뽑아낼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끔찍한 고통을 삼키며 소년이 있던 곳을 돌아본다. 아둠과 격렬히 부딪히는 와중에도 그 시퍼런 눈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얼른 도망가야...'


드러누워 허우적거리던 카락톰이 겨우 자세를 바꿔 엎드린 채 기어간다. 질질 끌리는 오른쪽 다리 사이로 짙은 피가 새어 나온다.

온몸이 흙탕물로 뒤덮인 체 버둥거리며 기어가는 모습은 마치 커다란 벌레에 가까웠지만 아무도 카락톰을 신경쓰는 이가 없었다.


아니, 그 누구도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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