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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땅 님의 서재입니다.

백작가 서자는 발경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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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땅
작품등록일 :
2022.07.13 20:58
최근연재일 :
2022.08.15 14: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5,682
추천수 :
63
글자수 :
83,785

작성
22.08.11 21:08
조회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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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사냥(3)

DUMMY

"뭐, 뭐야 이새끼! 그 귀족새끼였잖아!"


"감히!!"


"죽여버리겠어!"


온갖 욕설이 난무하며 고함치지만 주춤주춤 달려들려다 다시 뒤로 슬쩍 빠지는 희극적인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된다. 상대는 분명 성인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소년 하나인데 수십명의 용병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용병들의 머릿속에서 동료의 몸통과 머리가 분리되는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한몫 단단히 챙길것이 분명한데 재수없게 먼저 달려들다가 불구라도 될까봐 서로 망설이는 것이다. 그동안 상대는 느긋하게 왼팔을 들어올려 검지 손가락을 뻗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손가락이 용병들의 머리를 하나 하나 일일히 가리킨다. 사내가 손가락으로 멈출 때마다 그곳에 서있던 용병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저 새끼가 지금 뭐하는 거지?"


"모, 몰라 새끼야. 숨겨둔 마법이나 뭐 그런거 아냐? 궁금하면 네가 가보던가."


작게 웅얼거리며 중얼거리지만 슬금슬금 서로 눈치만 볼뿐 아무도 움직이는 용병이 없었다. 그때 용병들의 가장 후미에서 쿵 묵직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용병들이 움찔 놀라며 서둘러 뒤편을 돌아보니 진흙의 잔해들이 얼굴가로 잔뜩 튄다.


"쓸모없는 놈들. 돈을 받았으면 밥값을 하란 말이야. 꼬추없는 계집애처럼 치맛자락만 보고있으면 뭐가 나와?"


다시한번 쿵 소리가 사방에 확산한다. 아둠이 험한 얼굴로 자신의 몸통만한 양날도끼를 땅 속에 처박았다. 지반이 웅 울리며 도끼날이 땅속 깊히 반쯤 박혀들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진흙잔해가 잔뜩 사방으로 흩날렸다.

아둠이 한손으로 도끼를 단숨에 뽑아들고 묵직하게 걸음을 옮겨 사내의 앞으로 다가섰다. 용병들은 그저 멍하니 얼굴에 잔뜩 튄 진흙을 닦아냈다. 질퍽한 감촉이 피부를 자극해 눈썹꼬리가 말렸지만 한편으론 안심이 된다.

그는 브론즈급인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려 골드 등급의 용병이다. 분명 눈앞의 적은 아둠의 도끼날에 순식간에 반토막이 나겠지.

아둠이 도끼를 어깨 뒤로 걸쳤다. 후웅 바람소리가 매섭게 소년의 얼굴가를 스쳤지만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헤에, 애새끼가 눈깔 한번 요란하네. 자신 있나봐?"


다른 용병들을 모두 손가락으로 짚은 소년이 마지막으로 바로 앞에 있는 아둠을 가리킨다.


"스물하나... 한명이 부족한데."


가장 앞에있던 아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속삭임이었다.

'지금 무슨 개소리하는거야.' 라고 버럭 소리지르려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기웃거린다.


"그러고 보니 네가 그 목표물이잖아? 이야, 살아나서 도망갔음 고생했을텐데 이걸 제발로 와주네? 고맙다!"


반갑다는듯 황소같은 눈을 껌뻑이며 입가에 함박 웃음이 맺힌다. 그러나 리엘은 대꾸 없이 단지 검을 들어올렸다.

반갑다고 소리치던 아둠의 얼굴이 웃는상으로 굳어버렸다. 어깨뒤로 걸친 양날도끼가 천천히 소년의 얼굴가로 내려온다. 동시에 웃는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나한테 검을 겨눴으니까 이제 봐주고 그런거 없어? 몸쪼까리 반토막 날 준비해."


전신을 덮고 있던 근육들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벌겋게 달아오른 살갓으로 핏줄이 잔뜩 곤두선다. 하나하나의 근육덩어리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수축하다 팽창하다를 반복한다.

엄청난 압력에 주변에 있던 용병들이 모두 헛바람을 들이켰다. 누군가의 목젖이 느리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꿀꺽하는 침삼키는 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작게 들려왔다.


*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 손톱을 깨작이던 보비가 한숨 쉬듯 입을 열었다.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겠죠?"


"...그럴거다."


더글라스가 힘없이 대답한다. 한동안 묘한 열기로 들떠있던 그가 방금 전부터 이모양이다.

그런 맥빠진 대답을 들으면 없던 걱정도 생겨날 것 같았지만 정작 더글라스는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한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보비가 눈꼬리를 치켜새웠다.


"그런데 왜 그렇게 기운이 없는거에요, 더글라스 씨. 아직도 도련님을 혼자 보낸걸 신경쓰고 있는 거에요?"


"그것도 그렇지만... 잠깐 잊고 있던 게 생각나서 그래."


"잊고있던...거요?"


"그래 그건... 아니다. 아니야. 방금 한 말은 잊어다오."


심란한 얼굴로 고개를 휘휘 젓는다 더글라스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보비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 작은 손으로 가죽갑옷을 잡아당기니 그가 눈동자만 슬쩍 돌린다.

기이한 열망을 담은 어두운 붉은 눈동자가 그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더글라스가 저도 모르게 외면하려 하자 보비가 잡고있던 갑옷을 다시 거세게 잡아당겼다.


"더글라스 씨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게 뭔지 저는 짐작도 안 가요. 하지만 분명 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설령 어떤 절망적인 소식이라도. 살아남았으니까, 반드시 살아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 저를 생각해 주신다면 부디 숨기지 말아주세요."


자신이 지금 짐이 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알고는 있어야한다. 도련님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지를.

더글라스의 가는 눈동자가 조금 놀란 빛을 담는다. 생각보다 보비는 강인한 소녀였다. 평범한 여자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말하는 것조차 굉장히 오랜시간이 걸렸을 텐데, 보비는 벌써 자신을 추스르고 오히려 남을 신경써줄 여력을 갖고 있었다.

곱게 치켜 뜬 눈동자에 흔들림이 없어 방금까지 통곡하던 소녀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보비, 나는 원래 잔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쉽게 말하면 기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거지. 하지만 네 표정을 보아하니 이런 말로 납득해 줄 것 같진 않구나."


작게 한숨 쉰 더글라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대륙을 통틀어 모든 용병의 계급들이 동일하게 분류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지? 그건 우리 소런트 왕국도 예외가 아니야."


더글라스의 걱정이 용병과 관련이 있음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보비의 눈길이 슬쩍 도련님이 계실 곳을 향했다. 가슴가로 가져간 손이 미약하게 떨려온다.


"저도 조금은 알고 있어요. 분명 첫 시작이 무등급의 용병이라 들었어요."


"그래, 지급받을 신분증이 없어서 무등급 용병이라 부르지. 그 위로 브론즈, 실버, 골드, 미스릴 등급이 있어. 브론즈 등급부터는 신분증이 이름에 걸맞는 광석으로 제작되어 있어 알아보기 쉽지."


"그렇군요."


"여기까지는 아는 내용일테고 이 다음부터가 중요하다. 어쨌든 용병들이 자신의 계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실적이 필요하지. 여기서 말하는 실적이란 용병조합에서 관리하는 의뢰를 완수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용병들은 오래하면 할수록 계급이 높은 건가요?"


"그랬다면 굳이 '계급'을 정해둘 이유가 없었겠지. 신분증에 용병 완수 기록이나 시작년도를 새겨두면 그만이니까. 확실히 브론즈급 용병까지는 경험만으로도 올라갈 수 있단다. 보비 네가 용병이 되어도 브론즈 용병이 되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안전한 의뢰만을 선택하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거든. 하지만 그 위부터는 아니지."


"실버등급 용병부터는 힘들다는 말이네요. 그럼 골드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떤게 필요한가요?"


"마력회로를 이식받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해."


"마력...회로요?"


"그래. 실버등급의 용병은 단순히 마력을 느끼고 신체강화에 이용하는 수준이라면 골드등급은 신체에 직접 마력회로를 이식받고 마력의 힘을 어느정도 다룰 수 있어야 가능해. "


"마력회로를 이식하는게 그렇게 힘든건가요?"


"일단 첫번째로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재능이 필요하고 두번째로 마력을 감지하고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감이 필요해. 쉽게 말하면 검술을 수련해 일정 경지에 올라야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돈이 많아야 가능하다. 마력회로를 이식하는건 오직 마법사들만 할 수 있는 일이거든."


"그럼 지금 도련님이 상대하는 골드 등급들은 전부..."


"많든 적든 마력 회로를 이식하는데 성공한 용병들이라는거지. 일단 이식된 마력회로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부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괴를 달리하는 움직임을 할 수 있게 돼."


보비가 호흡이 일순간 멈췄다. 그리고 호숫가에서 만났던 세명의 용병들이 차례차례 떠오른다. 활을 든 거스, 거인 아둠, 그리고 광기를 가진 카락톰.

온 몸이 차갑게 식었다.

어떤 말을 들어도 냉정을 유지하리라 다짐했지만 더글라스가 말을 끝마친 뒤부터 도련님이 쓰러지는 불길한 상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역시 내가 괜한 얘긴 한 모양이다. 이런 말 하는 게 아니었는데..."


보비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만약 더글라스님이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도련님이 지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평생 알지 못했을 거예요. 죽더라도 살더라도 우린 절대 지금의 일을 잊으면 안돼요."


더글라스가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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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습격(1) 22.07.29 313 3 11쪽
9 폭풍 전야 22.07.28 314 3 10쪽
8 전조 22.07.26 325 4 12쪽
7 그럴 리가 없어 22.07.25 357 4 12쪽
6 위기(2) 22.07.22 366 5 11쪽
5 위기(1) 22.07.21 396 5 10쪽
4 의문 22.07.18 436 5 10쪽
3 도련님이 돌아왔다. 22.07.15 483 5 11쪽
2 생존 22.07.14 577 7 10쪽
1 프롤로그 22.07.13 73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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