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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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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7.03 19:45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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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글자수 :
572,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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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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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3화 두 번째 계획 (2)

DUMMY

103화 두 번째 계획 (2)


로아나는 필립의 얘기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몇 없는 추기경 자리에 올라간 이들 중 유일한에 여성인 수잔이 뭐가 부족해 필립 앞에서 무릎을 꿇는단 말인가.


설마 농담한 건가 싶지만서도 필립의 표정을 봤을 때는 농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드디어 노망이 났군. 아니면 이상한 공작을 하고 있거나.’


시련이라는 이름하에 숨겨진 부도덕한 행위를 피렌티아가 당하고 있을지도 모를 상황에 반교황파가 아닌 친교황파인 수잔을 만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로아나였다. 이유도 시원하게 설명하지 않았으니 더욱이 필립을 믿을 수도 없었다.


‘여신님은 설마 미래를 내다본 것인가?’


로아나는 자신에게 몰래 필립을 감시하라는 신탁을 내린 것을 회상하며 여신이 미래를 본 것은 아닌가 의심했다. 그렇다는 건 지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


“그래서 지금 그 마녀 할망구를 보러 가는 거야? 이미 보고는 다 들어갔을걸?”


“보고를 하든 말든 딱히 상관없지. 그저 은퇴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것뿐.”


“난 몰라~ 그래도 계속 옆에서 지켜볼 거니까 허튼수작은 부리지 마, 영감.”


이건 로아나가 필립에게 하는 마지막 경고였다. 로아나는 필립이 배신하는 순간 즉각 처형할 생각이었다.


“여신님의 유일한 신탁을 받아 구원자님을 보필하는 내가 무슨 허튼수작을 한단 말이냐. 쯧. 넌 그냥 지켜보기나 해라.”


필립은 헛소리를 나불거리는 로아나가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 여신의 신탁을 받은 유일한 이가 자신이거늘 어디 근본도 없는 사제 나부랭이가 나대는 건가 싶었다.


뭐 그것도 수잔을 만나기만 하면 해결되리라.


필립은 오히려 저 싹퉁바가지가 사과하며 존경심을 보일 걸 상상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느덧 교황청 광장을 지나 수잔이 상주하고 있는 재무성에 도착하고, 간단한 신원조회를 마친 필립과 로아나는 재무성 경비의 안내를 받아 1층 로비에서 잠시 대기하게 되었다.


곧이어 수잔의 비서인 여주교가 내려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필립과 로아나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는 수잔이 있는 집무실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텅 비어있는 액자 같은 곳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핑거스냅과 함께 액자 사이에는 보랏빛으로 가득 메워졌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로아나는 처음 보는 게이트에 조금 긴장한 기색을 가졌지만, 50년 성직생활의 필립은 익숙한듯 아무런 기색없이 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로아나 역시 조금 찜찜했지만 그래도 감시역할을 해야했기에 눈을 질끈 감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저벅.


“어? 뭐야 영감 어디 갔어?”


게이트를 지나 발이 땅에 닿자마자 눈을 뜬 로아나가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누군가의 집무실로 보이는 곳에 사람은 없었다.


로아나는 바로 뒤돌아 게이트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마치 이렇게 되기를 원했다는 듯. 보랏빛 게이트는 사라지며 다시 빈 액자 형태만 남게 됐다.


“설마... 영감탱이 이러려고!”


로아나는 필립이 수작을 부린거라 생각하며 집무실에 있는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그러나 문고리를 아무리 돌려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편 필립은...


같은 게이트를 통과했음에도 먼저 들어간 필립은 수잔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수잔은 의자에 앉아 바깥창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필립은 의자 등받이만 볼 수 있었다.


“뭐야? 아무도 없나?”


필립의 말과 함께 회전의자를 돌려 모습을 드러낸 수잔.


“오랜만입니다. 필립.”


수잔은 손깍지를 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필립은 수잔의 모습을 보자마자 두 입꼬리를 축 내리며 코웃음을 쳤다.


“하. 오랜만이긴 하지. 바바라.”


털썩.


수잔이 앉으라는 얘기도 하지 않았건만, 필립은 그냥 자기 집인 양 소파에 앉았다.


“내 이름은 수잔입니다.”


“아? 그랬던가? 나이를 먹으니, 이름도 헷갈리고 그러네. 뭐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 마실 건 없나? 목이 좀 컬컬하군 그래.”


“필립. 상관인 나에게 예를 표하세요.”


“아아, 바바라 네가 감히 나에게 그렇게 대하면 안 될 텐데?”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쿠당탕!


수잔은 스킬 가속을 사용해 소파에 있던 필립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


“끄윽.”


필립은 그대로 소파와 함께 뒤로 엎어지며 수잔에게 깔리게 되었다.

거기에 수잔은 양 손으로 필립의 목을 감싸 쥔 채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직까지 목을 조르고 있진 않았지만, 그녀는 필립의 다음 행동에 따라 그대로 목숨줄을 끊을 생각이었다.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으러 드는 거냐!”


필립이 고함치며 수잔을 째려봤다.

“뭐 됐습니다. 이곳엔 왜 왔지요? 죽기 전에 그건 말씀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필립?”


“크하하하! 내가 그걸 말해줄 것 같으냐? 그리고 내가 이런 상황 하나 대비하지 않고 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크크크. 내가 죽으면 네가 숨기고 싶어 하던 사실이 온 세상에 밝혀지게 될 것이다!”


“이...이! 망할 놈 같으니라고!”


“끄윽.. 커헉”


필립의 도발에 분노를 참지 못한 수잔의 양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잔의 양손은 점점 필립의 목을 옥죄고 있었고 필립은 침을 흘리며 눈이 뒤집히기 직전까지 갔지만, 그래도 미소를 머금은 채 두 눈을 똑바로 뜨며 수잔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쯧!”


수잔이 혀차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양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다시 우아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그래서 여긴 왜 온 겁니까? 그것도 반교황파의 로아나 사제와 볼레르 사태에 연관된 남자와 함께 말입니다.”


“아이구 아이구 허리야.”


필립은 넘어져 있던 상태에서 허리를 두드리며 일어나고는 멀쩡한 상태의 반대편 소파쪽에 힘겹게 자리했다.


“나이도 많은 할망구가 힘이 더럽게 쎄구먼.”


“그래도 옛정이 있어서 이 정도로 끝내드리는 겁니다. 공자... 아니 필립. 그러니 내가 한 말에 대답이나 하세요.”


“교황청에서 사람 하나만 빼내. 그러면 바바라 너에겐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요?”


“그럼 내가 되로 묻지. 50년간 내가 이렇게 나선 적이 있었나?”


확실히 필립은 수잔의 비밀을 알고 있음에도 50년간 단, 한 번도 폭로하거나 그걸 빌미로 협박한 적이 없었다.


‘치기 어린 시절의 애틋한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기라도 했던 건지.’


“하!”


수잔이 헛웃음을 쳤다.


“좋아요. 필립. 빼내야 하는 이의 이름이 뭔가요?”

“피렌티아 와이스너. 그리고 성기사단의 추적이 붙지 않도록 모든 정보도 깔끔히 없애주면 좋겠군.”


필립이 팔짱을 끼며 다시 거만하게 말했다.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군요.”


“부탁이라니? 난 협박을 하는 거야.”


필립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며 콧대를 높이고 있었으나 다리는 긴장한 탓에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수잔은 피식 웃으며 옛 어린시절 겁쟁이 필립과 다를 바 없다며 좋았던 추억을 회상했다.


“후... 거참. 무섭군요. 하지만! 협박이든 부탁이든 그건 들어드리기가 어렵겠어요.”


“뭐? 지금 네가 했던 일들과 비밀들이 다 밝혀져도 상관없다 이거야?”


“후...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얘기해야지요! 피렌티아 와이스너 그 아이는 오랜만에 여신님께 스킬을 부여받은 아이라 이목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하필 교황의 눈에 들어서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란 말입니다.”


“어허... 교황을 바지사장으로 쓰고 있는 친교황파가 이리 겁을 먹어서야...”


“교황이 멍청해서 우리가 실권을 잡았을 뿐이지. 신성력이나 힘은 현 교황에 미치지 못하는 거 잘 알 텐데요, 필립.”


“눅스 추기경이 있잖나.”


마르지엘라 성국의 재무 담당이 수잔이라면 눅스는 교황 다음가는 1인자로 국방 담당을 하고 있었다. 필립은 눅스의 도움이면 충분히 피렌티아를 빼냄은 물론 추적도 무마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꼬마를 내가 어찌 설득합니까! 그리고 이미 그 녀석한테 보고가 다 들어갔어요! 필립 당신이 반교황파의 로아나와 볼레르 사태에 엮인 남자와 같이 마르지엘라 성국에 왔다고... 그 보고가 교황에게 들어가는 걸 잠시 지체시킨 게 나란 말입니다! 나는 이미 눅스 그 녀석한테 내가 처리하겠다고 말을 해놓은 상태고, 내 손이 아닌 다른 인간의 손에 필립 당신이 처리되는 걸 원하지 않으니 내가 이리 나선 거라 이겁니다. 알겠어요?”


“그래서 진짜 안 도와줄 건가, 바바라? 내가 협박이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바바라 네가 도와줄 거라 믿었기에 이곳에 온 거다.”

필립은 처음 들어왔을 때 당당한 눈빛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점점 촉촉한 눈망울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미 배신 당해봤지만 또 이렇게 당하니 기분이 그리 좋진 않구먼, 그래.”


“예나 지금이나 겁도 많은 사람이 도대체 피렌티아 와이스너 그 아이가 뭐길래 이리 집착하는 겁니까? 위험까지 무릅쓰고? 당신 이런 사람 아니잖아?”


필립은 수잔에게 자신이 신탁을 받았다는 얘기를 해야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수잔에게 이 얘기를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란 걸 이미 알고 있다.


한 번 배신한 이가 두 번 배신 못 하랴?


하지만 필립은 그걸 알고 있음에도... 늘 분노에 찬 감정으로 원망을 하고 있었음에도 오랜만에 그녀를 다시 마주하자 차가웠던 심장이 다시 뜨겁게 뛰는 느낌을 받았다.


뇌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몸은 반응하고 있었고 필립은 또 다시 비극적인 결과를 맞아 후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음에도 그녀를 또다시 믿고 싶었다.


“신탁을 받았으니까...”


“뭐... 뭐라고 했습니까, 지금.”


‘신탁’이라는 말에 놀란 수잔이 책상을 두 손으로 내려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재 교황청에서 발표하고 있는 신탁은 모두 조작된 내용이었다.


여신의 신탁이 내려오지 않은지는 꽤 오래 되었고, 그에 따라 민심이 뒤숭숭해지자, 친교황파와 교황은 신탁을 조작하기로 했던 것이다.


정말 여신의 신탁이 내려온 지는 벌써 십수 년은 되었다.

“거짓말도 유분수지 갑자기 왜 찾아왔나 했더니 정말 노망이라도 들었나 보죠?”


“볼레르 추기경의 신벌, 도시를 뒤덮은 성수로 된 해일 그게 다 우연이라고 보는 건 아니겠지? 그분은 여신님께서 선택하신 구원자. 그를 처단하려 했던 볼레르와 그의 부하들은 여신상의 신벌을 받았고 나는 그에게 세례를 해주며 천사상에서 거대한 해일을 만들어내는 성수를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리고 성수로된 해일을 맞고 나서 여신님께는 나에게 신탁을 내리셨다! 구원자를 보좌하라고.”


수잔은 필립의 얘기를 듣고 정말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그의 말에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년간 신탁을 내리시지 않던 분이 갑자기 왜... 설마...’


수잔의 머릿속에서 각각의 퍼즐이 점점 맞춰지기 시작했다.


신탁은 추기경들중 신성력이 강한 이들이 들을 수 있다. 추기경 절반이 그에 해당했고 그들과 교황만이 신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신탁을 무시하고 속여온 것이라면?


수잔은 신탁을 들을 수 있는 추기경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새록새록 스쳐 지나갔다.


‘눅스, 필레스. 아키우스. 스라헬 이것들을 그냥! 내가 신탁을 듣지 못한다고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로구나!’


분노에 찬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이를 꽉 깨물고 있던 수잔은 관자놀이에 핏대까지 섰다.


“좋습니다. 제가 돕도록 하지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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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화 교황청에서 도망쳐 온 사내 24.07.03 5 0 12쪽
» 103화 두 번째 계획 (2) 24.07.01 12 0 12쪽
102 102화 두 번째 계획 24.06.30 17 0 12쪽
101 101화 지금 찾으러 갑니다 (2) 24.06.29 19 0 13쪽
100 100화 지금 찾으러 갑니다 24.06.27 23 1 11쪽
99 99화 교황청의 치부 (3) 24.06.26 23 1 12쪽
98 98화 교황청의 치부 (2) 24.06.24 23 0 12쪽
97 97화 교황청의 치부 24.06.23 27 2 12쪽
96 96화 마르지엘라에서 돌아온 마부 24.06.13 33 1 12쪽
95 95화 입학식 24.06.12 27 1 13쪽
94 94화 그리지에 도착한 새로운 인부들 24.06.10 25 0 12쪽
93 93화 에피의 단식투쟁 24.06.10 25 2 10쪽
92 92화 한순간에 변태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24.06.08 28 1 12쪽
91 91화 젖소 수인 24.06.06 27 2 12쪽
90 90화 감히 공금을 횡령해? 24.06.05 28 2 13쪽
89 89화 보육원장 테라의 고민 24.06.03 29 2 12쪽
88 88화 학교 +2 24.06.02 26 2 11쪽
87 87화 회오리 감자와 콘치즈 24.06.01 24 2 12쪽
86 86화 인구를 늘리면 되겠네! 24.05.30 27 1 12쪽
85 85화 내기 오목은 위험해! 24.05.29 23 3 12쪽
84 84화 새로운 사업 - 오목 기원 (2) 24.05.27 23 1 12쪽
83 83화 새로운 사업 - 오목 기원 24.05.26 25 1 12쪽
82 82화 비싸면 빌려주면 되지! 24.05.25 26 0 12쪽
81 81화 어? 매출이 왜 이래? 24.05.23 29 2 11쪽
80 80화 운전 면허 시험의 결과는? 24.05.22 30 3 13쪽
79 79화 운전 교육 24.05.20 33 2 12쪽
78 78화 운전 면허 코스를 만들자! 24.05.19 31 2 11쪽
77 77화 담판 24.05.18 37 2 11쪽
76 76화 긴급 소집 +2 24.05.16 3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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