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24 19:4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0,032
추천수 :
297
글자수 :
539,819

작성
24.05.25 19:45
조회
22
추천
0
글자
12쪽

82화 비싸면 빌려주면 되지!

DUMMY

82화 비싸면 빌려주면 되지!


주헌은 혼자서 워커의 목공소로 향했다.


주문 내역을 전달하기 위함인데, 롬멜 상단주인 엘로가 전달하는 것이 정석적이나, 엘로네 집에 스템 혼자 두는 것도 좀 그랬기에 자신이 대신 전달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해?”


주헌이 매번 목공소를 찾을 때는 쉴 새 없이 작업하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용하니 조금 색다르게 느끼며 문을 여는데.


“계세요?”

빈 목공소만이 주헌을 맞이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주헌은 바로 목공소를 나와 뒤편에 있는 워커의 집으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어 다시 엘로네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할 때쯤.


“어이구! 이게 누구야!”


어딘가를 다녀 온 것인지 워커가 뒤쪽 길에서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구만.”


주헌의 인사에 화답하며 들고 있던 물건을 겨드랑이에 끼고 악수를 건네는 워커였다.


“그 물건은 뭐예요?”


주헌이 겨드랑이 쪽에 낀 물건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이거? 이번에 새로 발명한 바둑판일세. 이때까지 만든 거는 두껍고 무거웠지 않나? 그래서 조금 경량화해서 접이식으로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지.”


워커가 자랑하듯 들고 있던 접이식 바둑판을 주헌에게 보였다.


‘이... 이건!’


워커가 보인 접이식 바둑판은 대한민국에서도 볼 수 있었던 물건으로 주헌이 기억하는 접이식 바둑판과 거의 흡사하다 못해 똑같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자네는 웬일로 여길 찾았나? 저번에는 엘로가 마차를 타고 오던데.”


“이번에는 약속을 한 게 있어서 같이 왔습니다. 그리고 이거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주헌이 발주 내역서를 건넸다.


“일단 짐도 있고 하니, 안에서 얘기하지.”


워커는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주헌에게 잠깐 자리에 앉아있으라고 하고는 들고 있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헌에게 발주 내역서를 받았다.


“흠... 이정도 수량이면 바로 준비해줄 수 있네. 그냥 창고에 이미 만들어 놓은 재고를 가져가면 될 거야.”


“딱히 실망스럽진 않으신가요?”


주헌은 워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응? 뭐가?”


“저번 보다 물량이 적잖아요.”


“뭐 모든 게 경기라는 걸 타는 거지. 농번기 직전에는 농기구랑 연장들이 불티나게 나갔잖나?”


“아, 예... 그럼 물건들은 내일 버스로 실어야 하니, 목공소분들의 도움을 좀...”


“그거라면 걱정하지말고, 그럼 다 끝났지? 이제 오랜만에 온 김에 나랑 오목이나 두자고.”

일중독이던 워커가 이제는 오목중독자가 된 것 같은 주헌이었다.


“읏쌰!”


워커는 잠시 방에 들어가더니, 아까 들고 있던 접이식 바둑판이 아닌 거대한 거북이 나무조각상을 들고 나왔다.


주헌은 헐레벌떡 워커에게 달려들어 조각상을 대신 드는데...


“어우!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요!”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엄청난 무게감에 주헌은 순간적으로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리며 휘청거렸다.


“잉? 이게 무겁다고? 나보다 젊은 놈이 벌써...”


워커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주헌을 바라봤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이건 건실한 인간 남자가 와도 무겁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오목 한판 두자고 하시더니 갑자기 조각상은 왜 가지고 나오신 거예요? 어우 무거워 일단 어디 둘까요?”


주헌은 대뜸 조각상을 들고 나온 이유가 궁금해 묻다가 점점 체력의 한계가 느껴져 바로 둘 자리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아아, 바닥에 두면 되네.”


“으으...”


주헌은 곧장 워커가 가리킨 지점에 조각상을 내려 놓고 허리를 뒤로 젖히며 스트레칭을 했다.


“거... 평소에 운동 좀 하게.”


“제가 알아서 할 거거든요?”


“자, 이제 오목 한판 두세.”


워커가 곧장 나무조각상 앞에 앉았다.


“바둑판은요?”


툭툭!


“여기 있지 않나?”

워커가 거북이 머리를 두드리더니 거북이 등껍질을 드러냈다.


그러자 깔끔한 표면의 바둑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 이걸 만드신 거예요?”


주헌이 손으로 바둑판과 뚜껑 역할을 하는 등껍질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다들 오목을 취미로 삼고 나서는 하나씩 바둑판을 만들더라고~ 그런데 여기서 최고의 장인인 내가 평범한 바둑판을 쓰는 건 말이 안 되지! 아암~”


워커는 콧대를 드높이며 거북이 바둑판을 자랑했다.


정말 거북이가 살아 움직일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바둑판은 주헌도 탐이 날 지경이었다.


“이거 저...”


“안 돼! 이건 내꺼야! 자네 거는 발주 넣어. 그럼 만들어주지.”


“쳇... 가뜩이나 우울한데... 너무하시네.”


“응? 무슨 일 있나?”


워커가 내심 미안했는지 걱정스레 물었다.


“사업이 잘 안되서요.”


“사업이 잘 안되다니?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농번기 때 충분히 벌고도...”


“아니, 제 사업이요!”


주헌은 자신이 말하고자하는 걸 이해 못하는 워커에게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한테 짜증을 내고 그러나... 뭐 피자 사업이 그렇게 안 되나?”


피자 사업은 많은 수익은 아니지만 원인을 충분히 파악했기에 수정하면 충분히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부분이었다.


현재 주헌이 제일 걱정하는 사업은 바둑용품 사업이다.


한 달 동안 단 한 개의 주문이 있었으니,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이 컸다.


“피자는 그래도 입에 풀칠할 정도는 돼요. 바둑용품이 문제지...”


“그러고 보니, 엘로가 왔을 때도 그렇고 바둑용품 주문이 들어온 거는 이번이랑 합치면 두 건 이구만.”


이 두 건 역시도 주헌과 연이 있는 타란 지부장과 네브린 남작이었다.


“그러니까요... 2개 팔아서 뭐해요. 인기는 늘어나는데 사는 사람은 없다니 참... 다들 흙바닥아니면 와이스너 여관이나 플로라 주점에서는 잘만 하던데.”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거 아니겠나... 오목을 자네가 알려주기 시작한 지 뭐 얼마나 됐다고, 조금 기다려 봐. 자자, 어서 한판 두세.”


탁.


워커가 중앙에 흑돌을 놓았다.


“랫트 마을 사람들은 다들 하나씩 들고 있다면서요. 왜 이렇게 서로 다른지 모르겠네요.”


탁!


주헌은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빠 백돌을 강하게 놓았다.


“에이, 우리는 자기가 직접 만들어 쓰지 않나. 그러니까 나갈 돈이 없지. 솔직히 9실버 9쿠퍼는 부담스러운 감이 있어.”


탁.


‘그렇네... 여기 사람들은 다 자기가 만들었네... 돈 주고 사지도 않고.’


“그럼, 가격을 내리면 사람들이 좀 살까요?”


“응? 내리려고? 자네 일부러 고급화 전략으로 나가는 것 아니었나? 그리고 괜히 가격 내리면 먼저 산 사람들이 불만이 생기지 않겠어?”


‘그것도 그런데...’


도저히 바둑용품 사업에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던 주헌은 머리를 헝클었다.


“어허. 내가 좀 실력이 늘었지? 자네 없는 동안 내가 오목을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두었네. 이제 자네 정도는 쉽게 이길 걸세. 허허허.”


워커는 이상하게 오해하는 것 같았고.


탁.


“그럼, 계속 기다릴까요? 사람들이 살 때까지?”


탁.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팔리겠나? 홍보는 해야지.”


“홍보라면 이미 와이스너 여관이랑 타란의 플로라 주점에서...”


“내 말은 홍보를 늘리라는 말일세. 같은 곳에서만 홍보하면 가는 사람만 알겠지. 입소문으로만 기대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리고 자네도 아까 말했지 않나? 여관이랑 주점아니면 흙바닥에서만 오목을 둔다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바둑판을 여러개 들고가서 대여를 해주던지.”


탁.


워커가 한 수를 두더니 씨익 미소를 지었다.


워커는 지금 4, 3을 만들기 위해 함정을 파놓고 있던 중이었다.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바둑용품이 비싸서 구매하지 못하겠다면 저렴하게 대여료를 내서 빌리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냥 물건째로 빌려주는 것은 파손의 위험도 크고 분실이나 도난의 위험이 크니, 기원을 만들어서 시간제 요금을 받고 바둑용품과 자리를 대여해 주면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필립에게서 투자(강탈한)받은 800골드가 있었으니, 충분히 기원으로 쓸 건물을 사거나 임대하기에는 충분했다.


“하하! 자네 이제 봤나 보구만? 하지만 이미 늦었네. 자네가 어딜 두든 간에 내가...”


탁!


주헌이 힘차게 백돌로 묘수를 두었다.


백돌은 흑돌에 모두 둘러쌓여 중앙에 밀집한 형태였지만, 워커는 함정을 파는데에 집중한 나머지 주헌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수를 보지 못했다.


“이... 이게 뭔고?”


워커는 순간적으로 몸을 앞으로 내밀며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며 바둑돌을 확인했다.


“덕분에 고민거리를 해결했습니다. 할아버지!”


“어? 그건 또 무슨?”


주헌은 워커의 손을 양손으로 쥐며 위아래로 거하게 흔들었다.


워커는 주헌이 뭘 말하는 건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어색하게 웃을 뿐이고...


“그럼, 바로 준비해 주시죠!”


“있어봐! 아직 내가 이길 수가 남았을지 모르잖나! 내가 확실히 한 번 더 확인한 후에 새로 두자고.”


“그게 무슨 소리신지? 저는 바둑용품을 준비해 달라고 말씀드린 건데요?”


“어? 어차피 주문 건이 하나밖에 없는데 천천히 해도 되네 하나쯤이야 금방 만들어.”


워커는 바둑판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대충 손짓했다.


“아뇨. 20세트 부탁드립니다.”


툭...


워커는 손에 쥐고 있던 흑돌을 그만 놓쳐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귀가 잘못됐나 싶어 귀를 후벼팠다.


“내가 잘못 들었네. 자네 지금 뭐라고 했지?”


“20세트요. 돈은 바로 드릴 테니까.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촤르륵!


주헌이 두둑한 돈주머니를 꺼내자마자, 워커는 바둑판에 놓인 바둑돌들을 흑백 구분없이 그대로 바둑통에 담으며 벌떡 일어났다.


“기간은?”


오목을 둘 때의 천진난만한 표정은 사라지고 예전에 일에 집중하던 때의 엄숙한 표정을 지은 워커.


“일단 제가 다음주 일요일까지는 그리지로 돌아가야 해서요. 가는데 2~3일 걸리니까. 수요일이나 정말 못해도 목요일 점심때까지는 부탁드립니다. 정 안되면 뭐 어쩔 수 없구요.”


“하! 걱정하지 말게 내가 누군가? 저번에 자네가 급하다고 했을 때도 딱 맞춰 해줬는데 이정도도 못 해줄까? 자네는 발 뻗고 편하게 쉬고나 있어.”




***




며칠 뒤.


약속 기간인 수요일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자 주헌은 워커의 목공소로 향했다.


목공소 근처에 도착하자, 아직 작업이 한창인지 시끌시끌한 작업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울려왔다.


똑똑.


소리만 들어도 바쁜 것 같아 보이니, 먼저 노크를 하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자, 슬쩍 문을 열어보는데.


웃통을 벗고 땀을 뻘뻘 흘리는 쥐족 남성들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이거 예전에 본 장면 같은데.’


그렇게 몰래 지켜보는데...


툭!


주헌의 어깨에 둔탁한 손이 느껴졌다.


“으악!”


깜짝 놀란 주헌은 그대로 문을 밀고 목공소 안쪽으로 넘어졌다.


순식간에 목공소의 모든 쥐족 남성들의 시선을 받게 됐다.


그런데 남성들의 눈빛에 초점이 없는 것이 꼭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내가 밀려고 민 건 아닌데 이거 미안하게 됐구만.”


워커가 손을 한번 쳐다보다가 주헌을 일으켜 세웠다.


“아... 아닙니다. 제가 그냥 중심을 잃은 거라서요. 하하.”


“때마침 잘 왔네. 이제 곧 작업이 끝날 걸세. 바둑돌 작업만 하면 되거든 아마 오늘 오후쯤이면 끝나지 않을까 싶네.”


워커가 웃으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여기저기서 탄식과 함께 원망 어린 눈빛이 주헌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 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6/15~22까지 휴재 안내. 24.06.14 4 0 -
공지 4월 1일 복귀 안내 및 연재 주기 안내. 24.04.01 144 0 -
98 98화 교황청의 치부 (2) NEW 19시간 전 9 0 12쪽
97 97화 교황청의 치부 24.06.23 18 2 12쪽
96 96화 마르지엘라에서 돌아온 마부 24.06.13 27 1 12쪽
95 95화 입학식 24.06.12 23 1 13쪽
94 94화 그리지에 도착한 새로운 인부들 24.06.10 20 0 12쪽
93 93화 에피의 단식투쟁 24.06.10 20 2 10쪽
92 92화 한순간에 변태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24.06.08 24 1 12쪽
91 91화 젖소 수인 24.06.06 22 2 12쪽
90 90화 감히 공금을 횡령해? 24.06.05 24 2 13쪽
89 89화 보육원장 테라의 고민 24.06.03 25 2 12쪽
88 88화 학교 +2 24.06.02 22 2 11쪽
87 87화 회오리 감자와 콘치즈 24.06.01 21 2 12쪽
86 86화 인구를 늘리면 되겠네! 24.05.30 24 1 12쪽
85 85화 내기 오목은 위험해! 24.05.29 21 3 12쪽
84 84화 새로운 사업 - 오목 기원 (2) 24.05.27 21 1 12쪽
83 83화 새로운 사업 - 오목 기원 24.05.26 23 1 12쪽
» 82화 비싸면 빌려주면 되지! 24.05.25 23 0 12쪽
81 81화 어? 매출이 왜 이래? 24.05.23 27 2 11쪽
80 80화 운전 면허 시험의 결과는? 24.05.22 28 3 13쪽
79 79화 운전 교육 24.05.20 28 2 12쪽
78 78화 운전 면허 코스를 만들자! 24.05.19 29 2 11쪽
77 77화 담판 24.05.18 35 2 11쪽
76 76화 긴급 소집 +2 24.05.16 33 2 12쪽
75 75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24.05.15 38 2 12쪽
74 74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24.05.13 41 2 12쪽
73 73화 맛있는 거 주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 24.05.12 39 3 11쪽
72 72화 비밀 (2) 24.05.11 36 2 11쪽
71 71화 비밀 +2 24.05.09 39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