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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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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7.07 19:45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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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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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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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교황청에서 도망쳐 온 사내

DUMMY

104화 교황청에서 도망쳐 온 사내


“이봐, 사장.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그 성직자 앞잡이들 도망간 거 아냐?”


버스에서 기다리다 해가 질 무렵이 되자, 기다리다 지친 솔람이 주헌에게 말했다.


주헌 역시 꽤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는 둘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솔람처럼 둘 다 도망쳤다는 말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


필립과 로아나의 상성은 정반대로, 한 명은 배신할 수 있다해도 두 명이 동시에 배신할 리는 절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주헌아. 이런 말하기 미안하지만 계속 이러는 동안에도 피렌티아가 어떤 고초를 겪을지 불안해서 미치겠다...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 뭘 할 수 있냐...”


험멜도 참고 참다 불만을 토로했다. 평소 장난기 넘치던 목소리는 상황이 상황인만큼 진중하면서도 동굴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리깔린 목소리였다.


거기에는 미묘한 떨림도 있어, 그가 얼마나 불안한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끼리 뭘...’


주헌은 불만섞인 일행들의 소리에 고민하다 슬쩍 엘로를 쳐다봤다.


작은 몸집의 수인.


날렵하기까지 하고 볼레르에서도 도주 경험이 있으며 처음만났을 때 생선 그거 자그마한거 먹었다고 미친듯이 달려들던 엘로라면 충분히 잠입할 수 있지 않을까?

“엘로. 교황청에 몰래 들어갈 수 있겠냐?”


조용히 책을 읽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엘로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 책을 바닥에 떨어트려버렸다.


“예? 제가요?”


“그래. 볼레르에서도 잡히기 전까지는 잘 도망쳤잖아.”


“그것도 하루도 못되서 잡혔잖아요. 그런데 사제들 천지의 교황청에 잠입하라구요? 안 돼요. 안 돼!”


엘로가 고개와 양손을 과격히 가로저었다.


“됐어!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될 게 없지! 자, 가지!”


솔람은 주헌의 말에 혀를 차며 웃고는 모험가 일행들과 무기를 챙기며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주헌도 예상은 하고 있다. 그들이 나서서 해봐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걸.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필립 님께서 자신이 다 해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로아나 씨도 기다려 달라고 했고요.”


“얼마나 기다리라는 거야! 뭐라도 해야지 저쪽에서 눈치라도 보고 행동하거나 하지 않겠어?”


와장창!


솔람이 무기를 바닥에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내 이럴 줄 알았어... 험멜 형님이랑 솔람 형님 못 막는다니까...’


똑. 똑.


주헌이 더 이상 험멜과 솔람을 막을 수 없다고 느낀 그때.


버스 안에는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규칙적이면서도 단순하게 딱 두 번 울린 노크 소리에 언성을 높이며 시끄러웠던 버스 안은 순식간에 정적이 되며 모두의 시선이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해가 지던 와중에 온몸을 허름한 망토로 걸친 신원미상의 한 사람이 버스 앞에서 마치 버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가만히 서 있었다.


‘버스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주헌은 혹시 로아나나 필립 쪽에서 누군가 보낸 것일 수 있으니 급히 출입문을 열었다.


“어윽! 냄새!”


문을 열자마자 주헌은 코를 막았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냄새는 하수처리장에서 나는 냄새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허름한 망토인 줄만 알았는데 파리들이 꼬이고 냄새가 나는 것이 그냥 길거리의 노숙자가 구걸을 위해 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도... 도와주십시오. 지금 쫓기고 있습니다.”


앳된 남자아이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이에게 무작정 ‘나가’라고 말할 수는 없었던 주헌은 일단 냄새는 차치하고 그의 팔을 버스 안으로 끌어당겼다.


허름한 망토의 그는 그대로 버스에 오르며 오르자마자 몸을 숙였다. 그러고는 온몸을 웅크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거기에 눈은 이리저리 굴리며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도대체 누구한테 쫓기길래 그래? 누군지 말해 봐! 이 형님이 다 잡아 족...”


솔람과 모험가 일행이 앳된 목소리로 두려움에 떠는 그의 모습에 단단히 화가나서는 무기를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제들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다시 절 잡아다가 가둘 거예요! 제발 제발 저를 이곳에서 도망치게 해주세요. 안...그러면 또... 교황님이...”


“가둔다고? 잠깐 그럼, 설마!”


험멜은 가둘 거라는 얘기에 덩치 큰 솔람과 모험가들을 옆으로 밀어내며 곧장 허름한 망토의 사내에게 다가가 양 어깨를 흔들어댔다.


“혹시! 거기서 내 딸 피렌티아를 보지 않았나? 어! 말 좀 해봐!”


“아이 그만 진정 좀 해! 이제 막 도망친 아이한테 뭐하는... 아이고 힘이 무슨 장사네 장사야!”


솔람이 험멜을 붙들며 허름한 망토의 사내에게서 억지로 떼어냈지만, 눈이 희꺼덕한 험멜은 계속 ‘피렌티아’를 외쳐댔다.


“피...피렌티아라면...”


“내... 내 딸을 알아? 내 딸 지금 어디 있어? 어디 있냐고!”


“좀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험멜이 솔람에게 붙잡힌 채 몸부림을 쳤다.


“으...으으... 싫어... 잘못했어요. 집에 보내주세요... 잘못했어요.”


허름한 망토의 사내는 언성을 높이는 험멜의 모습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거봐. 애가 놀랐잖아! 어이 사장 애 좀 달래 봐. 자네는 뒤쪽에서 진정 좀 하고 어으!”


솔람이 주헌에게 아이를 맡기고는 솔람이 험멜을 이끌고 맨 뒷좌석으로 향했다.


주헌은 일단 아이를 달래기 전 바깥에 누군가가 버스를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근처에 버스를 지켜보거나 누군가를 뒤쫓는 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는 게 좋겠어.’


주헌은 허름한 망토의 사내를 일으켜 세워 빈자리에 앉히고는 운전석으로 향했다.


‘하지만 필립과 로아나가 뒤늦게 나타난다면...’


주헌은 한 가지 염려스러운 상황에 엘로와 모험가 일행에게 필립과 로아나를 기다려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그들은 흔쾌히 알겠다고 말하면서 버스가 있던 곳 옆에 있는 식당의 야외테라스에서 식사하며 대기하고 있기로 했다.


솔람 역시 험멜을 계속 버스에 두는 것 보다는 아이와 일단 떨어트려 놓아야겠다며 다른 일행들과 같이 내려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허름한 망토의 사내와 주헌만 남게 되었다.


“으... 싫어... 싫어 다 죽을 거야...”


“괜찮아... 괜찮아. 이제 밖으로 나갈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주헌은 그를 달래며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수도 마르지엘라의 성문에 거의 다다를 무렵이 되고서야 주헌은 출입 검사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아... 맞다!”


이미 거의 다왔는데 갑자기 버스를 돌리는 것은 괜한 의심을 받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대로 가자니, 허름한 망토의 사내에 대한 탑승기록이 없었다. 조작하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러기에는 성문이 너무도 가깝게 있었다.


“이...일단 뒤에 빈 오크통에 들어가 있어! 어서!”


주헌이 외침에 허름한 망토의 사내를 헐레벌떡 뒤쪽으로 향하더니 오크통 안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딱 맞춰 성문 앞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사제가 신분증과 운행일지를 요구했다.


“아, 예, 예. 드려야죠.”


주헌은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긴장감을 애써 감추며 신분증과 운행일지를 그에게 건넸다.


‘제발... 제발...’


잘 통과되기를 바라며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대로 손만 뻗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제가 신분증과 운행일지를 가져가지 않았다.


‘뭐... 뭐지?’


주헌은 눈이 마주치면 긴장한 것을 눈치챌까 봐 마주하고 있지 않았지만 너무 시간이 지연되던 탓에 조심스레 사제를 쳐다봤다.


그런데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침까지 흘리며 있는 사제의 모습은 뭔가 좀 이상했다.


“저... 저기 사제님?”


주헌은 그런 이상한 모습에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어... 어 음... 예... 지나가시면 됩니다.”


사제는 주헌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흔들며 검사를 하지도 않고 지나가라고 말했다.


주헌은 이게 무슨 기적인가 싶었다.


‘마르지엘라 여신이 보다못해 관여한 건가?’


그것 외에는 딱히 이 일을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이제 나와도 돼!”


주헌은 기적같은 일에 미소를 머금으며 힘차게 외쳤다.


그러자 오크통에 숨어있던 사내가 주변을 살피며 조심히 밖으로 나오고는 운전석 뒤편에 자리했다.


“가... 감사합니다. 흐윽... 감사합니다!”


사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계속 ‘감사합니다’만 반복했다.


“너도 시련인지 뭔지를 받은 거야?”


“시... 시련 흐익!”


시련 얘기에 허름한 망토의 사내는 망토를 뒤집어 쓰고 있음에도 더 끌어당기며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아니다. 내가 지금 애 상대로 무슨... 일단 내가 봐둔 강가가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자. 너 냄새 정말 지독하거든.”


주헌은 다시 겁먹는 그를 진정시키고자 진담에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제야 허름한 망토의 사내는 온몸을 감싼 망토의 팔 부분을 코로 가져가 ‘킁킁’대더니 바로 코에서 팔을 떨어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헌은 볼레르를 시작으로 수많은 도시들을 지나 수도 마르지엘라에 도달했다. 그리고 마르지엘라 도착전 숲길에서 사람들이 찾지않는 강가를 찾았다.


거기로 가면 안전하게 몸을 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교황청



“아니, 수잔 추기경님이 어찌...”


수잔이 교황청 안으로 들어서자, 근무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수잔에게 고개를 숙였다.

수잔은 고개를 가볍게 까딱하며 그들을 지나쳐 지하 입구로 향하는 게이트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지하 4층 부탁하지요.”


수잔은 게이트 담당 사제에게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 그게 현재 지하 4층을 가실 수가 없습니다. 추기경님.”


남사제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요? 교황청에서 추기경의 출입권한이 없는 곳은 없는데?”


“그... 그게 교황님이 새로 온 신녀님과 여사제들의 시련 수행을 돕고 계신 상태라 아무도 들이지 마라 하셨습니다.”


“아아, 괜찮아요. 제가 미리 교황께 언질을 넣어두었습니다. 감히 제가 수행을 방해해서는 안되니 말이죠. 하지만 교황께서 워낙 바쁘신 나머지 그대에게 알리지 못한 모양이군요. 그러니 걱정 말고 4층으로 연결해 주세요.”


수잔이 천연덕스럽게 인자하게 웃으며 말하자, 게이트 담당 사제는 수잔이 자신에게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게이트를 4층으로 연결했다.


수잔이 게이트를 지나고.


수잔은 곧 어두컴컴한 지하를 마주하며 한걸음 내디뎠다.


지하 4층


시련의 장소라고 불리우며 온갖 비리와 범죄가 일어나는 교황청의 뒷세계다. 수잔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추기경이 되고 권한이 생기고서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쯧...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거늘. 그 남자 덕에 또 오게 될 줄이야. 참...”


수잔은 협박하러 왔다면서 거의 부탁하듯이 도움을 청한 필립의 모습을 회상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이라 기억이 잘 나진 않는데 여기였던가?”


수잔이 막다른 길 앞에서 벽을 더듬으며 어느한 벽돌을 밀어넣자.


‘투둑... 구구구.’


막혀있던 벽 전체가 회전하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벽에 뛰엄뛰엄 촛대에 의존해 겨우 시야를 밝히던 지하 4층 외측과는 달리 내측은 문이 열리자마자 화사한 빛이 쏟아졌다.


고급스러운 카펫이 깔린 복도에 양측으로 문이 하나씩 있다.


그곳은 시련방이라고 불리우며 고위직들 사이에서는 모든 행동이 용서가 되는 곳이라 불리우는 면죄의 방으로도 불린다.


“쯧. 면죄의 방은 무슨...”


수잔은 복도를 거닐며 방을 하나하나 지나가며 어느 한 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곧바로 문을 열어 젖히는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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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화 사람 잘못 봤습니다 NEW 3시간 전 7 0 13쪽
106 106화 버스 덕후 24.07.06 7 0 12쪽
105 105화 자동 운전과 방어 운전 24.07.05 9 0 14쪽
» 104화 교황청에서 도망쳐 온 사내 24.07.03 12 0 12쪽
103 103화 두 번째 계획 (2) 24.07.01 15 0 12쪽
102 102화 두 번째 계획 24.06.30 21 0 12쪽
101 101화 지금 찾으러 갑니다 (2) 24.06.29 19 0 13쪽
100 100화 지금 찾으러 갑니다 24.06.27 23 1 11쪽
99 99화 교황청의 치부 (3) 24.06.26 23 1 12쪽
98 98화 교황청의 치부 (2) 24.06.24 23 0 12쪽
97 97화 교황청의 치부 24.06.23 27 2 12쪽
96 96화 마르지엘라에서 돌아온 마부 24.06.13 33 1 12쪽
95 95화 입학식 24.06.12 27 1 13쪽
94 94화 그리지에 도착한 새로운 인부들 24.06.10 26 0 12쪽
93 93화 에피의 단식투쟁 24.06.10 25 2 10쪽
92 92화 한순간에 변태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24.06.08 28 1 12쪽
91 91화 젖소 수인 24.06.06 27 2 12쪽
90 90화 감히 공금을 횡령해? 24.06.05 28 2 13쪽
89 89화 보육원장 테라의 고민 24.06.03 29 2 12쪽
88 88화 학교 +2 24.06.02 26 2 11쪽
87 87화 회오리 감자와 콘치즈 24.06.01 24 2 12쪽
86 86화 인구를 늘리면 되겠네! 24.05.30 27 1 12쪽
85 85화 내기 오목은 위험해! 24.05.29 23 3 12쪽
84 84화 새로운 사업 - 오목 기원 (2) 24.05.27 23 1 12쪽
83 83화 새로운 사업 - 오목 기원 24.05.26 25 1 12쪽
82 82화 비싸면 빌려주면 되지! 24.05.25 26 0 12쪽
81 81화 어? 매출이 왜 이래? 24.05.23 29 2 11쪽
80 80화 운전 면허 시험의 결과는? 24.05.22 30 3 13쪽
79 79화 운전 교육 24.05.20 3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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