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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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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13 19:4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578
추천수 :
295
글자수 :
529,225

작성
24.05.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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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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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77화 담판

DUMMY

77화 담판


“그럼, 우리들은? 평생을 마부 일 하면서 먹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나타난 놈이 이상한 버스인지 뭔지 끌고 와서는 손님을 다 뺏어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우리는 마부 길드원이 아닌가? 우리 피해에 대해서는 왜 입 꾹 다물고 있냐, 이 얘길세!”


노령의 마부가 따지듯 되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지부장은 죄를 지었음에도 뻔뻔함을 보이는 마부들에 기가 차면서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부장님 그냥 제가 말하겠습니다.”


주헌은 그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며 흥분한 지부장을 진정시키고는 앞으로 걸어 나왔다.


“좋습니다. 피해를 입으셨다고 했는데 그럼 제가 되묻죠. 원하는 게 뭡니까? 제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시나요?”


“마부 일에서 아예 손을 떼줬으면 하오. 어차피 자네는 젊어서 여러 가지 시도해 볼 수 있는 나이지만 나 같은 늙은이는 그것조차 힘들거든.”


“좋습니다.”


“어이! 자네 왜 그래.”


지부장이 주헌의 거침없는 답에 말려 세웠다.


타란 지부에 크나큰 이득을 주고 있던 주헌이었기에 지부장 입장에서는 주헌이 마부 일을 그만 두는 게 곱게 보일 리 없었다.


“대신에 이 일은 네브린 남작님께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네브린 남작님이 제 사업에 투자를 하고 계신데 사업 중 하나인 마부 일을 접게 됐으니까요.”


그러자 플로라 주점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네브린 남작이 주헌의 투자자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 자네 이번 일은 조용히 끝내기로 한 거 아니었나?”


지부장이 귓속말로 주헌에게 물었다.


“지부장님은 걱정하지 마시고 저만 믿으십쇼.”


주헌도 귓속말로 지부장에게 답했다.


“그리고 이번에 마르지엘라 성국에서도 투자를 좀 받았는데... 그 투자자분께도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지부장과 중얼거리다가 다시 마부들을 바라보며 일부러 큰소리를 친 주헌에 웅성거림은 더 커졌다.


“아니, 잠깐. 그... 우리 얘기를 좀 더 해보는 게 어떻겠소? 그쪽이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우리도 몰랐으니 말이오.”


그제야 뻔뻔함에서 굽신거리며 저자세로 나오는 노령의 마부였다. 다른 마부들 역시 겁을 먹기 시작했고.


“좋습니다. 그럼, 얘기를 좀 해볼까요? 저도 같은 길드 소속으로 여러분들과 원만히 일이 해결되면 좋겠으니까요.”


그제야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어졌다.


마부들이 얘기하기로는 수익이 50퍼센트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연회비조차 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며, 이미 생활고로 수십 년을 일해온 마부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길드를 탈퇴하기도 했다고.


‘이거 확실히... 좀 심각하긴 하네.’


주헌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같이 공생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전부 다 무시하고 네브린 남작과 필립을 물고 늘어지면 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넝쿨째 들어온 입장에서는 그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렇게 고민하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경우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자유경제시장에서야 서비스가 더 좋고 품질이 좋으며 가격이 낮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나?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다가 순간 대형마트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생각해 보니 대형마트들도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했잖아?’


주헌은 바로 박수를 치며 이 상황에서도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이는 건 어떨까요?”


운행 횟수를 줄이면 수익 부분에서 피해를 입겠지만 생활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고, 피자 사업도 하고 있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마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운행 횟수를 줄인다면 모두 버스가 운행 하는 날만 골라서 이용할 것 아니오? 네브린 남작령에서 타지에 갈 일은 별로 없소... 필요한 물건을 사야하는데 없거나 하는 경우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


‘그럼, 뭐 어쩌자고!’


주헌은 나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낸 것이 별 설득력이 없자, 불쾌감만 올라갔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그들이 원하는 방안을 말해주면 좋겠지만, 마부 일을 하지 말라 같은 헛소리를 내뱉은 게 끝이었으니.


‘정말 확 모른 체 해버릴까!’


그때.


구석에서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던 스템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저... 그러면 버스 이용료를 올리는 건 어떻슴까? 마차는 1실버에서 고급마차일 경우는 하루 3실버까지 받지 않슴까? 그런데 네브린에서 그리지를 간다고 치면 마차로는 하루에서 길게는 이틀이 걸려 2실버에서 6실버까지 금액이 나오고, 버스는 한두 시간이면 도착하는데 3실버를 받으니... 당연히 편한 버스를 이용하지 않겠슴까? 그러니 금액을 올려서 수요를 맞추는 것이 어떨까 싶슴다.”


엄숙한 분위기에 어깨를 오므리고 있던 말하던 스템.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모두에게 설득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저렴하면 그만큼 질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주헌의 버스는 질이 좋은 편에 속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했다.


왔다 갔다 할 때 마차를 이용하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사람들은 버스를 많이 이용했다.


그런데 이용료가 오른 상태에서는 사람들은 고민하게 될 것이다. 편안하고 빠른 버스를 이용할 것이냐, 조금 불편하더라도 싼 걸 이용할 것이냐.


“스템 씨가 말한 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괜찮은데요?”


주헌이 모두를 쳐다보며 묻자, 마부들도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러면 운행 횟수를 주 1회로 줄이겠습니다. 거기에 이용료를 올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러면 다들 만족하시나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


해결 방안이 나왔을 때는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게 좋다.


그렇게 주헌은 주 1회 월요일만 버스를 운행하기로 결정했고, 이용료는 현 3실버에서 2배인 6실버로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네브린 쪽 마부들한테도 이 얘기 잘 전달 부탁드립니다. 다시 소집하고 그러면 귀찮으니까요.”


“우리 상황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주어 고맙소이다.”


노령의 마부가 마부들 대표로 나와 주헌에게 고개를 숙였다.




***




“얼른 일어나요. 이 늙은 형님아!”


엘로가 아직 침대에서 자고 있는 주헌을 흔들었다.


“으음, 왜에에에에!”


잠에서 깬 주헌은 정신이 들었지만 눈은 그대로 감고 팔을 휘적거렸다. 대충 맞춰주다가 다시 잠에 들 요량이었다.


“지금이 몇신 줄 알아요? 출근 해야지!”


‘누가 보면 엄만 줄 알겠네...’


“아, 쉬는 날이라고!”


“무슨 헛소리하는 거예요. 오늘 주말 아니야, 이 바보 형님아!”


엘로는 주헌이 마부 길드 사람들과 합의를 한 걸 모르고 있었다.

그걸 주헌도 눈치챘고.


“아아, 말하는 거 깜빡했네... 이제 매주 1회 월요일만 운행 나가니까 그렇게 알아.”


잠깐 벌떡 일어나 흐리멍텅한 눈으로 대충 말하고는 주헌은 다시 누웠다.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대로 얘기 좀 해봐요.”


다시 꿀잠에 드려했던 주헌은 귀찮게 구는 엘로 때문에 결국 잠이 다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그런 게 있어... 버스 때문에 마부 길드 사람들한테 피해가 좀 가는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뭐 합의했지. 주1회 운행하고 이용료도 2배로 올리는 걸로. 그냥 자고 있으면 그러려니 할 것이지...”


“말을 해줘야 알죠. 그런데 스템 씨는 왜 아침 일찍 여기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뭐 일 가르쳐준다고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다고 하던데. 쉬는 날이면 운행 나갈 때 알려주면 되잖아요?”


“아, 맞다!”


주헌은 마부 사람들과 합의한 것만 집중한 나머지 스템에게 새로운 일을 가르쳐 주기로 한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불을 박차고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주헌은 엘로를 지나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잔뜩 긴장한 채 정자세로 앉아 기다리는 스템이 있었다.


이제 막 잠에서 깬 주헌은 까치집이 된 머리에 잠옷 차림으로 곧장 스템 앞으로 다가가 자리했다.


“아, 스템 씨 오래 기다렸죠? 하하. 어제 마부 사람들과 합의 후에 여러 가지 업무를 조정하느라 밤을 꼬박 새웠지 뭐예요. 허허.”


그냥 늦잠 잔 거였다.


“어제 일찍 잤잖아요!”


엘로는 눈치 없이 무심히 말했다.


‘저 도움도 안 되는 것!’


“하하. 괜찮슴다. 별로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슴다!”


“4시간이 오래가 아니야?”


엘로가 뒤에서 주헌이 들으라는 듯 과장하며 말했다.


“네... 네시간?! 아이고...”


“그래도 양심은 있나 보네.”


엘로가 주헌을 흘기며 비꼬듯 말하자, 주헌이 눈을 부라리며 엘로를 쳐다봤다.


“하하! 괜찮슴다! 저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슴다! 제 죄를 용서해주시고 은혜를 주신 하늘 같으신 분인데 이정도도 못하겠슴까!”


스템은 엘로와 주헌이 또 싸울 것 같아, 일부러 웃으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그나저나 오늘 어떤 일을 가르쳐 주실지 정말 기대됨다!”


바로 말을 돌려 시선을 끄는 스템.


“아아, 그렇죠! 일을 가르쳐 드리기로 했는데... 일단 잠깐만 기다려 주시면 금방 나오겠습니다.”


주헌이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자, 그럼 출발할까요? 엘로, 너도 따라 와!”


“예? 저는 또 왜요?”


엘로가 식탁에 앉아 치즈 조각을 먹으며 신문을 보다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다음에 롬멜 상단 물건 실으러 갈 때 버스로 데려다줄게!”


“어? 진짜죠? 말 바꾸면 안 돼요!”


엘로는 곧장 신문을 던져버리고 웃으면서 달려나왔다.


그렇게 주헌은 엘로와 스템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스템 씨한테 무슨 일 가르쳐주게요?”


주헌을 뒤따르던 엘로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물었다.


“가보면 다 알지~”


괜히 궁금하게 말해주지 않는 주헌에 뾰루퉁해진 엘로는 혼자만 킥킥거리며 걸어가는 주헌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 피자 관련된 일이나 시키겠지.’


“흥! 난 이미 다 알지롱!”


엘로가 주헌에게 혀를 내밀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지가 알면 뭘 안다는 거야?’


주헌은 엘로의 이상행동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알아서 하라지 싶었다.


엘로의 모습이 점차 멀어지고, 먼발치에 서 있는 엘로가 어느 곳 앞에서 두팔을 크게 벌리며 폴짝 뛰어댔다.


“쟤 뭐하냐.”


“모르겠슴다!”


주헌은 혼잣말로 한 것이었지만, 스템은 주헌의 말에 일일이 대답했다.


“아아, 혼잣말입니다. 혼잣말 하하. 그냥 저녀석이 혼자 뭐하나 싶어서요.”


점점 엘로와 가까워지고.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엘로는 자신의 예상한 게 맞다는 듯 와이스너 여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주헌은 그 모습을 슬쩍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리며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어, 어? 어디 가요?”


“너는 거기서 뭐하냐? 빨리 따라오기나 해!”


그제야 자신의 예상이 틀린 걸 안 엘로는 멍하니 주헌을 바라보다가 카운터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험멜과 메이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는 멀어져가는 주헌의 뒤꽁무니를 빠르게 뒤쫓아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 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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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화 에피의 단식투쟁 24.06.10 13 2 10쪽
92 92화 한순간에 변태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24.06.08 14 1 12쪽
91 91화 젖소 수인 24.06.06 16 2 12쪽
90 90화 감히 공금을 횡령해? 24.06.05 1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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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새로운 사업 - 오목 기원 24.05.26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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