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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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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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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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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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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젖소 수인

DUMMY

91화 젖소 수인


솔람과의 대화를 대충 마무리하고 네브린으로 온 주헌은 엘로를 찾는 김에 기원에 들러 정산을 마쳤다.


그리고 시장 모퉁이에서 좌판을 펼쳐 물건을 팔고 있는 엘로를 발견하고는 곧장 달려갔다.


“엘로!”


“집에서 뒹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긴 왜 왔어요?”


‘우리 엘로는 말을 참 예쁘게 하네... 때리고 싶게.’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던 주헌은 엘로의 장난을 받아줄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으니 주헌은 참을 인을 새기며 분노를 삭혔다.


“폴 형님이 부탁한 게 있어서 말이야. 지금 그리지에 건물 수주가 많이 밀려서 인부가 많이 필요하다더라고 그래서 랫트 마을 사람들 좀 더 데려와 줄 수 없냐고 하시던데.”


“아, 어떡하죠? 랫트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데려오긴 힘들 것 같아요. 이미 대부분이 공사 현장에 투입되고 있고 마을을 지킬 남자 몇은 남아 있어야 하니까요.”


엘로는 인부가 더 필요하다는 주헌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안 되려나? 지금 공사가 많이 밀려서 급한 것 같으시던데.”


“흐음... 그럼 젖소 수인들한테 부탁해 봐야 하나...”


엘로는 고민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라고?”


“아아, 아니에요. 하나 방법이 생각나기는 해서요.”


“그래, 뭐든 좋으니까 되는 쪽으로 해서 부탁한다. 폴 형님 뒷모습 보는데 그렇게 애처로울 수가 없더라.”


“네. 그렇게 할게요. 근데 형은 아까부터 왜 그리 표정이 안 좋아요? 아파요?”


엘로는 처음 말을 꺼낼 때부터 표정이 좋지 않은 주헌에게 농담을 던졌었다. 그런데 그걸 받아주지도 않으니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것인가 걱정되기도 했다.


“아니, 뭐. 별거 아니야.”


주헌은 가슴 속에 묻어둔 말을 마음 편히 털어놓고 싶었다.


‘솔람이 돈을 횡령했어.’라고.


그렇게 서로 솔람을 물고 뜯고 욕하고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고 싶었다. 하지만 솔람이 큰 덩치와는 다르게 눈물 콧물 쏙 빼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비는 통에 기원에 있던 사람들도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니 주헌은 일단 다음에 얘기하자며 상황을 마무리 지어놓고 네브린으로 온 상태였다.


“아, 그렇구나. 그럼 저 랫트 마을에 좀 데려다줘요.”


엘로는 주헌이 별일 아니라는 말에 곧장 걱정하는 것을 멈추고 용건을 말했다.


‘정말 걱정이 됐다면 한 번 더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우리 사이가 그것밖에 안 돼?’


주헌은 엘로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왜 그렇게 봐요?”


“아니다... 데려다 줄게. 데려다 줘.”




***




랫트 마을.



“어~ 우리 엘로! 그리고 주헌이도 왔구나~”


“오느라 고생했다.”


엘로의 부모님들이 엘로와 주헌을 작은 팔로 부둥켜 안았다.

쥐족의 덩치가 작았기에 주헌의 허리춤에 겨우 손 끝자락이 닿을락말락한 수준이라 포옹이라고 할 수도 없었지만, 주헌은 늘 이렇게 껴안아 주는 엘로 부모님의 손길이 좋았다.


“이렇게 좋은 날엔 그걸 먹어야겠죠?”


‘또 시작이군...’


주헌은 엘로 부모님의 품속에 있다가 또 다시 시작되려는 치즈 파티에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 그걸 먹어야겠어. 내 당장 그걸 가져오지.”


엘로의 아버지가 치즈창고로 향했다.


“어머! 그럼, 나도 점심 준비해야겠네. 다들 바로 밥 먹을 거지?”


“네!”


엘로가 어머니의 말에 손을 벌쩍들며 말했다.


“아...”


“주헌이도 먹을 거지?”


“그... 그럼요.”


주헌은 워커의 집에 도망갈까도 생각했지만, 늘 치즈를 먹을 때마다 자리를 피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활짝 웃고 있는 어머니의 말에 못 이겨 마지못해 먹겠다고 대답했다.




***




“꺼억.”


거하게 치즈 지옥을 겪은 주헌이 침대에 눕자마자 트림을 내뱉었다.


“어우! 손으로 가리고 하던가 옆으로 하던가!”


엘로는 코 앞에 손을 흔들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집인데 뭐가 어때서!”


“아무리 집이라도 서로 간에 예의가...”


뿍. 뿡.


주헌은 엘로의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보기 좋게 방귀를 뀌어댔다.

보통은 남의 집이라 생각하고 예의를 지킬 만도 했지만, 이제 엘로네 집은 자신의 집처럼 편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가스를 분출해 대는 주헌이었다.


“아, 하지 말라고!”


퍽.


엘로가 주헌의 침대에 올라타며 베개로 주헌의 머리를 쳐댔다.


“아, 알았어 인마!”


주헌이 베개를 맞으면서도 엘로를 놀리는 게 재밌었는지 웃어보였다.


“하하. 그래서 랫트 마을엔 왜 온 건데? 대충은 알아야지 나도 계획을 잡지.”


베개싸움이 끝나고 침대 끝에 걸터 앉은 주헌은 엘로에게 물었다. 버스를 몰며 랫트 마을을 오는 사이에도 가는 이유를 묻긴 했지만, 엘로는 그저 ‘폴 형님 때문에요.’라고 간단하게 말하기만 해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말했잖아요. 폴 형님 때문이라고.”


엘로는 씩씩 거리면서 침대에서 내려가고는 짐을 풀었다.


“뭐 랫트 마을 사람들 더 데려가려고?”


“랫트 마을 사람들은 안된다고 했잖아요. 남자 거덜 낼 일 있나...”


엘로가 짐을 차곡차곡 꺼내며 정리하고는 주헌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주헌은 그저 제대로 답해주지 않는 엘로가 답답할 뿐이고.


“그래서 뭐! 뭐! 하게!”


“내일되면 다 알게 돼요~”


엘로는 답답해하는 주헌의 모습을 즐기는 듯했다.




***



다음 날.


주헌은 뭘 하는 지도 모르고 엘로의 뒤꽁무니만 따라나섰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곳은 버스를 주차해 놓은 마을 아래 숲.


주헌은 갑자기 버스로 온 이유가 궁금했지만, 엘로는 주헌의 호기심만 자극하고는 제대로 말해주지 않고 그대로 버스에 올랐다.


“뭐해요? 안 타고?”


‘누가 보면 버스가 제 것인 줄 알겠네.’


일단 엘로의 말에 따라 버스에 오른 주헌은 운전석에 자리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그리고 백미러를 통해 엘로만 멀뚱히 바라봤다.


어디를 가는지 알아야 출발을 하든 말든 하지 않겠나?


“네가 가만히 있으면 내가 뭐 어쩌라고? 뭐 그리지로 가면 되냐?”


“직진.”


‘저게 진짜! 내가 무슨 지 개인 기사인 줄 아나! 콱, 그냥! 막, 그냥!’


속으로는 온갖 욕설을 내뱉는 주헌이었지만, 일단 폴을 돕는 일이라고 한 엘로를 믿으며 콧김을 깊게 내뿜었다.


그렇게 엘로의 말을 따라 쭉 숲길을 직진했다.


내비게이션에도 등록되지 않은 길.


새로운 지도가 내비게이션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오른쪽.”

“왼쪽.”


엘로의 말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이며 운행하기를 20분.


“저기로 쭉 가면 돼요.”


엘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헌의 옆으로 오더니 어느 한 길모퉁이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기점으로 우회전을 하니... 그제야 엘로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게 됐다.


거기에는 허름하지만 사람이 사는 것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얼룩덜룩한 귀와 기다란 꼬리 그리고 남녀노소 불구하고 2m의 키에 우락부락한 몸매의 수인들이 길을 거닐고 있었다.


“여긴 젖소 수인들이 지내고 있는 마을이에요. 다들 체력 하나는 좋아서 몬스터들도 이 근처에 얼씬도 안하죠.”


“이야~ 저 분들이라면 폴 형님이 좋아하시겠는데?”


누가 봐도 ‘나 체력 좋아요.’ 라는 몸집의 수인들만 있었다.


그 때.


“괴... 괴물이다!”


얼굴은 귀여운데 몸매가 우락부락한 여자 수인 하나가 비명을 질러대며 도망가다가 바닥에 그대로 엎어졌다.


살짝 넘어진 것 뿐인데 흙먼지가 거하게 흩날리며 여자는 그대로 흙먼지를 뒤집어 썼다.


“아이고!”


주헌은 이런 상황이 익숙했기에 버스를 멈추고 그녀를 부축하려 운전석에서 급히 일어났다.


“뭐야!”


“누구야!”


“누가 감히!”


그런데 주변에 있던 우락부락한 남자 수인 10여 명이 눈에 불을 켜며 버스를 마주하고는 스트레칭을 하며 여자 수인 앞에 줄지어 모여들었다.


“어... 잠깐... 왜... 왜 저러시지?”


주헌은 버스에서 내리려다 말고 불안한 마음에 엘로를 쳐다봤다.


“아, 저 분들 화나면 무서운데...”


엘로도 난감한 듯 눈치를 살폈다.


“네가 아는 사람들이잖아 내려가서 대신 설명 좀 해봐.”


주헌의 엘로의 등을 떠밀었다.


엘로는 싫다는 듯 계속 버티고 서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던 사이, 점점 수인들은 많아지기 시작했고 스트레칭을 다 한 수인들이 넓은 어깨를 과시하며 버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쿵. 쿵.


“기분 탓인가? 땅이 흔들거리는 거 같은데?”


그들이 한발짝씩 다가올 때마다 버스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점점 속도를 붙이며 달리기 시작하는 젖소 수인들을 보며 안되겠다 싶었던 주헌은 곧장 문을 열고 엘로를 억지로 끌고 버스에서 내렸다.


“자... 잠깐!”


엘로를 품에 안은 채 앞문을 통해 내린 주헌이 눈을 질끈 감고 한 손을 들며 소리쳤다.


그러자 쿵쿵거리던 땅울림이 멈췄다.


주헌은 조심스레 눈을 뜨며 고개를 슬쩍 들었다.


“엘로잖아? 근데 저 인간은 뭐지?”


“저 인간 놈이 엘로를 인질로 잡았어! 엘로의 목을 조르고 있잖아!”


주헌은 어느 한 젖소 수인의 말에 급하게 품에 안긴 엘로를 쳐다봤다.

엘로의 목에는 주헌의 손끝하나 있지 않았다. 그저 오른손으로 허리를 겨드랑이와 가슴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또 인신매매 놈들인가! 본때를 보여줘야겠구먼.”


젖소 수인들이 원형으로 주헌과 버스를 포위했다.


“어... 엘로 네가 말 좀.”


주헌이 엘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엘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주헌을 바라보더니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야! 그거 아니야!’


주헌은 불안한 생각에 엘로에게 급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잡아!”


“으악! 잠깐 오해! 우읍!”


젖소족 남자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달려든 수인들은 순식간에 주헌을 포박하며 엘로를 빼내었고 주헌이 설명할 틈도 주지 않고 입을 막아버렸다.


“우읍! 우읍!”


주헌은 겁에 질러 눈에 눈물이 맺혔다. 씨익 웃고 있는 엘로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고, 오해십니다. 오해~ 저 인간은 제 부하직원입니다.”


그제야 나서는 엘로였는데...


주헌은 부하직원으로 소개하는 엘로를 보며 이를 바득바득갈았다.


“뭐? 진짜야? 협박당한 거 아니고?”


젖소족 남성이 엘로의 말을 믿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포박된 주헌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거짓말하면 죽는다.”


주헌은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바득바득 갈던 것은 잊어버리고 고개를 위아래로 거칠게 끄덕였다. 억지로 눈웃음을 지었다.


그제야 가로막힌 입을 풀어주고...


“하아!”


숨을 몰아 쉬는 주헌은 엘로를 슬쩍 째려봤다가... 엘로 앞을 가로막는 큰 덩치의 사내에게 쫄아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아이, 참. 제 직원인데 왜 안 믿고 그러세요. 하하.”


엘로는 이 상황이 즐거운지 터지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내며 무릎을 꿇고 있는 주헌에게 다가왔다.


툭. 툭.


“제 직원이 좀 덜 떨어져서 겁이 좀 많습니다. 애가 좀 모자라기는 한데 그래도 착해요. 그렇지?”


‘에에에엘로오오오오오!’


주헌은 분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젖소 수인들에 안면도 없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으니, 꾹 분노를 참아냈다.


“마... 맞습니다. 하하.”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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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화 한순간에 변태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24.06.08 24 1 12쪽
» 91화 젖소 수인 24.06.06 23 2 12쪽
90 90화 감히 공금을 횡령해? 24.06.05 2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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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 회오리 감자와 콘치즈 24.06.01 2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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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화 내기 오목은 위험해! 24.05.29 2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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