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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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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24 19:45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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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1
추천수 :
297
글자수 :
539,819

작성
24.05.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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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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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1화 어? 매출이 왜 이래?

DUMMY

81화 어? 매출이 왜 이래?


“오늘은 내가 사는 거니까 마음껏 먹어!”


면허 시험 합격 기념으로 주헌이 스템과 엘로를 와이스너 여관에 데려왔다. 뭐 어차피 그리지에서 회식할 만한 곳은 여기뿐이었지만.


“누님 모든 메뉴 하나씩 주세요!”


주헌이 손을 번쩍 들며 메이에게 외쳐댔다.


“뭐야?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냐?”


험멜이 맥주잔 세 개를 한 손에 쥔 채 테이블로 가져왔다.


“아주 아주 좋은 일이 있었죠. 크크.”


주헌의 비릿한 미소에 험멜이 엘로에게 ‘왜 이러냐’는 눈빛을 보내니 엘로는 그저 어깨만 들썩였다.


곧이어 음식들이 나오고 테이블 가득 푸짐한 한 상이 완성됐다.


피자 라지 사이즈 한판만 해도 테이블을 가득 차지하는데, 훈제구이며 이번 농번기에 수확한 감자를 활용한 메쉬드 포테이토와 토마토 베이스의 미네스트로네까지 자리하며 주헌은 이걸 셋이서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남으면 싸가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며 걱정은 떨쳐버리고 훈제 닭다리를 잡고 입에 욱여넣었다.




***



“꺼억!”


주헌 일행의 테이블의 접시는 설거지가 필요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주헌이 처음 음식이 남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어우 배부르다. 이제 집에 갈까?”


주헌이 배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엘로가 주헌의 팔목을 잡아챘다.

“응? 왜?”


“랫트 마을로는 언제 출발할 거예요?”


“랫트 마을은 왜?”


주헌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스레 왜냐고 되묻는 모습에 기가 찬 엘로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약속했잖아요!”


“아... 내가?”


“이...이! 이! 나쁜!”


엘로는 놀아났다는 생각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온몸으로 분노를 참아내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주헌의 목을 그대로 물어뜯을 것 같았다.


“농담이야 농담~ 쓰읍. 언제가 좋으려나? 일단 다음 주 월요일은 쉰다고 매표소마다 휴무 표시 해둘 테니까. 웬만하면 2주가 넘지 않게끔 빨리 갔다 오는 걸로 하자구. 쓰읍.”


주헌이 이 사이에 낀 음식물을 이쑤시개로 긁어대며 말했다.


“짜증나게 장난 좀 치지마요!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말이야, 늙었으면 나잇값을 좀...”


콰직!


주헌이 엘로의 정수리에 꿀밤을 때렸다. 그러고는 다시 의자에 기대앉아 대수롭지 않게 다시 이를 쑤셔댔다.


“쓰읍 쯥! 나 아직 안 늙었다. 그래서 언제 갈 건데?”


“아야... 으... 그러면 모레 출발 하죠.”


엘로가 눈물을 머금은 채 정수리를 비비적거렸다.


“모레?”


“주문 물량 확인해야 할 것 아녜요.”


짝!


“아하! 그렇네.”


주헌은 잊고 있었던 걸 기억한 듯 박수를 쳤다.


“누님~!”


주헌은 곧장 카운터로 향해 메이를 불렀다.

보통 주문 물량의 경우는 상인 길드에서 확인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주헌은 사람들의 접근성이 쉽게 그리지에서는 와이스너 여관, 타란에서는 플로라 주점을 섭외해 물건 홍보와 함께 주문도 같이 받고 있었다.


“누님~ 혹시 이번 달 주문 내역 좀 주세요~”


“어, 잠시만 기다려 봐.”


메이는 잠시 구석에 있는 서랍을 열어서는 종이 한 장을 가지고 나왔다.


주헌은 오목의 인기와 롬멜 상단의 상품 인기치고는 좀 검소한 주문 내역이라 생각하며 조금 아쉬워했다.


“자, 여기.”


그리고 메이가 건넨 주문 내역서를 받아 드는데.


“어? 누님. 이거 잘못 가져다주신 것 같은데요?”


빈 종이를 팔랑거리며 주헌이 되묻자.


메이는 민망한 듯 볼을 긁적였다.


“그거 맞아.”


“예?!”


한 달에 한 번씩 주문 내역을 확인하며 발주를 했었는데, 이때까지 주문 물량이 없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주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네브린 남작령 전체에 유행하고 있는 오목과 피자가 있었기에 더욱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초반에는 주방용품이며 연장이며 바둑용품이며 주문량이 좀 있었는데...”


“여긴 그리지잖니... 최근 방문객이 많아지긴 했지만, 다들 상인 길드에 주문을 넣었겠지...”


메이가 주헌을 위로했다.


‘그래... 그리지는 인구가 적잖아...’


주헌도 메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일단은 수긍했다.


하지만.


매표소에 다음 주 휴무라는 표지판을 걸어두기 위해 타란과 네브린을 방문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타란의 플로라 주점에서 주문 물량을 확인하니 주문량은 각종 연장 서너 개가 끝이었고 바둑용품은 아예 없었다.


네브린에서도 네브린 남작이 주문 넣은 바둑용품 한세트에 각종 도기 그릇 세트와 각종 연장 20개 정도가 끝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이게 말이 돼?”


“우리 상단이야 늘 길거리에서 보따리 장사했지 거래처가 있는 건 아니었잖아요... 뭐 줄어들 수도 있죠... 그리고 그동안 네브린 남작령에서 많이 팔기도 했고... 같은 물건을 파는데 내구성이 좋으니 다들 오래 쓰는 거겠죠.”


“매출이 너무 떨어지잖아!”


“그렇게 떨어진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엘로의 입장에서야 그리 매출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이 주헌이 판매 권한을 가진 바둑용품에 있었다.


주헌은 바둑용품 판매 시 6실버를 롬멜 상단은 나머지 3실버 9쿠퍼를 제작비용 겸 수수료로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가뜩이나 운행도 줄어서 수익이 줄었는데 바둑용품이 하나도 없잖아!”


“네브린에 하나 있잖...”


“한 달 동안 주문 물량 하나로 먹고 사니?”


주헌이 엘로를 째려보며 때릴 듯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런데 굳이 바둑용품을 9실버 9쿠퍼 주고 누가 사겠어요... 흙바닥에서 하면 되는 걸 같다가... 정 안되면 와이스너 여관이나 플로라 주점에서도 할 수 있잖아요.”


엘로는 주헌의 주먹 쥠에 살짝 움찔하며 방어자세를 취하다 눈치를 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피자 사업을 새로 했으니 거기서 매출이 늘겠죠. 그것만 해도 먹고 살겠구만...”


‘그래! 피자!’


그렇게 주헌은 곧바로 엘로와 함께 버스를 타고 그리지로 돌아왔다.


덜컥!


주헌은 곧장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헐레벌떡 뛰어가며 와이스너 여관의 문을 열었다.


“어~ 왔...”


“누님! 피자 매출 좀 봅시다!”


“니?”


메이가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본론을 꺼낸 주헌.


주헌의 다급한 표정에 메이는 저도 모르게 급해지며 빠르게 장부를 가지고 나왔다.


“왜? 무슨 일 있어?”


“아... 아뇨. 잠깐 뭐 좀 확인하려고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장부를 연 주헌은 이번 달 피자 매출을 확인했다.


한 달 동안 판매된 피자의 총 판매 대금은 72골드였고, 재료 원가와 네브린 남작에게 갈 배당금, 와이스너 부부에게 줄 판매 수수료를 제외하면 순수익은 22골드에 불과했다. 4인 1달 생활비 정도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망했네...”


주헌은 모든 페이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계산은 정확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일반 회사원 월급 수준의 순수익을 가져갈 것이면 굳이 힘들이며 사업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문뜩 보이는 수치가 주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초반 피자의 매출은 급상승을 보이며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였다면 어느 순간부터 매출은 확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기간은 주헌이 마르지엘라 성국으로 가는 시기와 겹쳤었다.


“어! 누님! 이날부터 매출이 별로 없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주헌이 장부에 날짜를 손으로 가리키자, 설거지를 하며 슬쩍 쳐다 본 메이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버스 운행이 없어서 그런가? 주헌이 니가 휴가를 떠나고 나서는 손님이 뚝 떨어지더라구.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마차를 타고 몇명 오는 게 다였고.”


그제야 상황이 이해되는 주헌이었다.


주헌은 랫트 마을과 그리지의 부흥을 위해 이 두 곳에서만 피자를 팔기로 했다. 하지만 거기엔 필수불가결의 조건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해야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주헌의 버스가 필수였고. 초반에는 주헌이 주5일 운행하면서 많은 손님들이 그리지를 찾아 피자를 먹었다.


하지만 마르지엘라 성국으로 떠나면서 버스 운행이 아예 중단된 후로는 그리지에 방문하는 이는 급감소를 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마르지엘라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매출은 오름세가 되지 않았는가? 그것은 또 다른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쉽게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바로 마부들과 합의한 내용 때문이다.

주헌은 일이 커지는 게 싫어 운행 횟수를 주 1회로 줄이며 합의했던 것과 버스 이용료를 3실버에서 6실버로 2배로 올린 것이 피자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아...”


주헌은 머리를 헝클이며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한번 뱉은 말을 거둬들일 수는 없었다.


‘이거 네브린 남작님이... 원금 회수하는 거 아니려나 몰라...’


투자금 회수가 걱정이 되는 주헌이었지만, 일단 필립에게서 투자받은(거의 갈취) 800골드가 있었기에 마음은 조금 든든한 주헌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주헌은 매출 때문에 꿀꿀한 상황 속에서도 엘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이번에는 엘로뿐만 아니라 스템도 함께였다.


“스템도 이제 슬슬 운전해야 하니까 길을 외워야 돼. 일단 랫트 마을까지 가는 건 내가 할 거니까. 옆에서 잘 봐둬.”


주헌은 스템에게 바로 운전을 시킬 생각은 없었다. 면허를 딴다고 해서 다 운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일단은 옆에서 지켜보게 하면서 눈에 익히게 할 생각이었다.


“랫트 마을은 처음이죠?”


“그렇슴다! 수인 마을에는 처음 가봅니다!”


“우리 랫트 마을이 얼마나 공기가 좋고, 경관도 좋고, 그리고 명물인 치즈에 피자에 거기다가...”


“산 깊숙한 곳에 있고, 절벽에 집이 있고... 뭐 그렇지.”


엘로는 자기 마을 자랑을 하면서 자부심을 뿜뿜 내뿜고 있었는데 주헌이 끼어들며 찬물을 끼얹었다.


엘로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곧 터질 것 같은 폭탄처럼 시뻘게졌다.


“뭐 그런데 정말 경관도 좋고, 공기도 좋고, 마을 사람들도 다들 착하고 애들도 귀엽고 근처에 있는 호수는 진짜 최고지.”


“그쵸, 그쵸! 우리 마을만큼 여행하기 좋은 곳이 없다니까!”


하지만 뒤이어 나온 주헌의 칭찬에 다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맞장구치는 엘로였다.


“오~ 정말 기대됨다!”




***



“어머! 이리 귀한 분이 또 오셨네. 여보 오늘은 그걸 먹어야겠어요.”


엘로의 어머니가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아! 그거 말이지? 내 당장 들고 오지!”


‘또 시작이군...’


랫트 마을에만 오면 시작되는 지옥.


그건 바로 치즈 지옥이다.


“와~ 이렇게 환영해 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귀한 음식까지 대접해 주신다니 이거 죄송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슴다!”


주헌은 아직 치즈 지옥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순수하게 기대하는 스템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잠깐 짓고는 자신은 워커에게 볼일이 있다며 자연스레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 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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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화 입학식 24.06.12 23 1 13쪽
94 94화 그리지에 도착한 새로운 인부들 24.06.10 20 0 12쪽
93 93화 에피의 단식투쟁 24.06.10 20 2 10쪽
92 92화 한순간에 변태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24.06.08 24 1 12쪽
91 91화 젖소 수인 24.06.06 22 2 12쪽
90 90화 감히 공금을 횡령해? 24.06.05 2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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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인구를 늘리면 되겠네! 24.05.30 24 1 12쪽
85 85화 내기 오목은 위험해! 24.05.29 2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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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비싸면 빌려주면 되지! 24.05.25 22 0 12쪽
» 81화 어? 매출이 왜 이래? 24.05.23 27 2 11쪽
80 80화 운전 면허 시험의 결과는? 24.05.22 28 3 13쪽
79 79화 운전 교육 24.05.20 28 2 12쪽
78 78화 운전 면허 코스를 만들자! 24.05.19 2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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