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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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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30 19:45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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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글자수 :
561,751

작성
24.06.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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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9화 교황청의 치부 (3)

DUMMY

99화 교황청의 치부 (3)


“필립 님?”


로아나가 나가고 나서도 한동안 사색에 빠져 대답하지 않는 필립에 조금 답답했던 주헌이 그를 불렀다.


필립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몸을 움찔거렸다.


“아... 예. 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숨길 수도 없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조금 어둡다 보니 바깥에서 얘기를 드리기에는 좀...”


필립이 주변의 살피며 머뭇거리자, 주헌은 알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필립을 데려갔다.


그렇게 주헌의 집에 단둘이 되고 나서야 필립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와이스너 부부의 딸은 성직자 교육을 받고 있을 겁니다.”


“성직자 교육이요?”


“와이스너 부부의 딸이 세례에서 여신의 선택을 받았겠지요. 여기서 선택이란 구원자이신 주헌님처럼 신탁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세례에서 스킬을 부여받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스킬을 부여받은 경우, 무조건 성직자 교육을 받아야 하며 그 기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주헌은 필립의 얘기를 들으면서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친 마부는 무엇이며 그의 증언은 또 뭐란 말인가?


주헌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필립은 주헌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성직자 교육의 경우는 강제적입니다.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이어졌기에 모든 이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주헌은 계속 쓸데없는 말을 하는 필립이 답답했다.


“그게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이란 거죠? 성직자 교육을 받고 있으니 기다려라, 그 말입니까? 결국 같은 성직자라고 옹호하시는 건가요?”


“절대 아닙니다!”


필립은 양손으로 강렬히 손사래를 쳤다.


“그렇다면 지금 말하고 싶으신 게 뭐죠?”


“후. 실제로 이번 경우처럼 교육 도중 도망친 이들이 있었습니다. 반 세기가량의 성직자 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봤습니다. 하지만 그들 전부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필립은 인상 쓰며 주헌에게 되묻고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주헌은 마른침을 삼키며 필립의 입만 바라봤다.


“둘 중 하나입니다. 죽거나... 다시 교육을 받거나.”


“겨우 교육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이기까지 한다고요?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성인식에 보낸 자식들이 죽는 걸 부모들이 그대로 놔둡니까?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요?”


주헌은 어처구니없는 이유에 어이가 없었다.


“교육의 종류는 많습니다. 보통은 마르지엘라 여신의 교리를 공부하고 마르지엘라 성국의 역사 등을 배웁니다만... 도망쳤던 이들과 세례에서 스킬을 부여받은 일부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필립이 말끝을 흐리며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경우는?”


주헌은 필립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필립은 그런 주헌의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눈을 질끈 감으며 말을 이었다.


“시련이라는 이름하에... 교황과 그... 잠자리를...”


‘이런 정신 나간 놈! 그래서 도망쳤던 거였어!’


주헌은 빨리 이 사실을 알리고 마르지엘라 성국으로 향해야 한다는 생각에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필립은 그런 주헌의 팔을 잡으며 막아 세웠다.


“구원자님 상황은 이해합니다만, 이 일은 너무도 위험합니다.”


“그럼, 가만히 놔두자는 말입니까? 험멜 형님과 메이 누님은 가족 같은 사이입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얘기를 다 들었는데 모른척하고 가만히 있으라고요?”


“구원자님은 교황청의 무서움을 모르셔서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겁니다!”


필립은 평소와 다르게 언성을 높이며 처음으로 주헌에게 화를 냈다.


“제가 말씀드렸지요? 도망치면 죽거나 다시 교육을 받거나 둘 중 하나라고... 대부분 죽음이 두려워, 교육받는 것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죠. 예전 어떤 여자아이 하나가 도자기로 교황의 머리를 내려치고 도망쳤습니다. 지나가던 상인의 도움으로 작은 마을로 도망치는데 성공하긴 했습니다만... 얼마 뒤, 마을 주민 수백 명과 여자아이를 도운 상인, 그의 가족, 직원 그리고 여자아이 모두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정도면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흉악한 짓까지 저질렀는데 모두 가만히 있었다고요?”


“아무도 그 일이 교황의 짓이라는 걸 모르니까요... 교황은 성기사단을 시켜 모든 증거를 불태우라 명했습니다. 이후 마을을 그대로 방치해두었고, 지나가던 모험가들이 경비대에 신고를 하고서야 이 일은 알려졌고, 교황은 끔찍한 도적떼들의 짓이라고 발표하며 부랑자를 잡아 도적떼로 몰아 처형했습니다. 그렇게 일은 일단락됐고요...”


이것은 필립이 말하는 경고였다. 교황청과 얽혀봐야 좋을 게 없다는.


“구원자님께서는 여신님이 주신 숭고한 임무에 집중하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그리지 마을 전체가 위험해 질 수도 있습니다.”


주헌은 화가 나기는 했지만, 필립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는 본인이 강력한 세력과 어찌 싸울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순수하게 사람들을 데려가면 험멜과 메이의 딸이 돌려줄 거라 생각한 것이 참 멍청하게 느껴진 주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일을 방관할 수는 없었다.


‘일단 마르지엘라 성국에 대해 잘 아는 필립과 로아나의 도움은 무조건 필요하다. 정 안되면 로아나의 반교황파의 도움을 받기라도 해야 하는데...’


주헌은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서든 둘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민했다.


“그러니... 이 일은 이쯤에서 접어 두시는 걸로...”


‘아... 안돼! 에이 몰라!’


“오... 오! 온다! 온다!”


주헌은 발작하듯 몸을 부들부들 떨며 뒤집힌 눈으로 외쳤다.


“구... 구원자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럽게 발작하는 주헌의 모습에 당황한 필립이 곧장 일어나 주헌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필립이 다가오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한 주헌이 발작을 멈추고 눈을 부릅뜨며 필립의 멱살을 잡아 당겼다.


“으악! 왜, 왜 그러십니까 구원자님!”


“필립! 실망이구나!”


주헌은 일부러 가성을 이용해 여성의 목소리를 냈다.


“???”


“난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느니라! 시련이라니! 시련이라니! 난 그걸 알고도 기회를 주었건만 감히 네가, 네가~! 커헉 컥”


주헌은 조금 더 연기를 해볼까 하다가 더 이상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었기에 곧바로 빙의가 풀린 척 쓰러졌다.


“구원자님! 구원자님! 괜찮으십니까?”

“푸하! 하... 하...”


주헌은 쓰러져있다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숨을 몰아쉬는 연기를 했다.


“바, 방금 여신님을 뵈었습니다.”


“예? 그게 무슨?”


빠른 시간에 여러 가지 일을 겪은 필립은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여신님께서 많이 분노하셨더군요. 잠시 제 몸을 빌린다고 하셨습니다...”


주헌의 말에 방금 있었던 상황이 기억난 필립은 미간을 짚으며 ‘설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군. 그렇다면...’


“잠시 여신님께 몸을 빌려드리고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여신님을 뵈었습니다. 그런데 여신님께서 새로운 이를 구해주시겠다고 말씀하시고는 사라지셨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요. 혹시 짐작되시는 게 있으신가요?”


필립은 주헌의 말을 듣자마자 아까 빙의된 주헌이 ‘난 그걸 알고도 기회를 주었건만 감히 네가, 네가~!’라고 말한 게 떠올랐다.


‘여신님께서 나를... 나를 버리시는 건가? 안돼. 그건 절대 안 되지! 신탁을 받아 구원자를 보좌한 이로 역사에 남아야 하는 내가 이리, 이리 버려지는 건!’


필립은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불안한 마음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효과가 있나 보군.’


“뭐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여신님께서 새로운 이를 보내주신다고 하니... 뭐 그 분과 같이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필립 님. 뭐... 교황청에 대한 정보를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돌아가시지요.”


주헌은 일부러 무표정으로 무심히 얘기했다.


‘아... 안 돼!’


“죄... 죄송합니다. 구원자님.”


필립은 이렇게 버려지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기에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여신이 구원자를 보좌할 이를 새로이 찾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이 구원자를 보좌하는 이였으니, 그 사이에 성과를 보이면 사랑과 용서를 관장하는 마르지엘라 여신이 용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 이건 여신님의 숭고한 임무도 아닙니다만? 그리고 교황청은 위험하다고 하셨잖아요? 무리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신님께서 도움이 되는 더 유능한 이를 보내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찌. 저 보다 유능한 이가 있겠습니까? 제가 마르지엘라 성국에서 성직 생활만 50년을 넘게 했습니다. 현재 교황의 어릴적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스승이었다라.’


“좋습니다. 새로운 이가 선정될 때까지는 필립 님과 함께하는 걸로 하죠.”


“하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필립은 눈시울을 붉히며 무릎을 꿇은 채 주헌에게 구원의 손길을 받은 양 그의 손을 어루만졌다.




***



다음 날.



주헌은 아침 일찍 짐을 챙기고 엘로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엘로는 나름 네브린 남작령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인이기도 했고, 네브린을 방문하는 타지역 상인들과도 상호교류가 생기면서 점점 다른 지역에서도 인지도가 생기고 있었기에 교황청에서 쉽사리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역시 인간은 추악하네요.”


주헌에게 모든 얘기를 들었던 엘로가 버스에 짐을 놓으며 말했다.


“모든 인간이 다 그런 건 아니야. 그저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 수인도 마찬가지 아니야?”


“우리 수인들은 그렇게까지 추악하진 않다고요. 그나저나 전 세계의 신뢰를 받고 있는 마르지엘라 성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니... 참... 지금 생각해도 믿기가 어렵네요.”


“그게 다 권력에 미쳐 그런 거 아니겠냐...”


돈과 권력 이 두 가지만 있어도 솔직히 못 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것에 기대어 불법적인 행태가 벌어지는 것에 주헌은 현실 세계나 이세계나 더러운 것은 똑같다고 생각하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고... 제가 좀 늦었나 보군요. 죄송하게 됐습니다.”


필립이 뒤늦게 버스에 올랐다.


“아뇨. 저희도 방금 왔습니다... 그런데 옷차림이 왜?”


필립은 이미 성직자를 은퇴했음에도 사제복을 입고 버스에 올랐다.


“은퇴했지만 이 사제복이 마르지엘라 성국 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전관예우 문화가 여기도 있구나.’


“에이 은퇴하면 끝이지. 무슨 도움이 돼요? 괜히 은퇴한 사람이 사제복 입었다고 가자마자 잡히는 거 아녜요?”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네.”


“뭐요! 지금 나 무식하다고 하는 거죠?”


필립의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화난 엘로가 생전 본적 없는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달려들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아니 오해하지 말게. 내 말은 마르지엘라 성국의 문화를 배워두란 말이었어. 마르지엘라 성직자 계급은 총 7개로 나뉜다네. 수도사와 수녀가 있고 그 위로 부제, 사제, 주교, 대주교, 추기경, 교황이 있지. 정식 서품을 받는 부제부터 사제복에는 십자가 자수가 1개씩 새겨진다네. 그리고 큿흠. 여길 보면 알겠지만 난 십자가 3개가 새겨져있다네.”


필립이 헛기침을 하며 십자가가 새겨진 가슴팍을 거의 들이밀다시피 당당히 앞으로 내밀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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