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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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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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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09.0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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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레퀴엠(58)

DUMMY

Episode 57 - 파괴자 10



도민호가 하진명을 내려다보며 오라를 뿜어냈다.

흩뿌려지는 사악한 기운에 진명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믿을 수 없었다.

'뭐냐, 이건? 이렇게 악랄하기 짝이 없는 계수가 도민호의 힘이라고?'


민호는 고개를 옆으로 약간 돌리며 웃음기 가득한 미소를 선보였다.

-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힘의 원천이 달라졌어도 저는 백조전대의 제1지휘관 도민호. 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니."

진명의 육체에서 푸른 빛의 형상이 위로 솟구친다.

조금씩 거대해지며 가루의 형태를 띄고 있는 계수들이 뭉쳐져 거대한 불사조를 만들어냈다.


"너는 지금 도민호가 아니라, 그저 올로소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일 뿐이다."

진명은 엄지를 접고 검지와 중지만을 펼친 손가락 모양을 민호에게 조준했다.


그의 검지 부분이 파란 불꽃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익!!!!

공중에 떠있는 불사조가 민호에게로 돌진했다.

뜨거운 열기의 화염을 잔상처럼 남기며 눈앞의 목표물을 향해 다가간다.


민호는 오른손을 들어 검은색의 계수 방어막을 설치했다.

곧 원형으로 파이를 넓혀가는 민호의 방어막과 진명의 불사조가 격돌했다.

황무지같은 대지로 검은 계수의 스파크와 불사조의 푸른 불꽃이 떨어졌다.


"거기서 뭐하는 겁니까, 어서 가세요!"

진명이 고개를 돌려 화람에게 말했다.

화람은 걱정되는 얼굴로 손을 내밀다가 이내 결심한 듯 주먹을 쥐었다.


"조심해."

화람은 뒤를 돌아 싱크홀 안으로 몸을 던졌다.

진명은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예, 곧 뒤따라 가겠습니다."


진명의 말을 뒤로 다른 세 사람이 차례대로 싱크홀에 몸을 던졌다.

"자, 그럼."

그는 눈을 돌려 도민호에게 말했다.

"선수끼리 제대로 한 번 놀아보자고."


충돌된 불사조와 도민호의 방어막이 동시에 깨지며 주위로 파편이 흩날렸다.

- 어리석긴.

민호가 가늘게 뜬 눈으로 진명을 향해 기백을 발산했다.


검은색으로 요동치는 오라가 몸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몸이 떨린다, 마치 전기충격기를 맞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기분 나쁜 감촉에 진명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


겉의 제복 망토를 벗어던지며 그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다리 부분에 계수를 응집시키니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민호의 앞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진명은 오른손에 계수를 모아 주먹을 날렸다.


민호는 몸을 숙여 피한 후 들고 있던 단검을 손으로 휘둘러 진명의 복부를 찔렀다.

팅-!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파란 계수 덩이가 작게 발현되며 민호의 공격을 막아냈다.


"조각 방어술이라고는 알고 있지?"

진명이 민호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퍼엉- 터지는 소리와 함께 민호의 육체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조각 방어술.

보통의 일반적인 대형 방어막과 달리 한 부위에 집중되는 공격을 막기 위해 시전하는 작은 방어술의 일종이다.

펜싱술처럼 찌르는 검술이 특징인 이들의 하드 카운터 방어기이며, 방어벽이 작은 만큼 밀도가 높아 튼튼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진명은 민호에게 노려졌던 복부 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자칫 밀도를 더 높이지 않았으면 뚫릴 뻔했다, 예상보다 더욱 날카로운 단도야.'


도민호의 손에 들려있는 단검에 시선이 꽂힌다.

원래는 가지고 있지 않던 무기였다.

그도 그럴것이, 민호의 장기는 장검술과 더불어 무투파의 스타일을 지녔기 때문이다.

'뭐, 누가 준 것인지는 안봐도 뻔하지만.'


- 후우.

민호가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섰다.

주위로 조금씩 퍼져나가는 검은 계수가 대지로 스며들더니 수십 개의 레이저 형태로 발사된다.


"음!"

진명이 곧바로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오로지 단일 대상으로 조준되는 계수포.

한 발도 아니고 두 발도 아닌 수십 발의 연속 공격이다.


밀도 높은 강력한 레이저가 진명의 몸을 여러 번 스치고 지나갔다.

진명은 날아오는 공격을 오로지 눈의 감각만으로 보고 피했다.

'이렇게 빠르면서도 강력한 계수포를 수십 번 연속으로 내지를 수 있다니!'


그는 민호의 계수 공격을 피하면서 바닥에 손을 꽂았다.

콰직- 하며 대지가 갈라짐과 동시에 거대한 방어벽이 생성된다.

민호의 계수포가 진명의 방어벽에 가로막혀 폭발했다.


귀를 간지럽히는 폭음과 함께 민호의 모습이 사라졌다.

'젠장, 놓쳐버렸다.'

적의 움직임을 놓쳤다는 것은 크나큰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는 실수였다.


날아오는 계수포가 잠잠해지자 진명은 눈을 감았다.

'흐름을 느껴야 해, 주위에서 흘러오는 어둠의 힘을......!'

분산된 집중력을 한곳으로 모아 흐름을 찾기 시작했다.


샤라락.

바로 옆에서 느껴졌다.

진명의 몸이 흠칫하며 눈을 떴다.

이미 민호는 그의 옆에 바짝 다가와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진명을 향해 공격하는 민호.

진명은 반사신경을 이용하여 자세를 낮추고 팔을 웅크렸다.

쾅-!


보랏빛으로 발현된 조각 방어술이 민호의 주먹을 막아냈다.

그러나.

바로 반대편 주먹이 다가온다.

그것도 검은색의 거대한 형상과 함께.


민호의 주먹이 진명의 육체에 닿았다.

콰과과과과과과곽!!!!!

엄청난 충격파가 발현되며 진명이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는 대지에 몸을 몇 번 구르며 피를 토해냈다.


"쿨럭!"

통증이 느껴졌다.

희미해진 진명의 시야에 민호의 형상이 들어온다.

보인다.


상체의 주위로 모습을 드러낸 검은 괴수의 형체가.

회색의 눈빛으로 진명을 노려보는 멸의 악마가.

이번에는 검은 화염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는 악마가 보였다.


검은 괴테.

뜨겁다.

육체가 화탕지옥에 담겨진 듯 전신에 화상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장마저 두근거렸다.


진명은 엎드려진 몸을 간신히 일으켜 심호흡을 했다.

"후우......, 분명히 이런 애는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의감에 가득찬 민호의 얼굴이 기억났다.


무뚝뚝하지만 항상 주변 이들을 과묵하게 챙겨주던 백조전대의 지휘관 도민호.

그는 단 한 번도 반항이나 건방진 말대꾸를 뱉은 적이 없는 에이스 헌터였다.

그런 그가, 지금은 악마가 되어 진명의 앞에 섰다.


과거에 비해 더욱 강력해진 어둠의 힘을 손에 넣은 채.

차르카 올로소라는 주인을 받들며 선을 공격하고 있다.

"그래, 인정한다. 많이 강하긴 하네."

맞아보니 알 수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 이제야 알았군요, 지금이라도 알아차려 다행입니다.

진명이 코웃음을 쳤다.

"참 나, 뭐 그 녀석에게 세뇌라도 당하면 다 저렇게 파워업 하는 거냐? 그럼 나도 한 번 당해보자."


농담처럼 뱉은 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어떤 기이한 주술을 걸어놨길래 사람의 힘을 저렇게 극도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인가.

"뭐, 그건 곧 알게 되겠지."


그는 먼지를 털며 하체에서부터 상체로 계수를 끌어모았다.

노란 결정들이 속속히 집결되며 엄청난 에너지가 주위로 분산되었다.

-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 겁니까?


원래도 웃음기 없는 민호였지만 이번에는 정색을 드러냈다.

알 수 있었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지금 진명의 육체에서 분산되는 계수의 양은 실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 어째서 지금까지 제대로 싸우지 않았던 겁니까?

민호의 질문에 진명이 웃으며 대답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상대하면 재미없을까봐."

자신감 가득한 그의 목소리에 열이라도 받았는지 민호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분노했다.


- 그럼 그 자신감, 언제까지 유지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민호가 주먹을 꽉 쥐자 괴테의 손에서 불빛이 거세게 타올랐다.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진명이 먼저 발을 떼어 움직였다.


그는 앞으로 돌진하며 두 손을 모아 계수포를 발사했다.

파앙- 소리를 내며 밀도 높은 계수포가 민호의 괴테 주먹에 닿았다.

조금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위력을 선보이는 진명을 향해 민호가 웃어보였다.


- 그래, 이래야 재밌지!


------


강남의 지하, 싱크홀 아래.

일행들은 모두 바닥으로 안전하게 착지한 뒤 심호흡을 했다.

"공기가 많이 답답하네요."

정혁은 손을 쥐어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몇십 미터 지하 아래로 내려왔으니 호흡이 어려운 것도 당연하지. 괜찮아, 곧 적응될 거야."

퀘퀘한 먼지더미가 공중을 날아다니는 감촉이 느껴졌다.

화람은 계수를 발현시켜 공중에 띄웠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덩어리에서 불빛이 발현되어 주위를 환하게 밝혀냈다.

흙더미와 함께 좌우로 이어지는 두 개의 통로가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윤 설은 몸을 돌리며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뭐야, 무슨 길이야 이거?"

"역시....., 이건 누군가가 임의로 만들어낸......"

화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섬뜩하게 뻗어있는 암흑의 통로를 응시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들어 정혁과 윤 설을 바라보았다.

"둘둘로 찢어져야 할 것 같은데."

화람은 그렇게 말하며 오른쪽 통로를 검지로 가리켰다.


"나와 남궁지우 지휘관이 이쪽으로 가도록 하고, 최정혁, 윤 설 지휘대원이 왼쪽으로 가도록 해."

"아, 지휘부대장님."

지우가 화람의 손을 내리며 말했다.


"섞어서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저와 최정혁 대원이 왼쪽 통로로 가고, 지휘부대장님과 윤 설 대원이 오른쪽으로 가심이......"

하지만 화람은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오른쪽 통로를 응시했다.


"너와 내가 저기로 가야해."

덩달아 지우 역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그렇습니까?"

"......."


느껴졌다.

치원이 다른 계수의 기운이.

적호학사관의 총 지휘부대장인 그녀조차도 짐작이 가지 않을 만큼의 양이었다.

확실해졌다.


'저기 있다, 분명히.'

화람은 올로소가 오른쪽 통로에 있을 거라 확신했다.

'아직은 최정혁과 윤 설이 이 무대를 밟기에는 너무 일러, 내가 해야해.'

그녀는 두 주먹에 힘을 꽉 쥐었다.


투기 가득한 오라를 발산하며 오른쪽 통로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참."

화람은 멈춰 서서 주머니에 있는 소형 레이더 두 개를 정혁에게 건넸다.


"이거 가져가, 내 레이더랑 신호가 연결되어 있어서 중앙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나에게 신호음이 올 테니까."

정혁은 윤 설에게 레이더를 하나 건넨 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 감사합니다!"


"조심해."

화람과 지우는 걸음을 옮겨 끝없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우리도 이제 출발할까?"

윤 설의 말에 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혁은 몸을 잠식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왼쪽 통로로 걸어갔다.


------


서울의 어느 지하.

"크,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올로소가 자리에서 일어나 폭소했다.

"그래, 걸려들었군! 내가 파놓은 함정에 보기 좋게도."


그는 미치광이의 살인 미소를 지으며 허공에 대고 외쳤다.

- 그래, 모두 환영한다! 쥐구멍에 온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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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레퀴엠(52) 23.08.30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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