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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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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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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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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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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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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37)

DUMMY

Episode 36 - 위기



- 너, 저 사람 싫어하잖아.

순간 재승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푸, 푸하하하! 내가? 싫어한다고? 최정혁씨를?"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재승은 복부를 잡은 채로 폭소했다.


"뭐야, 왜 웃고 지랄이야?"

태훈이 노려보며 묻자 그제서야 재승이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아니, 미안. 너무 웃겨서 키키킥. 너한테는 내가 정혁 씨를 싫어하는 걸로 보였구나?"


'뭐지, 내가 착각한건가?'

태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재승에게서 시선을 뗐다.

생활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둘 사이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일이분이 지속된 후 재승이 정적을 깨버렸다.

"야, 조태훈."


"왜?"

재승이 걸음을 멈췄다.

그는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태훈을 뒤에서 노려보고 있었다.

- 어떻게 알았냐?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


생활관으로 돌아온 정혁이 물병의 물을 목으로 들이켰다.

"후우, 이제 살 것 같네."

"그래서 오늘 운동은 열심히 하셨고?!"

불쑥 튀어나온 윤 설이 뜬 눈을 가늘게 만들며 물었다.


"우왓, 그렇게 인기척도 없이 오지 마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유산소만 했어요, 오늘은."

윤 설이 엄마 미소를 지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실까, 누구 따라잡을 사람이라도 있나?"


노골적인 그녀의 질문이었지만 정혁은 덤덤하게 말했다.

"누나요."

"어, 어?"

땀이 삐질거리며 흐르는 윤 설의 표정이 뻣뻣하게 굳었다.


"적어도 신체 능력은 누나 정도가 되어야 할 것 같더라구요,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 모두가 육체에 대한 지적을 했었어서."

"근데 왜 나를 목표로 잡은 거야, 아마 이곳에는 나보다 육체 스펙이 강한 사람은 넘쳐날텐데."


정혁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윤 설은 나 참, 이라며 헛기침을 뱉고는 자신의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나도 할게."

"네?"

정혁이 뒤돌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도 한다고, 네가 하고 있는 운동."


그녀가 상체를 일으켜 진지한 표정으로 정혁을 노려본다.

고양이 눈매를 가진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정혁이 시선을 돌려버렸다.

"아, 알았어요. 그런데 왜요? 갑자기 생각을 바꾸신 이유가 있어요?"


"아, 별 건 아니고. 너한테 따라잡히고 싶지는 않아서."

그것 참 대단한 이유네요.

'그래도 같이 운동하기에 외롭지는 않겠네.'


정혁은 샤워 바구니에 바디워시와 샴푸 등을 챙겼다.

"저 좀, 씻고 올게요."

생활관을 나서 샤워실로 걸음을 옮겼다.


브라운 계열의 우즈 재질 문을 열어 제끼니 수증기가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샤워장의 거친 물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있나보네.'


정혁은 탈의를 한 후 캐비닛 옆에 위치한 거울로 이동했다.

확실히 발현자가 된 후 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 체감이 되었다.

'근육도 많이 붙었고, 복부 쪽에도. 예전이랑은 확연하게 달라졌네.'


지나가는 5살 짜리 아기가 봐도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확실히 비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좋아, 열심히 해보자고.'

그는 파이팅 넘치는 다짐을 한 후 바구니를 들고 샤워장 안으로 들어갔다.


'누가 있네?'

정혁은 샤워장 구석탱이 자리에 서서 샤워기 꼭지를 돌렸다.

뜨거운 물이 머리를 적셨다.

하루의 피곤함이 단번에 날아가는 느낌.


정혁은 샤워장 거울에 손을 얹은 채 머리를 숙여 한참 동안이나 물을 맞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시간만큼은 아무런 제약도 불안감도 없으니.


"최정혁."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혁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두 부스 정도 떨어진 곳에서 조태훈이 정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ㄴ, 네?"

각짐과 동시에 근육이 도드라진 몸매.

완벽한 여섯 갈래의 복근.

수증기에 의해 약간 가려있어도 선명하게 보이는 몸체였다.


"혹시 저 보신 적 있으세요?"

태훈의 물음에 정혁이 눈알을 위로 올렸다.

기억을 더듬어본다.

'누구지?'


그렇게 몇 초 뒤.

"아, 아까 취사장에서! 맞으시죠?"

"......"

태훈은 아무런 말이 없다.

'에, 뭐지? 내 말, 못 들으신 건가?'


정혁은 머쓱해하며 머리에 샴푸를 묻혔다.

"조심하는 게 좋아."

태훈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정혁이 움찔거리며 반응한다.

"네? 어떤 걸 말이에요?"


"송재승 말이야."

그는 몸에 묻은 바디워시 거품을 씻어냈다.

"조심하라고."

'재승씨를 조심하라고? 어째서?'


태훈은 정혁을 뒤로 하고 샤워실을 나갔다.

그는 문 앞에 멈춰 서서 정혁을 향해 한마디를 더했다.

"진짜 충고삼아 하는 말이야, 그 녀석이랑 가깝게 지내지 않는 게 좋아."

태훈은 정혁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가버렸다.


"어......, 뭐지?"

그는 멍하니 서서 샤워기에서 흐르는 물을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


정혁은 샤워를 끝내고 나와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뭐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샤워를 30분이나 했네."

누워있던 윤 설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응? 왜 저래?"

윤 설은 그저 얼빠진 채로 침대에 주저앉는 그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초점이 어디를 조준하고 있는지 모른 채 태훈의 조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재승씨를 왜 멀리하라는 거지? 친근하게 대해주시고 진심어린 조언도 해주시는 착한 분이신데.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가?'


"야, 최정혁."

윤 설이 계속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뭐야, 진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정혁에게로 다가간다.


손가락을 몇 번 딱딱 거리더니 정혁의 이마에 딱밤을 꽂아버린다.

빠악--!!

순간 머리가 뒤로 젖혀진 정혁이 이내 이마를 잡고 고통을 호소한다.


"아아아아악!! 아프잖아요, 왜 갑자기 때리고 그래!"

순간 절로 반말이 튀어나왔다.

"얼씨구,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도 안하고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던 게 누군데. 정신 하나 못차리고 있길래 한번 먹여줬다!"


"에, 제가 그랬어요?"

"으휴."

윤 설은 한숨을 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샤워장 다녀온 뒤로 얼굴도 멍하고, 그냥 잡생각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몇 분 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아......"

정혁의 머릿속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조태훈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누나한테는 말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모른 채로 있는 게 더 나을까?'


두 가지의 선택지를 고르는 데에 있어 머리가 아파왔다.

윤 설이 다시 한 번 딱밤을 때린다.

빠악--!!

"아아아아아아악!!!"


맞은 곳을 또 가격당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고통이 두 배로 찾아왔다.

"왜 자꾸 때려요!!!"

"네가 말을 안하니까 그렇지!"


'나도 말을 안하고 싶어서 안하는 건 아니라고요!'

딱밤의 고통이 사라지는 그 짧은 몇 초 동안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지만 결론이 났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 성급하게 말한다면 오히려 재승씨가 곤란해질거야.'


"그냥 내일은 어느 부분을 단련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적당히 둘러대버렸다.

이 정도로 과연 윤 설이 속을까, 했지만 딱히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진짜야? 흐흐흐!!"

윤 설은 광기의 미소를 지으면서 딱밤 모션을 취했다.

"아, 이 누나가 진짜!!"

이번에는 정혁이 윤 설의 손을 치워버리고 이마를 가격했다.


빠악-!!

있는 힘껏 힘을 준 후 때려버리자 무슨 뼈라도 부숴진 것 같은 소리가 생활관 내에 울려퍼졌다.

윤 설은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졌다.


"어, 어.....?"

너무 세게 때린 탓일까.

그녀는 미동 없이 바닥에서 움찔거렸다.

당황한 정혁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누, 누나..... 괜찮아요? 너무 세게 때려버려서......!"


윤 설이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그저 어이없다는 듯 정혁을 노려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해보자는 거지?"

ㄴ, 네?


정혁의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윤 설은 딱밤 모션을 그대로 정혁의 이마에 갖다대었다.

"아, 그래. 한 번 죽어보자!!"

빡- 빠악! 퍽!


그렇게 한참동안 지속된 딱밤 승부가 끝이 났다.

"하아, 하아......, 이제 그만하죠, 진짜. 이러다가 구멍이라도 뚫리겠어요."

시뻘겋게 달아오른 이마의 정중앙에 혹이 생겼다.


"그래, 뭐......, 잠시 휴전하자."

윤 설은 터덜터덜 걸어가 침대에 몸을 맡겼다.

이마에 구멍이 뚫릴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지.

"정혁아."


"ㄴ, 네?"

"고민거리나 곤란한 일이 생긴다면 나한테 꼭 말해줘."

"아, 네......"

윤 설의 진심어린 목소리가 정혁의 가슴 한구석을 울렸다.


"우리 불과 며칠 전까지는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서로 믿고 의지해야지, 안 그래?"

윤 설은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채로 말했다.


정혁에게는 그녀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듯 들렸겠지만 뜻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윤 설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은 자세를 취했다.


"나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말들, 이제부터라도 너한테 계속 해줄테니까. 너도 그래야해, 알았지?!"

"어, 그게......"

그렇게까지 말하면 거절하기도 힘들잖아요.

"알았어요, 저도 그렇게 할게요."


정혁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윤 설은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며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렇게 자신감없는 목소리로 말하니까 믿음이 안생기잖아. 자, 약속해!"


안그래도 가녀린 손인데 새끼 손가락만 힐끔 뻗어져있으니 더욱 그래보였다.

"어서!"

윤 설은 미간을 찌푸린채로 정혁에게 닥달했다.


정혁은 무표정으로 윤 설의 얼굴을 바라보며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좋아, 약속한거다?!"

"ㄴ, 네."

이제서야 후련했는지 입꼬리를 올린 채 자신의 침대로 되돌아간다.


'아니, 이건 거의 반 강제 아니냐고요.'

그녀는 그런 정혁의 마음도 모른 채 곤히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까.


위이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잉-!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전대 내부를 휩쓸었다.

자고 있던 윤 설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섰다.

"ㅁ, 뭐야 이거! 무슨 소리야?!!!"


어리둥절한 것은 정혁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무슨 일이지? 적습인가?'


[ 아아, 지휘부대장이 알린다. 현시각부로, 전 대원 모두 복장 착용 후 A관 앞으로 집합할 수 있도록. 아아, 다시 한번 알린다. 현시각부로, 대원 모두 복장 착용 후 A관 앞으로 집합할 수 있도록. 이상. ]


곧이어 복도에서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도 나가야 되겠네요."

"빨리 가자."

정혁과 윤 설은 캡슐을 눌러 전투복을 꺼내 입었다.


복도는 뛰어다니는 지휘대원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모두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이, 가뜩이나 실전도 없는 날이었는데 이게 뭐냐!"

앞에서는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정혁과 윤 설은 빠르게 뛰어 A관의 앞에 도착했다.

대지를 가득 메운 병사들의 헐떡거림이 들려왔다.

인원들이 모두 모이고 얼마 뒤 조하나가 건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늦은 시간에 여러분들을 불러모은 이유는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심각한 이야기? 뭐지?"

"나도 몰라."

"야야, 그냥 닥치고 듣자."


소란스러운 부대원 뒤로 하나의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거두절미하고 짧게 말하겠다."

대원들의 긴장한 표정들이 역력하다.


"백마전대가 전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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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레퀴엠(57) 23.09.04 3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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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레퀴엠(52) 23.08.30 40 1 12쪽
51 레퀴엠(51) 23.08.29 42 1 12쪽
50 레퀴엠(50) 23.08.28 5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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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레퀴엠(39) 23.08.17 59 1 11쪽
38 레퀴엠(38) 23.08.16 58 2 12쪽
» 레퀴엠(37) 23.08.15 63 2 12쪽
36 레퀴엠(36) 23.08.14 6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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