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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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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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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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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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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56)

DUMMY

Episode 55 - 파괴자 8



"그래, 이렇게 된 거였구나......"

화람이 고개를 떨군 채로 말했다.

"백마전대부터 시작해서 박대한, 한태후, 천상호, 조하나, 도민호까지. 모두 이어져 내려오는 플롯이었어."


모든 퍼즐이 들이맞았다.

화람의 형체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루로 변질되고 있는 두 손을 바라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장난질도 적당히 쳤어야지, 이 씹새끼야."

기억의 조각들 사이에서 화람의 육체가 사라졌다.


------


30X 생활관.

세 사람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화람의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혁이 차고 있던 손목 시계의 시간을 체크했다.


"조금 오래 걸리네요."

"리빙 레코드는 기억의 파편을 찾아내야 하는 작업이 꽤나 필요한 마법이니까요, 오래 걸리는 것도 당연한 일......"

파아아앗-!


대한의 머리 부분이 노랗게 빛났다.

곧이어 노란빛의 계수 결정들이 튀어나와 화람의 육체에 스며들었다.

지우는 몸을 움찔거리며 말했다.

"끝이 났나 봅니다."


화람이 정신을 차리며 눈을 떴다.

"으으으......"

그녀는 머리에 손을 얹으며 두통을 호소했다.

"아, 머리 아파."


진명이 먼저 일어서서 화람의 팔을 잡아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어떠셨습니까?"

비틀거리며 다리를 일으키는 그녀가 몸을 휘청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무, 물......"

화람은 한 쪽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 좀 줘, 그리고 두통약도 좀."

"아,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지우야."

진명이 생활관을 나서려던 지우를 붙잡았다.

"네?"

"가는 김에 지휘관 한 명을 좀 불러줘, 어찌 됐든 이 쪽은 처리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지우는 문을 열고 생활관을 나섰다.


그렇게 몇 분 후.

네 사람은 401 생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화람은 지우가 가져온 두통약과 물을 한번에 삼켰다.


"하, 이제 살 것 같네."

두통이 조금 가시자마자 그녀는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듯 자세를 잡았다.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일행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화람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기억을 봤어, 다른 쓸데없는 것들은 집어치우고 제일 중요한 부분을 말이야."

"그 중요한 부분이라면......"


정혁의 물음에 화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건의 시발점인 백마전대의 전멸 사건이야. 물론 박대한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세세하게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어."


"그래서 어떻게 된건지 경위를 말해주십쇼."

진명이 부릅뜬 두 눈으로 손을 모았다.

화람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은 세 사람의 얼굴이 점점 사색이 되었다.

윤 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분노했다.

"아, 아니, 사람이 어떻게.....!"

"사람이 아니니까요."


정혁이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진절머리가 나.....!"

그는 무릎으로 얹은 손에 힘을 꽉 쥐었다.


화람은 상체를 숙여 머리에 손을 얹었다.

꽤나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처음부터 놀아나고 있던 거야, 그 놈은 다 알고 있었어. 자신이 만들어낸 시나리오 안에서 우리가 움직일 것이라는 걸."


"한순간에 장난감이 되어버렸네요."

생활관 내부에 어두운 정적이 흘렀다.

악마를 상대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생명체라는 단위에서 벗어난 악마를.


화람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이야기만 전해주려는 건 아니야."

그녀의 말에 일행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그게?"

진명의 물음에 화람은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좋은 소식은 있어. 아니, 알아낸 사실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뭔데요?"


화람이 안주머니에서 레이더를 꺼냈다.

그녀는 화면을 몇 번 두드린 후 홀로그램 창을 허공에 띄웠다.

파악- 하고 튀어오른 푸른 빛의 창에서 지도와 함께 붉은 점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는 강남 부근의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게 어디입니까?"

지우가 말했다.

화람은 홀로그램 창의 오른쪽 메뉴얼 버튼을 드래그하더니 화면을 확대시켰다.


"이전에 상급 부대에서 전언이 내려온 신 고농도 에너지에 대해 들은 적은 당연히 있겠지?"

화람이 모두에게 물었다.

진명은 제일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에너지에 대한 조사 공문을 받았었는데 직후 백마전대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무산이 됐었죠."

"맞아, 내가 지금 레이더에 표시한 지점은 몇 시간 전, 학사관에서 직접 내려온 신 에너지의 대략적인 위치야."


세 사람은 이해했다는 듯 화람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화면을 돌려 다른 창을 띄워냈다.

심장박동 센서 같이 굴곡이 져 있는 파동이 보였다.


얕은 곡선으로 시작하여 점점 큰 폭으로 휘어지는 힘의 파동.

화람은 그 창을 보여주며 말했다.

"자, 이건 이번에 하이퍼 위성으로 관측된 신 에너지의 강도야. 즉, 위력이란 말이지."


진명은 화람이 띄워준 창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 뭡니까 이게? H.P.A(Hyper Power Average)가 150을 초과하고 있다니요."

화람은 옆머리를 검지로 긁적거렸다.

"그래, 맞아. 엄청난 양이야. 이 정도라면 웬만한 도시급 병기를 뛰어넘는 수준이지."


"저, 저기."

정혁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H.P.A 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아, 맞다. 일반인 신분을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정부국 전대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잘 모를 수도 있겠네."


화람은 홀로그램 창을 처음으로 돌려 익스플레인(Explain) 창을 선택했다.

피융- 소리와 함께 H.P.A 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있는 화면이 등장했다.


"H.P.A 는 레이더에 관측되는 어떠한 힘에서 발현되는 에너지의 평균적인 양을 뜻해, 쉽게 설명하자면 아까 말했던 위력이라고 봐야 할까?"

'위력이라.....'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설명이었다.


"보통 크게 1에서 300단위까지 측정이 되는데, 1에서 5까지는 성인 남성의 기준으로 관측되는 힘의 파워, 6부터 10까지는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난 인간 정도. 그 이후부터가 발현자의 레벨 단계로 들어가."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다음 단계인 11부터 25까지가 일반 지휘대원의 수준.

26에서 40까지가 지휘관급의 수준 등, 수많은 단계가 존재했다.

'이거 한번에 다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체계적으로 분석된 데이터이다 보니 짜여진 표본이 확실히 많았다.

'그럼 내가 아직 일반 지휘대원 수준의 역량이니까, 최대 25 H.P.A가 내가 가진 힘이려나?'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구나. 하지만......, 그만큼 아직 강해질 부분이 많다는 뜻이니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하루에도 수십 번 하고 있지만.


어떻게 인간이 하루아침에 천부적으로 강해질 수가 있겠는가.

그것은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정혁은 두 손의 힘을 꽉 쥐었다.

'그래, 조급해하지 말자. 집착이라는 감정이 몸을 휩쓸면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리니까.'


그는 다시 고개를 올려 화람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어쨌든 대충 나뉘어진 단계는 이 정도고, 지금 하이퍼 위성에 포착된 에너지의 데이터가 평균 150 H.P.A 니까 국가급의 스케일인 것은 분명해졌어."


"그 말은 즉슨......"

지우의 말흐림에 화람이 골치 아픈 듯 혀를 찼다.

"그래,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단계라고도 할 수 있을 거야."

"상당하네요, 전언이 도착했을 때부터 어느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화람이 홀로그램의 창을 껐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레이더를 안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정부국도 이렇게 방대한 스케일이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을 거야, 애초에 하이퍼 위성에 처음부터 관측되었던 게 아니었으니까."


화람의 말에 정혁이 흠칫했다.

"저, 지휘부대장님."

"응, 왜?"

그는 오른손을 입술에 갖다 대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뜸을 들이는 정혁을 바라보며 화람이 얼굴의 각도를 약간 돌렸다.

"왜, 무슨 일인데?"

"아, 아니에요. 그저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싶어서."

정혁은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흔들었다.


화람은 턱을 약간 앞으로 빼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내용이라도 좀 들어볼까?"

"아, 그러니까 그게......, 카테고리가 몇 개 나왔었어요."

정혁은 손가락을 펼치며 엄지부터 차례대로 접기 시작했다.


"백마전대와 박대한씨, 천상호 전대장님, 조하나 지휘부대장님......"

그는 마지막 하나가 남은 새끼 손가락을 들여다보았다.

"연결고리가 정확하게 확립돼요. 발단, 전개, 위기, 절정의 순서까지."


윤 설이 고개를 개우뚱거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해를 못하겠어."

정혁은 그녀를 마주보며 설명했다.


"자, 잘 보세요."

그는 다시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펼친 후 엄지와 검지를 접었다.


"백마전대와 박대한씨의 사건, 이 사건들이 모두 올로소라는 자가 그렇게 부각하던 무대의 발단, 전개와 닮아 있어요. 쉽게 말하자면, 그 사람이 발단과 전개라는 과정의 각본을 위해 백마전대의 전멸과 박대한씨의 사건을 일으켰다고 봐도 되는 거죠."


정혁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이들의 입에서 약간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호오, 흥미는 있는 이야기인데? 계속해봐."

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지를 접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천상호 전대장님의 죽음이 이 작품의 위기 과정, 전대장님은 지위가 있으신 만큼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게는 확실한 제거 타겟이자 첫 번째 위기였을 거에요."


그리고 네 번째 약지가 천천히 접혔다.

"저희가 겪은 조하나 지휘부대장님의 정신 조작 사건이 절정, 본래라면 이 과정이 절정이자 결말이었을 거에요. 하지만 진명 대장님의 고군분투 덕에 무대의 끝을 완성시키지 못했죠."


화람이 알아차렸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 과정이 후로 미뤄졌다면 다음은......"

정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맞아요. 지금 백화람 총 지휘부대장님이 설명해주고 계시는 신 에너지가 바로......"


그의 노란 머리가 열린 창문의 바람에 흩날렸다.

- 마지막 결말에 대한 열쇠입니다.

화람이 발을 옮겼다.

그녀는 머리 맡에 어두운 그늘이 지어진 채로 정혁에게 다가갔다.


상체를 약간 아래로 숙여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딱!

"아, 아얏!"

정혁은 가격당한 이마의 중앙 부분을 손으로 가리며 통증을 호소했다.


"쓰읍, 아......! 갑자기 왜 때리시는 거에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듯 화람이 정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요, 우리 명탐정님."

정혁은 어이가 없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자, 잘했는데 왜 갑자기 딱밤을 때리시는....."

화람이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음?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 그냥 한 번 때려보고 싶어서?"

......., 미친 년인가?


화람이 상체를 들어 창문으로 이동했다.

"사실 알고 있었어, 그 에너지가 마지막 종착지라는 건."

진명은 이해가 되지 않은 듯했다.

"그럼, 왜 바로 말씀하시지 않은 겁니까?"


"아, 그건 뭐....."

화람이 곁눈질로 정혁을 노려보다가 해맑게 웃어보였다.

"비밀."

"하, 참. 지나치세요, 농담이."


지우가 한 쪽 눈을 치켜 뜨며 반박하자 화람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미안 미안. 그냥 한 번 시험해보고 싶었어."

"시험이요?"

"응, 그래."


'흠, 헥토마 펑션이라길래 기대는 했다만 이 정도의 인재일 줄은 누가 알았겠어?'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자, 어쨌든!"

화람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퍼즐은 다 맞췄으니 출발해보자고, 괴물 사냥."

그녀의 크게 뜬 두 눈에서 광기가 발산되었다.


- 이런 씹새끼같은 주인공은 세드 앤딩으로 막을 내려야 제맛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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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레퀴엠(58) 23.09.05 38 2 11쪽
57 레퀴엠(57) 23.09.04 37 1 11쪽
» 레퀴엠(56) 23.09.03 3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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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레퀴엠(54) 23.09.01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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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레퀴엠(52) 23.08.30 41 1 12쪽
51 레퀴엠(51) 23.08.29 42 1 12쪽
50 레퀴엠(50) 23.08.28 5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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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레퀴엠(37) 23.08.15 6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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