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1,896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08.20 21:39
조회
54
추천
1
글자
12쪽

레퀴엠(42)

DUMMY

Episode 41 - 괴물 2



- 이번에 사망한 인원 모두 목 윗부분이 잘려 나갔습니다.

하나가 뻣뻣하게 굳는다.

이제 그녀의 눈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알 수 없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감정이 분노, 슬픔, 경멸 중 어떤 것인지.

하나는 꾸벅 인사를 청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실례했습니다."


하나는 정처없이 야외를 걸었다.

그저 길을 따라, 도착지가 어느 곳인지도 모르는 평탄한 길을.

머리 안에 꾸깃하게 집어넣어져 있는 잡생각들을 모두 버렸다.


그렇게 몇 분을 방황했을까.

10분? 20분? 체감상으로는 1시간이 넘었을 것이다.

하나의 앞에 상호가 나타났다.


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그녀를 내려다본다.

하나는 상호의 가슴팍에 머리를 맞닿자 그제서야 걸음을 멈췄다.

경례 없이 그를 올려보았다.

하지만 눈의 초점이 흐릿해진 탓에 눈앞의 남자가 판별이 되지 않았다.


"저기, 죄송하지만......, 비ㅋ......."

"이제 알겠느냐?"

상호의 눈빛에서 기백이 발산된다.

하나의 몸이 움찔거린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죽이고 싶다면 죽이고, 고문하고 싶다면 고문하고, 그저 사람의 목숨을 놀이로 취급하는 인간들. 이것이 네가 마주한 결과물이다."

상호의 말에 하나가 반응하듯 몸에서 검은 색의 오라가 나타난다.


동공이 풀리고 다크서클이 진해진다.

상호는 그녀의 모습을 관찰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본 전대장이 지휘부대장인 자네에게 한 번 묻겠다."

두 사람이 뿜어내는 검은 오라가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지금 네가 가장 해야할 일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전대장의 말에 하나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다.

- 침략자들을, 보라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를 죽여버리는 겁니다.


천상호가 입꼬리를 올린다.

"그래 맞다, 조하나 지휘부대장."

그는 두 손을 하나의 어깨 위에 올려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유를 파괴한다는 것은 그에 맞는 대가를 불러오기 마련이지, 우리는 그 대가를 놈들에게 치루게 해줄 것이다."


사납게 변질된 조하나의 눈에서 어둠의 기운이 살며시 빠져나온다.

"뜻을 함께 하겠습니다, 전대장님."

그녀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말했다.


상호는 뒤를 돌아 전대로 이동하는 고급 차량에 탑승했다.

그는 창문을 내려 하나를 응시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오늘 하루만큼은 너의 자유를 인정해주겠다. 정각 12시전까지 네가 돌아다니고 싶은 곳들은 마음껏 다녀와도 좋다. 다만, 언제나 긴장은 유지해라."


상호의 말이 끝나자 차의 시동이 걸렸다.

검은 타이어 바퀴가 앞으로 점점 이동하며 그녀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하나는 오른손을 눈썹 가까이 붙여 경례했다.


그렇게 상호가 탄 고급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몇 초가 지났을까.

그녀는 주머니에 있던 은깃털장식을 꺼냈다.


이제는 부숴져 조각나버린 구닥다리 장식.

남들의 눈에는 무슨 이런 걸 가지고 있냐고 비난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숴진 장식이 하나에게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되었다.


하나는 제복 가슴팍에 달려있는 토끼장식을 떼어 바닥에 던졌다.

물수제비처럼 바닥에서 몇 번 튕겨진 장식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하나는 손에 든 깃털장식을 가슴팍 부분에 꽂았다.


이제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보라의 흔적을.

끝까지 간직하겠다 생각하며.

하지만 몰랐다.

이 사건이 그녀를 어떠한 비극으로 몰아넣을지를.


------


401 생활관.

"후우, 후우!!!"

정혁이 등에서 흐르는 땀을 무시한 채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197, 198....!!"

한 세트당 200개.

총 다섯 세트를 반복하니 이제는 힘에 부쳤다.


"자, 올라와! 이제 두 개만 더 하면 돼!"

윤 설이 카운트 기기를 손에 쥔 채로 버튼을 눌렀다.

딸깍- 딸깍-.

얼굴색이 빨갛게 변함과 동시에 팔에 힘이 빠지고 있다.


마지막 두 개를 끝내기 전, 정혁은 숨을 골랐다.

"쓰읍, 후우. 좋아!"

팔을 천천히 굽히고 펼친다.

"199!!!"

윤 설이 소리치자 정혁은 눈을 질끈 감음과 동시에 마지막 200개를 완벽하게 채웠다.


"200!!!"

"됐다!!!!"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팔 전체의 근육이 소멸한 듯 뜨거워졌다.


정혁은 뿌듯함과 동시에 도파민이 분비되는 듯 미소를 지었다.

"헤, 헤에......, 이젠 더 이상 못해요."

윤 설이 놀릴거리를 찾은 듯 입꼬리를 올리며 팔짱을 꼈다.

"무슨 소리야? 이제 다시 스쿼트 해야지."


정혁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진다.

"노, 농담이죠?"

"에? 내가 너한테 농담한 적이 있냐? 잔말말고 빨리 일어서서 준비해."

진짜 혹독하다.


정혁은 엎드린 몸을 반대로 돌려 대 자로 뻗었다.

"아, 진짜 진짜 못해요. 5분이라도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 누나는 무슨 내가 운동만 하는 기계인 줄 아나보네? 아오, 배째라! 배째!"

윤 설이 정혁의 옆구리를 살짝 걷어찼다.


빡-!

"아아악!"

옆구리가 가격됨과 동시에 고통이 찾아왔다.

정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오른손으로 가격된 부위를 문질렀다.

"이젠 뭐, 시도때도 없이 때리시네?!"


"그렇게 엄살을 부려서야 체력이 늘기나 하겠어? 어린애소리 내지말고 빨리 안 일어나?"

윤설이 정혁을 억지로 일으켰다.

"으아아아, 진짜 딱 5분만 쉬자고요!! 내가 안한대??! 지금 두 시간동안 1분도 안쉬고 팔굽이랑 스쿼트만 했잖아!"


"어어? 이게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반말이 나오네? 내가 언제 반말하라고 허락이나 한 적이 있었던가?"

사악한 웃음기가 정혁의 전신을 뒤덮으며 오싹하게 만든다.

"지, 진짜 마녀가 따로 없네."


정혁이 곤란한 듯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하나가 헛웃음을 지으며 입에 손을 갖다 대자 정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본다.

"왜, 왜 웃어요?"


"아니, 그냥 네 반응이 너무 웃겨서. 자, 여기."

하나가 단백질 에너지바를 건네며 말했다.

"장난 한 번 쳐봤는데 너무 격하게 반응하네. 일단 이거 하나 먹고 10분만 쉬자."


정혁이 머뭇거리다가 에너지바를 잡고 포장지를 뜯었다.

견과류와 시리얼이 대량으로 박혀 있는 먹음직스러운 비쥬얼이 눈에 들어온다.

크게 한 입 베어물자 쫀득한 식감과 함께 견과류와 시리얼의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오도독 씹히는 질감이 인상적이다.

"와, 에너지바가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내가 재승씨한테 부탁해서 하나 얻어왔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정혁에게 하나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움찔.

재승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정혁이 몸을 움찔거린다.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며 입으로 들어간 에너지바가 코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뭐야, 갑자기 왜그래?"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윤 설이 고개를 약간 돌리며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혁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남은 에너지바를 한입에 넣었다.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네.'

정혁이 멍하니 에너지바 포장지를 바라보고 있을 때.

"뭐해?"

윤 설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질문했다.


"아, 그냥 잡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정혁이 머쓱해하며 말하자 윤 설은 무언가 미심쩍은 듯 표정을 구겼다.

"자, 일어나. 이제 다시 스쿼트 100개."


"ㄴ, 네?! 이제 고작 몇 분 쉬었다고.....!"

"애 죽는 소리하지 말고, 어서 일어나!"

정혁이 마지못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윤 설의 지도아래 다시 한 번 지옥의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


백조전대 전대장실.


어두운 실내 공기 속 상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어색한 검은 정장을 벗어 제복을 입었다.

편안한 가죽 의자에 앉아 안주머니에 위치한 담배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금색의 지포 라이터가 띵- 하고 켜지며 회색 연기가 공중으로 흩날린다.

"후우....., 불가사의하군."

상호는 의미없는 말을 뱉으며 허공을 응시한다.


따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리자 상호가 몸을 돌려 수화기를 집어든다.

귀에 갖다대니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 이렇게 갑작스럽게 전화를 다시 걸어 미안하네, 전대장. ]

"......, 천대장 님이십니까?"

백룡천대 천대장.


[ 그래, 다름이 아니라 이번 백마전대의 전멸 사건에 대해 전할 말이 있어 급히 연락했지. ]

상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씀하십시오- 라고 읊었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전대장. 지금부터 전국 모든 전대지부는 신 에너지에 대한 조사를 보류하고 공력을 강화하는데에 집중한다. ]


천대장의 갑작스러운 전언에 상호가 몸을 움찔거린다.

"......,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천대장님."

[ 말 그대로일세. 신 에너지에 대한 조사를 보류하고 공력을 강화한다. ]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상호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천대장님......, 이번에 발견된 신 에너지는 침략자들을 몰아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 고농축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계획을 보류한다는 것은......!"


상호의 목소리가 격해지자 천대장이 급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 전대장. ]

"......"

[ 명령이다. ]


상호가 수화기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쥐었다.

"윗선의 결정입니까?"

허를 찌르는 질문을 내던졌는지 천대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 다음에 다시 연락주도록 하겠네. ]


뚜 뚜 뚜 뚜.

전화가 끊어졌다.

기분 나쁜 기계음 소리만이 상호의 귀를 쑤시기 시작했다.

상호는 기백을 발산했다.

액자가 흔들리고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흔들림이 느껴진다.


"뭐가 민주주의냐, 뭐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냐!"

어두운 계열의 힘이 발산되고 곧이어 상호가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소름돋는 말을 이었다.

- 이 세계는 멸망하는 편이 낫겠어.


샤라락-.

상호의 얼굴과 몸체가 변질된다.

거대한 육체를 가진 모습으로.

얼굴 이곳저곳에 흉터가 나 있으며, 눈동자는 사악하게 빛나고 있다.


완전히 다른 이의 모습이 되었다.

지금까지 모습을 비췄던 백조전대 전대장이 아닌, 사악함이 온 몸을 채우고 있는 악마.

그리고 ......


백마전대를 전멸시킨 인물이.


남자는 오른손으로 검은색의 구를 만들어냈다.

몇 센치미터 크기로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구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 오랜만이구나, 나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것은. ]

"급히 드릴 전언이 있어 부득이하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가주님."

여어쁜 목소리의 여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그래, 우리 사고뭉치께서 어떤 용무가 있는지 들어볼까? ]


"인간들이, 루난에 대한 조사를 멈추었습니다."

[ ......, 그렇군. 꽤나 의외인걸? 전대 하나가 전멸되어 더욱 똥줄이 탈 거라 예상했거니만. ]


"이제는 허락해 주십시오."

[ ......, 좋다. ]

구 속 여성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 이제부터 자네가 루난을 직접 조사하는 것을 허락해주겠다. ]


"감사합니다, 가주님."

남성의 소름끼치는 미소를 내보였다.

[ 실패는 용서치 않는다, 백상아리. ]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여성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백상아리는 오라를 주변으로 퍼트려 힘을 과시했다.

- 이제 제대로 놀아볼 수 있겠군, 크크크.


팬터마임의 단장 카리스미스의 괴물

차르카 올로소

이명 : 백상아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 레퀴엠(63) 23.09.11 34 1 12쪽
62 레퀴엠(62) 23.09.10 36 2 13쪽
61 레퀴엠(61) 23.09.09 36 1 11쪽
60 레퀴엠(60) 23.09.08 38 2 12쪽
59 레퀴엠(59) 23.09.07 33 2 11쪽
58 레퀴엠(58) 23.09.05 38 2 11쪽
57 레퀴엠(57) 23.09.04 37 1 11쪽
56 레퀴엠(56) 23.09.03 38 1 13쪽
55 레퀴엠(55) 23.09.02 38 1 12쪽
54 레퀴엠(54) 23.09.01 42 1 12쪽
53 레퀴엠(53) 23.08.31 40 1 12쪽
52 레퀴엠(52) 23.08.30 41 1 12쪽
51 레퀴엠(51) 23.08.29 42 1 12쪽
50 레퀴엠(50) 23.08.28 51 1 12쪽
49 레퀴엠(49) 23.08.27 44 1 12쪽
48 레퀴엠(48) 23.08.26 43 1 11쪽
47 레퀴엠(47) 23.08.25 43 1 12쪽
46 레퀴엠(46) 23.08.24 46 1 11쪽
45 레퀴엠(45) 23.08.23 53 1 12쪽
44 레퀴엠(44) 23.08.22 50 1 12쪽
43 레퀴엠(43) 23.08.21 54 1 12쪽
» 레퀴엠(42) 23.08.20 55 1 12쪽
41 레퀴엠(41) 23.08.19 54 1 12쪽
40 레퀴엠(40) 23.08.18 55 2 13쪽
39 레퀴엠(39) 23.08.17 59 1 11쪽
38 레퀴엠(38) 23.08.16 58 2 12쪽
37 레퀴엠(37) 23.08.15 63 2 12쪽
36 레퀴엠(36) 23.08.14 62 1 12쪽
35 레퀴엠(35) 23.08.13 67 1 13쪽
34 레퀴엠(34) 23.08.12 7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