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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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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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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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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51)

DUMMY

Episode 50 - 파괴자 3



"어때, 만나러 가볼래? 백마전대의 생존자를."

화람이 주먹을 쥔 상태로 검지를 펴 치료실 밖을 가리켰다.

진명이 혼란에 빠졌다.

"생존자라니요, 분명 전원 사망이라는 공표를 받았는데."


"공식적으로는 우리도 그런 줄 알았지, 불과 어제까지는 말이야."

"어제까지라니, 그게 무슨......"

"자!"

화람이 진명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갈거야? 말거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놈을 찾아가 목을 베어버리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지 않는가.


전멸했다고 믿었던 백마전대에서 생존자가 나왔다는 것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옮겼다.

"알겠습니다, 만나 보시죠."


화람이 씨익- 웃으며 치료실의 문을 열었다.

그녀의 등 뒤로 진명과 남궁지우가 따라 나섰다.

그들은 익숙한 복도를 걸어 계단을 올랐다.


지우가 생활관의 문과 복도를 둘러보며 말했다.

"변한 게 없군요, 예전의 향수 그대로에요."

"하나도 안 바뀌었지, 그 전부터. 그리고 지금에 오기까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우 역시 백조전대의 지휘관인 인물이었다.

지우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저는 아직 그 시절을 잊지 못합니다, 기억 하십니까? 예전에 많이 혼나기도 했잖아요."


진명도 과거의 기억이 아른거리는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넌 말도 안되는 희대의 꼴통이었지."

시내 외출 때 몰래 사들여온 양주를 꺼내 음주를 하던 지우의 모습.


두 사람은 같은 기억을 떠올렸는지 곁눈질을 맞추어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아주 정의의 동료 납셨구만. 이제 다 왔으니 잡담은 넣어둬."


화람은 말을 끝내자마자 어느 나무 문 앞에 발을 멈췄다.

"여기는......?"

진명이 방 번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30X.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 생활관.

출입 금지라는 명목으로 마지막 숫자를 X로 표시해둔 장소였다.

"이곳에 데려오신 겁니까?"

"사람들 눈을 피하려면 이곳 말고는 마땅한 장소가 그닥 없더라고."


화람이 문을 열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문고리와 눈에 들어오는 밝은 생활관.

낡은 관물대가 오른쪽 벽으로 대거 배치되어 있으며, 3개의 침대가 왼쪽 벽면을 따라 몰려 있다.


진명의 눈에 20대 중반 쯤 되어보이는 남자가 보였다.

흑발을 길게 늘어뜨린 머리와 초점 없이 허공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사라진 한 쪽 팔까지.


외팔이었다.

화람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무릎을 굽혀 남자에게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좀 어때, 진정은 됐니?"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와 진명이 걸음을 옮겨 남자의 앞에 섰다.

"이름은, 박대한. 내가 말했던 백마전대의 유일한 생존자야. 그런데 보다시피....."


화람이 대한의 사라진 팔을 쓰다듬었다.

"신체가 이런 상태야, 그리고 정신적인 충격 또한 만만치 않은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진명이 한 쪽 무릎을 굽혀 대한에게 눈을 맞췄다.


심각할 정도로 다크서클이 진하게 남아있다.

이미 삶을 포기한 듯 그의 눈빛은 어떠한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아 보였다.

진명이 손에 힘을 주었다.


올로소에 대한 경멸감이 더욱 심해진다.

사람을 어떻게 이 지경까지 만들 수 있을까.


화람이 대한의 볼에 손을 얹었다.

"대한아......"

부름에도 답이 없다.

실어증이라도 걸린 것일까.


또한 동공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거의 반 죽어있는 상태라고 봐도 될 정도로.

그저 몇 초에 한 번씩 눈을 깜빡거리는 행위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진명이 조심스레 입을 뗀다.

"저기......, 대한씨. 저를 보세요."

그는 대한의 턱에 손을 얹어 약간 고개를 돌렸다.

초점이 맞춰졌다.


눈동자에 약간의 생기는 돌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우가 입을 열었다.

"쉽지 않네요,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에요."


화람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눈 앞에서 동료들의 목이 달아나는 광경을 봤으니......"

그녀의 말에 대한의 눈이 부릅 떠졌다.

"음?"


진명이 놀란 듯 미간을 찌푸렸다.

"뭐, 뭐야?!"

그는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대한의 검은자가 사라지고 눈이 충혈되었다.


전신의 혈관이 드러나며 끔찍한 모습이 되자 화람이 당황한 듯 뒷걸음질 쳤다.

대한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어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외쳤다.


"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제발!!!!!!!! 제발, 그마아아아아아안!!!!"

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사람은 모두 벙찐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그마아아아아아안!!!!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뭐, 뭐야? 말을 못하는 게 아니었어?'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자 지우가 진정시키려 대한의 몸을 감쌌다.

"박대한씨, 진정! 진정하세요! 여기에 당신을 해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 진정하세요!"


두려움, 공포.

그 감정들이 몸에 잠식되어 버린 듯 대한은 지우의 두 팔을 쳐내며 머리를 수 차례 박았다.

쾅-! 쾅-!


"빨리 막아야 해, 지우야! 어서 진정제를 주입해!!"

화람의 다급한 외침에 지우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진정제 주사기를 꺼낸다.

대한이 난동을 부린다.


지우는 꺼낸 주사기의 바늘 뚜껑을 열어 푸른 액체가 들어있는 주사기를 그의 팔에 꽂아 주입시켰다.

주우욱- 하며 빨려 들어가는 진정제에 대한은 몸을 움찔 거리다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대한의 입에서 쉴새없이 거품이 쏟아져 나왔다.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쓰러진 와중에도 분비물을 흘리며 빠른 속도로 중얼거렸다.


"다시는 나서지 않겠습니다, 두 번 다시 당신의 앞에서 머리를 내밀지 않겠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개가 되겠습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처참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가 있을까.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이 순간에도.

'도민호.......'


화람이 지우의 옷깃을 잡고 옆으로 밀어냈다.

"잠깐, 비켜줘."

그녀는 오른손을 내밀어 손바닥에 계수를 응집시켰다.

물 흐르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손에서 흘러나오는 계수가 대한의 육체에 스며들었다.


쏟아지는 분비물이 천천히 소멸하며 대한이 눈을 감았다.

소름끼치는 중얼거림도 멈추었다.

화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수를 없애버렸다.

"하아, 이제 좀 한시름 놓겠네."


지우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대한을 끌어안아 침대 위로 눕혔다.

"어떻게 한 거에요?"

진명이 묻자 화람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어떻게 하긴, 이대로 놔두면 진짜 잘못될 수도 있으니 재워놓은 것 뿐이야."


숙면을 취할 때는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다.

진명의 손이 떨렸다.

"정상적인 인간이 어떻게 이런 증상을 보일 정도로......"

"그 정도로 충격적 이었다는 거지, 올로소가 벌인 일들이."


"올로소......?"

그 남자의 이름인 듯했다.

백화람은 분노한 진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뭘 물어봅니까? 당연히 그 올로소라는 자식을 죽이러 가야지."

"계획은 있고?"

진명의 몸이 움찔한다.


사실 계획 따위는 없다.

그저, 감정적으로 움직이려는 것 뿐.

백조전대의 지휘대장이라는 위치에 맞는 행동가짐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런 저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네가 무턱대고 그를 찾아가봤자 도민호 지휘관을 구출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오히려 제로에 가깝지. 그리고 애초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잖아."

"그건....., 밎는 말이긴 해요."


기세좋게 놈을 잡으러 간다고 말은 했지만 딱히 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백화람의 말이 맞다.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된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조차도 그 올로소라는 남자에게 정면으로 붙어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어."

화람은 턱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지우 역시 뾰족한 수는 없는지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만 했다.


시간이 없었다.

이렇게 끌어도 되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도민호가 무슨 역경을 겪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그저 속이 타들어간다.


"무엇인가 있을 거에요."

지우가 곰곰히 생각을 반복하다가 말했다.

"뭐가 있는데?"

화람이 묻자 지우는 고개를 떨구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지우가 대한을 내려보았다.

평온한 그의 얼굴에 그늘이 져있다.

"우리는 이 사람에게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


서울의 어느 지하.

거대한 지하도시와 같은 형태를 띄고 있는 공간.

흙으로 이루어진 조형물들이 내부를 메꾸고 있다.

도심 속 아틀란티스가 존재한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올로소는 보석이 치장된 옥좌에 앉은 채로 눈 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한 손으로 턱을 괴며 거만한 눈빛을 보낸다.


혈흔이 뒤덮힌 십자가에 도민호가 매달려있다.

흡사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자세.

물론, 두 손과 발에 못이 박혀 있지는 않다.


올로소는 자신이 그 정도로 잔혹한 인간이 아님을 표현하는 듯하다.

"자, 그래서."

괴고 있던 손을 풀어 손뼉을 친다.

짝-!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해볼까, 도민호 지휘관?"

민호의 전신에서 피가 흐른다.

참을 수 없는 통증임에도 그는 입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는 민호에게 지쳤는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래.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내 몸소 시험해보겠네."

올로소가 도민호 쪽으로 검지를 가리켜 원형으로 돌렸다.

파지직-.

약간의 스파크가 튀기더니 전기 속성의 계수가 빗발친다.


콰과과과과과광!!!!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말로는 절대 표현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진다.

식은땀이 흐름과 동시에 혈관이 터진다.


"인간이란 자고로 한계를 극복하며 나아가는 동물, 과연 자네의 한계점은 어디일지 궁금해지는데."

검은 계수가 올로소의 손에서 아른거린다.

"내, 내가......!"


도민호의 중얼거림이 올로소에게 들려온다.

"음?"

"내가 너같은 야만인에게 당할 정도로 나약한 인간인줄 아는 거냐?"

민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올로소의 눈을 마주했다.


올로소가 고문을 멈췄다.

민호의 주위를 맴돌고 있던 검은 계수와 함께 통증이 사라졌다.

"흐음, 내가 너무 얕보였던 건가?"

그가 옥좌에서 일어난다.


중년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체격이다.

올로소가 십자가로 다가가 민호의 턱을 부여잡았다.

"크윽!"

민호에게로 얼굴을 들이미는 백발의 노인.


"제대로 알려주지, 너희는 나약한 존재가 맞다. 정의니 뭐니, 그런 병신같은 신념을 가지고 영웅행세를 하는 나약한 존재가 맞다는 뜻이야."

"웃기지 마라. 학살을 저지르고 사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내는 주제에,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다고 보나?"


올로소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는 비웃음의 의미이다.

"이 나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는 패기 하나는 인정한다만, 이제 2막을 시작할 때가 되었지."


올로소가 턱을 부여잡은 손을 놓았다.

"이제서야 최고의 명작을 기획하게 되는구나."

그의 손에서 검은색의 계수 덩어리가 나타났다.

흐물거리며 손을 타고 흘러내리는 덩어리가 민호에게 달라붙는다.


푸슉-!

"으, 으윽! 으아아아아아아!!!"

고통에 몸부림친다.

뭉쳐진 덩어리가 퍼져나가 민호의 전신을 뒤덮기 시작했다.


올로소는 만족하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 두 번째 장,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이를 죽일 수 있을까요?


그렇게 올로소의 무대, 제 2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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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레퀴엠(52) 23.08.30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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