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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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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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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9.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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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55)

DUMMY

Episode 54 - 파괴자 7



"뭐, 뭐야......"

대한의 몸이 굳어버렸다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건물의 뿌리부터 꼭대기까지.

모든 것이 불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대한은 자신이 보고 있는 현장을 부정하기에 바빴다.


고작 두 시간 가량의 시간을 외출했을 뿐이다.

지휘부대장의 명령으로 학사부관에 서류를 전달하러 다녀왔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인가.


"으으으으....."

움직이고 싶었지만 다리가 굳은 듯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툭.


하늘에서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한의 바로 옆으로 떨어진 물체는 붉은 혈흔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눈을 돌렸다.

"......, 어?"


소름끼치는 기운이 몸 전체를 감싸고 돌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사람의 머리.

눈을 뜬 채로 죽어있는 머리가 보였다.

........, 어?


순간 몇 초 동안은 뇌정지 상태가 되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머리 속에 존재하는 연결선이 뚝- 끊어져 버린 듯 사고회로가 정지되었다.


하지만 곧 반응이 왔다.

대한이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손으로 땅을 짚으며 멀리 달아나려고 했다.


그는 불길로 빛나고 있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보였다.

하나 둘 씩 공중으로 치솟는 원형의 물체가.

뿌리가 솟은 듯 붉은색의 혈흔이 튀고 있는 모습이.


대한이 보고 있는 것은 모두 사람의 머리였다.

그것도 익숙한 얼굴들.

백마전대 대원들의 얼굴이었다.

"으, 으으으으으윽!!!!"


대한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바로잡았다.

'지금, 패닉 상태에 빠지면 나도 죽는다. 어떻게든 여기서 벗어나야 해.'

원래였다면 도와주어야 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판단할 수 있었다.


이미 늦었다는 것을.

대한은 움직이지 않는 다리의 신경을 집중시켜 근육을 움직였다.

그는 다리에 계수를 집중시켜 백마전대에서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달렸다.

살아생전 이것보다 더 빠르게 달린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시발, 시발! 대체 뭐야?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눈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씩 찔끔 떨어졌다.


만약에 그 또한 도석의 명령에 따라 서류를 전달하러 간 게 아니었다면.

백 퍼센트의 확률로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를 뛰었을 때, 그의 눈에 갓길에 세워둔 두돈반 차량이 들어왔다.


'아, 아냐! 지금 차를 타고 가봤자 배기음 소리 때문에 어차피 걸리고 말거야.'

좋은 생각이 아닌 듯 대한은 두 다리를 떼어 도망쳤다.

울창한 숲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평소에도 좋은 소문은 들리지 않아 많은 이들이 기피했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숲에 들어서자 거의 완전한 암흑과도 같은 어둠이 대한의 눈을 덮쳤다.


그는 두 눈에 계수를 집중시켜 장애물을 피하며 달렸다.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스쳤다.

'좋아, 꽤나 멀리 벗어났어. 길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니까, 다른 전대에 비상 요청을 하면 돼!'


그렇게 일 이분을 더 달렸다.

하지만 비극은 이제서야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대한은 잠시 뛰는 것을 멈추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뭐야? 누구 비명소리야?'

그는 곧바로 몸을 숨겼다.

고개를 돌려 한층 밝아진 시야로 다가오는 이를 확인했다.


짧은머리의 남성이 전대를 벗어나 숲속으로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눈에서는 눈물이, 입에서는 분비물이 흘러 나오는 채로 겁에 질려있다.


'저, 저 사람은......?'

백마전대의 지휘관인 강기찬이었다.

기찬은 하얀 제복에 묻어있는 수많은 혈흔을 장식한 채로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괴, 괴물.....!"

기찬은 땅에서 튀어나와 있는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커헉!!"

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그를 부축하기 위해 몸을 옮기려했다.


툭. 투둑.

기찬의 눈앞으로 무엇인가가 낙하된다.

묵직한 그 물체는 대지에 맞닿은 후 대용량의 혈흔을 뿜어냈다.

그 역시 사람의 머리였다.


기찬은 상황파악을 위해 머리를 쳐다본 후 몇 초 동안 움직임이 정지되었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세 개의 머리.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


대한은 그 광경을 머릿속에 넣자마자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그는 몸을 덜덜 떨었다.

'꿈, 꿈이야! 꿈이라고! 제발 깨라, 깨라, 깨라, 깨라, 깨라!!'

점점 정신이 이상해지는 듯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으, 으으으으.....!!"

기찬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이제는 아예 메두사를 정면에서 본 듯 몸 전체가 굳어버렸다.


- 이런, 이런.

기찬의 눈에 거대한 형체가 다가온다.

대한 역시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 고개를 약간 돌렸다.

2미터가 족히 넘어 보이는 키에 검은 제복을 입은 사나이.


백발의 머리카락이 짧게 돋아있는 머리.

최소 50대 중반 이상으로 보이는 액면가.

차르카 올로소였다.

그는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다가왔다.


"그렇게 한솥밥 먹던 동료를 버려두고 혼자 도망가면 쓰나, 쯧쯧. 전우애라고는 단 1도 보이지 않는군. 강기찬 지휘관."

"도, 도대체 어, 어떻게......!"

기찬은 넋이 나간 듯 온 몸을 덜덜 떨었다.


올로소는 소름 돋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충격을 받을 만도 하지. 그렇다고......, 상관 얼굴도 제대로 못 알아보면 어쩌자는 건가?"

어두운 그림자가 올로소의 얼굴에 드리운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기찬은 있는 힘껏 손을 뻗어 계수포를 발사했다.

푸른 빛깔의 계수가 올로소에게로 뻗어가지만 곧바로 방어막에 막힌다.


"이런, 이런. 이 정도면 하극상이라 봐도 되려나?"

올로소가 다가온다.

"백마전대에서 일어난 모종의 사건, 그리고 전멸. 그림 자체가 아주 예술적이군."


허공에서 수십 개의 흐릿한 형상이 나타나 1미터 크기의 삼지창으로 변하였다.

수십 개에서 점점 갯수가 늘어나 이제는 수백 개로.

"제, 제발......! 사, 살려주세요!!!"


기찬이 두 손을 모은 채로 빈다.

자존심 따위고 뭐고 다 내려놓은 채로.

올로소는 그런 기찬을 보고 오히려 흥미가 사라진다.

"재미없군."


"제, 제발......, 부, 부탁드립.....!"

기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백 개의 삼지창이 그에게로 꽂혔다.

촤좌좌좌좌좍!!!

순식간에 갈갈이 찢겨진 기찬의 육체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거기서 목숨을 구걸하면 쓰나, 더욱 발악했어야지. 예술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버렸군."

올로소는 터져나와 손에 묻어버린 혈흔을 입으로 햝으며 웃어보였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대한이 숨을 죽였다.

여기서 들키면 죽임을 당한다.

백마전대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목이 달아나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숨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그저 이대로 올로소가 돌아가 주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올로소는 혈흔을 뿜고 찢겨 죽어버린 기찬의 시체를 보며 말했다.


"꽤나 유능한 지휘관이었는데, 아쉽군."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청천벽력같은 말에 대한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전신의 떨림이 증폭되며 두려움과 공포가 몸을 잠식했다.

죽는다.

그 생각 말고는 다른 것은 머리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 어이, 자네.

올로소의 부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가 직접 다가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절망의 선고와도 같은 바스락 소리가 대한의 귀에 꽂혔다.


올로소가 대한의 앞에 섰다.

"왜 불러도 대답이 없는가? 모를 거라 생각이라도 했나?"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대한은 입에서 손을 떼어 조심스럽게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올로소가 옆머리를 검지로 긁적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하체를 굽혀 몸을 낮춰 대한에게 초점을 맞췄다.

"미안하지만, 난 자네를 죽일 생각이 없다네."

"ㄴ, 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대한은 몸을 바닥에 눕혀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몇 마디를 더 중얼거렸다.


올로소는 진절머리가 나는 듯 대한의 머리채를 잡고 올렸다.

"대신."

부릅뜬 두 눈이 괴물의 형상을 보였다.

- 나의 장난에 조금은 어울려 줘야겠네.


올로소는 대한의 목덜미를 잡아 나무에 콱 박아버렸다.

"커, 커헉!!"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대한이 굳게 잡혀있는 올로소의 두 팔에 손을 얹었다.


"커, 커헉! 수, 숨이!!"

올로소는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광기의 눈빛을 보였다.

"걱정 하지 말게, 조금 따끔하기만 할거야."

그는 대한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는 오른손에 검은 계수를 응집시켰다.

점점 변형되는 팔의 모양이 곧이어 블레이드의 형태로 바뀌었다.

대한이 몸부림쳤다.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올로소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워워, 움직이지 말게. 그렇게 움직이면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 지도 몰라."

푹-!

"끄으으으으으으읍!!!"


대한의 눈이 뒤집혔다.

촤아악-!!!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읍!!!!!!"

막은 손을 뚫고 새어나오는 고통의 신음이 들린다.


올로소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떼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대한의 왼팔이 떨어져 바닥에 뒹굴었다.

그의 몸부림과 샤우팅이 올로소에게는 한 편의 오케스트라처럼 들렸다.


"아, 이거지. 이게 바로 나의 각본일세."

그는 양 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그리고는 대한의 턱을 잡아 들어올려 손에 불의 계수를 생성했다.


"자, 그럼."

화르륵- 소리를 내는 불의 계수가 올로소의 오른손에 발현되었다.

그는 혈흔이 흐르는 대한의 팔 부분을 불로 지지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읍!!!!!!"

대한은 이제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졌다.

완벽하게 지져진 그의 팔 부분에서는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올로소는 그의 육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툭- 하며 힘없이 널브러진 대한을 응시했다.

"이제 화두는 던져졌다."


그러고서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리며 사이코패스의 미소를 지었다.

- 재미있게 즐겨봐라. 아, 그리고......

올로소가 중얼거렸다.

그는 흑백의 계수로 변질되어 자취를 감췄다.


피융-!


대한의 기억이 끊어졌다.

기억의 조각들 사이에 서있는 화람이 손을 꽉 쥐었다.

분노가 차오른다.


그녀는 들고있던 기억의 조각을 깨트리며 경멸의 눈빛으로 말했다.

- 차르카 올로소......, 너는 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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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레퀴엠(57) 23.09.04 3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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