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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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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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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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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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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54)

DUMMY

Episode 53 - 파괴자 6



터덜 터덜 땅을 밟는 소리가 들린다.

올로소가 이마에서 흐르는 혈흔을 무시한 채 절뚝거리며 성체를 나섰다.

정원을 지나 대문에 다다랐을 무렵 갑옷을 입은 병사가 올로소를 맞이한다.


"아, 외출이십니까 올로소님! 지금 ㅂ......!"

쾅!!!

올로소가 왼손으로 병사의 턱을 잡아 벽에 쳐박았다.

"우, 우우웁!!!!"


"닥치고 문이나 열어!!"

잡은 손을 놓자 병사가 바닥으로 쓰러져 분비물을 토해낸다.

"커, 커헉!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열겠습니다!"

그는 바닥을 기어 대문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었다.


혼테일 성체의 대문이 활짝 열리며 병사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히 가십시오.....!"

올로소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며 분노가 육체를 에워싼다.


'제길......! 제길!! 그 꼬맹이 자식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시간을 끌지 않았을텐데!!!'

올로소가 최정혁을 떠올린다.

입술을 꽉 깨물자 턱으로 피가 흐른다.


'죽여주겠다, 내 반드시!! 그 개새끼를 내 눈앞에서 죽여주겠다!!'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몸에서 검은 계수가 대량으로 비산한다.


------


백조전대 전대장실.

"처참하네요."

지우가 난장판이 되어버린 전대장실의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산산조각이 나버린 채 널브러진 목재 테이블과 트로피, 표창장이 나열된 진열장.

움푹 파여버린 몇 군데의 바닥까지.

"아주 그냥 난동을 부리고 가셨군."


화람이 한숨을 쉬며 처참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그냥 막 나가시겠다? 하긴, 애초에 정체를 드러내고 우리를 공격했으니 이럴 거라 예상 못한 건 아니지."

분하지만 속아넘어간 것은 자신들.


누구 하나 탓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부, 부대장님!!"

군화 소리와 함께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짧은 머리의 남성이 전대장실 입구에 서서 숨을 헐떡였다.


"허억, 허억, 부, 부대장님."

화람의 부하인 듯 보였다.

"뭐야, 왜 이렇게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뛰어오는거지?"

남자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바, 박대한 씨가.....!"

그의 말에 일행 모두가 불길한 기운에 잠식된 듯 몸을 움찔거렸다.

짧은 머리의 남자를 따라 모두가 30X 생활관으로 이동했다.


화람이 문을 세게 열었다.

쾅- 소리와 함께 내부의 현장이 보였다.

"박대한씨!"

그녀가 먼저 들어가 상황을 살폈다.


"하아??!"

미간을 찌푸렸다.

눈에 보였다.

바닥에 흩뿌려진 대량의 혈흔이.

대한은 유리창문을 손으로 부숴 자신의 목을 직접 그은 채로 사망했다.


"크윽!"

윤 설은 눈앞의 끔찍한 광경을 볼 수 없는 듯 고개를 돌렸다.

화람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대한의 머리 맡에서 무릎을 꿇었다.

"뭐, 뭐하는 겁니까?"


진명의 물음에도 답하지 않고, 화람은 두 손을 펼쳐 대한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설마......"

그녀의 행동을 알아차렸다.

"리빙 레코드(Living Record)?"


리빙 레코드.

죽은 이가 살아생전 머릿속에 지녔던 기억들 중 하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마법.

시전자의 의식을 체내에서 꺼내어 상대의 뇌로 침투시킨다.


그리고 관찰한다.

기억이라는 더미를 뒤적거리며 시전자가 원하는 조각을 찾아내는 초월적인 계수 마법.

리빙 레코드는 발현자들 중에서도 경지 이상에 오른 이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상위급 마법 중 하나였다.


'죄송합니다, 박대한씨. 이렇게 머릿속을 들춰보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곧 그녀의 두 손에 연노란빛의 계수가 생성된다.

화람이 천천히 눈을 감는다.


감촉을 느껴본다.

그리고, 대한의 뇌를 타고 흘러간다.

조심스럽게.

노란색의 계수가 대한의 머릿속으로 주입되었다.


"실제로 보는 것은 저도 처음이네요, 리빙 레코드라니. 정부국 내에서도 강력하다고 인정 받는 이들만 사용할 수 있는 수식인데."

화람의 의식이 점점 옅어져 노란색의 계수에 집중되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뚝-.

화람의 육체 안에 존재하는 정신의 연결이 끊어졌다.

그녀는 눈을 뒤짚은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지우는 의미심당한 표정으로 대한의 머리 부분을 응시했다.


노란색의 계수 결정이 원형으로 떠다닌다.

"자 이제, 적호학사관의 총 지휘부대장님을 믿어봅시다."

일행들은 아무런 말없이 기도했다.


------


길고 긴 은하수 풍경의 통로를 지나.

시냅스가 보인다.

'뇌의 구조를 통과하고 있군.'

마치 우주를 떠도는 듯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주름진 뇌의 사이를 통과하며 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의 공간으로 진입했다.

차가운 기운이 몸 전체를 감싸돌며 지나간다.

"신기하군, 리빙 레코드가 이러한 마법이었다고?"


허공을 떠돌며 화람이 중얼거렸다.

사실, 그녀 역시도 정신 계열 마법을 사용해본 적은 거의 없다.

그 중에서도 리빙 레코드는 사용 횟수가 제로.

화람이 신기한 반응이 내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으윽!"

오른손을 옆머리에 얹었다.

'통증이......!'

못으로 머리를 찌르는 듯한 격한 고통이 몰려왔다.

'리빙 레코드 시전이 처음이라 뇌가 적응하지 못한 건가?'


본래 고난이도 계열의 마법을 처음 시전하게 된다면 대량의 계수 방출로 인해 몸에 무리가 일어날 수도 있다.

화람이 겪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


그리고, 리빙 레코드는 웬만한 난이도를 초월하는 수식이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괜찮아,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이제 느껴져.'


허공에 떠있는 화람의 주위로 대한의 기억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출생부터 시작하여 소년이 되기까지의 성장.

그리고 발현자가 된 후의 생활.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사진과도 같은 형태로 보였다.

하지만.

"내가 지금 알고 싶은 것은 이 정도로 먼 과거가 아니지."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도착했다."

우주처럼 황홀한 공간이 펼쳐지며 수만 개의 조각들이 그녀의 주위에 생성되었다.


삼각형부터 시작해서 마름모, 원형, 어떤 것은 뾰족한 가시와도 같은 모양이다.

"내 추측이 맞다면 이것들이 모두......"

기억이었다.


시기, 감정, 결과 등에 따라 분류되어 있는 박대한의 다양한 편린들.

화람은 공중에 떠있는 수많은 조각들을 두리번거리며 턱에 손을 얹었다.


"내가 알기로는 오래된 기억들의 색이 흑색으로 변화하고 비교적 최근에 조각으로 새겨진 기억들이 밝은 색상을 띈다고 했으니까."

올로소에게 백마전대가 전멸당한 시점은 최신.


"그렇다면......"

화람이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맞추었다.

"저깄다."

그 어떤 것보다 더 밝게 자신의 빛을 뽐내고 있는 조각이 보였다.

"그럼, 가지러 가볼까?"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한결 가벼워진 육체가 마치 깃털처럼 살랑거리며 기억의 조각으로 이동했다.

"이거구나."


아주 작다.

성게처럼 뾰족한 가시들이 사방으로 튀어나와 있는 모습.

'기억 조각에서 뾰족함은 고통과 고난을 뜻하고, 작으면 작을 수록 잊고 싶은 기억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이 기억은.....'


박대한이 겪었던 가장 큰 고통이었음과 더불어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이라는 뜻이 된다.

죄책감이 들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대한씨. 하지만 용서해주세요, 단서는 이 안에 존재하니까. 신세 좀 지겠습니다.'


화람이 뾰족한 모양의 기억 조각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빛이 발현되며 곧 가루처럼 퍼졌다.

파앙- 소리와 함께 보이기 시작한다.


백마전대의 소속인 박대한의 모습이.



- 박대한의 기억.


백마전대의 지휘부대장실.

"출장이다."

푸른 머리카락을 지닌 청년이 대한에게 서류를 하나 건네며 말했다.

"이게 무엇입니까?"


대한이 테이블 위의 서류를 받아들며 물었다.

지휘부대장인 김도석이 담배를 꺼내 들며 말했다.

"아, 허가서다. 자세한 건 기밀이라 말해주기가 좀 그렇고, 학사부관에 전달해주고 오면 돼. 나머지는 그쪽에서 알아서 할거야."


"지금 바로 출발합니까?"

"후우, 그래. 안그래도 내일 가져다 드려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안된다고 하더라. 아주 급한 모양이던데."

대한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도석은 상체를 뒤로 빼며 편안한 자세로 흡연했다.

"후우, 조심히 다녀와라. 간혹 위험한 일 생기면 레이더 포인터로 보고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대한이 뒤를 돌아 지휘부대장실을 나섰다.

"흐음."

계수 보호로 완전히 봉압되어있는 서류를 보니 더욱 궁금해진다.

"아, 진짜 오지게 궁금하네. 기밀 문서라는 걸 왜 만들어서는 사람 호기심 생기게 하는거야?"


대한은 건물 밖으로 나가 두돈반 차량의 시동을 걸었다.

배기음 소리와 함께 탈탈거리며 좌석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오, 또 시작이네. 이 놈의 고물 자동차."


항상 차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대한이 짜증을 폭발시켰다.

"아니, 이 놈의 정부국은 사람을 가져다 썼으면 좋은 시설에 좋은 차라도 구비해놨어야 하는 거 아니야? 건설된지 10년도 안된 시설에 이딴 고물 차를 놔두는 게 말이 되냐고."


잔뜩 삐져나온 입으로 중얼거리며 그는 두돈반의 바퀴를 굴렸다.

백마전대를 빠져나가 대한은 비포장도로를 타고 학사부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달린 끝에 도착한 후 그는 재빠르게 기밀 문서를 챙겨 부관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피곤한 표정으로 학사부실로 걸어가 서류를 건넸다.

"백마전대에서 왔습니다, 서류 여기 있어요."


사무실에 앉아있는 젊은 여성이 고개도 돌려보지 않은 채로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녀는 네, 고생하셨어요, 라는 말만을 남긴 채 대한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수고하세요, 라는 말과 함께 건물을 나섰다.

"아오, 이 서류 하나 갖다주려고 한 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왔단 말이야?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네."


그는 다시 두돈반 차량에 올라 한 시간을 운전할 생각에 진이 빠졌다.

"에휴, 내 팔자야. 지금 출발하면 10시는 넘어서 도착하겠네."

욕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고 핸들을 돌렸다.


덜컹거림과 함께 배기음이 들리며 두돈반은 다시 백마전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백마전대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대한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응, 뭐야?"

분명히 10시가 넘은 시각에 어두운 밤인데도 불구하고.


밝다.

붉은 빛이 한 지점에서 신호를 보내듯 밝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잠깐만, 저게......"

대한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시, 시발."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이 맞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혹여나 피곤하여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라는 착각.


하지만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아, 진짜 시발!!"

대한은 엑셀을 세게 밟으며 고물 두돈반 차량의 속도를 높였다.


백마전대의 건물이 활활 타오르고 있으며 강력한 계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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