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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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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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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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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35)

DUMMY

Episode 34 - 성장



"후우.....! 후우.....!"

정혁이 전대의 외곽을 달리고 있다.

손목에 찬 헬스 링을 러닝 모드로 바꿔놓은 채 심박수와 키로 수를 체크했다.

"15키로.....? 아직 더 할 수 있어!"


정혁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 5키로는 더 뛰어야 해!'

지구력을 늘리기 위해 그는 휴식따위 허락하지 않았다.

정혁이 발을 땅에서 뗄 때마다 주변으로 흙먼지가 날린다.


그렇게 5분쯤 더 달렸을 때.

삐비비빅- 삐비비빅-!

헬스 링에서 귀가 아플 정도의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20키로 끝난 건가?"


정혁이 멈춰 서서 링을 바라본다.

"뭐야, 20키로나 달렸는데 18분밖에 안걸렸다고?"

믿을 수 없었다.

거의 1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1키로를 달린 셈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달릴때도......"

러닝에 집중하고 있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는 20키로미터라는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은 채 전속력을 유지하며 달렸었다.

'달리는 속도도 훨씬 빨라진 것 같아, 발현자가 되어서 몸이 가벼워진 탓인가?'


그 이유가 아니라면 현재의 상태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뭐야, 그럼. 이 정도 투자로는 어림도 없겠는데? 일단 20키로를 더 설정해서......"

"운동인가?"


정혁이 헬스 링의 버튼을 조작하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고개를 돌리자 도민호가 건물 외벽에 기대어 정혁을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시지?'

정혁은 초면인지라 그가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민호는 어리둥절 하고 있는 정혁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내 소개는 처음 하는군, 나는 백조전대 1지휘관 자리를 맡고 있는 지휘관 도민호라고 한다."


그의 호칭을 듣자 마자 정혁은 고개를 반 쯤 숙여 악수를 받았다.

"앗,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저는 이번에 백조전대에 소속된 2지휘대 대원 최정혁이라고 합니다!"

깍듯이 인사를 응한 후 긴장한 몸을 올려 정자세를 취했다.


"푸흣, 그렇게까지 정중할 필요 없네. 어차피 자네는 이 전대의 초대 대원이 아니니까 말이야."

'초대 대원? 그게 무슨 말이지?'

알 수 없는 말을 들었지만 정혁은 알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민호는 정혁이 차고 있는 헬스 링에 눈을 돌렸다.

"체력 단련이라, 오랜만에 보는구만."

정혁은 왼팔로 링을 가린 채 대답했다.

"아, 제가 아직 발현자가 된 지 얼마 안되어서요. 신체 능력을 좀 키울까 해서 러닝하고 있었습니다."


"의지가 대단하군, 민윤찬한테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다. 네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는지."

정혁은 민호의 대답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고작 며칠이었어요. 이곳에서 노력한 다른 분들과는 비교가 안되죠."


"며칠이라......"

민호가 정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 뭐지? 왜 이렇게 빤히......'

부담스러운 나머지 정혁이 눈을 돌려버렸다.


"계수의 양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 흐를 정도인 것 같은데, 신체가 아직 받쳐주지를 못하는군."

"부대장님에게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민윤찬과 부대장님이라는 꽤나 유능한 스승을 뒀으니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과연, 윤찬과 하나가 아닌 순수 자신의 노력으로라면 이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 적도 꽤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웨어울프 한 마리를 사냥하는데에 급급하지만.


툭.

순간 정혁의 눈 앞으로 작은 물체 하나가 날아왔다.

정혁은 그 물체를 받아들었다.

"이건......"

흰색의 손목 띠였다.


"착용해라."

도민호는 이미 붉은 색상의 손목 띠를 두르고 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고, 멘티를 상징하는 흰띠다. 지금 내가 끼고 있는 건 멘토를 상징하는 붉은 띠."


민호는 자신의 손목을 보여주며 말했다.

"멘토와 멘티요?"

"그래, 제아무리 유망주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는 자가 없다면 성장이 더디기 마련이지."


도민호는 그렇게 말하고서 왼 손에 청록색 계수의 오라를 생성했다.

"내가 너의 세 번째 멘토가 되어주겠다."

정혁은 어안이 벙벙했다.


민윤찬에 이어 조하나, 그리고 도민호까지.

실력자들이 연이어 최정혁의 성장을 위해 도와주려 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어디 있을까.


백조전대의 지휘관들 중에서는 가장 강력하다고 일컬어지는 그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정혁은 흰색 띠를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음, 왜 그러지? 뭘 말성이는 것이ㄴ......"

"도민호 지휘관님."

정혁이 민호의 말을 끊었다.

하급자가 상급자의 말을 끊는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는 어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민호는 그런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정혁은 자신이 받은 흰색 띠를 다시 민호에게로 건넸다.

"말씀은 정말 감사드리나 죄송합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민호의 손에 흰색 띠를 올려놓았다.


민호는 놀란 듯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어째서 거절하는 거냐? 지금의 너는 완벽한 육각형의 스탠스를 지니고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네 육체 안에 있는 힘을 얼마나 더 끌어낼 수 있을지 몰라. 그런데도 제안을 거절하겠다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저에게 있어 반갑고도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혁이 고개를 들어 민호를 마주했다.

"이제부터는 저 혼자서 이겨내고 싶습니다."


민호가 타오르는 정혁의 눈빛을 응시했다.

이 열정.

이 선망.

이 용기.

모든 것이 단 두 눈동자에 가득 담겨있다.

마치, 민윤찬과 처음 마주했던 그날처럼.


민호는 헛웃음을 뱉었다.

"어이가 없군, 원석을 다듬어준다고 하는데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네가 처음이다."

"아,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정혁이 다시 고개를 숙이자 민호는 손을 저었다.


"아니야, 그렇게까지 반응할 필요 없네. 그저......"

민호의 눈알이 위로 올라간다.

"그 녀석과 닮아 있어서 말이야."

그는 가볍게 웃음을 보이다가 흰색 띠를 건네받았다.


"그, 녀석이요......?"

민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있어, 지금은 없는 녀석."

약간의 정적 후 민호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궁금해지는군, 내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다른 확실한 영감이라도 있는 건가?"


정혁은 동그랗게 뜬 눈을 가늘게 접었다.

"제가 지금까지 이뤄낸 성장은, 모두 누군가의 도움으로부터 이루어진 것들이었습니다. 그 말은 즉슨, 제 힘으로 아직까지 도달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제는 제가 스스로, 제 한계점을 뚫겠습니다."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

단지 그것 하나 뿐일까.

단지, 그 이유만으로 사람이 저렇게 열정적인 눈빛을 가질 수 있을까.


'오랜만에 나에게 큰 감명을 주는 이가 나타났군.'

민호는 뿌듯한 표정으로 정혁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재밌는 친구네."

그는 한 쪽 손에 든 흰색과 붉은 띠를 모두 정혁에게 내밀었다.


"자, 두 개 다 줄게. 받아라."

"ㄴ, 네?"

정혁이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민호의 띠를 받았다.

"이걸 두 개나 주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언젠가는 너도 나처럼 높은 직위를 가지게 되는 날이 있을 거다, 그때는 다른 이를 가르쳐야 할 단계가 올거야. 너의 진정한 제자를 찾게 된다면 이 띠를 건네주거라."

민호는 몸을 돌려 정혁에게서 멀어져갔다.

"아, 그리고 말이야."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고개만을 돌려 정혁에게 시선을 맞췄다.

"지금까지 얻은 네 힘이 다른 이들에 의한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마라. 주변인들의 '도움'이 있었을 뿐이지, 그 힘을 얻는 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바로 네 자신이니까."


말을 끝마치자마자 민호는 전대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정혁은 그가 건네준 붉은색과 흰띠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 자신이라고......?"


몇 초가 지나자 그는 손에 힘을 꽉 쥐며 헬스 링의 러닝 버튼을 눌렀다.

"좋아, 해보자고."

정혁은 흙먼지가 날리는 전대의 외곽을 다시 한 번 달리기 시작했다.


------


한국 강원지부 - 백마전대.


앞조차도 볼 수 없을 정도의 불길이 사방을 뒤덮고 있다.

전대 내부와 외부를 통틀어 대원들과 지휘관들의 사체가 대지를 메우고 있다.

"으...., 으아아아아악!!!"


짧게 기른 머리의 남성이 전대를 벗어나 숲속으로 도망친다.

눈에서는 눈물이, 입에서는 분비물이 흘러 나오는 채로 겁에 질려있다.

하얀 제복에는 수많은 혈흔이 마치 데코레이션으로 '장식'되어 있는 듯하다.


"괴, 괴물.....!"

남성은 두 다리에 최대한의 힘을 실으며 전대로부터 멀어진다.

점점 깊어져가기 때문인지 암흑에 물들어버린 숲이 더욱 어두워져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무들의 형상이 남성의 뒤로 빠르게 지나간다.

곧게 뻗어 힘이 들어가 있는 다리를 억지로 이끌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커헉.....!"


남성은 땅에서 튀어나와 있는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통증으로 인해 곧바로 일어설 수 없었다.

"크윽, 하아, 하아......!"

무릎에서 피가 흐른다.


공포가 점점 다가온다.

그리고 얼마 후.

툭. 투둑.

그의 눈 앞에서 무엇인가가 낙하된다.


묵직한 그 물체는 대지에 맞닿은 후 대용량의 혈흔을 뿜어냈다.

털이 수북하며 동그랗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여러 종류의 얼굴 형태를 가진 머리가 남성의 눈에 들어왔다.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

모두가 눈이 뜬 채로 죽어 있다.


그들은 모두 백마전대의 지휘관.

남성은 뒷걸음질치며 도망치다가 다시 한 번 돌부리에 의해 넘어진다.


"으, 으으으으.....!!"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이제는 아예 메두사를 정면에서 본 듯 몸 전체가 굳어버렸다.


- 이런, 이런.

남성의 눈에 거대한 형체가 다가온다.

2미터가 족히 넘어보이는 키에 검은 제복을 입은 사나이다.


백발의 머리카락이 짧게 돋아있는 머리.

최소 50대 중반 이상으로 보이는 액면가.

백발의 남자는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다가왔다.


"그렇게 한솥밥 먹던 동료를 버려두고 혼자 도망가면 쓰나, 쯧쯧. 전우애라고는 단 1도 보이지 않는군. 강기찬 지휘관."

"도, 도대체 어, 어떻게......!"

기찬은 넋이 나간 듯 온 몸을 덜덜 떨고 있다.


남성은 소름돋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충격을 받을 만도 하지. 그렇다고......, 상관 얼굴도 제대로 못 알아보면 어쩌자는 건가?"

어두운 그림자가 남성의 얼굴에 드리운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기찬은 있는 힘껏 손을 뻗어 계수포를 발사한다.

푸른 빛깔의 계수가 남성에게로 뻗어가지만 곧바로 방어막에 막힌다.


"이런, 이런. 이 정도면 하극상이라 봐도 되려나?"

남성이 다가온다.

"백마전대에서 일어난 모종의 사건, 그리고 전멸. 그림 자체가 아주 예술적이군."


허공에서 수십 개의 흐릿한 형상이 나타나 1미터 크기의 삼지창으로 변하였다.

수십 개에서 점점 갯수가 늘어나 이제는 수백 개로.

"제, 제발......! 사, 살려주세요!!!"


기찬이 두 손을 모은 채로 빈다.

자존심 따위고 뭐고 다 내려놓은 채로.

하지만 남성은 그런 기찬을 보고 오히려 흥미가 사라진다.

"재미없군."


"제, 제발......, 부, 부탁드립.....!"

기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백 개의 삼지창이 기찬에게로 꽂힌다.

촤좌좌좌좌좍!!!

순식간에 갈갈이 찢겨진 그의 육체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거기서 목숨을 구걸하면 쓰나, 더욱 발악했어야지. 예술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버렸군."

남성은 터져나와 손에 묻어버린 혈흔을 입으로 햝으며 음미했다.


팬터마임의 단장 카리스미스의 괴물

이름 : ???

이명 : 백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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